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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열등’은 오직 ‘비교하는 마음’ 속에만 있는 허구

『무분별의 지혜』 저자 김기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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결국은 ‘마음’의 문제라는 것이지요. 이 세상에 열등한 사람은 없습니다. ‘열등’은 오직 ‘비교하는 마음’ 속에만 있는 허구입니다. 진실로 지금 이 순간의 자신을 온전히 받아들이게 되면 그 순간 전혀 새로운 힘을 자신 안에서 만나게 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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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는 하루에도 수십 가지 감정을 경험한다. 이 중에서 우리가 온전히 받아들이고 경험하는 것은 얼마나 될까. 『무분별의 지혜』의 저자 김기태는 『신심명』을 일상의 언어로 풀어내며 매 순간 있는 그대로 감정을 받아들일 것을 권한다. 그 자체는 좋은 것도 나쁜 것도 아닌 불안, 분노, 슬픔, 우울 등의 감정을 마음 깊은 곳에서 거부하기 때문에 문제가 된다는 것이다. 어떤 감정이든 가려서 택하지 말고 귀하게 대접해서 배웅하는 것이 바로 마음 치유의 핵심이다.

 

『무분별의 지혜』 저자 김기태는 논어, 중용, 도덕경, 금강경 등 유불도를 넘나들며 20년째 동양 철학을 강의하고 있다. 영남대학교 철학과를 졸업하고 고등학교 윤리 교사, 신문사 교열부 기자로 일했으나, 내면의 목마름을 견디지 못해 대관령에서 목부로, 수도원의 수사로, 공사판 막노동꾼으로, 배 타는 선원으로 일하기도 했다. 저서로는 『종교 밖으로 나온 성경』, 『지금 이 순간이 기회입니다』, 『지금 이대로 완전하다』가 있다.

 


지금 이 순간의 자신을 온전히 받아들여라


『무분별의 지혜』라는 제목이 아이러니한데요, 무분별이 어떻게 지혜와 연관되는지 궁금합니다.


이솝 우화 중에 토끼와 거북이가 경주하는 이야기가 나오지요. 만약 거북이의 마음에 ‘비교하는 마음’이 있었다면 그는 한 발짝 떼자마자 대번에 비탄에 잠기며 좌절하고 절망했을 것입니다. 누가 봐도 그는 토끼보다 한없이 느리고 열등하며 초라하기 짝이 없는 존재였기 때문입니다. 그러나 거북이에게는 ‘분별하는 마음’이 없었습니다. 그랬기에 그는 조금도 흔들리지 않고 한 걸음 한 걸음 자신의 보폭대로 힘 있고 고요하게 걸어갈 수 있었고, 마침내 경주에 이기고서도 자신을 대단한 존재로 여기며 우쭐거리지 않을 수 있었습니다.

 

세상에서 가장 존귀한 존재는 세상에 단 하나밖에 없는 우리 각자 자신입니다. 단 하나밖에 없기에 그 무엇과도 비교할 수 없는 아름다운 존재이지요. 그런데 그 ‘나’를 남과 비교하게 되면 우리는 대번에 잘났다-못났다, 대단하다-초라하다, 앞섰다-뒤처졌다, 크다-작다 등의 상대적인 존재로 전락해 버립니다. 이렇게 ‘비교하는 마음’을 분별심이라고 하는데, 만약 그 마음이 없다면 우리는 삶의 어느 순간 어떤 자리에서도 자신의 정체성을 잃어버리지 않고 진정 고요하고 평화롭게 살아갈 수 있습니다. 이렇듯 ‘무분별’은 삶의 모든 아름다운 에너지를 매 순간 백 퍼센트 누리게 해 주는 최고의 지혜라고 할 수 있습니다.
 
선종 ‘최고의 경전’이라는 『신심명』을 이 책에서 풀이해 주셨습니다. 이 경전에 대해 처음 듣는 분들이 많을 텐데요, 자세한 설명 부탁 드립니다.


