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깨진 그릇을 티 나게 붙이는 일본 예술,

Death Cab For Cutie , 〈Kintsugi〉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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깨진 그릇을 티 나게 붙이는 일본 예술, < Kintsugi >가 앨범 제목이라면 수록곡들은 어떤 음악일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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차분하게 내려앉은 사운드가 먼저 들어온다. 본래 활기로 가득한 밴드는 아니었지만 확연한 톤 다운이다. 1970년대 요트 록 (소프트 록)과 뉴웨이브의 향수를 머금은 기타 팝은 어딘가 쓸쓸함을 품고 있다. 인디로부터 메이저 성공까지 숨 가쁘게 달려온 데스 캡 포 큐티는 < Kintsugi >로 조용한 재정비를 꿈꾼다.

 

쓸쓸하면서도 덤덤한 분위기는 밴드의 핵심을 이루는 벤 기바드와 크리스 왈라 콤비의 해체 탓이다. 조이 디샤넬과 결별한 리더, 팀을 떠나기로 한 기타리스트의 멜로디는 언제나 귀에 잘 들어오지만 본작에서는 침잠한다. 바다 건너 먼 이별의 과정을 겪는 「Little wanderer」와 낮게 읊조리는 「You've haunted me all my life」의 애절함부터 「El dorado」의 후회와 복기를 다짐하는 「Binary sea」까지, 서사가 잔잔한 물결처럼 흐른다.

 

분위기를 십분 투영하는 기존 문법에는 약간의 시도가 더 해졌다. 다운템포로 낮게 읊조리는 「Black sun」은 「Little wanderer」와 「Ingenue」로 이어지는 밴드의 기타 팝을 대표한다. 「The ghosts of beverly drive」나 「Good help (is so hard to find)」처럼 신경질적으로 귀를 긁는 신경질적인 기타 리프를 앞세운 트랙은 포스트 펑크, 개러지로 내려오는 인디 문법 내에서 선명한 멜로디를 가졌다. 뉴웨이브의 뿌연 사운드 안개로부터 명징한 울림을 전개하는 「Everything's a ceiling」도 묘한 중독을 품었다. 인디 록의 범주에서 운용할 수 있는 대부분 사운드가 오밀조밀 잘 자리를 잡았다.

 

< Transatlanticism > 이래로 차례차례 마니아를 넘어 대중에게도 이름을 알린 데스 캡 포 큐티는 위기에도 크게 흔들리지 않았다. 지나간 일과 불안한 미래에 대해 고민하고는 있지만, 다시금 묵묵히 길을 찾아 나선다. 깨진 도기를 송진으로 메우며 결함을 애써 숨기지 않는 일본 전통 예술 '킨츄기'의 의미가 다가온다.

 

2015/04 김도헌(zener1218@gmail.com)

 

 

 

 

 

 

[관련 기사]

- EDM 기대주, 마데온 〈Adventure〉〈 Moonbow 〉
- 팝 스타의 발견, 에밀 헤이니(Emile Haynie) < We Fall > 
- 늑대가 나타났다, 산이〈양치기 소년〉 
- 귀를 잡아 끄는 멜로디, 워터스 〈What's real〉
- 나비로의 비상, 링고스타 〈 Postcards From Paradise〉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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글 | 이즘

이즘(www.izm.co.kr)은 음악 평론가 임진모를 주축으로 운영되는 대중음악 웹진이다. 2001년 8월에 오픈한 이래로 매주 가요, 팝, 영화음악에 대한 리뷰를 게재해 오고 있다. 초기에는 한국의 ‘올뮤직가이드’를 목표로 데이터베이스 구축에 힘썼으나 지금은 인터뷰와 리뷰 중심의 웹진에 비중을 두고 있다. 풍부한 자료가 구비된 음악 라이브러리와 필자 개개인의 관점이 살아 있는 비평 사이트를 동시에 추구하고 있다.

Death Cab for Cutie - Kintsugi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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