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파워라이터에게 배우는 글쓰기

『나는 작가가 되기로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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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신의 책을 쓰는 건, 이제 밤하늘의 별처럼 요원한 일이 아니다. 작가를 꿈꾸는 사람들이 크게 늘어났다. 요리를 하든 여행을 다니든 집을 짓든 책을 읽든, 그 경험과 지식을 개성적인 글로 써낸다면 그는 이미 작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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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신의 책을 쓰는 건, 이제 밤하늘의 별처럼 요원한 일이 아니다. 작가를 꿈꾸는 사람들이 크게 늘어났다. 요리를 하든 여행을 다니든 집을 짓든 책을 읽든, 그 경험과 지식을 개성적인 글로 써낸다면 그는 이미 작가다. 어제까지 무명이던 저자가 오늘 베스트셀러를 펴낸 파워라이터로 등극하기도 한다. 자기 분야와 관련된 책을 계속 쓰면서 일정량의 판매를 올리고 대중 담론에 영향을 미치는 저자를 일컬어 파워라이터라고 부른다.


대학 바깥 학문공동체에서 인문학을 공부하는 사람들의 최종 목표도 독서가 아니라 독서를 경유한 글쓰기로 바뀌었다. 모르던 것을 배우면서 생각을 정리하고 자신의 글로 소화하는 과정이 곧 공부가 됐다. 이들에게 파워라이터의 글쓰기는 좋은 본보기이자 영감의 원천이다.


파워라이터가 되려면 전문지식과 함께 대중을 끌어당기는 흡인력, 즉 글솜씨도 갖춰야 한다. 어느 시대에나 인기 저자는 있어왔지만 한국 출판시장 규모가 확대된 1990년대 이후 다양한 분야의 파워라이터들이 등장했다. 나의 문화유산 답사기 시리즈를 20년 넘게 발표해온 미술사학자 유홍준을 비롯해 김용옥(동양철학), 강준만(언론학), 공병호(경영학), 고종석(언어학), 서현(건축학), 정민(고전학), 이덕일(역사학), 이주헌(미술사), 정재승(과학) 등이 초창기 파워라이터로 꼽히는 저자들이다.


이들을 포함한 파워라이터들이 활약해온 시

 

기는 한국이 대중지식 사회로 전환하는 과정과 궤를 함께한다. 정치적 민주화, 경제적ㆍ문화적 수준의 향상과 함께 고등교육을 받은 대중이 출현하면서 책과 지식에 대한 수요가 꾸준히 증가했다. 독서 동아리와 인문학 교실이 문을 열었고, 자기계발을 위한 평생학습이라는 화두가 광범위한 독서 대중을 형성했다. 특히 세계화?정보화로 인해 지식의 범위와 생산 양식, 유통 속도가 달라짐에 따라 교양서의 수준과 종류도 변모했다. 과거 소설이나 에세이가 지배하던 교양서 시장이 인문?사회?자연과학의 여러 분야를 아우르는 논픽션 쪽으로 옮겨갔다. 전 세계가 영향을 주고받는 복잡한 사회, 시시각각 변하는 지식을 이해하는 데는 픽션보다 논픽션이 유리하기 때문이다.


지식인들 역시 대중과 곧바로 소통하는 데서 보람을 찾았다. 학자와 교수들은 소수 전공자들 사이에 유통되는 학술 논문에서 벗어나 대중적 글쓰기를 통해 직접 독자와 만났다. 현장 전문가, 활동가들 가운데서도 필력을 갖춘 저자들이 나왔다. 이들이 다루는 범위는 교양서의 주류인 문사철(文史哲) 분야를 넘어 경제학을 비롯한 사회과학, 뇌과학 등 자연과학으로 점차 확대, 세분화됐다. 진지하고 전문성을 갖춘 동시에 대중에게 쉽게 읽히는 글을 쓰는 저자들 덕분에 우리는 삶과 지식의 대부분 영역에 접근하는 길을 얻었다. 아울러 이들이 보여준 새로운 글쓰기 시도는 후속 세대 저자들이 활동하는 토양이 됐으며 ‘대중저자 시대’를 열었다. 소수 전문가 집단에서 지식과 사회에 관심이 많은 일반 대중으로 저자층이 확대되기까지 불과 한 세대도 걸리지 않은 셈이다.