『신심명』은 중국 선종의 삼대 조사인 승찬 스님이 쓰신 73수의 시입니다. 승찬 스님은 문둥병(요즘 말로 하면 한센병이지요.)에 걸려 매일 고통과 괴로움 속에서 살아가다가 이조(二祖) 혜가 스님을 찾아가 문답하던 중에 문득 깨달음을 얻습니다. 그리곤 오랜 육체의 병도 깨끗이 낫고 마음도 지극한 평화를 얻어, 자신이 깨달아 알게 된 삶의 실상과 마음의 이치를 146구 584자의 시에 담아 나타낸 것입니다. 이 선시의 핵심은 첫 구절에 있습니다. “지극한 도는 어렵지 않으니, 오직 가려서 택하지만 말라.(至道無難 唯嫌揀擇)” 여기서 말하는 ‘가려서 택함’이란 좋음과 싫음, 옳고 그름, 아름다움과 추함으로 나누고 그 중 한쪽을 선택하는 것을 뜻합니다. 오직 가려서 택하지만 않으면, 즉 분별하는 마음만 내려놓으면 ‘도’로 명명된 불법, 진리, 깨달음에 이를 수 있다고 승찬 스님은 말하고 있습니다. 『신심명』은 비록 600자도 되지 않는 작은 소품이지만, 선(禪)의 요체가 잘 나타나 있을 뿐만 아니라 팔만대장경의 뜻을 모두 함축하고 있다는 찬사를 받고 있으며, 선종의 역사에서 가장 유명한 선시(禪詩) 가운데 하나로서 초기부터 널리 읽히며 오늘날까지도 진리를 찾는 많은 사람들에게 밝은 빛이 되어 주고 있습니다.
 
논어부터 도덕경, 금강경에 이르기까지 유불도를 넘나들며 20년간 동양철학을 강의해 오셨는데요, 앞의 고전들과 비교해서 『신심명』만의 매력을 꼽으신다면? 『신심명』이 현대인의 삶에 어떤 의의가 있을까요?


사실 진리는 ‘언어’라는 그릇에 온전히 담길 수 없는 것입니다. 그래서 노자도 『도덕경』에서 “도를 도라고 말하면 참된 도가 아니다.”라고 말하고 있지요. 그런데 언어에 담을 수 없는 진리를 언어로 표현해 놓은 경전 중에 이 『신심명』만큼 쉽고도 단순하게 그 자리를 ‘바로 가리키는[直指人心]’ 것은 없다고 생각합니다.  “살아 있다는 것은 곧 아프다는 것이다.”라고 말할 수 있을 만큼 사람들은 지금 이런저런 마음의 상처와 삶의 질곡 속에서 힘들어하고 아파하고 있습니다. 그 고통과 영혼의 목마름 속에서 사람들은 자신을 해방시켜 줄 ‘답’을 얻고 싶어 하고, 인생을 진정 자유롭고 행복하게 살아갈 수 있는 ‘길’을 찾고 있습니다. 그런데 이 『신심명』을 쓴 승찬 스님도 더할 나위 없이 아팠고 괴로웠으며 목말랐습니다. 그러다가 그는 어느 순간 문득 깨달음을 얻어 삶의 모든 고통과 괴로움으로부터 벗어난 완전한 자유인이 되었습니다. 이 『신심명』 안에서 우리는 분명하게 그 ‘답’과 ‘길’을 만날 수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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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책에서는 “지금 이 순간의 자신을 온전히 받아들여라.”는 문장이 자주 나오는데요, 정말 가진 것 하나 없고 내면도 초라해서 세상에서 외면당하는 사람도 있잖아요. 그런 사람도 자신을 있는 그대로 받아들여야 하나요? 거울 속에서 자신의 추악한 얼굴을 발견하는 것이 두려우면 어떡하죠?


제게 큰 감동을 주었던 어떤 사람의 이야기가 생각납니다. 어릴 때 그는 다른 형제들보다 열등한 면이 많아 엄마한테 늘 야단을 맞으면서 컸답니다. 그런데 장성한 뒤에 자신의 삶을 돌이켜보면서 스스로 생각하기에도 신기하게 여겨지는 것이 하나 있었는데, 그것은 자신이 비록 ‘열등’했지만 ‘열등감’은 없었다는 것입니다. ‘열등감’이 없었기에 ‘열등’하다는 사실이 자신의 발목을 잡기는커녕 오히려 더욱 열심히 살아갈 수 있는 힘과 토대가 되었다는 것입니다. 결국은 ‘마음’의 문제라는 것이지요. 이 세상에 열등한 사람은 없습니다. ‘열등’은 오직 ‘비교하는 마음’ 속에만 있는 허구입니다. 진실로 지금 이 순간의 자신을 온전히 받아들이게 되면 그 순간 전혀 새로운 힘을 자신 안에서 만나게 됩니다. 비교하고 분별하는 마음이 사라진 데에서 비롯된 그 힘은 있는 그대로의 자신을 존중할 줄 알게 함과 동시에 모든 두려움을 사라지게 합니다. 그래서 진정 평화롭게 스스로 만족하며 행복하게 살아갈 수 있습니다.
 
