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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란, 인간이 인간으로서 살아남고자 하는 저항

디아스포라의 눈으로 바라본 시의 가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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7월 10일 저녁 7시 30분, 정동 프란치스코 교육회관에서 서경식 교수의 책 『시의 힘』 출간 기념 북 콘서트가 열렸다. 『시의 힘』 은 디아스포라 재일조선인 2세인 서경식 교수의 첫 번째 문학평론집이다. 저자는 이번 책을 통해 지금 우리가 살고 있는 시대에서 시가 왜 필요한지, 그리고 그것들이 어떻게 인간을 구원하는지 조명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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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날 행사에는 저자 서경식 교수와 함께, 시인이자 문학평론가인 숙명여대 김응교 교수가 대담자로 같이 자리했다. 김응교 교수는 몇 년 전, 69일 동안 지하에 고립되었다가 기적적으로 구조된 칠레 광부들의 이야기를 하며 입을 뗐다. “칠레의 한 탄광에서 광부들이 60여 일 동안 어둠을 이겨냈던 이야기 아마 기억하고 계실 겁니다. 그들은 지하에서 파블로 네루다의 시를 낭송하며 어둠 속에서 공포를 이겨냈다고 합니다. 그들의 친구가 파블로 네루다였다면, 우리에게도 주변인, 이방인, 핍박 받은 사람들의 친구였던 분이 있습니다. 바로 이 자리에 계신 서경식 선생님입니다.”

 

서경식 교수는 1951년 일본 교토에서 재일조선인 2세로 태어났으며, 현재 도쿄 케이자이대학 교양학부 교수로 재직 중이다. 두 개의 고국을 가진 그는 어린 시절부터 깊은 혼란과 아픔을 겪으며 성장했다. 하지만 민족적 자긍심이 강했던 부모님 덕분에 그 역시 자긍심과 정체성을 잃지 않을 수 있었다. 유난히 해가 뜨거웠던 그날, 서경식 교수는 하루 종일 얼음으로 열을 식히면서 다녔다고 말하며 얼음 주머니를 들어 보였다. 그리고 독자들을 이렇게 가까이 만날 수 있어서 행복하다는 첫인사와 함께 본격적인 대담이 시작됐다.

 

그는 먼저 이번 책 『시의 힘』을 쓰게 된 배경에 대해 설명했다. “지금까지 크게 나눠서 두 가지 분야의 글을 써왔습니다. 하나는 미술을 중심으로 한, 문화적인 것이었고 두 번째는 사회적인 것이었습니다. 원래 저는 시나 소설처럼 조금 더 문학적인 것을 쓰고 싶었던 사람이었습니다. 그런데 그렇게 하지 못했던 이유는 일단 제 자신이 힘이 없어서였고, 두 번째는 누구를 대상으로, 어떤 언어로, 무엇을 이야기해야 하는지에 대한 고민 때문이었고, 세 번째로는 정치적인 문제가 항상 저에게 과제로 밀려오기 때문이었습니다. 그런데 나이가 60대로 접어 들면서, 지금까지의 제 인생을 돌이켜보다가 이런 책을 남기고 싶다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지금 우리에게 시의 힘이 필요한 이유

 

요컨대 나는 저소득층 피차별자의 세계로부터 중산층 주류들의 세계로 옮아갔고(비유하자면 식민지에서 종주국으로, 조선에서 일본으로 옮아갔고), 양자 사이의 경계에 서서 주위 사람들에게 ‘타자’ 인식을 촉구하려는 동기로 글을 쓰기 시작했던 것이다. 그것은 물론 동시에, 이 두 세계 사이에서 온몸이 찢기는 자신을 객관적으로 파악하는 행위를 통한 자기 인식의 시도이기도 했다.(24-25쪽)

 

