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뮤지컬 <오디션>, 강렬한 배우 김찬호에게 이런 모습이?

뮤지컬 <오디션> 김찬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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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중적인 이미지를 안고 있는 배우

“엔진이 꺼지기 전까지는 꿈을 향해 달려가야죠!”

 

꿈은 있지만 가진 게 없고, 에너지는 넘치지만 길을 찾지 못해 방황하는 시절이 20대가 아닐까 합니다. 그래도 젊음이 있고 친구가 있어 무서울 게 없는 시절. 그래서 누구나 겪을 때는 힘들지만 지나고 나면 그리운 시절이기도 하죠. 여기 대학로 지하 연습실에서 가벼운 주머니를 털어가며 매일처럼 악기를 매만지고 노래를 부르는 6인조 록밴드 ‘복스팝’도 사정은 마찬가지 같네요. 그런 그들에게 ‘오디션’이란 무엇일까요? 아마도 뿌연 안개 속에 또렷하게 보이는 꿈으로 달려가는 지름길, 열정을 쏟아 부을 수 있는 중간 목표점일 겁니다. 젊은 날의 꿈과 사랑, 좌절과 아픔을 담은 뮤지컬 <오디션>이 2월 13일, 대학로 아트원씨어터 1관에서 막을 올렸습니다. ‘오디션’이라는 제목만으로도 에너지 넘치고 왠지 신나는 작품. 기자는 무대공포증이 있는 소심한 병태 역의 김찬호 씨를 만나러 공연장을 찾았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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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가 지금까지 강한 역할을 많이 해서. 저도 그것 때문에 고민을 많이 했어요, 캐릭터를 어떻게 만들까. 그래서 안경도 써보고. 그런데 하다 보니까 제 안에 이런 모습들이 있더라고요(웃음). 소심하고, 쭈뼛쭈뼛하지만 할 말 다하는 그런 캐릭터로 병태를 만들어봤어요.”

 

연극 <히스토리 보이즈>의 데이킨, 뮤지컬 <살리에르>의 젤라스 등으로 김찬호 씨를 만나온 기자는 <오디션>의 병태로 무대에 서 있는 김찬호 씨가 무척 낯설기만 합니다.


“제 인상이 강해서 이미지도 강한 캐릭터를 많이 연기했는데, 실제로는 그렇게 강하지 않아요. <히스토리 보이즈>때는 연출님께 지적을 받을 정도였어요. 그렇게 착하고 선한 캐릭터로 연기하면 안 된다고.”

 

일상의 김찬호 씨는 병태 쪽에 가깝다는 얘긴가요? 그럼 이번 작품이 아니라 전작들에서 의외의 모습을 보여준 거군요(웃음)?


“네, 그런 것 같아요. 학창시절에 7년 동안 말도 못하고 짝사랑했던 친구가 있을 정도예요(웃음). 아무래도 초반에는 이미지 캐스팅이 많고, 그런 진한 이미지에서 나오는 강한 연기를 좋아하시는 면이 있는 것 같아요. 그런데 사실 저는 여리고 감성적인 연기를 하고 싶거든요. 항상 그런 부분에서 갈등이 많았는데, 이번에 병태 같은 인물을 맡게 됐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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병태 역에 함께 캐스팅된 이창민 씨(2AM)는 어떤가요?


“창민이는 조금은 아둔하지만 듬직하고 우직한 병태예요. 저와는 조금 달라요. 저는 좀 더 귀엽고 나긋나긋한 병태랄까(웃음)? 창민이랑은 뮤지컬 <친구> 때부터 같이 해서 친해요.”

 

실제로도 애교가 있나요?


“네, 저 애교 많아요. 저 같은 이미지에 애교 많다고 하면 이상하죠(웃음). 그래서 사람은 겉만 봐서는 모르는 것 같아요.”

