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군포 당일 여행

<Single Day Trip>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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5월이면 군포는 분홍빛으로 물든다. 신시가에서 지하철을 타고 가서 오래된 시골길을 산책할 수 있는 도시. 타지에서 태어나 군포에서 도자기를 굽고, 커피를 내리고, 빵을 빚는 이가 사랑에 빠진 도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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벚꽃 핀 산자락이 그대로 비친 갈치호수. CHO JI-YOUNG

 

 

 am 10:30 갈치호수


해발 474.8미터의 수리산이 작은 시가지를 감싼다. 산본에서 지하철로 두 정거장 떨어진 대야미역은 수리산 산책의 출발점이다. 둘레길, 임도길 등 여러 테마 로드가 수리산에 얽혀 나 있는데, 그중 재미있고 쉬운 코스가 왕복 2시간 정도 걸리는 당숲길. 출발한 지 30분 만에 당숲길의 첫 번째 명소인 갈치호수가 나온다. 1984년 조성한 저수지로, 과거 갈대가 많이 자라 갈치라는 이름을 붙였다고. 하지만 오늘날엔 갈대가 별로 없어 갈치처럼 반짝거려 갈치호수라고 부른다고 착각하는 이가 많다. 어찌 됐든 호수의 아름다움은 여전하다. 웅장하고 푸른 댐을 따라 걸어보자. 저수지 주변은 카페와 식당이 늘어서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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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겹고도 키치한 갈치호수 풍경 LEE KI-SUN

 

 

am 11:30 동래 정씨 종택


갈치호수 뒤편으로 좁은 흙길을 조금만 올라가면 빛 바랜 사진에 등장할 법한 작고 쇠락한 동네가 나온다. 고양이를 빼면 인적을 찾아보기 힘든 곳이지만, 수백 년째 이곳의 터줏대감인 동래 정씨 종택에는 사람 사는 온기가 배어 있다. 동래 정씨 후손이 오늘까지 고택에 살고 있는 덕분이다. 조선 후기 사대부 저택의 뒤편으로 오르면 당숲길에서 가장 운치 있는 수리산이 파노라마로 펼쳐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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호숫가의 200여 년 된 살림집은 여전히 살아 숨 쉰다 LEE KI-SUN

 

 

pm 12:30 산화랑

 

“세월이 흐르니 이곳이 있었다”는 집주인의 말에 딱 어울리는 뉴 에이지 분위기가 흐른다. 1990년대 초, 서울에서 수리산자락 덕고개마을을 찾아온 젊은 예술가 부부는 마을 꼭대기의 폐가를 터전으로 삼았다. 그 후 20여 년 동안 산화랑(031 437 6050, mountaingallery.co.kr)에는 세월과 사람이 오갔다. 마당에는 옛 구조를 간직한 황톳집 여러 채가 모여 독특한 공간을 이룬다. 곳곳에 아이가 서툴게 만든 도자기와 비뚤비뚤한 그림, 작가의 도예 작품이 섞여 있고 닭과 개, 고양이가 부부와 함께 살고 있다. 갤러리이자 문화 체험 공간이며 찻집이자 민박집. 산화랑은 모든 길손을 환영한다. 천장이 낮은 사랑채에서 여주인과 수다를 떨며 차를 얻어 마실 수 있는 곳이다. 조식과 석식을 포함한 1박 요금 4만 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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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CHO JI-YOUNG

 

조선 시대부터 오늘까지 덕고개 사람은 수령 300여 년의 고목이 400미터 남짓 늘어선 덕고개 당숲을 신령스럽게 여긴다. 작지만 으슥한 숲은 17세기 말 공주와 부마의 묘를 만들며 조성한 당시 모습 그대로다. 2002년 ‘아름다운 마을 숲 전국 대회’ 우수상에 선정된 당숲의 매력은 이처럼 유구한 역사에서 비롯한 듯하다. 숲의 끝에서 오랜 세월 마을의 안녕을 비는 제사를 지내왔으나, 그 전통은 마을 토박이가 하나둘 줄어 머지않아 사라질지도 모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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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후, 산화랑의 여주인 구영희 씨를 만났다 LEE KI-SUN

 

 

pm 2:00 아이리스


조용한 납덕골에 로즈메리, 라벤더 등 에센셜 오일을 직접 추출하는 작은 허브 농장인 아이리스(031 502 6671)가 자리한다. 사실 농장보다 인기를 끄는 건 농장에 딸린 카페. 대추를 아끼지 않고 듬뿍 넣어 걸쭉하고 달콤한 대추차(7,000원)와 한방 차, 커피를 판매한다. 모든 손님에게 밭에서 따온 허브 잎을 우린 차와 쿠키를 내준다. 에센셜 오일, 비누, 화장품 등 허브 제품도 판매한다. 농장에서 허브 제품을 직접 만들어보는 체험 프로그램은 전날 전화로 신청하면 된다. 참가는 무료지만, 허브 제품 제조에 대한 기본 소양은 필요하다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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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LEE KI-SUN