서경식: 인간에게 있어서 하나는 논리적인 언어로 설명하려는 행위인 로고스적인 것이 있고, 또 한가지는 분노나 슬픔같이 자신의 감정을 언어로 표현하려는 뮈토스적인 행위가 있습니다. 로고스 중심주의에서는 주로 지식인이나 상위 계급이 언어를 해석하는 권리를 가지고 있어요. 저는 일본에 살고 있는데, 일본에서 언어를 해석하는 권리는 일본인이 가지고 있어요. 로고스적으로 아무리 말하더라도 해석은 권력을 갖고 있는 이들이 하니까 불만이 생기는 거예요. 위안부 문제의 경우도 일본에서 지식이나 권력을 갖고 있는 사람들이 해석한 것이죠. 그러한 사고에 대해 저항하려면 시와 같은 행위가 필요해요. 우리가 평소에는 상상하지 않았던 것들에 대해 시는 상상력을 활성화하고, 공감을 합니다. 우리는 마음 속에 있는 무언가를 표현해야 살 수 있어요. 그래서 저도 문학 쪽으로 갔었죠. 이런 경로로 문학을 하게 된, 세계적으로 소수자인 사람들이 많지 않습니까. 그래서 그들이 경계인인 것이죠. 배운 사람과 못 배운 사람 사이의 경계입니다.

 

김응교: 재미있네요. 그렇게는 한 번도 생각해보지 못했는데요. 일반적으로 선생님을 경계인이라고 칭할 때, 사람들은 그 경계를 한-일 간의 경계라고 생각하죠. 그런데 선생님은 로고스의 주도권을 가지고 있는, 배운 사람과 못 배운 사람 간의 경계라고 표현하셨네요. 이어서 제가 질문하고 싶은 것은 ‘선택된 아이덴티티’에 대한 것입니다. 『시의 힘』 에 팔레스타인 출신이면서, 아버지는 미국 국적을 갖고 있었던 에드워드 사이드(Edward Said)에 대한 이야기를 쓰셨는데요.

 

서경식: 먼저 시대적 배경을 말씀 드리자면, 90년대에 ‘포스트 콜로니얼(Postcolonial)’이라고 해서 에드워드 사이드가 사람들에게 많이 소개되면서 당시 재일조선인들에게 있어서 조국 지향인지, 재일 지향인지 묻는 양자택일론이 등장했어요. 이제는 더 이상 조국이나 민족에 구애 받지 않고 보편적인 아이덴티티로 살아도 된다는 얘기와 함께, 내셔널리즘은 환상의 산물이기 때문에 해방되어야 한다는 얘기가 나왔어요. 역사적으로 우리가 식민지 시기를 거쳤고, 여전히 식민지적 사고가 남아 계속 차별 받고 있으면서도 이제 우리는 보편인이고, 해방돼도 된다는 얘기가 제가 볼 때는 너무나 권위주의적이고, 억압해온 사람들이 자신을 정당화하는 것 같이 느껴졌어요. 그래서 이 두 가지 중에서 선택을 하는 것이 과연 올바른 일인지에 대한 고민을 90년대에 하기 시작했죠. 그때 에드워드 사이드를 만났어요. 포스트 콜로니얼 시대에서 ‘복합적 아이덴티티’의 대표적 사례라고 할 수 있는 그는 미국 국민이라는 아이덴티티를 선택해서 충분히 여유롭게 살 수 있었지만, 1967년 제3차 중동전쟁과 그로 인한 이스라엘의 팔레스타인 지역 불법 점령 등 중동에서 벌어지는 상황을 보면서 자신은 어떻게 살아야 하는가 고민했어요. ‘강제된 아이덴티티’가 아니라 자신이 아이덴티티를 선택하는 것이죠. 우리 재일조선인도 스스로 진지하게 고찰하면서 아이덴티티를 선택해야 합니다. 외부에서 이제 너희는 해방되었다라는 식으로 강제 받는 것이 아니고요. 말하자면 이것은 90년대 일본에서 있었던 포스트 콜로니얼에 대한 저 나름대로의 문제제기이자 항의였습니다. 

 

생각하면 이것이 시의 힘이다. 말하자면 승산 유무를 넘어선 곳에서 사람이 사람에게 무언가를 전하고, 사람을 움직이는 힘이다. 그러한 시는 차곡차곡 겹쳐 쌓인 패배의 역사 속에서 태어나서 끊임없이 패자에게 힘을 준다. 승산 유무로 따지자면 소수자는 언제나 패한다. (중략) 하지만 그것과는 별개의 원리로서 인간은 이러해야 한다거나, 이럴 수가 있다거나, 이렇게 되고 싶다고 말하는 것이며, 그것이 사람을 움직인다. 그것이 시의 작용이다.(110-111쪽)

 

김응교: 이제 조금 더 본격적인 이야기를 나눠볼 텐데요. 바로 시의 힘에 대한 것입니다. 이번 책에서 루쉰에 관한 이야기를 중요하게 다루셨는데요.