 

지식을 생산하는 글쓰기

 

파워라이터가 되기 위한 글쓰기에서 가장 중요한 대목은 글감을 마련하는 일이다. 요리에 비유하면 신선한 재료와 양념을 준비하는 과정이다. 철학자 김용석은 “지식의 유효기간이 긴 시대에는 같은 내용을 가지고도 어떻게 문장력을 발휘해서 설득력 있고 멋지게 전달하느냐가 관심사였던 데 비해, 지식의 생명이 짧은 시대에는 문장에 대한 관심 이상으로 어떤 지식을 신속하게 담느냐가 중요해진다. 그래서 아예 지식을 생산해 가면서 쓰는 것이 필요하다고 해도 무리한 표현이 아닐 것이다”라고 했다(‘글쓰기의 황홀과 고통 그리고 보람’, 글쓰기의 힘』, 장동석 외, 북바이북, 2014). 지식을 생산해가면서 쓰는 글이란, 기존 지식을 비판적으로 수용하고 주제에 맞게 정리하는 것과 더불어 누구도 갖지 못한 자신만의 경험과 관점이 들어있는 글이다. 왜 이 책을 쓰는지, 책의 주장이 무엇인지 명쾌하게 말할 수 있을 때 비로소 글이 써지고 책이 완성된다.


그런데 문제의식과 주장을 효과적으로 전달하기 위해서는 흡인력이 필요하다. 이미지와 디지털 네트워크의 시대에 활자의 힘만으로 독자를 사로잡으려면, 진부한 구성을 버리고 글쓰기의 창의성을 발휘해야 한다. 전문가들은 창의성이 어떤 선험적 능력이 아니라 연습과 습관의 결과임을 강조한다. 창의성의 비근한 예로는 크로스오버를 들 수 있다. 경영학도가 쓴 인문학 개론, 시사프로듀서가 쓴 서평집, 정신과 의사가 쓴 대중문화 해설서가 눈길을 끄는 이유는 저자와 책 소재가 색다른 조합을 보여주기 때문이다. 독자들은 이질적 분야의 마찰로부터 새로운 불꽃이 튀기를 기대한다. 글쓰기 소재가 이미 잘 알려진 것이라고 해도 어떤 요소를 독창적으로 골라 엮어내느냐에 따라 얼마든지 글쓰기의 성패가 달라질 수 있다.


어떤 소재를 쓰든지 문학이나 예술은 좋은 양념이 된다. 당대의 속살을 일상 언어로 묘사한 문학 작품은 독자의 이해에 도움이 될 뿐 아니라 친근감과 공감을 자아낸다. 문학은 행동경제학이나 뇌과학, 자기계발서의 서술에서도 힘을 발휘할 수 있다. 문학과 마찬가지로 내러티브가 들어있는 미술이나 영화도 같은 효과를 낸다. 좋은 저자는 끊임없이 다른 분야를 기웃거리며 자신의 글감과 연계되는 지점을 찾아냄으로써 독자에게 뜻밖의 덤을 주는 이들이다.

진심과 새로움으로 소통하기


글감이 정해진 뒤에는 실제로 어떤 글을 어떻게 써내려갈지 고민하는 시간이 찾아온다. 이는 책의 목차를 짜는 방법이나 매혹적인 첫 문장으로 시작해 명료하면서도 여운이 남는 마지막 문장으로 끝맺는 창작기술과는 다른, 책의 개성 혹은 영혼에 관한 문제다.


많은 저자들이 글쓰기를 말 걸기라고 정의한다. 자신을 향해 쓰는 글이란 없다. 누군가에게 자기 이야기를 하고 싶은 것이 글쓰기의 근본 동력이다. 주장이나 목적의식이 뚜렷한 글은 더 말할 나위 없겠지만 자기 고백적 글쓰기도 상대가 있기는 마찬가지다. 말 걸기가 되려면 독백이 아닌 대화를 통해 상대와의 공명이 이뤄져야 한다. 


이때 말 걸기가 반드시 낮고 부드러운 목소리일 필요는 없다. 통념적인 해석과 거리를 둔 위반의 글쓰기가 돼야 한다. 조선 최고의 문장가로 꼽히는 연암 박지원은 판에 박힌 듯 진부한 글을 쓰지 않기 위한 방법으로 ‘진심의 글을 쓰라’, 그리고 ‘아프고 가렵게 하라’고 일갈했다. “글이란 뜻을 드러내면 그만일 뿐 …… 제목을 앞에 두고 붓을 들 때마다 옛말을 떠올린다거나, 애써 경전의 뜻을 찾아내 그 뜻을 빌려 와 근엄하게 만들며 글자마다 무게를 잡는 자는 …… 그 참됨을 얻기는 어렵다”(‘공작관문고자서’)고 했다.


