검색

마르코 폴로의 『동방견문록』

『동방견문록』

  • 페이스북
  • 트위터
  • 복사

진정한 중국의 모습을 서방에 전한 사람은 유명한 마르코 폴로였다. 마르코 폴로는 뤼브리키가 중국에 있던 시기인 1254년에 베니스 상인의 아들로 태어났다. 마르코 폴로의 아버지와 숙부는 몽골이 세운 원나라의 황제 쿠빌라이 왕궁을 방문하고 베니스와의 교역 협정을 맺은 상태였다. 폴로형제는 원나라에서 돌아올 때 황제가 교황에게 보내는 친서를 지참했다.

Marco_Polo_portrait.jpg

 

 

마르코 폴로의 『동방견문록』


진정한 중국의 모습을 서방에 전한 사람은 유명한 마르코 폴로였다. 마르코 폴로는 뤼브리키가 중국에 있던 시기인 1254년에 베니스 상인의 아들로 태어났다. 마르코 폴로의 아버지와 숙부는 몽골이 세운 원나라의 황제 쿠빌라이 왕궁을 방문하고 베니스와의 교역 협정을 맺은 상태였다. 폴로형제는 원나라에서 돌아올 때 황제가 교황에게 보내는 친서를 지참했다.


그리고 얼마 후 로마교황이 폴로 형제에게 원나라로 가서 몽골 황제에게 친서를 전해 달라는 부탁을 받고 다시 원나라로 향하게 되었다. 이때 17세였던 마르코 폴로도 이 여정에 참가했다.


이들은 이탈리아에서 배를 타고 지중해를 건너 메소포타미아 지방을 육로로 지난 다음 페르시아 만에서 배를 타고 호르무즈로 간 후 거기서 걸어서 이란고원을 지나고 파미르고원을 지나 감숙성을 통과해 내몽골에 이르렀다. 그곳에 쿠빌라이 황제가 머무르는 여름 별장이 있었다.


마르코 폴로는 어학에 뛰어난 재능을 갖고 있었다. 몽골어, 중국어, 위구르어, 티베트어 등을 금방 깨우쳤다. 그의 이러한 재능은 쿠빌라이를 만족시켰고 몽골제국의 특사가 되어 여러 지역으로 파견되는 행운으로 이어졌다.


마르코 폴로의 발길은 중국 곳곳으로 향했다. 그사이에 원은 남쪽의 송나라를 무너뜨리고 중국 전체를 장악했다. 마르코 폴로는 중국은 물론, 티베트와 미얀마까지 발길을 옮겼다.


마르코 폴로가 고향인 이탈리아로 돌아가기 위해 발길을 돌린 것은 1292년이었다. 무려 17년이라는 긴 세월을 중국에서 보낸 것이다. 마르코 폴로는 고향을 그리워하며 몇 차례 고향에 돌아가게 해달라고 요청했지만 쿠빌라이는 허락하지 않았다. 그러다가 원나라의 공주가 이란에 있는 일한국一汗國으로 시집을 가게 되자 안내자 역할로 선발되어 고향으로 돌아갈 수 있었다.


물론 마르코 폴로 이전에도 중국에 오랫동안 체류한 서방의 사람이 있었을 것이다. 그러나 마르코 폴로는 황제의 신임을 얻어 특사 자격으로 중국 곳곳을 다닐 수 있었고 또한 그 체험들을 기록으로 남겼다는 점에서 확연하게 다르다. 따라서 그가 보고 체험한 중국을 기록한 『동방견문록』은 과거에 없던 것이었다.


그런데 마르코 폴로가 『동방견문록』을 남긴 것에는 사연이 있다. 처음부터 마음을 먹고 글을 쓴 것이 아니었다. 또한 자기의 체험을 글로 남길 생각도 없었다. 마르코 폴로는 상인의 아들로 태어났고 어릴 때 이탈리아를 떠났기 때문에 이탈리아어로 글을 쓸 수 있을 정도로 교양을 갖고 있지는 않았을 것으로 추측된다.


『동방견문록』은 전쟁이라는 엉뚱한 사건 때문에 후세에 전해지게 되었다. 1295년 고향인 이탈리아의 베니스로 돌아간 마르코 폴로는 몇 년 후 베니스와 제노바의 전쟁에 휘말려 포로가 되어 감옥에 갇히고 말았다. 드넓은 세상을 떠돌아다니던 마르코 폴로는 좁은 감옥에 갇혔다.


감옥에서 마르코 폴로는 시간을 보내기 위해 피사 출신인 작가 루스티첼로Rustichello에게 자기가 여행을 하면서 겪었던 이야기를 풀어냈고 루스티첼로는 그것은 받아 적었다. 『동방견문록』은 이렇게 감옥에서 탄생했다.