 

서경식: 중학교 1학년 때인가, 교과서에서 루쉰의 「고향」이라는 단편을 봤어요. 그 당시, 그 글이 사람들에게 희망을 가져야 한다라는 미래지향적인 맥락으로 해석되었어요. 그런데 저는 그렇게 해석하면 안 된다고 생각했어요. 루쉰이 자신의 글에서 ’걸어가면 길이 된다’고 말한 것은 이를테면, 운동선수가 열심히 연습하면 이길 수 있을 것이라는 뜻이 아니라, 가장 절망적인 상황에서도 걷지 않을 수 없으며 그렇게 걷다 보면 길이 생길지도 모른다는 뜻이라고 느꼈어요. 그런데 그 후에 일본의 소설가인 나카노 시게하루가 그런 저의 생각과 잘 맞닿아있는 논평을 썼어요. 루쉰의 말은 앞으로 나아가자고 하는 희망적 메시지가 아니라, 절망의 가장 밑바닥에서 다시 일어설 수 있는 힘을 뜻하는 것이며 그것이 우리가 배워야 하는 것이라고요. 가장 어두운 암흑 속에서 다시 일어나는 희망, 바로 그것이 루쉰이 말하는 희망이에요. 시와 같은 문학의 시간적 척도는 개개인의 인생보다 길어요. 80여 년 전 루쉰의 이야기가 지금의 나에게 격려를 주는 것처럼 말입니다. 지금 이 시대는 아주 짧은 척도로 단편화돼 성과, 결과를 내라는 압력 때문에 긴 척도로 인간의 희망 등에 대해 성찰하는 것이 어려워지고 있죠. 그렇기 때문에 우리가 이와 같은 작품과 만나면 더 넓은 시야로 많은 것들을 볼 수 있게 되는 것입니다. 그것이 희망이라면 희망이라고 말할 수 있겠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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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인이란 침묵해선 안 되는 사람

 

김응교: 『시의 힘』을 보면, 3장에서 여러 시인들에 대한 이야기를 쓰면서 마지막에 ‘시인이란 침묵해선 안 되는 사람’이라고 표현하셨어요. 선생님이 좋아하는 시인들은 주로 침묵하지 않는, 사람들 곁으로 가는 시인들인 것 같은데요. 시인이 해야 할 일에 대한 선생님의 이야기를 듣고 싶습니다.

 

서경식: 이전까지 일본어로 번역된 조선 민족시가 거의 없는 상태였는데, 70년대 들어오면서 김지하 시인의 「오욕」이나, 신동엽 시인의 「금강」 등 몇몇 시들이 일본에 있는 우리에게도 번역되어 소개되기 시작했어요. 그 동안 조선의 시를 떠올리면 너무나 서정적인 시라는 생각이 머리에 박혀있었는데 그게 아니란 것을 알았어요. 그리고 언젠가는 번역되지 않은 시를 원문 그대로 읽을 수 있으면 좋겠다고, 언젠가는 우리말로 시를 쓰고 싶다고 생각하기 시작했죠. 단순히 침묵하지 않는다는 말만으로는 조금 부족한데요. 시인이 계몽주의적으로 정치적인 자각을 해야 한다는 뜻이 아니라, 시인은 참을 수 없는 사람들이라고 생각해요. 침묵하라고 해도 침묵하지 않는, 참지 못하는 사람들인 것이죠. 시집이 팔리든 안 팔리든, 피해를 받든 안 받든 그런 문제를 떠나서 그 말을 하지 않을 수 없는 사람들입니다. 침묵을 먼저 느끼는 사람들이고, 다른 사람들이 외면하는 것을 보지 않을 수 없는 사람들, 그 목소리를 듣지 않을 수 없는 사람들, 그리고 그것을 표현하지 않을 수 없는 사람들인 것이죠.

