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배우 이보영 “어떤 엄마가 될까, 고민하게 만든 책”

독서 에세이 『사랑의 시간들』 펴내 태교로 읽은 책은 의외로 미스터리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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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보영이 독서 에세이 『사랑의 시간들』을 펴냈다. 얼마 전 출산한 이보영은 현재 산후 조리 중이다. 예쁜 딸의 엄마가 된 이보영은 “임신 중에는 의외로 미스터리, 추리물, 탐정물 같은 스피디한 작품을 읽었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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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 많이 읽기로 소문난 배우, 이보영이 첫 에세이 『사랑의 시간들』을 펴냈다. 이보영은 2013년 방송된 KBS 토크쇼 <달빛 프린스>에 출연해 프랑수아 를로르의 『꾸뻬 씨의 행복여행』을 소개했고, ‘꾸뻬’ 시리즈를 베스트셀러로 올려놨다. 예상외의 반응에 크게 놀랐던 이보영은 덕분에 좋은 책을 알게 됐다는 팬들의 이야기에 내심 뿌듯해했다.

 

『사랑의 시간들』은 이보영이 오랫동안 준비한 책이다. 삶에 위로가 되고 깨달음을 줬던 소중한 책 23권을 신중히 골랐다. 『사랑을 선택하는 특별한 기준』, 『내 슬픈 창녀들의 추억』, 『왜 세계의 절반은 굶주리는가』 등 대부분 두 번 이상 읽었던 책들을 소개했다. 책에 실린 사진은 실제 이보영의 서재에서 찍었다. 책을 사랑하는 이보영답게 서재, 거실, 침대 맡 등 집안 곳곳에는 항상 책으로 가득하다. 한가할 때면 서점을 자주 찾는 이보영. 좋아하는 작가의 책들을 두 손 가득 들고 올 때, 그녀는 행복하다. 이보영은 지난 6월 13일, 예쁜 딸을 출산했다. 예정일보다 조금 일찍 태어난 딸 덕분에 산후조리원에서 인터뷰 답변지를 보내 왔다. 『사랑의 시간들』을 읽으면 이보영이 왜 훌륭한 연기를 할 수 있는지, 조금은 눈치챌 수 있다.

 

내가 어떤 상황에서 어느 나이에 읽느냐에 따라 이해하는 폭이 달라진다는 것은 책이 지닌 신비로움 중 하나이다. 몇 년 전부터 나는 어릴 때 읽었던 고전을 다시 읽는다. 의무감으로 읽었던 그때와는 울림의 크기 자체가 다르다. 마치 다른 책을 새롭게 읽고 있는 것만 같다. 어제의 나와 오늘의 내가 다르기에 같은 내용도 전혀 다른 의미로 다가온다. 인생을 조금이라도 맛본 후에야 이해할 수 있는 책들을 그때 뭘 안다고 끌어안고 있었을까. 한 번 읽은 책을 다시 읽는 일은 뜻밖에 찾아온 흥미로운 여행과도 같다. (62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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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뢰하는 출판사의 책들을 선택하는 편이에요


책을 쓰기까지 굉장히 망설였다고 들었습니다. 완성된 책을 봤을 때는 어떠셨나요?


먼저 들었던 생각은, 책을 쓰는 일은 굉장히 버거웠다는 거예요. 막상 제가 쓴 글들이 이렇게 책으로 만들어져 손에 쥐고 보니 말할 수 없이 뿌듯한 마음도 크지만, 한편으로는 이 책을 사람들이 읽을 생각을 하니 몸 둘 바를 모르겠어요.

 

『사랑의 시간들』이라는 제목은 어떻게 짓게 됐나요? 책을 읽은 시간들을 표현한 건가요.


책을 읽는 시간이 기쁨과 행복을 주는 사랑의 시간들이었다는 의미도 있고요. 또 소개한 책들이 제가 살면서 읽었던 수많은 책들 중에서도 특별히 저에게 많은 생각을 하게 해주었거나 가슴을 울렸던 책들이었기에, 이렇게 제 감정을 담은 제목을 붙이게 되었어요.

 

23권의 책을 선택한 기준이 궁금합니다.


