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설명하고 싶지? 이미 설명하고 있지만 더 격렬하게 설명하고 싶지?

맨스플레인이 뭐에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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연애와 상관없이, 여자를 가르치려는 시도가 맨스플레인이다. 한편으로는 연애의 대상인 여성을 가르침으로써 자신의 매력을 어필하려는 노력 역시 맨스플레인이다. 남자는 비단을 찢어서라도 웃겨야 하고, 여자는 남자의 그런 노력을 감안하여 최선을 다해 웃어줌으로써 그를 뿌듯하게 해야 한다는 암묵적인 룰이 연애의 장에 존재한다. 거기에 따르지 않으면 ‘아는 척 하는 여자’로 낙인찍히고 연애 부적합군으로 분류된다.

오랫동안 비연애 상태를 유지하면 딱히 의뢰나 요청을 하지 않아도 각종 처방전(?)을 받을 수 있다. 연애에 적합하지 못한 어떤 특성이 일일이 호출되고, 명단에 오른 몇 가지 속성 중 하나가 강력한 용의자로 지목된다. 그 과정에서 ‘나’라는 인간은 ‘연애의 장’이라는 침대에 누워 감정을 받는다. 긴 부분은 자르고, 짧은 부분은 늘려라! 너는 이렇게 해야 하고, 저렇게 하면 안 된다. 지금까지 받아든 무수한 처방전 중 가장 흔한 것 중 하나는, 두구두구두구~! “리액션을 적극적으로 하라!”이다. 아니 동물원의 물개가 휴가를 내면 사육사가 캐스팅을 하러 올 정도로 박수도 잘 치는 나에게 리액션을 더 적극적으로 하라니? 이건 치즈 케이크에 치즈 소스를 얹으라는 주문 아닌가? 처음에는 억울했다. 그러나 그 ‘리액션’은 그냥 리액션이 아니었다.  무려 ‘상냥하게 들어주고 알아도 모르는 척하며, 남자의 설명에 과장되게 감동한 듯 반응하는’ 이라는 조건이 붙었다. 그 처방전을 내놓은 이들은 하나 같이 말했다. “남자들은 자기를 치켜세워주는 여자들을 좋아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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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것은 딱히 특별한 사례가 아니며 오히려 정설처럼 널리 퍼져 있다. “아, 진짜요? 와~대단하다, 몰랐어요!” 이 대사는 여자들이 연애의 영역에서 장착해야 하는 필수품이다. 여자들은 눈을 빛내며 상냥하게 듣고, 놀라워하며, 웃으면서 칭찬해야 한다. 소개팅이나 미팅처럼 본격적으로 링(!)에 오른다면 더더욱 빼놓아서는 안 되는 3종 세트랄까? 남자가 아는 이야기를 해도, 심지어 내가 훨씬 더 잘 아는 영역에 대해서 우주의 얕은 지식을 늘어놓아도 절대 아는 티를 내면 안 된다. ‘아는 척’하는 남자 앞에서 ‘모르는 척’을 밀어서 잠금 해제하는 순간 그 자리는 연애의 영역이 아니라, 불꽃 튀는 서열 싸움의 장이 되니까.


이러한 현상은 ‘맨스플레인(mansplain)’이라는 구체적인 명명으로 순식간에 이슈가 되었다. ‘남자(man)’과 ‘설명하다(explain).’을 결합한 이 단어는 작년 호주에서 ‘올해의 단어’로, 2010년에는 뉴욕 타임스가 선정한 ‘올해의 단어’ 리스트에 뽑혔다. 맨스플레인은, 여자가 모르는 것을 물어봤을 때 남자가 설명해주는 것이 아니다. 문화 비평가 레베카 솔닛은 한 남성과 대화를 나눈 경험을 계기로 이 단어를 만들었다. 레베카 솔닛이 자기 소개를 하면서 최근에 쓴 책 이름을 말하자, 상대방 남성은 말을 끊고 그 책과 관련된 지식을 떠들었다. 몇 차례나 “그 책을 쓴 게 얘다, 가가 야다”를 시전한 후에야 상대방 남성은 상황을 파악했다고. 그는 책에 관한 서평을 읽은 것이 전부라고 한다. 이 짤막한 사연은 맨스플레인의 모든 것이 들어있는 농축과즙 100% 엑기스다. 상대방 남성은 우선 레베카 솔닛의 말을 제대로 듣지 않았고, 그녀의 말에서 자신이 알고 있는 단어만을 선별해서 포착했다. 그리고 마치 초록창 검색처럼, 자신의 밑천에서 조금이라도 관련 있는 것들은 다 끌어내서 대화를 주도한 것이다. 자신의 앞에 있는 여성이 바로 그 지식을 생산한 주체라는 것을 이해하는 데는 무려 ‘서너 차례’의 설명이 필요했다는 데에서, 맨스플레인의 핵심을 짚어내는 사람들의 말처럼, ‘여성의 지식은 입력 불가능한 투명한 정보’임을 알 수 있다. 레베카 솔닛이 있었던 자리가 소개팅이 아니고, 그곳이 연애를 위한 장이었는지 아닌지는 알 방법이 없지만, 어떤 자리였는지는 딱히 중요하지 않다. 중요한 것은 남자와 여자가 대화를 하도록 배치된 자리면 언제 어디든, 맨스플레인이 발생한다는 사실이다.


