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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어, 쉬워야 통한다

Let's Use Plain English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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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플레인'이라고 하면 보통 '아무것도 첨가하지 않은' 혹은 '아무런 무늬가 없는' 이라는 뜻으로 우리 생활 속에서 많이 사용하는 단어입니다만, 원래는 '누가 봐도 알 수 있게 분명한', '간단하면서도 명백한'이라는 의미를 주로 나타냅니다.

제가 공직에 있을 때, 공무원 생활을 했던 사람이라면 누구나 경험했던 '행정용어 순화 캠페인'이란 것이 있었습니다.

 

당시 총무처와 법제처 주관으로 2~3년을 주기로 꾸준히 진행됐는데 어려운 행정용어를 쉽고 아름다운 한글로 바꾸자는 취지였습니다. 변호사가 쓰는 법률용어 못지 않게 행정용어도 상당히 어려웠고 또 많은 용어가 일제 강점시기에 사용되던 것이라 이를 우리말로 바꾸는 작업이 필요했기 때문입니다. 예컨대 '내역'이라는 용어는 대표적으로 일본어로부터 유래되어 쓰이는 말인데 이를 '내용'으로 바꾸어 쓰라는 일종의 지침을 내려주고 지속적으로 권고, 감독하여 정착화하는 캠페인이었습니다.

 

Simple is Beautiful

 

영어에도 이러한 종류의 캠페인은 늘 존재해 왔고 'Plain English Campaign'에 대한 요청과 주창의 기원은 상당한 역사를 가지고 있습니다.

 

plain english computer.gif

'수정같이 맑은' 명백한 Plain English를 사용하자는 영국 캠페인 협회 로고

 

Plain English의 사용에 대해 구체적으로 주장한 역사상 인물로 제프리 초서(Geoffrey Chaucer)를 들 수 있습니다. 초서는 셰익스피어와 함께 영국 문학의 기틀을 잡은 시인으로, 누구나 이해할 수 있고 알아들을 수 있는 영어로 시를 써서 '영문학의 아버지'라는 호칭을 얻게 된 위대한 작가입니다.

 

그는 'Speketh so pleyne at this time, I yow preye/ That we may understonde what ye seye', 즉 스스로 말하는 바를 이해하는 가장 중요한 핵심은 Plain English를 사용하는 것임을 역설했습니다.

 

또한 영국의 왕 에드워드 4세는 모든 법령에 Plain English를 사용하도록 법제화(codification)했고, 종교개혁 당시에는 많은 청교도들이 이러한 움직임에 앞장섰습니다. 특히 윌리엄 반스(William Barnes)는 어려운 성서에 Plain English로 주석을 달았으며, 조지 쿠드(George Coode)는 법률가로서 Plain English의 사용을 강제해야 한다는 것을 의회에서 처음 주장한 것으로 유명합니다.

 

급진적인 개혁성향의 철학자 제레미 벤썸(Jeremy Bentham)은 기존 법령 분석의 결과를 토대로, 당시 한 법령이 무려 '13 페이지에 걸쳐 한 문장으로' 되어 있다면서 short sentence로의 전환을 강제해야 한다는 점을 강력하게 내세웠습니다.

 

심지어 1920년에 코젠(C. Kogden)과 리차드(I. A. Richards)는 850개의 기본 단어로 모든 의사표현이 가능하다는 'Basic English'라는 메소드를 고안해 내기도 했습니다.


 9-What language is he speaking.jpg
미국 Plain English Foundation의 홍보 이미지


미국도 사정은 그리 다르지 않았습니다. 1970년대 소비자 단체를 중심으로 당시 보험회사들의 애매모호하고 어려운 소비자 약관에 대하여 소비자 보호 차원에서 보다 이해가 쉽고 권리관계를 명확히 하는 설명이 필요했는데 이를 위해서 Plain English의 중요성이 대두되었습니다.

 

모호한 말을 금지하는 '더블스픽 대책위원회'

 

이에 따라 영어교사협회(The American Council of Teachers of English)는 더블스픽 대책위원회(Public Doublespeak Committee)를 만들어 Plain English에 대한 계몽을 본격적으로 시작하게 되었는데, 여기서 '더블 스픽'이란 고의적으로 쓰는 애매모호한 말, 말하는 것과 실제 뜻하는 것이 다른 중의적인 표현을 의미합니다. 급기야 1992년 카터 대통령은 행정명령 2044호를 통하여 모든 법령을 만들 때 Plain English를 사용해야 한다고 규정했습니다.