모두 저에게 깊은 여운을 준 책이에요. 저로 하여금 많은 생각을 하게끔 했고, 더 나아가서 제 삶의 태도까지 변화시켜주었던 고마운 책들이죠. 읽는 기쁨과 함께 성장의 계기를 준 책들인데, 사실 처음에 『천 개의 찬란한 태양』은 소개하지 않으려고 했어요. 원래 취지에는 맞았지만 억압당하는 여성에 관한 이야기라는 점에서 『더버빌가의 테스』와 결이 비슷하기도 했고, 이미 스테디셀러들이 목록에 많이 있더라고요. 하지만 어느 날 뉴스에서 보도되는 이스라엘과 팔레스타인의 전쟁을 보며 다시 그 책을 생각하게 돼서 꼭 소개를 하고 싶었어요.

 

책을 쓰면서 자연스럽게 태교가 됐을 것 같은데요. 아이를 생각하면서 특히 더 좋았던 책은 무엇인가요?


아쉽게도 이 책의 원고는 임신 이전에 거의 완성한 상태라 태교 시기와 겹치진 않았어요. 그래도 책을 쓰면서 ‘미래에 나는 이런 부모가 되어야겠다’, ‘내 아이에겐 이렇게 해줘야지’라는 생각들은 했어요. 책 속에 소개되었던 『창가의 토토』, 『나의 라임오렌지나무』 같은 책을 읽으면서는 특히 그런 생각을 많이 했었던 것 같아요. 『창가의 토토』를 처음 보았던 어린 시절에는 ‘책 속에서 토토를 보듬는 어른들처럼 나도 아이의 시선에서 아이를 바라보는 엄마가 되어야겠다’라고 다짐했어요. 충분히 그런 어른이 될 수 있을 거라는 자신감이 있기도 했고요. 하지만 시간이 흐른 후 어른이 된 저는 어렸을 때 그 마음은 사라지고 어느새 제 기준으로 아이를 판단하는 어른이 되어 있더라고요. 결혼으로 이사를 했을 때, 책장에서 『창가의 토토』를 다시 보았는데 어렸을 때 다짐했던 그 마음이 다시 새록새록 생각났어요. ‘좋은 엄마’가 되는 건 정말 힘들고 인내심이 필요한 일이라고 지레 겁먹고 있었던 마음이 사라지고 어린 시절의 결심을 되새기게 되었어요.   

 

책 속에 보인 책장이 꽤 크던데요.


결혼하고 이사를 하면서 정리를 했어요. 책을 꽂을 때는 크게 작가별로 분류해요. 혹은 수상작별, 출판사별로 나누어 정리해 놓기도 하고요. 특히 좋아하는 작가의 책과 국내작품과 해외작품 등으로 나누기도 해요.

 

전에 읽었던 작품이 좋으면 그 작가의 작품은 챙겨본다고 했는데, 책을 고르는 기준이 있나요?


가장 크게 영향을 주는 건 출판사인 것 같아요. 좋아하는 작가의 책이나, 좋은 책들이 많이 나오는 출판사를 신뢰하게 되더라고요. 또 신인작가의 책을 읽는 걸 좋아해서 새로 등단하는 작가들의 책을 찾아보기도 해요. 그래서 신춘문예 수상작들도 자주 보는 편이고요. 책 속에 소개된 책 중에는 2014년에 세계문학상을 받은 이동원 작가의 『살고 싶다』가 있네요. 한창 바쁠 때 이 책을 접했는데 빽빽한 스케줄 속에서도 이틀 만에 다 읽었어요. 작가의 따뜻한 마음이 담담한 문장에 배어 있어서 인상 깊었어요. 이동원 작가님의 다음 소설도 매우 기대하고 있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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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만의 기준을 세운 삶을 살아갔으면 해요


『창가의 토토』를 비롯해 좋은 책은 몇 번이고 다시 읽는 버릇이 있는 것 같던데요. 읽으면 읽을수록 더 새롭게 다가오는 책은 무엇인가요.


좋았던 작품을 여러 번 읽는 건, 좋은 책은 언제 읽어도 저에게 여러 감정을 느끼게 해줘서 그러는 것 같아요. 읽을 때마다 느끼는 점이 달라지기도 하고요. 특별히 『어린 왕자』는 읽을 때 마다 새롭게 다가오는 책이에요. 『어린 왕자』는 제가 어떤 상황에 놓여 있느냐에 따라서 매번 다르게 읽히고 다른 깨달음을 줘요. 왜 힘든 건지 구체적으로 표현하기 힘들 때, 이 책을 읽으면 제 마음을 다독이는 기분이 들어요.

