검색

벨기에의 대표 음식 초콜릿 와플 그리고 맥주

벨기에 -프랄린 초콜릿, 맥주, 와플

  • 페이스북
  • 트위터
  • 복사

만약 독일인이나, 체코 혹은 헝가리 사람이 내 글을 읽는다면, 아마 당장이라도 그들의 맥주를 모독한 내 주소를 인터넷에서 뒤져 우리 집으로 폭탄을 보낼지도 모른다. 그러나 중앙 유럽의 맥주가 훌륭한 것은 사실이지만, 벨기에에서 생산되는 맥주와는 비교될 수 없다.

음식에 대해 이야기를 해보자면, 벨기에는 어디에도 속하지 않는 중립지대다. 벨기에의 북쪽에서는 네덜란드 사람들이 랜드로버 타이어만 한 크기의 치즈를 바퀴처럼 굴리고 다닌다. 서쪽에서는 독일 사람들이 다소 망측하게 생긴 브라트브르스트(bratwurst : 독일식 소시지)가 잔뜩 담긴 접시와 맥주가 넘칠 듯한 술잔을 양손에 들고 상남자의 포스를 풍기며 수탉처럼 잔뜩 거만을 떨고 있다. 그리고 남쪽으로는 오랜 세월 동안 벨기에를 조롱하며 괴롭히는 나라, 프랑스가 위치하고 있다. 프랑스는 미슐랭 스타를 받은 고급 레스토랑에서 값비싼 와인과 육즙-버터-밀가루-와인으로 만들어지는 소스를 부은 고기 요리를 먹으며 오랫동안 고통을 받고 있는 이웃을 보며 낄낄대왔다. 이러한 주변 환경은 끔찍한 악몽처럼 들린다. 그러나 이런 역경을 딛고, 벨기에 사람들은 어떤 음식도 그럭저럭 견뎌낼 수 있는 놀라운 능력을 갖게 되었다.


그리고 더욱 놀라운 것은, 벨기에 음식이 꽤 맛있을 뿐만 아니라, 맥주와 초콜릿, 이 두 가지 부문에 있어서는 전 세계적으로 선두를 달리고 있다는 사실이다.


만약 독일인이나, 체코 혹은 헝가리 사람이 내 글을 읽는다면, 아마 당장이라도 그들의 맥주를 모독한 내 주소를 인터넷에서 뒤져 우리 집으로 폭탄을 보낼지도 모른다. 그러나 중앙 유럽의 맥주가 훌륭한 것은 사실이지만, 벨기에에서 생산되는 맥주와는 비교될 수 없다.


2010 월드컵 기간 동안, 영국의 한 신문은 그들의 웹사이트에 “맥주 월드컵”이라는 제목의 기사를 실었고, 이에 수많은 영국의 네티즌들은 전 세계 맥주들 간에 결투를 벌인다면 과연 어떤 맥주가 살아남을까에 대한 자신의 의견을 포스팅하였다. 물론 월드컵 기간에도 평소와 다름없이 출근해서 근무를 해야만 했던 영국의 네티즌들은 업무시간의 대부분을 투자해 복잡한 숫자들을 분석하고 예측해서 결국에는 벨기에 맥주가 우승 트로피를 들어올리는 가상의 대회를 만들어냈다. 만약 맥주에 대해 알고 맥주를 사랑하는 사람이라면, 나를 믿어도 좋다. 따분한 일상에 지친 영국의 네티즌들이야말로 진정한 맥주 애호가들이다.


엄청난 규모의 이웃나라 맥주 회사들에 비하면 아주 조그만 가내 수공업 규모의 맥주 양조장을 모아놓은 것과 같지만, 벨기에 맥주는 놀라울 정도의 다양함을 가지고 있다. 벨기에 맥주들은 섬세한 도자기나 유리 공예 작품처럼 장인정신이 깃든 제품들이다.


프랑스인들이 그들의 자랑스러운 와인에 대해 끝없이 떠벌리는 것을 좋아하듯이, 벨기에 사람들 또한 자신들의 맥주에 대해 일장연설을 늘어놓는 것을 즐긴다. 벨기에 맥주병들은 유난스러울 만큼 장식적이다. 대개 인형의 집에서나 볼 수 있을 만한 화려한 장식들로 꾸며져 있거나 빅토리아 시크릿의 브라보다 더 정교해 보이는 와이어가 코르크 마개 주위를 감싸고 있다.


이웃나라 독일의 강하고 거친 맛을 지닌 맥주들과는 달리, 벨기에 맥주는 커다란 나무 통이 아니라 병에서 숙성되는데, 경우에 따라서는 10년에 가깝게 숙성이 되거나 과일과 같이 섬세한 맛을 가진 재료들이 더해지기도 한다.

물론 ‘과일 맥주’라는 것이 그 이름만큼이나 실제 맛 또한 불량식품 같다는 것에는 나도 동의하는 바이다. 왜냐하면 과일맥주는 대량생산 과정에서 과일의 맛과 향을 대신해 설탕이나 과일 시럽이 첨가되기 때문이다. 그러나 이러한 대규모 맥주 양조장들과는 달리, 벨기에의 작은 양조장에서는 진한 맛의 다크 체리나 솜털이 보송보송하고 과즙이 가득한 복숭아 그리고 우리가 상상할 수 있는 가장 깊은 맛을 지닌 산열매들을 직접 사용해서 맥주를 만든다.


