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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00세 시대, 버리고 또 갖춰야 할 것들

『나는 품위 있게 나이 들고 싶다』 한혜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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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4월 23일, 서울 은평구 서울혁신파크 내 인생이모작지원센터에서 『나는 품위 있게 나이 들고 싶다』의 저자 한혜경 교수의 ‘노후 고민 상담소’가 열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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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00세 시대는 꿈꾸며 준비하는 것!’이라는 주제로 열린 이 특강에서 한 교수는 100세 시대를 맞아 버려야 할 것들과 갖춰야 할 것들에 대한 이야기를 풀었다. 『나는 품위 있게 나이 들고 싶다』는 한 일간지에 연재한 ‘한혜경의 100세 시대’라는 칼럼을 묶어서 낸 책이다.

 

 

이젠 자연스러운 ‘100세 시대’


이젠 어디서나 심심찮게 ‘100세 시대’가 언급된다. 이것이 축복인지 저주인지는 모르겠으나 인간의 수명은 점점 길어지고 있다. 한 교수는 최근 기대수명을 물은 한 설문조사를 꺼냈다. 이 조사에 의하면 여성은 80대 후반, 남자는 80대 초반을 기대수명으로 답했다. 한 교수는 이 결과를 놓고, 남성은 실제보다 더 긍정적인 대답을, 여성은 실제보다 더 짧게 얘기한다는 답변의 이면을 알려줬다.

 

“평균 수명은 여자가 더 오래 사는데 건강 수명이 길지 않다보니 여자는 골골 거리면서 오래 살 가능성이 있다. 반면 남자는 한 번 아프면 그대로 죽는 경우가 있다(웃음). 기대수명이 길어져서 어느덧 ‘100세 시대’라는 말이 자연스럽게 쓰이나, 사실 ‘100세 시대’는 아무도 가보지 않은 길이다. 칼럼을 연재하면서 긍정적인 얘기를 많이 쓰고 싶었다. 그러나 막상 칼럼을 쓰면서는 여러 (부정적인) 이슈들이 많이 생겼다.”

 

그 중의 하나가 황혼 이혼이 신혼 이혼을 추월했다는 소식이었다. 또 ‘노노 간병(노인이 노인을 간병하는 것)’과 ‘간병 살인’ 소식도 나왔는데, 부인 간병을 하다가 너무 힘들어서 부인을 죽인 사건도 있었다. 영화 <아무르>는 이런 소재로 만든 영화였다. 드라마를 통해 소재로도 활용이 됐는데, 효도계약서와 불효소송도 있었다. 그것으로 끝이 아니었다. 은퇴자들의 분노 범죄도 증가했다는 소식도 있었다. 일하고 싶지만 일 할 곳이 없어서 느끼는 소외감과 무력감 때문에 은퇴자들이 분노 범죄를 일으킨다는 내용이었다.

 

“내가 가장 심각하게 생각했던 뉴스는 ‘고독사’였다. 통계에 의하면 50대 남자 고독사가 가장 많았는데, 문제는 점점 나이가 낮아지고 있다. 『모나코』라는 소설을 보면 고독사 하는 노인의 이야기가 나온다. 많은 사람들은 고독사에 처하는 사람은 돈도 가족도 없는 사람이라고 생각하나, 이 소설에 나오는 70대 노인은 그렇지 않다. 없는 것이 없는 노인이 고독사 한다. 그렇게 칼럼에는 100세 시대의 긍정적인 면을 다루고 싶었지만 경고를 주는 여러 사건이 많이 일어났다. 이 책에 나온 여러 내용은 심층 인터뷰를 통해서 썼다. 사건 자체보다 사람, 삶, 생각 등에 주력했고 인터뷰를 통해 이들의 개별적인 상황과 주관적인 생각을 조사하면서 썼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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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00세 시대에 버려야 할 것들

 

그렇다면 우리는 현실로 닥쳐온 ‘100세 시대’를 어떻게 살아가야 할까. 무엇을 버리고 무엇을 갖춰야 할까. 그것은 곧 ‘태도’의 문제다. 삶에 대한 태도이자 어떻게 살 것인가에 대한 하나의 팁이다. 한 교수는 우선 버려야 할 것들은 △돈에 지나치게 얽매이는 것 △자식에 대한 짝사랑과 과도한 책임감 △고독하게 사는 습관 △‘나이듦’에 대한 지나친 불안과 걱정 등을 들었다.  