 

시인은 그런 사람인 것이다. 소외되고, 고통 받는 이들의 눈물과 아우성을 대신 말해주는 사람. 그래야만 하는 이들이 바로 시인이고, 그것이 시가 가지고 있는 힘인 것이다. 이어서 『시의 힘』을 우리말로 번역한 서은혜 교수가 나와, 이번 책의 일본어판과 한국어판이 갖고 있는 차이점과 번역하면서 느낀 생각 등에 대해 이야기를 나눴다. 먼저 그는 『시의 힘』 한국어판에 붙은 부제가 달라진 이유에 대해 설명했다. 한국어판의 부제는 ‘절망의 시대, 시는 어떻게 인간을 구원하는가’이다.

 

서은혜: 중요한 세 종류의 글이 한국어 판에 들어갔습니다. 후쿠시마 원전사고를 겪으면서 시인 사이토 미쓰구의 시를 소개한 「의문형의 희망」이라는 글과, 「패트리어티즘을 다시 생각한다」라는 글, 그리고 여류시인 이시가키 린의 시가 담긴 「픽션화된 생명」입니다. 이렇게 세 개의 글이 들어감과 동시에 세월호 참사, 메르스 등을 겪으면서 과연 문학이, 시라는 것이 어떤 역할을 할 수 있을까 고민했습니다. 서경식 선생님이 항상 말씀하는 것처럼 시가 인간이 인간으로 살아남고자 하는 저항의 몸부림이라면, 오늘날 이 시대를 살아가는 우리에게 과연 시라는 것은 무엇인지 한번쯤 생각할 수 있는 기회를 만들고 싶었기 때문에 이와 같은 부제가 한국판에 붙게 되었습니다.

 

김응교: 책에 ‘동심원의 패러독스’에 대한 이야기가 나오는데요. 대부분의 사람들은 피해의 중심부에서 거리가 멀어질수록 피해의 진실에 대한 상상력을 발휘할 수 없고, 거리가 가까운 이들은 고통스러운 진실에서 눈을 돌리게 된다는 현상을 가리키는 표현이죠. 이에 대한 이야기를 듣고 싶습니다.

 

서경식: 후쿠시마 원전사고가 터지고 나서 몇 개월 후, 한국에서 글을 하나 써달라는 청탁이 왔어요. 그래서 그 당시 일본에서 벌어지고 있는 상황을 어떻게 봐야 할지 고민하다가 동심원의 패러독스가 생각났어요. 눈앞에서 그런 일이 벌어지고 있는데도 무시한 채 사람들이 왜 사고를 정지하고, 새빨간 거짓말에 매달리는지에 대해서 말입니다. 후쿠시마는 도쿄에서 200km 정도밖에 안 되는 거리에 있어요. 후쿠시마가 우리와 상관이 없을 리가 없죠. 그런데도 사람들은 그것을 외면하려는 것입니다. 현재 후쿠시마 원전 사고가 완전히 관리되고 있다는 것은 거짓말입니다. 이것이 거짓말이라는 사실은 일본 사람들 대다수가 알고 있어요. 그런데 거짓말임을 알면서도 지지하는 사람들을 어떻게 설득합니까. 지금 우리는 이러한 상황 속에서 살고 있고, 갈수록 더 심해지고 있습니다. 피해의 진원지에서 멀리 떨어진 사람일수록 피해의 진실에 대해 스스로 상상력을 발휘하려고 노력해야 하고, 피해의 진원지와 가까운 이들은 용기를 내 가혹한 진실을 직시해야만 합니다.

 

서은혜: 후쿠시마 원전사고가 터지고 나서, 제가 서경식 선생님께 큐슈나 오키나와 정도로 피하시는 게 어떻겠냐고 이메일을 보냈습니다. 근데 선생님은 도쿄를 떠나기는커녕 후쿠시마로 가셨어요. 방금 동심원의 패러독스에 대해 이야기를 했지만 선생님처럼 진원지에서 멀리 떨어져 있는데도 진원지로 찾아가는 사람도 있습니다.