 

뮤지컬 <오디션>의 매력은 강렬한 록 사운드에 신나는 무대도 포함될 텐데, 배우들 입장에서는 연기에 노래, 연주까지 하려니 무척 힘들 것 같습니다.


“사실 처음에는 못하겠다고 했어요. 저는 기타를 쳐본 적이 없거든요. 기타를 다루지도 못하면서 관객들 앞에서 하는 척 하고 싶지 않아서 6개월 정도 연습하다 다음 시즌 때 참여하겠다고 했어요. 그런데 한 달 동안 연습하면 된다는 거예요. 그래서 한 달 동안 정말 열심히 기타를 배웠어요. 매일 붙잡고 잠들 정도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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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수한 연주까지는 아니겠지만 관객들 앞에서 거짓 연기를 하지 않기 위해 정말 열심히 기타를 배웠다는 그의 노력은 손끝마다 박인 굳은살이 증명하는 듯합니다. 그리고 배우로서 이런 노력들은 그의 요즘 행보가 보여주고 있죠. 연 초 연극 <바냐와 소냐와 마샤와 스파이크>로 무대에 선 그는 <오디션>이 끝나면 바로 뮤지컬 <아보카토>에 참여할 예정입니다.


“체력적인 문제도 있고, 캐릭터를 만들어갈 시간도 필요한데, 다들 작품이 좋아서 욕심이 났어요. 특히 <오디션> 같은 경우는 음악적인 욕심이 가장 컸어요. 다른 뮤지컬에서는 접하기 힘든 록발라드를 해볼 수 있거든요. 밴드 활동을 학창시절에 꼭 해보고 싶었는데, 결국 서른 넘어서 이렇게 해보네요(웃음).”

 

배우라면 누구나 오디션을 보잖아요. 그래서 배우들에게는 더 애착이 가는 작품이 아닐까 합니다. 그런데 이 작품은 섭외가 들어온 거죠(웃음)?


“그렇죠. 콜을 받아도 비공개 오디션은 있어요. 연출남 앞에서 따로 노래도 부르고 연기도 하고요. 배우를 하는 동안에는 제가 톱 클래스가 아닌 이상 평생 오디션을 봐야 하지 않을까요? 그리고 오디션 보는 것도 재밌어요.”

 

가장 기억에 남는 오디션이 있다면요?


“저는 국내 무대에서 배우로 데뷔하기 전에 일본 극단 사계 단원으로 1년 반 정도 활동했어요. 다른 기획사 때문에 일본에 갔는데, 그 회사에서 1년 동안 일본어 공부를 하자고 하더라고요. 그때 스물여섯 살이었는데 시간이 아까워서 사계 오디션도 보게 된 거죠. 혼자서 무작정 오디션을 보러 갔어요. 모두 일본 사람들인데, 그 앞에서 노래도 부르고 춤도 추고 연기도 하고. 생각해보면 정말 운 좋게 같이 일할 수 있었던 것 같아요.”

 

그 뒤 국내에서는 <페임>을 시작으로 뮤지컬과 연극에 번갈아 참여하고 계신데, 단순히 ‘흥행 코드’에 맞춘 작품들은 아닌 것 같네요.


“제가 연극을 전공했고, 연극이 좋아요. 뮤지컬과 연극을 함께 하는 게 저한테도 도움이 되는 것 같고요. 그리고 인기도 중요하지만, 제가 하고 싶어서 하는 일이니까 제가 즐겁게 할 수 있는 작품을 선택하는 게 맞는 것 같아요. 그 안에서 관객들이 보시면서 좋아하는 건 뒤따르는 게 아닐까. 누가 봐도 흥행할 작품이라서 편승하는 건 좀 꺼리는 편이에요. 무언가 배울 수 있고, 감동이 있는 작품이 좋아요. 보고 나면 마음에 무언가 남는 작품. 그게 희극이든 비극이든, 사람들에게 뭔가 전해줄 수 있는 작품을 하고 싶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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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럼 뮤지컬 <오디션>이 관객들에게 전달할 수 있는 건 뭘까요?


