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9회말 2아웃에 역전 만루 홈런 뮤지컬 <달빛요정과 소녀>

‘언젠가 모든 게 좋아질거야’ 달빛요정역전만루홈런이 보내는 메시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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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전과 다른 마음가짐을 먹었다는 그 자체만으로도 절망을 이겨낼 수 있다.

달빛요정과소녀.jpg

 

※약간의 스포일러가 있을 수 있습니다.

 

 

혼자라고 생각될 때

 

살다보면 문득 모든 것을 다 내려놓고 싶을 만큼 지칠 때가 있다. 아무것도 하기 싫고, 아무것도 할 수 없는, 완전히 의욕을 상실한 상태. 따뜻한 위로의 말을 듣고 싶어 주변을 두리번거리지만 내 편은 아무도 없다. 나를 지치고 힘들게 하는 이 상황이 변할 기미도 보이지 않는다. 내일도 나아질 거라는 희망도 없고, 극복해낼 의지는 더더욱 없다. ‘차라리 이쯤에서 모든 것을 다 놓아버리는 게 낫지 않을까?’ 절망감과 패배감에 휩싸여 드는 극단적인 생각은 쉽게 머릿속을 떠나질 않는다.

 

뮤지컬 <달빛요정과 소녀>는 그런 극단의 상황에 놓인 소녀 송아리영이 주인공이다. 학교에서는 왕따, 집에서는 혹덩어리 취급을 당하는 아리영은 이제 짧은 생을 마감하려 한다.  자살 직전 발견한 SOS 생명의 전화에 전화를 걸고, 마지막으로 상담원 은주에게 자신의 마음을 털어놓는다. 은주는 그런 아리영에게 희망의 메시지를 전하며 필사적으로 말리고 붙잡지만 통 먹히질 않는다. 우연히 두 사람은 같은 라디오를 듣고 있다. 두 사람이 듣고 있던 ‘내 곁을 지켜주는 노래’라는 프로에선 달빛요정역전만루홈런의 노래를 소개하고 있다. 은주가 전화를 끊고 아리영을 찾으러 가는 그 순간, 아리영이 눈을 감고 자살을 시도하려는 순간, 아리영의 앞에 달빛요정이 나타난다.

 

<달빛요정과 소녀>는 인디 뮤지션 달빛요정역전만루홈런(이진원)의 노래로 극의 스토리를 이끌어나간다. 라디오 프로에서 소개되는 달빛요정역전만루홈런에 대한 이야기와 아리영과 은주의 이야기를 교차시키면서 극의 중간 중간 그의 노래로 분위기를 전환시킨다. 사실 요정이라고 부르기엔 달빛요정은 심하게 덩치가 크고, 촌스럽고, 투박하다. 하지만 갑자기 아리영의 앞에 나타나 그녀를 위로하고 다독여주는 신비롭고 따듯한 존재로써의 역할을 충실히 수행해낸다.

 

 

어차피 변하지 않는다해도

 

‘힘내, 넌 할 수 있어! 지칠 땐 기대, 내가 있잖아.’ 같이 흔하디 흔한 위로 하나 건네주는 사람이 없던 아리영에게 달빛요정은 자신만의 언어로 그녀를 위로해주고, 지친 그녀를 안아준다. 상담원 은주 역시 아리영의 마음을 이해하며 격려해준다. 두 사람의 위로와 달빛요정의 노래를 들으면서 아리영은 다시 살아갈 희망과 용기를 얻게 된다.

 

사실 달빛요정역전만루홈런의 노래는 직설적이고 날카롭다.  ‘무능하고 비열한 놈이란 걸 잘 알아 절룩거리네’라며 자기 자신을 비하하기도 하고, ‘세상의 주인공은 네가 아냐’라며 자기 자신에게 현실을 있는 그대로 이야기한다. 그의 노래를 듣고 있자면 오히려 더 무력감에 빠질 수도 있다. 하지만 그는 다시 얘기한다. 그래도 지치지 않고, 포기하지 않고 ‘덤벼라 건방진 세상아’라고 외치며 다시 일어선다. ‘언젠가 모든 게 좋아질거야’라는 희망을 안고서 툭툭 털고 일어선다. 절망을 이야기하면서도 또 희망을 노래하고, 끊임없이 살아내려고 하는 그의 태도는 사람들에게 뭉클한 감동을 전달한다.     

 

내가 마음을 바꿔 먹고 이겨 내겠다 다짐해도 현실은 그대로다. 힘들고 지칠게 만드는 외부의 상황은 쉽게 변하지 않는다. 하지만 그래도, 이전과 다른 마음가짐을 먹었다는 그 자체만으로도 절망을 이겨낼 수 있다. 그 마음가짐이라면 이전처럼 나약하게, 쉽게 무언가를 포기하지는 않을 테니까.

 

뮤지컬 <달빛요정과 소녀>는 달빛요정역전만루홈런이 세상에 지친 사람들에게 보내는 가슴 따뜻한 위로로 가득 채워져 있다. 배우들의 자연스러운 연기는 그러한 뮤지컬의 분위기를 더욱 풍성하게 만든다. 조금은 어수선한 연출이 아쉽기도 하지만, 달빛요정역전만루홈런을 알게 되고 그의 노래를 들을 수 있게 되었다는 사실 자체만으로도 2시간여의 러닝타임은 충분한 가치를 가진다. 5월31일까지 대학로 아트윈 시어터에서 공연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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글 | 임수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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