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카프카의 직장은 8시 출근, 2시 퇴근

2015 세계문학 고전학교 (1) 카프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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카프카의 삶과 작품세계에 대한 해박한 강연에 모두들 몰입해 빠져든 시간이었다. 아버지라는 존재를 끝없이 의식했던 카프카. 그가 작품을 통해서 이 상황을 어떻게 해결하려 모색했는지는 카프카의 작품을 직접 읽고 생각해보면 더 좋을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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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3월 27일, 예스24와 민음사가 주최하는 ‘2015 세계문학 고전학교’가 서울 논현동 북티크에서 열렸다. 독자들에게 깊은 고전의 맛을 전달하기 위해 기획된 ‘2015 세계문학 고전학교’는 매달 1회 세계문학의 고전과 작가에 대한 뜻깊은 특강으로 진행된다. 첫 문을 연 작가는 카프카. 카프카는 매우 높은 명성을 얻은 작가지만, 다분히 환상적인 작품세계로 독자들을 모호한 혼란에 빠뜨리곤 한다. 이번 특강은 이러한 카프카의 작품 세계를 쉽게 이해할 수 있었던 시간으로, 카프카에 대한 친절한 안내는 ‘로쟈’라는 필명으로 유명한 서평가이자 인문학자인 이현우가 맡았다. 이현우가 해석한 카프카의 이야기를 들어보자.

 

카프카의 작품 세계 알려면 ‘아버지’라는 존재를 이해 해야


‘작가의 삶’이 ‘작가의 작품’을 이해하는데 도움이 되느냐는 점에 대해서 적절한 균형이 필요하다고 생각합니다. 작가의 삶으로 작품을 해석하는 ‘전기주의’와 작가의 생애를 작품에서 완전히 배제하는 ‘반전기주의’ 사이에서 말입니다. 그런데 카프카의 경우는 카프카의 생애를 아는 것이 작품을 이해하는 데 상당히 중요하다는 생각입니다.

 

카프카의 아버지는 유대인이었고, 자수성가한 상인이었습니다. 유대인이었다는 점이 카프카에게 어떤 영향을 미쳤는지는 확실하지 않습니다. 다만, 아버지는 많이 엄한 분이었던 것 같습니다. 한 번은 이런 경험이 있었다고 해요. 아주 어릴 때, 카프카가 목이 말라서 한밤중에 일어나 물을 달라고 칭얼거렸는데 아버지가 카프카를 집 밖 복도에 혼자 세워두는 벌을 줬다고 합니다. 아마 밤늦게까지 장사를 하고 들어와 피곤했겠죠. 이제 좀 잠이 들려나 하는 순간에 아이가 칭얼거리니 좀 짜증이 났던 것 같습니다.

 

그런데 이 경험이 카프카에게는 아버지에 대한 ‘원체험’으로 남습니다. 카프카는 좀 집요하고, 뒤끝이 있거든요? (웃음) 그래서 다 기억합니다. 훗날 아버지에게 드리는 편지』에 다 써두었습니다. 카프카는 “한밤중에 물을 달라고 졸라댄다는 것이 터무니없게도 보이지만 저로서는 너무 당연한 일이었다는 것, 그리고 그만한 일로 집 밖으로 내쫓겨야 한다는 것이 참으로 끔찍한 일이었다는 것, 저로서는 이 두 가지를 어떻게 연결시켜야 할 지를 몰랐습니다.”라고 얘기합니다.

 

이런 경험을 통해 카프카에게 아버지는 넘어설 수 없는 벽이 됩니다.

카프카는 이런 말도 한 적이 있습니다.

 

“때때로 저는 세계지도가 펼쳐져 있고 그 위에 아버지가 사지를 쫙 뻗고 누워 계신 모습을 상상해봅니다. 그러면 마치 저한테는 아버지가 가리고 계시지 않거나 아버지의 손이 미치지 않는 지역만이 저의 생활공간이 될 수 있을 것처럼 여겨져요. 그런 지역은 결코 많을 수 없으며 무엇보다 결혼은 그런 지역에서 벗어나 있습니다.”

 

그만큼 카프카에게 아버지는 절대적인 존재였고, 동시에 벗어나고 싶은 존재였습니다. 여기서 ‘카프카 문학’이 지니는 딜레마가 발생합니다. 카프카는 ‘문학’을 꿈꾸면서도, 아버지가 원하는 길이 아니라는 걸 잘 압니다. 아버지는 워낙 무서운 분이니, 복종을 할 수 밖에 없어요. 그런데 ‘문학’을 포기하지는 못합니다. ‘카프카 문학’이란 “아버지에게 인정받는 길과 자신이 원하는 것 사이에서의 끝없는 딜레마”라고 할 수 있습니다.