“결국 이 작품의 엔딩은 아무도 모르는 거예요. 그렇지만 ‘내 꿈의 엔진이 꺼지기 전까지는 꿈을 향해 달려가겠다!’는 메시지를 전달하는 게 가장 크다고 생각해요. 그리고 주인공뿐만 아니라 인물마다 자기만의 이야기가 있잖아요. 그 이야기들이 저마다 관객들에게 공감을 느끼게 하는 게 강점인 것 같아요.”

 

김찬호 씨의 엔진도 한창 가동되고 있을 텐데요. 어떤 꿈을 향해 달려가고 계신가요?


“열심히 달리고 있죠. 사실 어렸을 때는 축구선수가 꿈이었어요. 유망주여서 스카우트 제의도 있었는데, 부모님이 많이 반대하셔서 못했어요. 연기도 반대하셨지만, 제가 강하게 밀어 붙였고 지금은 무척 좋아하시죠. 그런데 욕심은 별로 없어요. 꿈을 향해 열심히 달려와서 지금 공연을 하고 있고, 앞으로도 계속 무대에 서는 게 바람이에요. 배우를 하면서 가치를 어디에 두느냐가 매우 중요하다고 배웠어요. 저는 연기하고 노래하면서 관객들에게 조금이나마 건설적이고 의미 있는 마음들을 전해주는 좋은 것 같아요. 그리고 나중에 공연장을 짓고 싶은데, 장애우를 비롯해 더불어 사는 사회를 만들고 싶거든요. 이상주의자일 수 있지만, 제가 그렇게 살다보면 주변에 그런 사람들이 모이지 않을까요? 스스로 바뀌어야 사회도 바뀐다고 생각해요. 혼자만 앞서가기보다는 함께 손잡고 같이 일등하고 싶어요.”

 

요즘 보기 드문 무척 바르고 건실한 청년이네요(웃음). 마지막으로 내 인생에서 언젠가는 오디션을 보겠다는 작품이 있을까요?


“예전에 <스프링 어웨이크닝>을 하고 싶었는데 지금은 나이를 너무 먹은 것 같고, <필로우맨>도 인상적이었는데 그건 나이를 더 먹어야 할 것 같고요. 언젠가 꼭 한 번 하고 싶은 건 <지킬 앤 하이드>, 잘 할 수 있을 것 같아요(웃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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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말 잘 할 수 있을 것 같습니다. 이렇게 다중적인 이미지를 안고 있는 배우는 오랜만에 만나 보거든요. 앞으로 그가 고른 작품은 어쩐지 유심히 지켜보게 될 것 같습니다. 뮤지컬 <오디션>을 통해 캐릭터 변신에 성공했으니, 이제 김찬호 씨의 연기 스펙트럼도 훨씬 다양해지겠죠? 기자처럼 김찬호 씨의 강한 인상과 강렬한 이미지에 익숙한 관객들이라면 뮤지컬 <오디션>에서 그의 변신을 확인해 보시죠. 조금은 서툴고 부족하지만 음악과 사람에 대한 열정으로 뭉친 록밴드 복스팝도 3월 15일까지 대학로 아트원씨어터 1관에서 관객들을 기다리고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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글 | 윤하정

"공연 보느라 영화 볼 시간이 없다.."는 공연 칼럼니스트, 문화전문기자. 저서로는 <지금 당신의 무대는 어디입니까?>, 공연 소개하는 여자 윤하정의 <공연을 보러 떠나는 유럽> , 공연 소개하는 여자 윤하정의 <축제를 즐기러 떠나는 유럽>, 공연 소개하는 여자 윤하정의 <예술이 좋아 떠나는 유럽> 이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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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뮤지컬 [오디션]
    • 부제:
    • 장르: 뮤지컬
    • 장소: 대학로 아트원씨어터 1관
    • 등급: 만 13세이상
    공연정보 관람후기 한줄 기대평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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