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요정이 된 남자, 뮤지컬 <달빛요정과 소녀>의 강홍석

뮤지컬 <달빛요정과 소녀> 강홍석 인터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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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 몸뚱이를 믿어요. 못할 게 뭐 있어요. 하면 되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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뮤지컬 <달빛요정과 소녀>가 5월 8일, 대학로 아트원씨어터 1관에서 개막했습니다. 지난 1월 초연 이후 3개월 만에 앙코르에 들어가는 창작뮤지컬인데요. 제목만 봐서는 달달한 로맨틱 코미디물인가 싶지만, 인디 뮤지션 달빛요정역전만루홈런(이하 달빛요정) 이진원 씨의 음악으로 꾸며지는 주크박스 뮤지컬입니다. 그렇다면 달빛요정 이진원 씨가 달달한 노래를 불렀느냐? ‘덤벼라 건방진 세상아 이제는 더 참을 수가 없다 / 붙어보자 피하지 않겠다 덤벼라 세상아 / 나에겐 나의 노래가 있다 내가 당당해지는 무기 / 부르리라 거침없이 영원히 나의 노래를(<나의 노래> 중)’, ‘아무리 버둥거려도 먹고 살기가 힘들어 / 그 알량했던 자존심을 버릴 때가 온 건가봐 / 내가 세상을 비웃었던 것만큼 나는 더 초라해질 거야 / 아무래도 좋아 나는 내 청춘을 단 하나에 바쳤을 뿐 / 그저 실패했을 뿐 그저 무모했을 뿐(<요정은 간다> 중)’이 그가 써내려간 노랫말입니다. 어쩌면 절망에 가까운 노래로 힘겹게 꿈을 좇는 청춘들에게 희망을 전달했던 달빛요정. 그 달빛요정 이진원 씨 역을 꿈을 향해 열심히 달려온 강홍석 씨가 맡아 더 뜻 깊은데요. 첫공을 마치고 객석에서 강홍석 씨를 만나봤습니다. 

 

“모두들 오셔서 봤으면 좋겠어요. 우리 친구들의 어려움도 인지하고, ‘달빛요정이라는 형이 이렇게 살았구나. 저 사람처럼 한 가지를 제대로 즐기면 되지 않을까!’ 깨닫기도 하고요.”

 

오늘 첫 공연인데 배우들 호흡도 잘 맞고, 객석 분위기도 정말 좋네요.


“민복기 연출님이 항상 동료배우들을 믿고 순간순간 감정에 충실히, 재밌게 놀면 된다고 하셨는데, 정말 잘 된 것 같아요. 생각보다 관객들이 많이 웃어주시고, 이진원 형 음악의 힘이 대단한 것 같아요. 처음 오는 관객들도 이렇게 좋아해주시는 걸 보면.”

 

저는 솔직히 처음 듣는 노래들인데, 멜로디도 익숙하고 무엇보다 가사가 참 많은 걸 내포하고 있네요. 달빛요정 이진원 씨에 대해 알고 계셨나요?


“죄송한 말씀인데 전혀 몰랐어요. 리딩하면서 이 형 노래를 듣는데 힘이 엄청나더라고요. 그래서 음악의 힘이 대단하다는 걸 느꼈어요. 그 형은 한 사람인데, 모든 배우들이 그 음악을 무척 좋아하고 희망을 생각하는 거예요. 많은 사람들에게 에너지를 줄 수 있다는 건 부럽고 멋진 일인 것 같아요. 참 멋지게 살았구나! 한편으로는 안타깝죠. 지금까지 살아 있었다면 더 많은 사람들에게 감동을 줬을 텐데.”

 

달빛요정 이진원 씨는 2003년 홈레코딩 방식으로 데뷔 앨범을 발표했습니다. 음반 홍보를 위해 직접 개설한 홈페이지를 통해 인터넷에서 입소문이 나기 시작했고, 급기야 신해철 씨가 진행하는 라디오 프로그램 <고스트네이션>에 출연하며 이름을 알렸는데요. 자조 섞인 노랫말로 젊은이들에게 희망을 주던 그는 2010년 뇌출혈로 세상을 떠났습니다.


“인터넷에 있는 동영상을 보면서 그 형이 풍기는 느낌이나 노래하는 모습을 참고했죠. 그 형도 저처럼 덩치 큰 사람이라고 하는데, 그런 사람이 달빛요정이라고 하면 어떤 걸까? 그런 생각부터 시작했던 것 같아요.”

 

무대에서 보이는 합으로 봐서는 연습실 분위기가 굉장했을 것 같아요. 절반은 애드리브가 아닐까 생각될 정도예요.


“대본에는 일정한 틀만 있지, 결국 무대 위에서 관객들을 보면서 만들어가는 것 같아요. 연습실 분위기는 정말 신나고 재밌어요. 연출님 자체가 격이 없어서, 저는 아직까지 그런 어른을 만나보지 못했거든요(웃음). 이진원 형과 비슷한 사람이 아닐까 싶어요. 멋진 사람들이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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달빛요정 이진원 씨의 노래는 흥겨운 멜로디와 달리 가사는 절망적이잖아요. 대사에도 있지만 절망으로 희망을 노래하는 것 같은데요. 강홍석 씨도 무대 위에서 살아가는 사람이니 이런 일들을 겪어봤겠죠?