 

서경식: 저는 글을 쓰는 사람이고, 증언자이니까 꼭 직접 가서 보고 싶은 욕심이 있었어요. 보고 나서 나의 말로 증언하고 싶다고 생각했기 때문에 그렇게 한 것입니다. 사람들은 자신이 있는 장소가 가장 안전하다고 믿고 싶어해요. 그런데 과연 정말로 안전할까라고 묻고 싶습니다.

 

김응교: 선생님의 말씀을 들으니 가슴이 뜨거워지네요. 아픔이 있는 진원지에서 도망가는 원심력 있는 사회가 아니라, 그곳으로 찾아가는 구심력 많은 사회가 건전한 사회가 아닐까 생각합니다.

 

이날 함께 대담을 나눈 김응교 교수는 대담을 마무리하며 이렇게 말했다. “어떤 책은 표지만 보고 읽지 않는 책이 있고, 어떤 책은 한 번 읽고 나서 또 보고 싶지는 않은 책도 있습니다. 이 책은 이번 대담을 위해 어쩔 수 없이 빨리 읽어야 했지만, 아마 제가 원래대로 읽었다면 두 달 정도 걸렸을 것 같아요. 눈물이 나고 억장이 무너져서 빨리 읽지 못하는 책. 그런 책, 그런 사람을 만나면 행복해지는 것 같습니다.”

 

마지막으로 이날 북 콘서트에 참석한 독자들이 사전에 서경식 교수에게 질문한 것들 중 몇 가지를 추려 답하는 시간이 이어졌다. 선정된 질문들은 다음과 같았다. ‘아우슈비츠에도 신이 존재했을까요?’, ‘최근 한국에서 벌어진 사건들 중 관심 있게 본 것이 있다면?’, ‘독재정권에 두 형을 잃은 아픔이 있으신데, 죽음과 같은 그러한 고통스러운 상황을 어떻게 견디는지?’. 이 세 개의 질문들은 결국 우리가 아픔, 실패, 좌절 등을 어떻게 마주해야 하는가라는 하나의 맥락으로 정리할 수 있을 것이다.

 

“마지막에 가장 무거운 이야기를 하게 되는 것 같네요. 세 질문들은 결국 아우슈비츠에 신이 있냐는 질문과 관련되어 있죠. 죽음은 우리가 지성만으로는 완전히 해결하지 못했던 문제입니다. 모든 사회과학자들도 죽음에 대해서는 어떻게 다뤄야 할지 알지 못합니다. 우리는 죽음에 대해 이해할 수 없을 것입니다. 저는 신이라는 존재가 없다고 하더라도 우리의 힘, 우리의 지성으로 이겨내야 한다고 믿고 있어요. 그리고 그렇게 믿으려면 죽음에 대해서 신에게 맡기지 않고 우리가 스스로 알아야 해요. 그래야 삶에 대해서도 알 수 있습니다. 죽음에 대해 슬퍼하고 우는 것이 아니라 죽음이 무엇인지에 대해 탐구하는 것이죠. 죽은 사람들이 어떤 상황에서, 어떤 마음으로, 어떻게 죽었는지 가능한 한 제가 상상해보려고 해요. 죽은 자의 목소리에 귀를 기울이는 거예요. 죽은 자와 대화하는 것이 제 자신의 존재, 인간이라는 것을 인간답게 이해하려는 노력이라고 생각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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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의 힘서경식 저/서은혜 역 | 현암사
『시의 힘』은 그의 첫 문학 에세이이자, 시대의 격류와 그 흐름에 휘말린 개인사를 아우르는 ‘언어’에 관한 비평집이다. 제목은 ‘시의 힘’이지만 그의 사유는 ‘시’와 ‘문학’을 넘어서서 ‘언어’의 바다에 닿는다. 인간이 태어나면서부터 습득하기 시작하는 ‘말’과 학습을 통해 배우는 ‘글’이 어떻게 개인의 사상을 구축하는지, ‘모어’와 ‘모국어’의 틈새에 갇힌 디아스포라의 외로움은 이해받을 수 있는지, ‘시’와 ‘문학’이 주는 힘은 무엇이며 어디서 비롯되는지를 진지하게 탐구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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글ㆍ사진 | 지예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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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의 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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