 

물론 언어라고 하는 것이 사람들의 일상 생활과 문화의 일부이기 때문에 일부 선각자의 주장이나 법령으로 강제한다고 되는 것은 아닙니다. 하지만 이런 자각과 일련의 행동은 의사소통(communication)을 가장 중요하게 여기는 언어의 속성상 어찌 보면 당연한 귀결이라고 하겠습니다.

 

원어민도 이해하기 어려운 타임지

 

한 언어학자의 연구에 의하면, 법령이나 행정용어는 물론이고 심지어 타임(Time)이나 이코노미스트(Economist) 등의 잡지에 대하여 영국인, 미국인의 70%가 정확한 이해에 어려움을 호소하고 있으며, 통상 미국 병원의 각종 동의서(Medical Consent Form)에 쓰여진 5개의 질문에 대하여 환자가 정확한 이해를 하고 있는 질문의 수가 2.36개였는데 이를 Plain English로 바꾼 결과 4.52개로 높아졌다는 결과가 나왔습니다.

 

언어가 수행해야 하는 가장 중요한 기능 중 하나인 효율적인 커뮤니케이션을 위해서는 우리가 말하고 쓸 때 이러한 Plain English의 유용성을 항상 염두에 두는 것이 매우 중요할 것입니다. 따라서 가급적 쉽고 간단하게 말하고 쓰는 방법을 익히고 항상 그렇게 할 수 있도록 연습하고 생각하는 훈련이 필요합니다.

 

Plain English를 익히기 위한 핵심 가이드

 

- 평균적으로 한 문장에 15~20 단어를 초과하는 speaking과 writing은 자제할 것
- 평범한 단어를 사용하도록 노력하며 반드시 필요한 단어만 사용할 것
- 가급적 수동태 문장의 사용을 억제할 것
- 최대한 긍정적 문장의 표현이 되도록 할 것
- 남성/여성을 드러내는 용어의 사용을 자제할 것
- 문법적 룰에 너무 얽매이지 않도록 할 것

 

언뜻 간단해 보이지만 매우 중요한 의미를 갖는 각각의 룰들에 대해서는 향후 몇 차례의 칼럼에 걸쳐 조금은 더 깊이 들여다 보는 시간을 갖도록 하겠습니다.

 

[Today's Choice]


센스 앤 센서빌리티
(Sense And Sensibility, 1995)


 

Sense and Sensibility - Happy Tears
 
잔잔한 피아노 연주를 감상하듯 제인 오스틴의 소설들은 섬세하고 예민하며 아름답습니다. 무엇보다 사랑하는 남녀의 극히 미세한 심리를 포착해낸 오스틴 소설의 재미와 감동은 '오해풀기'에 있는 것 같습니다.
 
'돌려 말하기(Understatement)'의 명수인 영국인들이기 때문일까요. 사소한 말 한마디나 행동 때문에 상대방의 마음을 잘못 짐작하고 서로 계속 빗나가다가 이윽고 절망에 이를 무렵, 극적인 계기가 찾아오고 그간의 모든 오해가 풀리며 서로의 진심을 확인하게 됩니다.
 
영화 마지막 부분, 에드워드를 사랑하면서도 그가 이미 결혼한 걸로 오해하고 마음을 접었던 엘리노어에게 에드워드가 청혼하며 말합니다. 이번에는 작심한 듯 용기를 내어 분명하게 얘기하지요.
 
My heart is, and always will be, yours.
 
 
 
추천도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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글 | 권계현

서울대 법대를 졸업하고 외교관이 되었다. 주호놀룰루 총영사관 영사, 주네덜란드 대사관 1등 서기관으로 근무했으며, 2013년 노벨평화상 수상 기구인 <화학무기금지기구(OPCW)>의 법률의제 의장을 역임했다. 이후 삼성전자로 자리를 옮겨 홍보팀 상무, 글로벌 스포츠마케팅담당 상무를 거쳐, 현재 무선사업부 전략마케팅실 전무로 재직 중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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