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빌보드 메인 앨범 차트 90위, EXO 〈EXODUS〉

엑소(EXO)〈EXODUS〉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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빌보드 메인 앨범 차트 90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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H.O.T.에서 동방신기로 이어지는 전통적인 SM표 보이밴드의 포지션을 계승하며 2012년 등장했던 엑소는 이듬해 SM 사운드와 대중성이 조화된 회심의 한방 「으르렁」으로 SMP의 새로운 대안을 제시했다. 이어진 EP < 중독 > 이후 1년 만에, 정규 앨범으로는 < XOXO > 이후 2년여 만에 발매한 두 번째 정규 앨범 < EXODUS >는 한국어와 중국어로 녹음된 음반이 각각 10종류씩 총 20종류의 형태로 발매되는 것으로도 화제를 모았다.

 

최근 SM에서 제작한 다른 앨범들과 마찬가지로 이 앨범 또한 다국적 작곡가들과 프로듀서들이 한 자리에 모여 협업하는 방식(SM 송라이팅 캠프)을 통해 제작되었다. 과거의 SM이 해외에 있는 현지 작곡가와 접촉해 기존 가요와 차별화된 음악을 꾀했다면 이제는 아예 그들과 함께 작업을 하며 맞춤형 음악을 만들어내는 것이다.

 

소포모어는 개성이 없던 1집의 아쉬움을 「Exodus」와 「El dorado」에서 이들만의 뚜렷한 색깔과 흡입력을 보여주며 어느 정도 극복하고 있지만, 이번엔 낮은 완성도의 곡 해석력이 발목을 잡는다. 펑키한 댄스에서 R&B 슬로우 잼, 섬세한 감정 선의 팝 발라드를 오가면서도 천편일률적인 기계적 보컬 운용은 듣는 재미를 감소시키고 몰입을 방해한다.

 

먼저 엔 싱크(N Sync)를 연상시키는 리드미컬하고 정돈된 사운드와 후크가 인상적인 「Call me baby」는 엑소 열풍을 이어갈만한 대중성을 갖췄다. 「으르렁」의 영광을 재현할 만하다. 무난하고 대중친화적인 곡을 앞세워 무리 없이 차트 정상에는 올랐지만, 내막을 들여다보면 속내는 공허하다. 엑소의 승리이지, 엑소 음악의 승리는 아닌 것이다.

 

물론 앨범의 뼈대는 안정적이다. 펑키한 피아노 컴핑을 바탕으로 빠른 호흡의 보컬과 촘촘한 구성의 소리들로 긴장감을 조성한 「Exodus」는 타이틀 곡 못지않은 파괴력을 지녔고, 이색적인 코드 진행이 눈에 띄는 「El dorado」의 경우는 장엄한 음악과 거친 보컬 운용으로 「MAMA」, 「늑대와 미녀」로 이어지는 엑소 고유의 아이덴티티가 드러난다. 전반적인 색채와 톤을 정돈해 통일감을 획득하고 댄스곡과 비트 감 있는 발라드의 고른 배치로 유려하게 완급 조절까지 해낸 것은 좋다.

 

외형적 무게는 잡았지만 문제는 빈약한 내실이고 이것은 엑소의 명확한 한계로 직결된다. 조악한 멜로디의 「Transformer」는 유치한 가사와 단순한 라임의 랩으로 실소를 자아내고, 샤이니 종현이 선사한 「Playboy」나 끈적한 슬로우 잼 '시선 둘, 시선 하나'는 완성도 높은 R&B 트랙이나 이들에게는 버겁다. 「유성우」의 어쿠스틱 기타 샘플과 짜임새 있는 비트는 매력적이지만 일차원적인 단순한 보컬과 민망한 수준의 랩이 곡의 가치를 현저히 떨어뜨렸다. 특색 없이 평범한 '노잼' 발라드 트랙들은 이렇다 할 소구점이 없다.

 

데뷔 곡 「MAMA」에서부터 멤버 별로 캐릭터를 부여해 판타지 소설 같은 세계관을 만들었던 엑소는 이번에도 암호를 입력하면 추가 컨텐츠를 제공하는 독특한 티저를 선보였다. 하지만 결국 대중에게 기억 되는 것은 좋은 음악이다. 탄탄한 이야기 구성이 돋보였던 「늑대와 미녀」보다 「으르렁」이 더 많은 사랑을 받고 회자 된 것이 이를 반증한다. 구매력이 정점에 달한 팬덤을 공략하기 위한 스토리텔링과 초호화 패키지의 음반보다 중요한 것은 그 속의 음악 퀄리티다.

 

2015/04 정민재(minjaej92@gmai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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글 | 이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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