“제가 서른 살인데, 사실 달빛요정을 하기에는 아직 어리다는 생각을 해요. 나이가 어린 건지, 내공이 부족한 건지. 무대 외의 삶을 생각해본 적은 없어요. 저희 작품에 취업할 때 0승 40패라고 하는데, 저는 0승 100패도 넘겼어요. 어렸을 때는 노래를 하고 싶어서 각종 오디션에 이것저것 돌아다녔거든요. 그런데 자기가 하고 싶은 걸 즐기다 보면 언젠가는 잘 살 수 있다고 생각해요. 그 ‘언젠가는’이 언제인지는 모르겠지만, 분명히 즐기다 보면 다 잘되지 않을까...”

 

지난 연말 뮤지컬 <킹키부츠>와 함께 주목받았고, <달빛요정과 소녀>에 <불후의 명곡> 출연, 이후 <데스노트>까지 캐스팅이 확정돼 있으니 강홍석 씨에게는 ‘그 언젠가는’이 도래한 셈이네요.


“글쎄요. 사실 작년까지만 해도 배고팠거든요. 9개월간 작품이 없기도 했고, 그래서 여기저기에서 아르바이트도 했어요. 그런데 <킹키부츠>를 통해 관객들이 많이 알아봐주셔서 감사했죠. 또 언제 작품이 없을지 몰라요. 요즘은 배고픈 건 아니지만, 그래도 안정적이라고는 얘기할 수 없으니까. 무대에 서는 일이 다 그렇겠죠. 그런데 솔직히 저는 돈이 없어도 불안하지는 않았던 것 같아요.”

 

이진원 씨의 노랫말처럼 ‘내가 당당해지는 무기’가 있기 때문일까요?


“네, 제 ‘몸뚱이’를 믿나 봐요. 잘 생기지도 않았고 뚱뚱하고, 누가 봐도 괴물이라고 생각하는 제 덩치와 외모지만, 사지 멀쩡하고 목소리 잘 나오면 못할 게 뭐있나 싶어요. 지금 검사나 의사를 하라고 하면 못하지만(웃음), 무대에서는 못할 게 뭐 있어요. 하면 되지!”

 

최근 ‘불후의 명곡’에도 출연하신 걸 보면 연기도 그렇지만 노래에 애정이 많다는 생각이 듭니다. <달빛요정과 소녀>에서 극중 인물이 가수라서 더 즐기고 계실 것 같고요.


“그렇죠, 그렇죠. 연출님이 그러시더라고요. ‘여기는 콘서트장이다. 네 쇼니까 맘대로 해라!’ 그래서 커튼콜 때도 제 맘대로 한 곡을 더했어요(웃음). 뮤지컬이라는 장르가 음악도 있고 연기도 있어서 좋아요. 음악만 하려고 했으면 지금도 계속 가수에 도전했을 텐데, 연기를 좋아하고 즐기고, 동료들과 함께 호흡하는 게 좋아서 계속 하는 것 같아요. 그런데 다른 배우들보다 음악은 더 듣고 좋아하는 편인 것 같긴 해요.”

 

배우치고는 음색이 독특하잖아요?


“흔히 말하는 목욕탕 소리죠. 그런데 제 목소리가 장점인 것 같아서 부모님한테 감사해요. 저만의 색깔을 만들어주셨잖아요. 저희 어머니가 저랑 목소리가 같아요. 외할아버지도. 다들 옥타브만 차이가 있어요(웃음).”

 

이번 무대에서는 유독 달리는 장면이 많은데, 실제 인생에서는 어떻게 달려갈 생각인가요?


“즐겁게 뛰어볼 생각입니다. 일단 5월까지는 <달빛요정과 소녀>로 관객들과 재밌게 놀고, 6월부터는 <데스노트>에서 전혀 다른 모습으로 관객들을 만나야죠. 방송이든 영화든, 좋은 사람들과 좋은 공간에서 공연할 수 있는 기회가 있다면 열심히 오디션도 볼 거고요. 또 하나의 목표라면 노래를 좋아하니까, 언젠가 제 얘기로 앨범을 만들어보고 싶어요.”

 

결국 강홍석 씨가 믿는다는 자신의 몸, 그 ‘몸뚱이’에서 나오는 모든 것을 표출하며 즐겁게 달리겠다는 얘기겠죠? ‘언젠가는’이라는 말은 참 막연합니다. 대책 없는 희망이기도 하죠. 하지만 굳은 신념을 갖고 열심히 달리는 사람들에게는 그 ‘언젠가는’이 반드시 도래했으면 합니다. 그래야 살아볼 만한 세상이지 않을까요? 그런 믿음과 노력이 있었기에 달빛요정 이진원 씨의 노래들도 지금껏 불리는 것이고, 작년까지는 배고팠던 강홍석 씨도 2015년 가장 주목받는 배우로 자리 잡았을 테고요. 뮤지컬 <달빛요정과 소녀>가 바로 그런 이야기를 하는 작품이 아닌가 합니다. 언젠가 있을 희망을 향해 절망의 시간을 버티는 사람들의 이야기요. 이진원 씨의 노래와 배우들의 연기가 무척이나 돋보였던 뮤지컬 <달빛요정과 소녀>는 5월 31일까지 대학로 아트원씨어터 1관에서 공연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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글 | 윤하정

"공연 보느라 영화 볼 시간이 없다.."는 공연 칼럼니스트, 문화전문기자. 저서로는 <지금 당신의 무대는 어디입니까?>, 공연 소개하는 여자 윤하정의 <공연을 보러 떠나는 유럽> , 공연 소개하는 여자 윤하정의 <축제를 즐기러 떠나는 유럽>, 공연 소개하는 여자 윤하정의 <예술이 좋아 떠나는 유럽> 이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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