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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3년 커리어를 통틀어, 그들의 최고 걸작

미스터 칠드런(Mr. Children) < REFLECTION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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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들이기에 할 수 있는 색다른 시도로 가득하다. 항상 팝의 의미를 규정지었던 밴드가 반대로 '현 시대가 원하는 팝이란 무엇인가'라는 질문을 던지며 시작된 작업. 그 고민의 정답을 찾기 위해 내놓은 전략들은 그간의 익숙한 만남과는 사뭇 다른 인상을 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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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본 리뷰는 {Naked} 버전을 기반으로 작성되었습니다.

 

 

미스터 칠드런의 모든 것

 

그들이기에 할 수 있는 색다른 시도로 가득하다. 항상 팝의 의미를 규정지었던 밴드가 반대로 '현 시대가 원하는 팝이란 무엇인가'라는 질문을 던지며 시작된 작업. 그 고민의 정답을 찾기 위해 내놓은 전략들은 그간의 익숙한 만남과는 사뭇 다른 인상을 준다. 무(無) 프로모션으로 대중들간의 신뢰를 확인했던 < SENSE >(2010)와는 또 다르게, 형식상으로나 내용상으로나 통념을 부수려 한 흔적이 보이는 덕분이다. 갓난아기가 성인이 될 만큼의 시간을 슈퍼스타로서 살아왔지만, 이에 안주함 없이 급변하는 팝시장에 대한 나름의 위기의식을 가지고 있었다는 증거라고도 할 수 있을 것이다.

 

프로모션부터가 사람들을 놀라게 했다. 3월부터 신곡 중심의 투어 < REFELECTION >을 전개, 콘서트 종료 이튿날인 6월 4일에 앨범을 발매하는 '선 투어 후 발매'의 움직임을 택했다. 또한 마지막 공연 생중계를 통해 미처 현장을 찾지 못한 이들에게도 신곡 청취의 기회가 공평하게 제공되었다. 즉, 단순히 '미스터 칠드런의 음악'을 뛰어 넘어, 사전에 확인했던 '미스치루의 공연에서의 감동' 자체를 소유하고 재확인하고픈 이들에 대한 공략이 이번 홍보방식의 주요 골지다. 베일에 쌓인 기대감으로 접근했던 전작들과 확연히 대비되는 부분이다. 물론 그 중심에는, 현재의 행보만으로도 과거의 영광을 '얼추' 재현해 내는 이들의 창작력과 자신감이 자리잡고 있다.

 

“언제 또 노래할 수 있을지 모르기 때문에 만들어 놓은 전부를 들려주고 싶었다”라는 의도 하에 23곡이라는 방대한 볼륨으로 완성된 신작은, 이처럼 '공연에서의 미스치루'에 가장 맞닿아 있는 작품이다. 보통 앨범이나 싱글이 여러 패 중 한 장을 내미는 승부라고 한다면, 이와는 달리 단독공연은 그간 닦아온 모든 것을 보여주어야 하는 무대다. '지금 시대가 어떤 노래를 원하는지 알 수 없는 지금'이기에 우리가 가진 모든 구질을 사용한다는 느낌으로 제작에 임했다는 프론트맨 사쿠라이 카즈토시(?井 和?)의 말처럼, 그간 구사했던 여러 스타일의 곡들이 완벽한 기승전결의 흐름으로 엮여 110분간의 거대한 원맨투어를 만들어낸다. 이제껏 적당한 완급조절로 차기작에 대한 여지를 남겨 놓았던 것과는 다른, '일어날 힘이 있을까' 싶을 정도의 전력투구. 그들의 여정을 열심히 쫓아온 팬들에게도 분명 낯선 풍경이다.

 

사실 이는 부정적인 평가를 불러일으키기 쉬운 행보이기도 하다. 마이너의 처연한 멜로디가 돋보이는 「Fantasy」에서는 「HANABI」(2008)가, 어쿠스틱 색채가 일상에서의 행복을 이야기하는 「Melody」에서는 「彩り(색채)」(2007)가, 발라드 「蜘蛛の(거미줄)」에서는 「365日」(2010)가, 「I Can Make It」에서는 「LOVE」(1993)가, 「Starting Over」에서는 「Gift」(2008)가 자연스럽게 떠오른다. 그럼에도 진부하다는 생각은 좀처럼 들지 않는다. 비록 낯설지라도, 20년을 축약시킨 세트리스트에 필적하는 벅참을 신곡만으로 전달해내는 저력에 감탄할 뿐이다. 심지어는 '이 작품이 그들의 마지막 작품이었으면 좋겠다' 싶을 정도로, 뒤를 생각하지 않은 맹공이 어느 때 보다도 큰 감동을 전달하고 있다.

 

원맨밴드라는 비아냥을 깔끔히 잠재울 만큼 로킹한 곡들이 다수 트랙을 점하고 있다는 점만 제외하면, 이 작품에 담긴 곡들은 모두 예상 가능한 범위에 안착해 있다. 그럼에도 왜 이들은 자가복제와 같은 비판에서 어떻게 이토록 자유로울 수 있을까. 사실 자가복제와 정체성 간의 구분은 말은 힘들지라도, 그 판단은 의외로 간단하다. '생명력', 그것이 얼마안가 사라지느냐 아니면 오랫동안 남아 불리고 들려오느냐의 차이인 것이다. 그 삶에 맞닿은 힘의 요인은 아티스트마다 각각 다르겠지만, 미스치루에게 있어서만큼은 이유를 명확히 말할 수 있울 것 같다. 스타일은 유사할지라도 노랫말은 언제나 '지금'에 그 화살을 겨누고 있으며, 동시대성의 희망, 절망, 사랑, 이별, 기쁨, 슬쁨, 꿈과 같은 '노래 이상의 것'이 언제나처럼 대중들에게 전달되는 덕분일 것이다.

 

음악이 시간때우기용 소모품으로 전락하기 이전에, 그것은 분명 누군가의 인생에 큰 영향을 미치던 모뉴먼트였던 시절이 있었다. 지금은 대다수가 믿지 못할 시절의 흔적에 대한 '반향'. 앨범 타이틀인 리플렉션(REFELCTION)은 바로 이를 말하기 위함이 아니었을까. 방대한 정보량에 비해 남는 것은 얼마 없는 지금의 음악 신에 대한 반동이 무의식중에 작용하고 있는지도 모르겠지만, 어쨌든 간만에 스마트폰과의 멀티태스킹 없이 온전히 음악과 메시지 자체에 집중할 수 있는 소중한 체험을 가져다 줄 명반이다. 일본의 한 평론가는 이렇게 언급한 바 있다. “미스치루 정도 되는 뮤지션의 작품에 대해 가볍게 최고 걸작이라 단언하는 것이 얼마나 무거운 일인가”라고 말이다. 본인 또한 절대 공감한다. 그리고 말한다. 23년 커리어를 통틀어, 그들의 최고걸작이다.

 

2015/06 황선업(sunup.and.down16@gmai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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글 | 이즘

이즘(www.izm.co.kr)은 음악 평론가 임진모를 주축으로 운영되는 대중음악 웹진이다. 2001년 8월에 오픈한 이래로 매주 가요, 팝, 영화음악에 대한 리뷰를 게재해 오고 있다. 초기에는 한국의 ‘올뮤직가이드’를 목표로 데이터베이스 구축에 힘썼으나 지금은 인터뷰와 리뷰 중심의 웹진에 비중을 두고 있다. 풍부한 자료가 구비된 음악 라이브러리와 필자 개개인의 관점이 살아 있는 비평 사이트를 동시에 추구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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