 

보통 사람들이 오히려 바쁠 때, 책을 더 읽고 싶다고들 하는데요.


저는 반대인 것 같아요. 촬영 때는, 촬영 생각만으로도 벅차서 오히려 바쁠 땐 책을 멀리하게 되는 것 같아요.

 

후배, 동료 배우들에게 ‘연기생활에 도움이 되는 책’을 추천해주신다면.


특별히 연기에 도움이 되는 책이라는 건 없는 것 같아요. 연기라는 게 워낙 다양한 상황과 다양한 인물을 그리는 일이다 보니, 다양한 경험을 하고, 다양한 책을 읽고, 다양한 사람들을 만나 그들의 마음을 이해해 보려고 하는 게 더 도움이 될 것 같아요. 2007년에 영화 <나는 행복합니다>를 찍었는데, 당시 제가 맡은 캐릭터를 표면적으로만 이해했거든요. 캐릭터가 이해되어야 연기를 할 수 있는데, ‘수경’이라는 캐릭터를 온전히 이해하기에는 제 삶의 깊이도 얕고 경험도 짧았었죠. 영화 촬영이 끝난 후 정유정 작가의 『내 심장을 쏴라』를 읽었는데, 이 책을 영화를 찍기 전에 읽었더라면 어땠을까 많이 아쉬웠어요. 제가 이해하지 못했던 감정들의 구멍을 좀더 채울 수 있지 않았을까 싶었거든요.

 

이 책이 영화화가 된다면, 주인공을 하고 싶은 책이 있나요?


예전에 『화차』를 읽었을 때 그런 생각이 들었는데, 이미 영화화가 되어 아쉽네요. (웃음)

 

태교로 읽은 책이 있나요?


사실 제가 임신 중에 읽었던 책들이 재미 위주의 책들이어서, 태교를 위해 읽었다고 말씀 드리기 애매해요. 거의 미스터리, 추리물, 탐정물 같은 스피디한 작품들을 읽었어요. 책 읽는 동안의 재미를 느끼며 마음을 가볍게 했다고 할까요? 그것도 제 방식의 태교라면 태교였죠. (웃음)

 

『사랑의 시간들』을 특히 어떤 독자들이 읽으면 좋을까요?


사실, 책을 준비하면서 많은 고민을 했었어요. ‘과연 누가 내가 쓴 책을 읽게 될까’라는 생각들이요. 아마도 제 이야기가 담겨 있는 책들이니 팬 분들이 가장 많이 읽어주실 것 같고, 많이 좋아해주시지 않을까요? 바람이 있다면, 이 책에 소개된 책들은 제가 읽고 삶의 태도나 생각들에 좋은 영향을 주었던 책들이고, 힘들 때 위로가 되기도 하면서 성장할 수 있게 도와준 책들이니, 독자 분들도 저처럼 좋은 영향, 느낌을 받을 수 있다면 더 바랄 게 없을 것 같아요.

 

책을 많이 읽지 않는 시대입니다. 독서가로서 하고 싶은 말이 있다면.


요즘 서점가에 삶의 방향을 소개해주는 책이나, 실용서 위주의 책들이 많은데요. 그런 책들을 통해 자신의 삶을 변화시키려고 하기보다는, 마음의 여유를 갖고 다양한 분야의 여러 책들을 읽으면서 나만의 기준을 세운 삶을 살아갔으면 좋겠어요.


* 이 인터뷰는 서면으로 진행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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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랑의 시간들이보영 저 | 예담
이 책에서 그녀는 자신의 서가에서 삶에 위로가 되고, 힘을 주고, 깨달음을 주었던 책들을 빼내어 그 책에 얽힌 이야기를 소개하고 있다. 귀한 책으로 세상을 밝혀주는 작가들의 밤을, 서재를, 책상을 상상하며 그녀가 쓴 책과 인생 이야기. 이 책을 통해 독자들은 아름다운 배우 이보영의 또 다른 매력, 그녀를 더욱 돋보이고 아름답게 만들어주는 지혜를 들여다보게 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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글 | 엄지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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