문장의 명료함과 아름다움, 개성도 제쳐놓을 수 없다. 명료한 글쓰기는 아무리 강조해도 부족한 미덕이다. 단문은 전달력이 높고 강한 여운을 남긴다. 물론 드러난 글이 빙산의 일각일 뿐, 그 아래 거대한 생각의 덩어리가 숨어있을 때 감동과 여운이 생긴다. 이는 수면 아래 실체에 대한 독자들의 상상력을 한껏 부추긴다. 그러면서도 독특한 문장은 비문과 오문의 경계를 넘나드는 데서 나온다. 소위 시적인 문장이란 문법의 허용치가 높은 문장, 구어체의 묘미를 살린 문장이다. 간단명료하게 똑 떨어지는 글쓰기로부터 시작해 규범을 뛰어넘어 유희하는 글쓰기로 나아갈 수 있다.

 

현장과 지식을 잇는 뉴 파워라이터


경향신문은 ‘파워라이터’(2011년), ‘뉴 파워라이터’(2013년)를 연재하면서 주요 논픽션 저자들의 글쓰기를 소개했다. 이들과의 대화에서 초점은 두 가지였다. 어떤 과정을 거쳐 자신만의 글감을 마련하는가, 그리고 그 글감을 어떤 방식으로 풀어내는가. 이들이 구사하는 글쓰기의 속살을 들여다봄으로써 독자들이 저자에게 느끼는 궁금증을 해소하는 한편, 이들처럼 파워라이터가 되기를 꿈꾸는 예비 저자들에게 용기와 희망, 구체적인 도움을 주겠다는 목적으로 착수한 기획이었다.


이 책은 신문 지면에 미처 실리지 못한 깊은 내용을 담아내기 위해 추가 인터뷰를 한 뒤 상당 부분 새로 썼다. 연재할 당시 문화부에서 취재를 담당했던 다섯 명의 기자가 함께 집필했다. 김종목(고병권ㆍ이강영ㆍ이주은ㆍ임승수ㆍ전중환ㆍ진태원), 김희연(김원ㆍ박천홍ㆍ하지현ㆍ한윤형), 백승찬(엄기호ㆍ장대익), 정원식(김종대ㆍ박해천ㆍ신형철ㆍ이원재ㆍ이현우ㆍ정여울ㆍ정희진), 주영재(강신주ㆍ김두식ㆍ박찬일ㆍ선대인ㆍ이병률)가 각각의 필자를 맡아 진행했다.   


‘뉴 파워라이터’로 선정된 저자들은 이전 세대 저자들과 몇 가지 차이점을 보였다. 이들의 책 소재는 교육(엄기호), 디자인(박해천), 국방(김종대), 세대론(한윤형) 등으로 매우 다채로워졌다. 전통적 분야인 역사나 과학에서도 서발턴(김원)이나 진화심리학(전중환)처럼 한층 구체적인 소재를 다뤘다. 이들은 또 선배 세대와 달리 우월적 지위의 저자가 아니었다. 자신이 쌓은 지식을 쉬운 언어로 대중에게 전달하기보다, 공부와 현장 활동을 통해 얻은 생각과 경험을 독자와 나누고자 했다.


글 쓰는 방식에서 ‘나’를 내세운 주관적 글쓰기, 스토리텔링을 강조한 것도 이들의 특징이었다. 전달력을 높이기 위해 픽션 에세이(하지현), 비평적 픽션(박해천), 소셜 픽션(이원재) 등의 명칭으로 논픽션에 픽션 형식을 가미하는 것은 최근 스토리텔링이 중시되는 경향을 보여준다. 갈수록 소설이 안 팔리는 세상이지만 소설적 글에 대한 욕구는 여전히 살아 있다는 뜻이기도 하다. 디지털 세상에서 출판시장이 위축되는 현실 역시 신세대 파워라이터들에게 중요한 환경이다.


이제 수만 부, 수십만 부가 팔리는 베스트셀러는 나오기 어렵다. 더구나 교양서는 다품종 소량생산의 품목으로 자리 잡았다. 이로 인해 책은 집필과 독서라는 폐쇄된 영역을 벗어나 공부와 경험, 강연과 토론을 잇는 매개물이 됐다. 이 책은 뉴 파워라이터들과의 대화를 통해 소재를 고르고 책 쓰는 방식을 배우는 것은 물론, 책과 저자의 위상 변화까지도 살펴볼 수 있다는 점에서 작가를 꿈꾸는 이들에게 좋은 지침이 될 것이다.


 한윤정(경향신문 문화부 선임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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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는 작가가 되기로 했다경향신문 문화부 저 | 메디치미디어
작가는 더 이상 선택받은 이들의 특권이 아니다. 과학, 경제, 평론, 요리, 미술, 서평 등 어느 분야든 자신의 경험과 지식을 개성 있게 써낼 수 있다면 당신도 작가 될 요건을 충분히 갖추고 있는 셈이다. 작가가 되기로 결심한 당신을 위해 이 시대 파워라이터들이 털어놓는 글쓰기 속살을 낱낱이 공개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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글 | 한윤정

경향신문 문화부 선임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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