불안과 분노, 슬픔, 우울, 공허까지 받아들이라고 하셨는데, 그런 감정에 너무 푹 빠지게 되면 아무것도 하지 못하고 무기력해지는 것은 아닐까요? 


모든 것은 백 퍼센트가 되었을 때 어떤 ‘질적인 변화’가 일어납니다. 그런 의미에서, 있는 그대로 받아들이는 것은 ‘함몰’되는 것과는 다릅니다. ‘함몰’ 안에는 여전히 받아들이지 못하고 거부하고 저항하는 마음이 함께 있습니다. ‘받아들임’은 온전히 그것과 하나가 되는 것입니다. 불안을 받아들여 온전히 하나가 될 때 그 안에서 완전한 평화를 만날 수 있으며, 공허를 있는 그대로 받아들일 때 영원히 공허할 수 없는 자신의 실상을 문득 깨닫게 됩니다. 무기력해지기는커녕 오히려 삶의 완전한 힘을 얻게 되는 것이지요.  


“불안한가. 잠시라도 그 불안과 함께 있어 보라. 그리고 안절부절못하는 자신을 따뜻이 안아 주라. 누군가가 몹시도 미운가. 그 때문에 마음이 무척 괴로운가. 어떻게든 그 마음을 해결하고 싶은가. 그렇다면 그를 온전히 미워하라. 우리 안에서 올라오는 어떤 감정, 느낌, 생각도 거부하지 말고 그 모두를 한결같이 평등하게 지녀 보라. 그리하면 오래지 않아 그것은 저절로 사라질 것이며, 이와 동시에 깊은 이완이 우리를 따뜻이 감쌀 것이다.”(88~93p)


철학과를 졸업하고 교사, 교정 기자를 거쳐 대관령의 목부, 수도원의 수사, 막노동꾼으로 일하다가 서른넷에 동양철학 강의를 시작하신 독특한 이력을 갖고 계신데요, 안정적인 길을 떨치고 지금의 삶을 선택한 특별한 계기가 있으신지요?


제가 이 길을 선택한 것이 아닙니다. 그냥 삶이 이렇게 흘러왔을 뿐입니다. 저는 사실 제가 이렇게 강의하는 삶을 살게 되리라고는 꿈에도 생각하지 못했습니다. 그저 내 마음이 너무나 괴롭고 고통스러워 단 한 순간만이라도 진정 자유롭게 살고 싶어 몸부림친 것뿐입니다. 그런데 어느 순간 문득 제 마음에 쉼이 오고 평화가 찾아와 기쁘고 감사한 마음으로 하루하루를 열심히 살고 있었는데, 희한하게도 사람들이 자꾸만 저를 찾아왔습니다. 그래서 그분들과 함께 마음에 대해서, 상처에 대해서, 진정한 행복에 대해서 이야기를 나누게 되었고, 그것이 20년이 넘는 세월 동안 강의하는 삶이 된 것이지요. 
 
『무분별의 지혜』를 읽는 독자들에게 한마디 해 주신다면.


우리가 얻기를 바라는 모든 아름다운 것들, 이를테면 마음의 평화, 진정한 만족, 자기다운 삶, 영혼의 자유, 참된 행복 등은 지금 이 순간의 우리 자신을 떠나 있지 않습니다. 우리 자신이 이미 그것입니다. 눈에 보이지 않는 것은 우리의 ‘노력’과 ‘행위’를 통해 얻을 수 없습니다. 다만 매 순간 있는 그대로 존재할 때 그것은 본래 우리 안에 있었다는 것을 깨닫게 됩니다. 『무분별의 지혜』가 그 쉽고도 단순한 길을 가르쳐 줄 것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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무분별의 지혜김기태 저 | 판미동
우리는 늘 더 나은 자신이 되기 위해 애쓴다. 자기 자신에게 기준을 부과하고 거기에 부합하지 않는 지금의 나를 다그쳐 더 완전한 내가 되고자 한다. 하지만 애쓰며 달려간 미래에는 또 다른 지금이 기다리고 있을 뿐이다. 그렇다면 나는 언제쯤 나 자신에게 만족할 수 있을 것인가. 지금 이 순간에 집중하지 못하고 과거의 근심과 미래의 불안으로 달아나기 일쑤인 마음을 어찌해야 할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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글 | 채널예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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