새로운 출발, 에프티 아일랜드 〈I will〉

에프티 아일랜드(FT Island)　〈I will〉

이런 결과물이라면 흑역사와 오해를 하나씩 걷어내며 온전한 이름을 새기기에는 충분하다.

글 | 이즘

'소속사와 싸워서 나온 앨범'의 표현이 에프티 아일랜드를 둘러싼 수많은 이해관계를 상징한다. 회사는 수익을 내야 하니 김도훈, 이상호 콤비의 '무늬만 록' 발라드 타이틀을 원하고, 일본 활동으로 자신감을 얻은 밴드는 스스로 길을 개척하고자 한다. 「사랑앓이」 시리즈에 익숙한 대중에겐 이제 에프티 아일랜드도 먼 옛날의 이름이지만, 관심이 뜸한 현 상황은 오히려 새로운 출발에 안성맞춤이다. 물론 익히 알려진 대로 전과 같은 지원을 기대할 순 없지만.

아이돌 록 밴드의 구구절절 대견한(?) 성장 스토리를 뒤로 하더라도 < I Will >은 의심할 필요 없는 록 앨범이다. 악기만 들었던 '폼만 밴드' 이미지가 강해서 그렇지 옆 일본에서의 각종 록 페스티벌 출연, 아레나 투어에서 보여주는 실력과 이미지는 어엿한 록 밴드의 것이다. 경험에서 우러나온 자신감은 일본 활동 싱글과 자작곡을 잘 버무려 헤비한 일관성으로 발현된다. 성공적인 변화를 위해 가장 잘 할 수 있는 스타일로 승부를 건 셈이다.

앨범은 에프티 아일랜드의 커리어 중 최초로 정체성 논란이나 상업성과 연관 짓지 않아도 될 정도로 튼튼한 구성을 자랑한다. 밀도 높은 사운드와 귀에 박히는 멜로디를 가진 타이틀곡 「Pray」를 필두로 비장함을 위주로 한 트랙들이 이어지며 상당히 높은 집중도를 보인다. 「Black chocolate」에서 터져 나오는 보컬과 기타의 조화나 「Do you know why?」의 깔끔한 멜로디 전개, 인상적인 기타 리프의 분위기를 끝까지 잘 가져가는 「Hey girl」 등은 과거 모습을 생각해보면 그야말로 환골탈태 수준이다. 어쭙잖은 뽕끼나 뻔한 소몰이 트랙은 먼 옛날의 일이다.

다만 관심의 축을 진보에서 옮겨놓는다면 몇 가지 문제는 있다. 아직 편곡 전선에 나서지 못하다 보니 나타나는 괴리인데, 스타일은 잘 다듬어져 있지만 「Time to」나 「Please」는 원 오크 록 등의 일본 밴드 스타일, 「Black chocolate」같은 곡은 과거 이모 코어를 연상케 하는 등 세부적으로 조금씩 어긋나는 모습을 보인다. 그러다 보니 본인들만의 스타일도 흐릿해진다. 다양한 보컬 운용도 때에 따라 혼란스러운 부분. 이재진과 송승현이 높은 보컬 비중을 보이는 「To the light」이나 「Hey girl」, 이홍기가 곡을 이끄는 「Pray」는 스타일에서 꽤 많은 차이가 난다. 무거운 사운드에 맞춰 가사 내용도 더욱 성숙했더라면 어땠을까도 아쉬움이다.

미흡한 점도 분명 있지만, 압력을 거부하고 자신들만의 길을 찾아 떠난 것에 일단은 박수를 보내고 싶다. 비록 시작은 모순이었음에도 이들은 해답을 찾기 위해 쉬운 길을 버렸고, 발전을 거듭하며 늦게나마 궤도에 오르는 중이다. 앞으로 행보를 지켜봐야겠지만, 이런 결과물이라면 흑역사와 오해를 하나씩 걷어내며 온전한 이름을 새기기에는 충분하다. 열정은 음원 차트 순위, 소속사의 지원, 상업적 성과로 평가받지 않는다.

2015/04 김도헌(zener1218@gmai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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관련태그: 에프티아일랜드, FT Island, i will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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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글 | 이즘
이즘(www.izm.co.kr)은 음악 평론가 임진모를 주축으로 운영되는 대중음악 웹진이다. 2001년 8월에 오픈한 이래로 매주 가요, 팝, 영화음악에 대한 리뷰를 게재해 오고 있다. 초기에는 한국의 ‘올뮤직가이드’를 목표로 데이터베이스 구축에 힘썼으나 지금은 인터뷰와 리뷰 중심의 웹진에 비중을 두고 있다. 풍부한 자료가 구비된 음악 라이브러리와 필자 개개인의 관점이 살아 있는 비평 사이트를 동시에 추구하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