맨스플레인이 화제가 되자 다양한 논쟁이 벌어졌다. 어떤 남성들은 설명하고자 하는 오지랖은 ‘남성이 여성에게’만 벌어지는 것이 아니며, 맨스플레인이 그토록 보편적으로 발생한다면 이는 남자의 특성으로 봐주어야 하지 않는가, 맨스플레인은 성별의 문제가 아니라 파워게임의 문제라고 반발했다. 그러나 맨스플레인은 ‘아랫사람이 윗사람’에게 행하는 훈계와는 다르다. 단순한 파워게임에 의한 것이라면 그냥 ‘꼰대질’이라는 단어를 쓰면 될 것이다. 이건 오래 전부터 쓰였고, 더 인지도가 높다. 혹은, 인터넷 용어지만, ‘설명충’이라는 말도 있다. 너도 알고 나도 알아서 직관적이고 암묵적으로 넘어가는 사안에 ‘굳이’ 진지한 설명을 덧붙이며 분위기를 깨는 이들을 가리키는 말이다. 그런데 굳이 맨스플레인이라는 단어가 탄생한 것은, 여기에 명백히 성차에 따른 문제가 존재하며 이를 가시적으로 드러내야 할 필요가 있었기 때문이다. 사실 맨스플레인이 있기 전에는 ‘오빠병’이라는 말이 그 자리를 대신했다. 언제나 “오빠가~, 오빠한테~” 라며 자신을 3인칭으로 부르는 남자들의 특징 중 하나가 맨스플레인이다. 이름을 만든다는 것, 명명이 가능해진다는 것은 달려가서 꽃이 되는 아름다운 사건뿐만 아니라 정치적 움직임을 일으킨다. 맨스플레인은 명백한 젠더 문제이고, 젠더 관계 안에서 파악하고 논의해야 할 사항이다. ‘왜’ 남자는 설명하는가? 그것도 ‘안물안궁(“안 물어봤고 안 궁금하다”의 줄임말로 상대방의 말을 단번에 차단하는 마법템)인데, 심지어 상대방 여자가 자신보다 더 전문적인 영역에 있는 것을 안 후에도 왜 맨스플레인은 멈추지 않는가?


설명을 잘한다는 것 자체는 매우 매력적인 장점이다. 그러나 상대방이 자신보다 무지하다고 전제한 설명은 듣는 사람이 가장 기민하게 알아챌 수 있다. 지금 나를 알로 보는군? 맨스플레인이라는 단어를 여성들이 이토록 반기고, 적극적으로 자신의 경험을 풀어놓는 것은 맨스플레인을 당하는 것은 오직 여성이기 때문이다. 맨스플레인을 하는 사람은 자신이 그것을 하는지 모르고, 맨스플레인을 당해본 적도 없다. 남성이기 때문이다. 대부분의 경우 여성은 전문가, 아니 최소한 ‘동등한 수준의 대화를 할 수 있는 인간’이 아니라 ‘여자’로만 존재한다. 여성들에게 비교적 척박하다고 알려진 지식 체계, 이를테면 컴퓨터나 사진, 자동차 등의 영역에 종사하는 전문가 여성들은 단순히 성별 때문에 폄하되고 차별 받는다. 게다가 맨스플레인은 더 이상 ‘비교적 남성이 지식에서 우위를 점했다고 여겨지는’ 분야에만 국한되지 않는다. 믿어지는가? 생리통 때문에 괴로워하는 여성 앞에서, 생리통의 원인과 치유 방법을 줄줄이 늘어놓으며 ‘그런데 그거 참았다가 집에 가서 하면 안 되느냐’고 묻는 남자가 실제로 존재한다는 사실을.

