검색

조선 마지막 황녀의 외로웠던 삶 - 뮤지컬 <덕혜옹주>

내 이름은 이덕혜, 조선의 옹주

  • 페이스북
  • 트위터
  • 복사

그녀의 이야기 속에 담긴 우리나라의 상처 가득한 역사를 발견하게 되는 순간, 가슴이 먹먹하게 아려온다.

 

20150608-angel_20971.jpg

 

※약간의 스포일러가 있을 수 있습니다.

 

 

대한제국의 마지막 황녀

 

뮤지컬 <덕혜옹주>는 대한제국의 마지막 황녀로 태어났으나 역사의 소용돌이에 휘말려 굴곡진 삶을 살아간 덕혜옹주에 대해 이야기한다. 몇 년 전 소설을 통해 대중에게 알려진 덕혜옹주의 삶을 ‘가족’이라는 초점에 맞추어 보다 깊이 있게 보여준다. 옹주로 태어나 부족 한 것 하나 없이 살아가던 그녀가, 일본에 볼모로 끌려가면서 겪게 되는 일련의 사건들은 우리나라 역사의 비극적인 한 단면을 가감 없이 보여준다. <덕혜옹주>는 이러한 덕혜옹주의 이야기에 덕혜옹주의 딸인 정혜의 이야기를 교차시킨다. 뮤지컬은 덕혜옹주의 남편이자 정혜의 아버지, 일본의 왕족인 다케유키가 사라진 딸을 찾는 장면에서 시작된다. 이어 과거로 거슬러 가면서 정혜의 실종 원인을 추리하고, 그녀의 삶과 덕혜옹주 삶을 되짚는다. 비극적인 역사의 중심에 자리했던 한 가족의 이야기는 그렇게 시작된다. 
 
덕혜옹주는 고종의 고명딸로 태어나 모든 이들의 사랑을 받으며 부족함 없는 어린 시절을 보냈다. 그러나 12살이 되던 해 일본에 볼모로 끌려가게 되고 망국의 옹주로서 갖은 수모와 멸시를 당한다. 나라의 멸망, 부모의 죽음 등 예상치 못했던 사건들을 겪으며 옹주는 스스로를 끝없이 단련한다. 또 다시 상처받고 버림받을까 두려워 다른 누구에게도 마음을 주지 않고, 조선의 옹주라는 자부심을 갖고 위엄 있는 모습으로 일본인들에게 대항한다. 하지만 옹주의 노력에도 불구하고 그녀의 상황은 악화되어 가고 그녀는 마음의 상처로 인해 정신병 마저 얻게 된다.

 

덕혜의 남편 다케유키는 그런 덕혜에게 동질감을 느끼고 그녀를 이해하기 위해 노력한다. 덕혜 역시 남편에게 마음을 열어보려 하지만, 또 다시 버림받고 상처 받을까 두려워 도망치고 움츠린다. 그녀에게 다케유키는 남편이기 이전에 조국을 망하게 한 원흉, 일본의 왕족이기 때문이다. 다가가고 싶지만 다가가지 못하는 덕혜의 이중적인 감정은, 그녀가 가진 상처를 알기에 더 절절한 울림을 이끌어낸다. 이런 상황 속에서 태어난 두 사람의 딸 정혜는 일본인도, 조선인도 아닌 자신의 정체성에 혼란을 느끼며 어디에도 속하지 못한다. 조선인 정혜와 일본인 마사에 사이에서 끊임없이 괴로워하던 그녀는, 덕혜와 같이 마음에 큰 상처를 가진 채 어머니를 따라 비극적인 삶을 살아가게 된다.  

  

 

우리의 이야기

 

뮤지컬 <덕혜옹주>는 분명 한 가족의 비극적인 상황을 초점으로 이야기하고 있지만, 그 속에는 상처 가득한 우리나라의 역사가 그려진다. 그녀의 이야기 속에 담긴 우리나라의 상처 가득한 역사를 발견하게 되는 순간, 가슴이 먹먹하게 아려온다. 관객들은 무기력하게 당하기만 했던 나약한 우리의 역사에 함께 억울함을 느끼고, 잔인하고 치밀한 일본의 모습에 분노하고, 그 속에서 희생된 덕혜와 정혜의 삶을 보며 가슴 깊이 슬퍼한다. 웅장한 스케일로 역사적인 사건을 다루지 않아도, 한 사람의 인생을 통해 담담하게 보여주는 역사의 비극은 충분히 가슴 깊은 울림을 자아낸다. 