 

“우리나라에서는 돈이 없으면 죽을 것처럼 말한다. 은퇴 등의 단어를 떠올리면 돈부터 생각한다. 이것은 우리 사회가 가진 구조적인 문제다. 은퇴하면 돈이 얼마나 있어야 하는지부터 생각하는데, 어떤 경우는 돈이 있는데도 이런 걱정부터 한다. 매스컴에서도 은퇴하면 돈이 몇 억 원이 있어야 할 것처럼 분위기를 몰아간다.”

 

그것은 아마 국민의 생을 책임지지 못하는 국가의 직무 유기도 있을 것이다. 돈에 대한 지나친 얽매임과 더불어 자식에 대한 짝사랑이나 과도한 책임감도 행복을 방해하는 요소라고 한 교수는 강조했다. 마음으로 자녀들로부터 독립하지 못한 부모의 의존성 역시 버려야 할 무엇이다. 고독하게 사는 습관도 문제로 지적됐다. 고독사가 일어나는 원인으로 이것은 우리 사회의 공동체성에 문제가 있음을 드러내는 것이라고 한 교수는 부연했다. 나이듦에 대한 지나친 불안이나 걱정도 노년의 행복을 방해하는 요소다.

 

“일본의 무라타 교수는 나이가 든다는 것은 살아있는 증거라고 말했다. 그런 면에서 ‘안티에이징(Anti-Aging)’은 좋은 것이 아니다. 에이징은 ‘나이 드는 것’이라는 뜻인데, 릴케의 소설을 보면 한 남자가 죽음을 두려워해서 매일 침대에 누워 아무것도 하지 않는다. 그러면 될까. 아니다. 살아있기에 나이도 드는 것이다. 안티에이징은 ‘사는 것’을 부정하는 것이다. 현명하게 나이 드는 것이 바람직하다. 어르신을 상대로 ‘떴다방’이 횡행하는데, 어르신들은 여기에서 속는 걸 알면서도 물건을 산다. 여기 사람들이 자식도 해주지 않는 것을 하면서 자신들의 마음과 외로움을 달래주기 때문에 속는 줄 알면서도 산다고 말씀하시더라.”

 

 

100세 시대에 갖춰야 할 것들

 

버려야 할 것들이 있다면 갖춰야 할 것들도 있다. 한 교수는 다음과 같은 것들을 들었다.

 

사람들과의 진정한 교류


“고독사가 많아지는 사회에서 필요한 것은 진정한 교류다. 문자나 카톡에 수백 명이 있다며 충분히 교류하고 있다고 말하는 사람도 있으나 문자나 카톡은 일방적이고 피상적이며 부분적인 교류다. 마주 대하고 있으면서도 자기 휴대폰만 보거나 카톡 등에 자기 자랑만 하는 사람도 많다. ‘던바의 수’라는 것이 있다. 인간의 두뇌 용량을 감안할 때 가장 친한 친구는 5명, 좋은 친구는 15명이 적합하다는 연구 결과가 있다. 병원에 입원했을 때 옆 침상의 사람과 이야기를 나누는 사람이 그렇지 않은 사람보다 더 행복하다는 연구결과도 있다.”

 

이웃에 대한 관심과 투자


“1인 가구가 계속 증가하고 있다. 2012년에는 1인 가구 비율이 전체 가구의 25.3%인데, 2030년에는 3분의 1로 증가할 것이다. 혼자 살 수 있는 능력은 기본이다. 특히 남자들은 요리는 물론이고 혼자서 잘 살 수 있는 기술을 갖춰야 한다. 여자는 심리적으로 독립할 수 있는 능력이 필요하다. 요리능력을 키우기 위한 요리교실 같은 것은 꼭 필요하다. 세계적인 장수 마을의 공통점을 꼽자면 ‘공동체 의식’이 있다. 음식을 나누고 마음을 나누는 공동체 의식이 장수를 불러온다. 이웃에 대한 관심과 투자가 모두에게 행복을 가져올 것이다. 집에 고립돼 있는 것이 가장 힘들다.”