 

 

『동방견문록』을 바라보는 다양한 시각


세계 4대 기행서의 하나로 꼽히는 『동방견문록』의 가치는 엄청나다. 이 책은 전성기를 맞이한 몽골제국을 구석구석 체험하면서 중국이 이룩해온 문화를 제대로 소개했다는 점에서 큰 의미가 있다. 당시 중국의 문화는 세계에서 가장 뛰어나고 빛나는 것이었다.


특히 유럽인이라는 시각과 몽골의 관리로서의 시각이 복합적으로 들어가 있기 때문에 일반적으로 여행서가 갖기 쉬운 자기중심의 편견에서 벗어났다는 점, 17년 동안 장기간 한 중국에서 체류하면서 중국에 대한 기본적인 이해가 전제되어 있다는 점에서 뛰어나다.


이 때문에 뿌리 깊은 중국의 중화사상과 유럽 중심주의에서 벗어날 수 있었다. 특히 유일신 신앙인 그리스도교를 토대로 한 유럽은 자기들 외에도 위대한 문화를 갖고 있는 존재가 있음을 알 수 있는 계기가 되었다.


그러나 중국의 중화사상이 그렇듯이 유럽의 자문화 중심주의도 뿌리 깊은 것이었다. 『동방견문록』이 처음 세상에 선을 보였을 때 가까운 친구들조차 책의 내용이 거짓말이라고 단정하고 회개할 것을 권유했다는 말이 전해진다. 마르코 폴로는 이런 지적에 오히려 하지 못한 말이 더 많다고 대답하며 회개의 권유를 일축했다.


세상에 신은 하나이고 그 신을 믿는 자기들만이 뛰어난 문명인임을 자부하고 있었던 유럽 사람들은 자기들 외에 다른 뛰어난 문화가 있다는 것을 쉽게 받아들이지 못했다. 훗날 코페르니코스의 태양이 아닌 지구가 돈다는 지동설, 다윈의 신의 창조론을 부정한 진화론 등 그리스도교 세계관과 상충되는 주장이 세상에 나왔을 때 쉽게 받아들이지 못했던 것도 이런 이유 때문이다.


이렇게 지동설이나 진화론에 대한 반응을 떠올려보면 『동방견문록』이 유럽에 던진 충격을 쉽게 짐작할 수 있다. 게다가 『동방견문록』은 지동설이나 진화론보다 훨씬 앞선 시대의 것이었다.


그 때문에 『동방견문록』은 많은 오해를 낳았고 여러 차례 변형을 거쳤다. 오늘날 루스티첼로가 마르코 폴로의 말을 받아 적은 『동방견문록』의 원본은 남아있지 않고 140여 종의 서로 다른 판본만 전해지고 있다. 원본이라는 말이 무색할 정도로 많은 판본이 존재하는 셈이다.


여기서 여러 주장이 엇갈린다. 루스티첼로가 작가였다는 점에 주목해서 많은 부분이 과장되고 미화되었다는 주장에서 마르코 폴로가 중국에 가본 적이 없다는 주장까지 다양하다.


루스티첼로의 과장과 미화는 충분히 예상할 수 있는 일이다. 그러나 마르코 폴로가 중국에 가본 적이 없다는 주장은 『동방견문록』이 지닌 무게 때문에 매우 충격적이지만 그 나름대로 일리가 있다.


중국의 사료에 그 어디에도 마르코 폴로의 이름이 나오지 않고 특히 마르코 폴로가 귀향할 때 일한국으로 공주를 호송하는 안내인의 역할을 맡았다고 했지만 그 호송하는 사람들의 명단에 마르코 폴로의 이름이 나오지 않는다는 점, 젓가락의 사용이나 만리장성 등 중국의 독특한 문화에 대한 언급이 없다는 점에서 의구심을 불러일으킨다.


마르코 폴로가 중국을 여행한 상인들로부터 들은 이야기를 정리해서 구술한 것이 『동방견문록』이라는 것이 이 주장의 핵심이다. 그러나 한편으로 『동방견문록』에만 전하는 역사적 사실도 있기 때문에 이 주장을 쉽게 받아들이기 힘들다.


또 하나 생각할 수 있는 것이 후세의 왜곡이다. 아직 인쇄문화가 발달하지 않았기 때문에 『동방견문록』은 손으로 옮겨 적는 이른바 필사를 통해 세상에 퍼졌다. 이 과정에서 필사하는 사람이 이해하지 못하는 것을 누락하거나 다르게 표현했을 가능성도 충분하다.