 

서로를 마음 깊숙이 사랑했지만 좀처럼 표현하지 못한 채 이어질 수 없었던 덕혜와 다케유키, 그리고 정혜. 그들은 모두 가족이라는 따뜻한 울타리를 간절히 원했지만, 그 작은 소망은 시대의 비극 앞에서 결국 이루어지지 못했다.

 

뮤지컬 <덕혜옹주>는 그런 세 사람의 모습을 통해 ‘가족’이 갖는 의미에 대해서도 생각해 보게 한다. 정신병을 앓는 도중에도 딸 정혜를 생각하며 노래를 부르는 덕혜와, 엄마를 늘 그리워하며 사는 정혜, 소중한 딸을 지키기 위해 모든 것을 바치는 다케유키. 세 사람의 서로를 향한 절절한 사랑은 가족이 어떠한 존재인지 다시금 떠올리게 한다.
 
뮤지컬 <덕혜옹주>는 무엇보다 배우들의 열연이 돋보인다. 덕혜와 정혜 1인2역을 맡은 문혜영은 섬세한 감정을 바탕으로 완벽한 1인 2역을 선보인다. 마치 다른 사람이 연기하는 느낌을 줄 정도로 덕혜와 정혜를 그 성격에 맞게 다른 인물로 연기한다. 절제된 연기와 호소력 있는 그녀의 목소리는 자연스럽게 표현되어 전체적인 뮤지컬을 이끌어 나간다.
 
너무나 기구하고 한 많은 삶을 살다간 덕혜, 그리고 정혜. 우리의 역사를 대변하는 그녀들의 삶은 과거가 아니라 현재의 이야기이기에, 더 마음을 아리게 한다. 뮤지컬 <덕혜옹주>는 6월 28일까지 공연된다.

 

 

[추천 기사]

- 뮤지컬 <드림걸즈> 눈부시게 빛나는 그녀들
- 뮤지컬 <그남자 그여자>, 서로 다른 언어로 사랑을 말하다
- 진짜 나를 찾아가는 여정, 힐링뮤지컬 <바보 빅터>
- 두 남자의 치밀한 심리싸움 - 연극 <데스트랩>
- 이토록 기구한 인생이라니- 악극 <봄날은 간다>

 
‘대한민국 No.1 문화웹진’ 예스24 채널예스

이 기사가 마음에 드셨다면 아래 SNS 버튼을 눌러 추천해주세요.

독자 리뷰

(0개)

  • 독자 의견 이벤트

채널예스 독자 리뷰 혜택 안내

닫기

부분 인원 혜택 (YES포인트)
댓글왕 1 30,000원
우수 댓글상 11 10,000원
노력상 12 5,000원
 등록
더보기

글 | 임수빈

현실과 몽상 그 중간즈음

기사와 관련된 공연

오늘의 책

수많은 사랑의 사건들에 관하여

청춘이란 단어와 가장 가까운 시인 이병률의 일곱번째 시집. 이번 신작은 ‘생의 암호’를 풀 수 있는 유일한 방법인 사랑에 관한 단상이다. 언어화되기 전, 시제조차 결정할 수 없는 사랑의 사건을 감각적으로 풀어냈다. 아름답고 처연한 봄, 시인의 고백에 기대어 소란한 나의 마음을 살펴보시기를.

청춘의 거울, 정영욱의 단단한 위로

70만 독자의 마음을 해석해준 에세이스트 정영욱의 신작. 관계와 자존감에 대한 불안을 짚어내며 자신을 믿고 나아가는 것이 결국 현명한 선택임을 일깨운다. 청춘앓이를 겪고 있는 모든 이에게, 결국 해내면 그만이라는 마음을 전하는 작가의 문장들을 마주해보자.

내 마음을 좀먹는 질투를 날려 버려!

어린이가 지닌 마음의 힘을 믿는 유설화 작가의 <장갑 초등학교> 시리즈 신작! 장갑 초등학교에 새로 전학 온 발가락 양말! 야구 장갑은 운동을 좋아하는 발가락 양말에게 호감을 느끼지만, 호감은 곧 질투로 바뀌게 된다. 과연 야구 장갑은 질투심을 떨쳐 버리고, 발가락 양말과 친구가 될 수 있을까?

위기는 최고의 기회다!

『내일의 부』, 『부의 체인저』로 남다른 통찰과 새로운 투자 매뉴얼을 전한 조던 김장섭의 신간이다. 상승과 하락이 반복되며 찾아오는 위기와 기회를 중심으로 저자만의 새로운 투자 해법을 담았다. 위기를 극복하고 기회 삼아 부의 길로 들어서는 조던식 매뉴얼을 만나보자.


문화지원프로젝트
PYCHYESWEB03