 

‘경력 모자이크’ 필요


“지금 은퇴 평균 연령이 53세다. 그러나 100세 시대에 은퇴 개념은 없어질 것이다. 앞으로는 80세까지는 일해야 할 것이다. 『일의 미래』를 쓴 린다 그래튼에 의하면, 80세까지 일하려면 취업과 이직, 업무와 휴식, 재충전과 자기 계발이 모자이크처럼 뒤섞인다. 새로운 분야에서 할 수 있는 것을 찾아야 한다. 덴마크는 중3때 1년을 쉬게 하면서 이런저런 것을 해보고 자기 인생에 대해 스스로 생각하게끔 한다. 일본에서도 40대에 6개월이나 1년을 쉬게 하는 정책이 논의됐다고 하더라. 우리나라 사람처럼 뒤도 돌아보지 않고 일에 매진하다가 은퇴한 뒤에야 쉬거나 논다는 것은 적절하지 않다. 100세 시대는 인생 패러다임이 바뀌어야 한다. 교육, 일, 놀이가 적절히 통합된 일상을 살아야 100세 시대를 살아갈 수 있다. 몇 년 전만해도 우리나라 은퇴자의 가장 큰 문제는 놀 줄 모르는 것이라고 생각했었다. 요즘은 생각이 바뀌었다. 일하면서 놀아야 한다. 나도 어떻게 하면 놀이처럼 일할 수 있을까를 생각하고 있다. 직장에서만 일하는 것이 일은 아니다. 집안일도 일이고, 자원봉사도 일이다. 그런 것을 찾는 것도 고민하면 좋겠다.” 

 

가족관계 리모델링


“앞으로 ‘60년 해로’가 보편화될 것이다. 물론 결혼해서 이혼하지 않는 경우에만(웃음). 부부관계를 점검할 필요가 있다. 특히 남자에게 중요하다. 황혼 이혼을 주로 당하는 쪽은 남자들이거든(웃음). 그리고 가족의 변화를 받아들여야 한다. 예전의 가족 개념과 지금은 많이 바뀌었다. 가족은 더 이상 친밀하고 애정을 주는 공동체가 아니다. 책에도 ‘효도계약서’를 써야하고 어떻게 써야하는지를 써 놨다. 자녀와도 협상하고 합의하는 기술이 필요하다.”

 

자기성찰을 통한 삶의 기회


‘내가 좋아하고 열정을 가지는 건 무엇인가?’를 찾아야 한다. 첨단의 시대일수록 ‘자기 성찰의 힘’은 더욱 커진다. 다른 사람의 기준에 따르지 말고 자신만의 스토리를 만들어야 한다.

 

 

한국과 다른 영국 노인들의 삶에 대하여

 

한 교수는 2013년 석 달 동안 영국에 있으면서 많은 노인들을 만났다. 그가 영국의 노인들에게 받은 첫 번째 인상은 밝은 표정과 활기찬 일상을 갖고 있었다는 점이었다. 일상에서도 그랬고 요양 시설에서 만난 노인들을 통해서도 비슷한 인상을 받았다. 거동도 못하고 휠체어를 타고 있어도 행복해보였다는 점이 우리네 요양 시설과는 달랐다.

 

그가 만난 71세의 레베카의 일상을 봐도 그랬다. 레베카는 배우고 일하고 봉사하고 즐기는 활동으로 하루 시간표가 가득 차 있었다. 영국에서 노인으로 산다는 게 어떠한지 물었다. 어리석은 질문에 현명한 답변이 날아왔다. 노인이라는 말은 적합하지 않다며 ‘시니어 시티즌’이라는 말을 썼다. 한 교수는 이것을 ‘선배 시민’으로 옮기면서 까칠한 선배 시민이 많다고 표현했다. 여기서 까칠함은 좋은 의미의 까칠함이다. 한 교수는 한국 어르신들은 너무 말이 없고 참기만 하는 경향이 있는데(물론 그렇지 않은 노인들도 있다) ‘까칠한 선배 시민’이 많은 사회가 돼야 한다고 강조했다. 