 

*군포시 속달동 4통 납덕골은 한때 작지만 개성 있는 벽화 마을이었다. 도로를 확장하면서 집은 몇 채 안 남았다. 그중 1곳에 자리한 수리산 두꺼비(031 502 0636)는 등산객이 즐겨 찾는 식당이다. 전라도 출신 사장의 손맛이 배어 있는 순두부(6,000원)와 콩탕(7,000원)에는 여덟 가지 반찬이 딸려 나온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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농장이 보이는 창가는 아이리스 카페의 명당자리다 LEE KI-SUN

 

Side Trip 1. 수릿길 더 걷기


군포의 자연과 도시를 차별 없이 잇는 수릿길. 수리산자락을 사방으로 구불구불 가로지르는 덕분에 수리산의 명소를 꼼꼼히 돌아본 후 산본 시내까지 갈 수 있다. 납덕골에서 수리사 방향으로 올라가 임도오거리까지 간 다음, 구름산책길을 따라가면 중앙도서관을 지나 철쭉동산이 나온다.

 

 

pm 4:30 철쭉동산


수리산도, 산본 시가지도 분홍빛을 띠는 5월. 시내의 철쭉동산에 빽빽한 10만여 그루의 철쭉에도 꽃이 만개해 진정 철쭉동산다운 풍경이 펼쳐진다. 이곳은 군포 사람의 손에서 탄생한 군포의 명물이다. 한때 버려진 야산이던 곳에 1999년부터 2012년까지 군포시와 시민이 함께 철쭉을 심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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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올해 군포 철쭉대축제에서는 우아하게 분홍빛 꽃놀이를 즐기는 대신 신나게 몸을 흔들 준비를 해야 한다. 십센치, 랄라스윗, 이지형 등의 뮤지션이 철쭉 축제 기간 길거리 버스킹에 참여하는 것! 5월 1일부터 5일까지, gunpofestival.org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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철쭉의 꽃말은 ‘사랑의 기쁨’  GUNPO-SI

 

 

pm 6:00 카페 프롬나드


연둣빛과 분홍빛 봄날의 자연을 만끽한 하루가 끝나간다. 카페 프롬나드(031 393 9535)에서 이 산책을 마무리하자. 산본 시내에서 수리산으로 이어지는 아파트 단지 내 산책로에 자리한 스페셜티 카페다. 2012년 봄, 김성동 사장은 이 길을 처음 걷다가 반해 이곳에 카페를 열고 산본에 정착했다. 카페 이름을 ‘프롬나드(promenade, 산책)’라고 지었을 정도로 아름다운 산책로. 오렌지색 카페 로고 그리고 오렌지 향을 품은 원두를 사용하는 것에서 알 수 있듯 카페의 테마는 오렌지다. 이곳 사장이 추천하는 음료는 직접 로스팅한 커피에 역시 직접 만든 오렌지 시럽을 넣은 타이거 릴리(5,000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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매일 산본 시내를 쏘다니며 달콤한 빵을 배달하는 남자가 있다. 국산 잡곡과 제철 농산물로 빵을 빚는 고재영빵집(blog.daum.net/bakerko200)의 사장. 흔한 옛날식 빵처럼 보이지만 먹어보면 놀랄 만큼 맛있는 이유는 좋은 재료와 12년째 산본에 살면서 더없이 행복하다는 사장의 푸근한 마음 때문인 듯하다. 이곳의 명물인 담백한 밤빵(4,000)과 요새 인기 있는 크림치즈가득잡곡빵(1,500원)을 먹어보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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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래픽 디자이너 출신 사장의 작지만 감각적인 아지트 LEE KI-SUN

 

Side Trip 2. 산본 중심상가


수리산이 어둑 해지면 산본 중심상가는 조명을 화려하게 밝힌다. 산본 시가지가 이곳에서부터 사방으로 뻗어나가고, 수많은 상가가 한데 얽혀 있다. 낡고 오래된 것 대신 영화관, 프랜차이즈 카페와 식당이 즐비하고 밤새 젊은이들이 북적거리는 군포의 현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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덕고개 당숲을 거니는 여행자CHO JI-YOUNG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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론리플래닛 매거진 코리아 lonely planet (월간) : 5월 [2015]안그라픽스 편집부 | 안그라픽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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글ㆍ사진 | 론리플래닛매거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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