또한 앞에서 소개한 유럽 중심주의도 한몫했을 것으로 추정된다. 자기들의 생각과 세계관에 맞게 개작하기도 했고 심지어 필사를 넘어서 모험 판타지 소설로 창작한 판본도 존재한다는 점에서 이 주장 또한 일리가 있다.


소설화된 『동방견문록』은 그 흥미 때문에 급속도로 퍼져 나갔다. 오히려 원본에 가까운 『동방견문록』보다 소설화된 것이 더 널리 퍼지고 읽혔다. 진실보다 부풀려진 소문이 빠른 발을 가지고 있는 것은 예나 지금이나 다를 것이 없다.


사정이 어떠하든 『동방견문록』은 최고의 역사적 사료임에 틀림없고 유럽인의 마음에 깊은 그림자를 남겼다. 즉 유럽에 중국이라는 거대한 문명국을 소개하고 유럽인들에게 동방에 대한 환상과 모험 정신을 불러일으켰으며 문화적인 충격을 주었다. 훗날 콜럼버스가 『동방견문록』을 품에 안고 항해에 나선 것도 어쩌면 당연한 일이었다.

 

 

[추천 기사]

- 안친과 기요히메의 어긋난 사랑
- 철학의 아버지 탈레스
- 280여 편의 방대한 이야기 『아라비안나이트』
- 히틀러와 제2차 세계대전
- 콜럼버스와 대항해 시대의 개막

 

‘대한민국 No.1 문화웹진’ 예스24 채널예스

이 기사가 마음에 드셨다면 아래 SNS 버튼을 눌러 추천해주세요.

독자 리뷰

(0개)

  • 독자 의견 이벤트

채널예스 독자 리뷰 혜택 안내

닫기

부분 인원 혜택 (YES포인트)
댓글왕 1 30,000원
우수 댓글상 11 10,000원
노력상 12 5,000원
 등록
더보기

글 | 이경덕

한양대 철학과를 졸업했고, 그 후 한양대 대학원에서 문화인류학으로 석박사 학위를 받았다. 현재 대학에서 아시아 문화, 종교 문화, 신화와 축제 등을 강의하고 있다. 주요 저서로는 《신화 읽어주는 남자》, 《역사와 문화로 보는 일본기행》, 《신화, 우리 시대의 거울》, 《우리 곁에서 만나는 동서양 신화》, 《하룻밤에 읽는 그리스신화》 등이 있다. 주요 번역서로는 《고민하는 힘》, 《주술의 사상》, 《일본인은 한국인을 어떻게 바라보고 있는가》, 《오리엔탈리즘을 넘어서》(공역) 등이 있다.

오늘의 책

20세기 가장 위대한 시인의 대표작

짐 자무시의 영화 〈패터슨〉이 오마주한 시집. 황유원 시인의 번역으로 국내 첫 완역 출간되었다. 미국 20세기 현대문학에 큰 획을 그은 비트 세대 문학 선구자, 윌리엄 칼로스 윌리엄스의 스타일을 최대한 살려 번역되었다. 도시 패터슨의 역사를 토대로 한, 폭포를 닮은 대서사시.

본격적인 투자 필독서

네이버 프리미엄콘텐츠' 경제/재테크 최상위 채널의 투자 자료를 책으로 엮었다. 5명의 치과 전문의로 구성된 트레이딩 팀으로 국내는 물론, 해외 최신 기술적 분석 자료까지 폭넓게 다룬다. 차트를 모르는 초보부터 중상급 투자자 모두 만족할 기술적 분석의 바이블을 만나보자.

타인과 만나는 황홀한 순간

『보보스』, 『두 번째 산』 데이비드 브룩스 신간. 날카로운 시선과 따뜻한 심장으로 세계와 인간을 꿰뚫어본 데이비드 브룩스가 이번에 시선을 모은 주제는 '관계'다. 타인이라는 미지의 세계와 만나는 순간을 황홀하게 그려냈다. 고립의 시대가 잃어버린 미덕을 되찾아줄 역작.

시는 왜 자꾸 태어나는가

등단 20주년을 맞이한 박연준 시인의 신작 시집. 돌멩이, 새 등 작은 존재를 오래 바라보고, 그 속에서 진실을 찾아내는 시선으로 가득하다. 시인의 불협화음에 맞춰 시를 소리 내어 따라 읽어보자. 죽음과 생, 사랑과 이별 사이에서 우리를 기다린 또 하나의 시가 탄생하고 있을 테니.


문화지원프로젝트
PYCHYESWEB01