 

“영국 노인들은 보호나 도움을 받으려하기보다 독립적이고 도움을 주려고 하더라. 또 인상적으로 본 것이 ‘창조적 영국’이라는 슬로건이었다. 런던은 공연이나 영화, 뮤지컬 등이 잘 되는 덕에 활기차고 경기가 좋아보였다. 그런 활기는 ‘돈 안 되는’ 문화예술 현장을 지키는 사람이 있기에 가능하다고 느꼈다. 돈 안 되는 클래식을 지키는 사람들, 특히 노인들이 있음을 실감했다. 한국 어르신들이 공연장 등에 자주 가지 못해서 더 인상적이었는지도 모르겠다. 우리나라는 너무 새로운 것만 좋아하고 오래된 것을 잃은 반면 영국은 오래된 것을 지키는 사람들이 있고 책을 많이 읽더라. 이 어르신들을 보면서 ‘노인 없는 영국’을 상상하기 힘들었다.”

 

영국의 노인들이 행복해 보이는 이유는 무엇일까. 돈이나 복지? 물론 그것도 중요한 사실이다. 한 교수에 의하면 영국은 국민연금, 기업연금, 개인연금 등 3층의 소득을 보장해준다. 그럼에도 돈보다 더 중요한 것이 있다는 것이 한 교수가 강조한 바다. 신뢰, 소통, 가치관과 같은 사회적 요소.

 

영국인들은 확실히 우리보다 돈 욕심이 적어 보인다. 그것은 분명한 이유가 있다. 사회안전망이 잘 돼 있고, 복지시스템에 대한 신뢰가 있다. 요즘 영국은 복지 수준을 예전보다 낮췄다. 복지 지출과 충족도를 보면 영국은 OECD국가 중에 18위인데, 국민행복도는 6위다. 즉 복지 지출에 비해 행복 수준이 높은 것이다. 국민들이 이 정도면 복지가 잘 돼 있다고 느끼는 정도가 높다. 공원, 도서관, 펍 등의 인프라도 잘 돼 있다. 한국 노인들은 왜 놀지 못하느냐고 물으면 돈 때문이라고 말하는 비율이 높다. 그러나 영국은 부자나 가난한 사람이나 똑같이 즐길 수 있는 인프라가 잘 돼 있다. 결론적으로 영국 노인들이 돈이 많아서 행복한 것은 아니다. 물론 어느 정도의 복지를 통해 연금을 받지만, 비슷한 수준의 어르신과 비교해도 돈보다 사회적 신뢰관계, 공동체 의식 등이 행복을 가져온다는 것이 내 결론이다. 영국인 다니엘 튜더가 한국에 살면서 쓴 『기적을 이룬 나라 기쁨을 잃은 나라』라는 책이 있다. 어르신들은 한국의 기적을 이룬 주체인데, 기쁨을 잃고 살아가는 분이 많아서 안타깝다. 100세 시대는 꿈꾸며 준비하는 것이다. 품위 있게 나이 들기 위해 버리고 갖춰야 할 것을 생각해보면 좋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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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는 품위있게 나이들고 싶다다한혜경 저 | 샘터
2013년 출생아의 기대수명은 평균 81.9세(남 78.5세, 여 85.1세)에 이른다. 65세 이상 고령인구 비율은 1980년 3.8퍼센트에서 2050년 38.2퍼센트로 10배 이상 높아질 전망이다. 한국 사회의 급격한 고령화 현상은 이제 더 이상 놀라운 일도 아니다. 황혼이혼, 가족 관계의 단절, 빈곤, 치매 등의 복합적인 사회문제들은 전 구성원의 관심을 필요로 하고 있다. 과연 우리는 어떤 노력을 해야 할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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글 | 김이준수

커피로 세상을 사유하는,
당신 하나만을 위한 커피를 내리는 남자.

마을 공동체 꽃을 피우기 위한 이야기도 짓고 있다.

아무르

<미카엘 하네케>,<장-루이 트랭티냥>,<엠마누엘 리바>13,200원(0% + 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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