 

앞서 설명했듯이, 이러한 맨스플레인을 당했을 때 대부분이 여성들은 ‘모르는 척’ 넘어간다. 성별을 초월해서, 상대방이 무언가를 아는 척할 때 그것에 대해서 알더라도 적당히 모르는 척 넘어가주는 것이 센스 있고 상냥한 것으로 여겨지는 분위기가 존재하기는 한다. 그러나 어디까지나 그러한 ‘센스와 상냥함’이 여성에게만 요구되며 이는 여성적 매력과 직결된다. 적당히 모르는 척하며 상대방을 띄워줄 것. 대화 도중 아는 화제가 나와서 적당히 맞장구를 치면 상대방 남성의 얼굴에는 대개 “어디서 아는 척이니?”가 짙게 깔리고, 그 이후는 둘 중 하나다. 남자가 입을 다물며 분위기가 어색해지거나, 승부욕에 불타며 ‘발라버리려고’하거나. 자신의 설명을 ‘듣는’ 것이 아니라, 의견을 제시하며 대화를 하고자 하는 순간 상대방 여성은 연애에는 적합하지 못한, 남자를 이겨 먹으려고 드는, 그리하여 피곤한 여자가 되는 것이다. 그렇다고 딱히 100분 토론을 시도한 것도 아닌데 말이다(필자의 지인은 소개팅 자리에서 정치적 이슈를 끄집어내는 남자에게 욱해서 결국 토론을 벌였고, 이후 그 남자가 주선자에게 요청한 조건은 ‘신문 안 보는 여자’였다는 사연을 제보했다). 반면 하도 재미가 없어서 입을 다물고 그냥 웃고만 있을 때 다음 만남으로 이어질 확률이 높았다.


연애와 상관없이, 여자를 가르치려는 시도가 맨스플레인이다. 한편으로는 연애의 대상인 여성을 가르침으로써 자신의 매력을 어필하려는 노력 역시 맨스플레인이다. 남자는 비단을 찢어서라도 웃겨야 하고, 여자는 남자의 그런 노력을 감안하여 최선을 다해 웃어줌으로써 그를 뿌듯하게 해야 한다는 암묵적인 룰이 연애의 장에 존재한다. 거기에 따르지 않으면 ‘아는 척 하는 여자’로 낙인찍히고 연애 부적합군으로 분류된다. 아는 것을 앞에서 말하길래 안다고 말하는데 왜 아는 척 하냐고 물으시면…? 아는 척 하는 여자에게 남은 것은 피의 응징뿐이다. 감히 네가! 부들부들! 이 상황에서, ‘그냥 상냥하게 들어주면 되지 않느냐. 부드러운 것이 강한 것을 이긴다’는 참견은 문제의 핵심과 아무 상관이 없으며, 맨스플레인을 정치적 이슈로 만들려는 시도를 안다리로 후려 자빠뜨리는 말이다. 반복해서 말하지만, 상냥하게 들어주는 것과 맨스플레인은 전혀 다른 층위의 문제이다. 상냥하게 들어주는 것은 동등하고 매끄러운 대화에서 가능한 일이다. 맨스플레인은 대화가 아니다. 그것은 그저 일방적으로 쏟아지는 지적 권력의 과시일 뿐이다.

누군가의 의견처럼, 맨스플레인은 남자 자체의 특성이 아니다. 그것은 날 때부터 갖고 있었던 젠더 권력 때문에 자신도 모르게 습득한 나쁜 버릇이다. 당연히, 맨스플레인을 하지 않는 남자도 존재한다. 다만 그들에게 “남의 말을 잘 들어준다.”고 말했을 때 다소 위축된 모습으로, 그것이 약점으로 작용할 때가 있다고 고백했던 것이 무척 강한 인상을 남겼다. 즉 맨스플레인을 하지 않는다는 사실은 종종 남성성의 결핍으로 번역되고 그를 괴롭힌다는 것이다. 하지만 잘 들어준다는 것은 굉장한 장점이다. 미국 드라마 「빅뱅 이론」에서 늘 연애를 하고 싶어 혈안이 된 4명의 너드 중에서 의외로 여성들과 로맨틱하게 되는 확률이 가장 높은 것은 ‘라즈’다. 그는 여성들 앞에 서면 수줍음 때문에 입이 딱 붙어버려 아무 말도 못한다. 극적으로 희화화되고 과장 되었지만, 그런 라즈와 밤을 보낸 여성들이 늘 행복한 표정으로 “이렇게 내 말을 잘 들어주는 남자는 네가 처음이다”고 말하는 장면은 진정한 의미의 ‘부드러운 것이 강한 것을 이긴다’가 무엇인지 보여준다. 연애의 장에서 아는 척 하는 남자와 모르는 척 하는 여자는 찰떡궁합이고, 화제가 끊이지 않는 남자는 교과서적인 모범 답안이지만, 결국 친밀한 관계로 들어서기 위해서는 두 사람 사이의 소통이 중요하지 않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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글 | 이진송

비연애인구 전용잡지 <계간홀로> 발행인. 문충이(文蟲)가 되고 싶은 그냥 식충이. 뭐든지 재미 있어야 하지만 재미의 기준은 내 마음. 읽고 쓰고 덕질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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