 

카프카는 대학에서 법학을 전공합니다. 그런데 법관이나 변호사가 될 생각은 없었어요. 문학이나 예술에 관심이 있었습니다. 이것도 카프카의 딜레마 때문입니다. 자수성가한 아버지는 카프카가 생업에 도움이 되는 일을 하길 바랍니다. 가업을 잇길 바랍니다. 카프카는 그러고 싶지 않았습니다. 그 타협책이 법학이었던 것 같습니다. 카프카는 대학에 남아있을 수 있고, 아버지 생각에도 법학이면 나쁘진 않다고 생각했던 것 같습니다.

 

 

카프카의 직장은 8시 출근, 2시 퇴근


원래 법관이 될 생각은 없었기 때문에, 카프카는 학업을 마친 뒤 직장을 얻습니다. 첫 직장은 보험회사였는데, 이 직장에서 카프카는 즐겁지 않았습니다. 1년여 정도 다니다 직장을 옮기는데, 두 번째 직장은 오래 다닙니다. 죽기 2년 전까지 다니고, 의외로 인정도 받습니다. 나중에는 임원급까지 올라갑니다. 요즘 나인 투 식스(9시 출근 6시 퇴근)만 잘 지켜도 좋은 직장이라는 소리를 듣잖아요? 카프카의 직장은 8시 출근 2시 퇴근이었습니다.(와- 탄성) 2시에 퇴근해 집에 오면 카프카는 바로 침대에 눕습니다. 한숨 푹 자고 밤에 일어나 글을 씁니다. 카프카 문학이 가능했던 것은 카프카의 퇴근 시간이 빨라서였습니다.(웃음)

 

앞에서 카프카 문학은 아버지에게 인정받는 것과 자신이 원하는 것 사이의 딜레마라고 했잖아요? 카프카는 직장을 다님으로써 아버지가 원하는 장남의 책임을 이행합니다. 그러면서도 문학을 할 시간도 확보할 수 있게 되었습니다. 카프카 같은 사람이 한 곳에서 오랫동안 일을 할 수 있었던 것은 이 딜레마를 해결해 줄 수 있는 곳이었기 때문인 것 같습니다.

 

『법 앞에서』의 시골남자, 『성』의 요제프 K, 『변신』의 그레고르 잠자…


아버지라는 존재를 의식하는 카프카의 모습은 그의 작품 속 주인공들에서도 찾아볼 수 있습니다. 『법 앞에서』에는 한 시골남자와 법 앞을 지키는 문지기가 등장합니다. 문지기에게 법으로 들어가게 해달라고 남자는 청하는데, 문지기는 안 된다고 말합니다. 법이란 언제나 누구에게나 개방되어야 있어야 한다고 생각하지만, 남자는 해를 넘겨가며 기다립니다. 속으로 투덜거리면서도 그렇게 기다리다가 늙어가고 죽는 날을 맞이합니다. 아버지의 절대적인 권위에 눌린 것 같은 카프카를 발견할 수 있습니다.

 

『성』의 요제프 K도 그렇습니다. 측량기사인 K는 성의 부름을 받아 성 아래 마을에 도착합니다. 낯선 사람이 마을에 들어오자 마을 사람들은 어디서, 무슨 일로 왔냐고 묻습니다. K는 성의 부름을 받아 왔다고 답하죠. 마을 사람들은 성에 연락해서 사실을 확인하는데, 성에서는 그런 일이 없다고 회신이 옵니다. 성의 ‘인정’을 받아야 하는 K의 존재 역시 카프카의 모습을 반영하고 있습니다.

