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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상에서 가장 게으르고 훌륭한 동물행동학자 이야기

『내가 엄마라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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올해는 우리 그림책이 볼로냐 도서전 전 부문 입상에 10인의 올해의 일러스트레이터를 낸 특별한 해입니다. 이제 겨우 30년쯤 되는 짧은 우리 그림책 역사를 생각하면 정말 대단한 일이지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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올해는 우리 그림책이 볼로냐 도서전 전 부문 입상에 10인의 올해의 일러스트레이터를 낸 특별한 해입니다. 이제 겨우 30년쯤 되는 짧은 우리 그림책 역사를 생각하면 정말 대단한 일이지요. 하지만 그 의미가 제대로 조명되지 않는 듯해 아쉬운 마음이 큽니다. 아마도 모든 연령을 위한 예술 작품인 그림책을 ‘아이만 보는 책’이라고 왜곡해서 인식하고 있기 때문이겠지요. 안녕하세요. 스콜라 편집자 김민정입니다. 이런 아쉬움을 조금이나마 달래보고자 오늘은 가정의 달 5월에 온가족이 함께 읽으며 뭇 생명들에 대한 따스한 유대감을 나눌 수 있는 그림책 『내가 엄마라고?』를 소개해 드리려고 합니다.

 

이 책은 동물행동학을 개척한 공로로 1973년에 노벨의학상을 받은 동물행동학자 콘라트 로렌츠가 회색기러기를 관찰하다가 각인 이론을 발견하게 되는 일화를 재구성해 엮은 그림책입니다. 로렌츠가 젊었을 때는 동물행동학이라는 학문이 없었습니다. 그때까지 과학자들은 동물을 해부하고 생김새를 비교하거나 조그만 우리에 가둬 놓고 상과 벌을 주면서 동물들이 무엇을 배울 수 있는지 실험했지요. 하지만 로렌츠는 달랐습니다. 그는 자기 집에서 야생 동물들과 함께 살면서 동물들이 어떤 본능을 타고나는지, 무엇을 어떻게 배우는지 끈기 있게 관찰하며 평생을 동물과 함께했습니다. 이런 그의 삶은 우리가 동물을 사랑하는 방식을 되돌아보고, 사람과 동물이 같은 ‘생명’으로서 동등하다는 것을 다시금 깨닫게 하지요.

 

특히 로렌츠가 새끼 기러기 핍과 처음 눈을 마주치고, 한 이불을 덮고 함께 잠드는 장면 등 사람과 동물이 함께 어우러져 살아가는 모습은 그 자체만으로 전해지는 진한 감동이 있습니다. 그중에서도 제가 이 책과 사랑에 빠질 수밖에 없었던 장면이 있는데요, 바로 로렌츠가 회색기러기의 언어로 새끼 기러기 핍과 “비비비비?” “강강강강 강강강강.” 하고 대화하는 장면입니다. 동물의 언어로 대화를 나누며 흔들림 없이 서로를 응시하는 모습이라니. 매우 애틋한 감정을 덤덤하게 표현한 그림을 보면서 울컥하는 마음을 몇 번이나 진정시켜야 했습니다. 사실 이 책의 그림을 그린 오승민 작가는 마치 완벽을 향하는 도공의 마음으로 처음부터 끝까지 그림을 세 차례나 다시 그렸는데, 아마 그로 인해 비롯된 그림의 힘이 아닐까 하는 생각이 들기도 합니다.

 

다가오는 5월에는 지극한 관심과 애정으로 동물의 마음을 들여다본 로렌츠처럼, 늘 곁에 있지만 그래서 그 소중함을 잊기 쉬운 사람의 마음을 한 번 더 들여다보면 어떨까요? 그리고 그 사람에게 꼭 맞는 그림책 한 권을 골라 선물하는 거예요. 그림책 선물이라니, 너무 막막한가요? 제 개인적인 경험을 살짝 팁으로 드리자면, 여행을 좋아하는 친구에게는 빨간펜 하나로 어디든지 자유롭게 여행하는 이야기를 담은 그림책 『머나먼 여행』을, 뒤늦게 찾아온 마음의 헛헛함에 힘들어하는 갱년기의 엄마에게는 엄마의 마음속에 감춰진 엄마의 진짜 모습을 이야기하는 그림책 『엄마의 초상화』를, 슬럼프에 빠진 후배에게는 ‘근심 잊고 넘기’라는 기발한 줄넘기 방법이 소개된 그림책 『줄넘기 요정』을 선물하는 식이지요. 덧붙여 제가 오늘 소개해드린 『내가 엄마라고?』는 동물만 보면 눈을 반짝반짝하는 조카나 아이를 둔 친구 또는 반려동물과 함께 싱글라이프를 즐기는 친구에게 선물하면 좋겠고요.

 

소중한 사람의 마음에 울림을 주는 그림책을 고르고 나누면서, 그 어느 해보다 충만한 5월 보내시기를 바랍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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쉰 살 먹은 촌장이 방 한복판. 흙을 파내고 만든 화로에서 훨훨 타오르는 석탄불 옆에 가부좌를 틀고 앉아 나의 바이올린을 검사하고 있었다. 뤄와 내가 마을 사람들의 눈앞에 내놓은 '도회지 청년'의 소지품 중에서 바이올린은 그들의 의혹을 불러일으키기에 충분한 생소한 맛.

문명의 냄새를 풍기는 유일한 물건이었다. 그 물건을 자세히 보려고 농부 하나가 남포를 가까이 들이댔다. 마치 마약을 찾는 세관원처럼 촌장은 바이올린을 수직으로 들고 그 몸체의 시커먼 구멍을 들여다보았다. 나는 그의 왼쪽 눈에서 하나는 크고 둘은 작은. 하나같이 새빨간 핏멍울 세 개를 보았다. 촌장은 바이올린을 눈높이로 들더니 검은 구멍에서 뭔가 떨어지기를 기대하는 듯 마구 흔들어댔다. 금방이라도 현들이 끊어지고 현침들이 동강동강 부서져 튕겨나갈 것 같았다. 원두막처럼 말뚝 위에 세워진, 산꼭대기의 그 외딴 오두막집에는 마을 주민들이 거의 다 모여 있었다. 어른. 아이 할 것 없이 안에서 북적거리고. 악기에서 아무것도 떨어지지 않자 촌장은 시커먼 구멍에 코를 바짝 대고 킁킁거리며 냄새를 맡기 시작했다. 그의 왼쪽 콧구멍에서 굵고 길고 더러운 코털 여러개가 파르를 떨렸다. 그래도 트집 잡을 만한 게 없었다. 촌장은 못이 박인 손가락으로 현을 하나씩 퉁겨보았다…….

- 발자크와 바느질하는 중국 소녀』 (다이 시지에/현대문학) 中에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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글 | 이동진

어찌어찌 하다보니 ‘신문사 기자’ 생활을 십 수년간 했고, 또 어찌어찌 하다보니 ‘영화평론가’로 불리게 됐다. 영화를 너무나 좋아했지만 한 번도 꿈꾸진 않았던 ‘영화 전문가’가 됐고, 글쓰기에 대한 절망의 끝에서 ‘글쟁이’가 됐다. 꿈이 없었다기보다는 꿈을 지탱할 만한 의지가 없었다. 그리고 이제, 삶에서 꿈이 그렇게 중요한가라고 되물으며 변명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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