또한 맥주가 담겨서 판매되는 병들은 그 자체가 하나의 예술작품과도 같다. 아기자기한 병의 형태와 그리고 병에 붙은 라벨은 중세시대 수도사들이 성서의 이야기를 담아 그려낸 고풍스러운 삽화를 닮았다. 도수가 높은 벨기에 맥주의 라벨에는 무서운 도깨비가 장난스럽게 등장하거나, 신약 성서에 등장하는 어둡고 사악한 인물인 유다와 같은 이름이 붙기도 한다. 아마도 이 맥주들을 지나치게 많이 마시면, 언젠가 도로 위에 얼굴을 대고 누워 있는 자신을 발견할지도 모른다는 경고를 담고 있는 것 같다.
 

편집.jpg

 

 

* 이 글은 『바나나와 쿠스쿠스』의 일부입니다.

 

 

 

 

 

 

 


 

 

img_book_bot.jpg

바나나와 쿠스쿠스 : 요리하는 철학자 팀 알퍼의 유럽 음식 여행팀 알퍼 저/조은정 역 | 옐로스톤
럽인이 유럽의 음식을 탐험하는 최초의 맛기행 책으로, 음식이 만들어진 역사와 유래, 저자 자신의 경험 등이 유머와 번뜩이는 비유로 묘사되어 있어 이름이 낯선 음식들에 당황함을 느끼며 책을 펼쳐들 독자들도 어느 순간 한 번도 먹어보지 못한 낯선 유럽 어느 지역의 카페 한 귀퉁이에 앉아 그 음식을 먹어보고픈 유혹과 그리움까지 느끼게 된다.

 

 

 


[추천 기사]


- 엄마의 맛 나가사키 카스테라
- 스테이크 만들기 어렵지 않아요
- 영국의 치피스에서만 맛볼 수 있는 피시 앤 칩스
- 눈물 날 만큼 황홀한 프랑스 계급투쟁의 맛
- 국물떡볶이 적당한 거리가 주는 묘한 매력




‘대한민국 No.1 문화웹진’ 예스24 채널예스


 

 

이 기사가 마음에 드셨다면 아래 SNS 버튼을 눌러 추천해주세요.

독자 리뷰

(2개)

  • 독자 의견 이벤트

채널예스 독자 리뷰 혜택 안내

닫기

부분 인원 혜택 (YES포인트)
댓글왕 1 30,000원
우수 댓글상 11 10,000원
노력상 12 5,000원
 등록
더보기

글ㆍ사진 | 팀 알퍼

바나나와 쿠스쿠스

<팀 알퍼> 저/<조은정> 역13,500원(10% + 5%)

진정한 유럽의 맛을 찾아 떠나는 맛기행 가이드북 유럽인이 유럽의 음식을 탐험하는 최초의 맛기행 책으로, 음식이 만들어진 역사와 유래, 저자 자신의 경험 등이 유머와 번뜩이는 비유로 묘사되어 있어 이름이 낯선 음식들에 당황함을 느끼며 책을 펼쳐들 독자들도 어느 순간 한 번도 먹어보지 못한 낯선 유럽 어느 지역..

  • 카트
  • 리스트
  • 바로구매

오늘의 책

나의 모든 것을 잃어버려도 좋을 단 하나, 사랑

임경선 작가의 신작 장편소설. 주인공의 일기를 홈쳐보듯 읽는 내내 휘몰아치는 사랑의 감정에 휩싸이게 된다. 운명적인 사랑에 빠져 자기 자신을 잃어가면서도 그 마음을 멈추지 못하는, 누구나 겪었을 뜨거운 시간을 작가 특유의 감각적인 문체로 표현해낸 소설.

매혹적인 서울 근현대 건축물

10년째 전국의 건축물을 답사해온 김예슬 저자가 서울의 집, 학교, 병원, 박물관을 걸으며 도시가 겪은 파란만장한 근현대사를 살펴본다. 이 책은 도시의 풍경이 스마트폰 화면보다 훨씬 매력적이라는 사실을 일깨우며, 당신의 시선을 세상으로 향하게 해줄 것이다.

2024 비룡소 문학상 대상

비룡소 문학상이 4년 만의 대상 수상작과 함께 돌아왔다. 새 학교에 새 반, 새 친구들까지! 두려움 반, 설렘 반으로 ‘처음’을 맞이하고 있는 1학년 어린이들의 마음을 들여다보는 섬세한 시선이 눈부신 작품. 다가오는 봄, 여전히 교실이 낯설고 어색한 친구들에게 따뜻한 격려와 응원을 전한다.

마음까지 씻고 가는 개욕탕으로 오시개!

『마음버스』 『사자마트』 로 함께 사는 세상을 따뜻한 시선으로 그린 김유X소복이 작가의 신작 그림책. 사람들이 곤히 잠든 밤, 힘들고 지친 개들의 휴식처 개욕탕이 문을 엽니다! 속상한 일, 화난 일, 슬픈 일이 있을 때, 마음까지 깨끗히 씻어 내는 개욕탕으로 오세요!


문화지원프로젝트
PYCHYESWEB03