 

『변신』은 직접적으로 아버지의 말에서 시작되었다는 설이 있습니다. 아버지가 “이 벌레 같은 녀석”이라고 화를 내자, 그대로 벌레로 변한 주인공을 내세웠다는 겁니다. 『변신』의 그레고르 잠자는 벌레로 변해 가족의 생계를 책임지지 못하는 존재가 되자, 가족의 멸시를 받는 상황에 빠집니다. 여기서도 카프카가 아버지의 인정을 받지 못하는 것에 대한 카프카의 무의식을 우리는 떠올려 볼 수 있습니다. 그리고 그레고르 잠자의 잠자(S.A.M.S.A)는 카프카(K.A.F.K.A)가 자신의 이름처럼 자음-모음-자음-자음-모음 패턴으로 지은 이름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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카프카의 후기문학, 그리고 아버지를 벗어나지 못한 카프카

 

카프카는 후기에는 국가나 법, 관료제에 대한 관심으로 나아갑니다. 오늘날에는 ‘아버지’라는 남근적 존재를 국가, 관료제 같은 ‘대타자’와 연결 짓는 것이 낯설지 않습니다. 카프카가 글을 쓰던 당시에는 오늘날처럼 일반적이지는 않았겠지만, 이미 당시에도 정신분석학에서 그런 이야기를 하고 있었습니다. 카프카 역시 당시 정신분석학의 영향을 받은 것으로 보입니다.

 

이런 국가나 법, 관료제에 대한 관심을 카프카의 ‘사회비판적 의식’으로 보는 해석도 있습니다. 그런데 카프카는 결국에는 모두 받아들입니다. 아버지에 대한 불만이 있지만, 아버지를 거역하지 못하는 것과 같습니다. 카프카는 『아버지에게 드리는 편지』에서 아버지에 대한 불만을 조목조목 쓰지만, 끝내 아버지에게 보여주지는 않습니다. 카프카는 마지막까지도 아버지에게서 벗어나지 못합니다. 프라하에서 태어난 카프카는 6개월 정도의 베를린 여행 기간을 제외하고는 줄곧 프라하를 떠나지 않습니다. 오늘날 카프카가 이렇게 세계적인 작가가 될 줄 본인은 절대 몰랐을 겁니다.

 

그리고 카프카는 죽어서는 아버지와 함께 묻히게 됩니다. 죽어서도 아버지를 벗어날 수 없는 것이 카프카의 운명이었습니다.


카프카의 삶과 작품세계에 대한 해박한 강연에 모두들 몰입해 빠져든 시간이었다. 아버지라는 존재를 끝없이 의식했던 카프카. 그가 작품을 통해서 이 상황을 어떻게 해결하려 모색했는지는 카프카의 작품을 직접 읽고 생각해보면 더 좋을 것 같다. 아버지와의 관계 외에도 카프카의 작품과 연결된 여성들의 존재도 아주 흥미로웠다. 앞으로 진행될 ‘2015 세계문학 고전학교’를 통해 더 많은 작가, 작품에 대해서도 의미 있는 시간을 가질 예정이며, 다음 강의는 ‘밀란 쿤데라’를 주제로 역시 인문학자 이현우가 함께한다.

 

 

“밀란 쿤데라 강의” 신청 바로 가기
 //www.yes24.com/campaign/01_Book/2015/0401School.aspx

 

 

 

 

 



프란츠 카프카 저/홍성광 역 | 펭귄클래식코리아

카프카 만년의 미완성 대작 『성』. 1921년 경에 쓰여졌으나 그의 사후인 1926년에 유고로서 발표되었다. 이 작품은 절대적 관료주의의 상징인 성을 배경으로 지극히 실질적인 기법으로 관념 세계의 상징적인 인간 존재의 정체와 그 실상을 파헤치고 있다.

 

 

 

 

 

 

 

 

 

 

변신 시골의사

프란츠 카프카 저/전영애 역 | 민음사

밀란 쿤데라와 더불어 체코의 두 K로 일컬어지는 불운의 소설가 카프카의 단편 모음집. 어느날 잠에서 깨어나 보니 자신이 벌레로 변해 있는 상황을 통해 인간의 무기력함과 왜소함을 그로테스크하게 그려낸 작품 <변신>을 포함, <판결>, <시골의사>, <가장의 근심> 등 30편 이상의 단편을 수록하고 있다.

 

 

 

 

 

 

 

 

 

 

아버지에게 드리는 편지

프란츠 카프카 저/이재황 역 | 문학과지성사

카프카가 소설가로서 절정기를 맞았던 1919년 11월 아버지 헤르만을 향해 쓴 타자 용지 45장 분량의 작품을 엮은 책. 밀란 쿤데라와 더불어 체코의 두명의 마에스트로 K라 불리우는 카프카의 좌절과 분노, 개인으로서의 가망없는 흐릿한 노력의 애틋한 절망의 흔적을 그의 자전적 소설 <아버지에게 드리는 편지>에서 공감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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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한민국 No.1 문화웹진’ 예스24 채널예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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글ㆍ사진 | 김성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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