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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B를 넘어 가요 전반에 성실했던 신인, 크러쉬 인터뷰

크러쉬 인터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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첫 정규앨범에서 흑인 음악을 탁월하게 펼쳐놓았음에도, 더할 것이 없나 손에 쥔 카드를 뒤적거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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첫 정규앨범에서 흑인 음악을 탁월하게 펼쳐놓았음에도, 더할 것이 없나 손에 쥔 카드를 뒤적거렸다. 무대에서 보여주고자 댄스에도 열중했고, 드라마 OST나 토이 앨범에 참여해 보컬리스트로서의 재능을 뽐냈다.

 

앨범을 마무리 한 뒤 그가 가진 생각, 1월 말쯤 발매한다는 자이언티와의 콜라보 음반 얘기도 듣고 싶었다. 이름을 알리기 위해 R&B를 넘어 가요 전반에 성실했던 신인, 올해 스물넷이 되는 크러쉬(Crush)를 홍대에서 만났다.


요즘 어떻게 지내세요? 연말 공연하시느라 바쁘시죠.


최근에는 자이언티 형이랑 같이 앨범 만드는 데에만 몰두하고 있어요. 작업할 때는 거기에만 집중해야 하니까 여유가 없는 상황이죠.

 

힙합 신 밖에서도 섭외가 많이 들어오겠네요.


엄청 많죠. (당당하게 자랑하는 크러쉬의 대답에 전원 웃음) 대형 기획사에서도 많이 오고요.

 

어떻게 보면 데뷔하자마자 잘 된 거고, 성공의 시기가 빨리 왔잖아요. 부담감도 있을 텐데요.


부담보다는 앨범을 내고 난 후에 공허함이 있었어요. 에너지를 쏟아내서 마무리 한 뒤 여유가 생겼을 때 텅 비는 느낌, 그런 게 한꺼번에 오더라고요.

 

앨범을 만들면서 힘든 점은 없었나요? 프로듀싱도 직접 하시니까요.


그 때는 육체적으로 힘들었죠. 제작 과정에 많이 참여하다보니까 체력이 부족하더라고요.

 

그 과정에서 얻은 것도 있을 것 같아요.


정규 앨범을 처음 만들었고, 완성했다는 것이 소중해요. 세부적으로는 트랙을 배치하는 순서, 자켓 커버를 만들면서 음악 외적 것들도 많이 배웠어요. 공연을 하면서 관객과 재밌게 놀 수 있는 노하우도 생겼고요.

 

음악방송에서 퍼포먼스와 노래를 같이 했는데, 평소 표정이나 춤을 연습하셨나요?


데뷔 전부터 춤을 좋아하긴 했지만, 곡에 맞는 안무를 더 잘 하고 싶어서 따로 배우면서까지 꼼꼼히 했어요. 잘 하지는 못해도 퍼포먼스로 제가 할 수 있는 얘기를 더 구체적으로 표현할 수 있는 거니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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데뷔 앨범 얘기를 좀 더 해볼게요. 연말 결산에도 많이 뽑혔고, 전체적으로 성과가 좋았는데 스스로도 만족하나요?


아직까지 성공했다고 생각해본 적은 없어요, 만족했다기보다는 당시 제 음악 정체성을 대변해주었다고 생각해요. 크러쉬라는 브랜드를 알리기 위해 흑인음악을 다채롭게 펼쳐서 할 수 있는 것들은 다 담아냈고요. 누구나 되돌아보았을 때 아쉬운 점은 있겠지만 큰 후회는 없어요.

 

아쉬운 점이 적은 편이라고 하셨지만, 있다면요. 예를 들면 가사나 곡의 흐름 등에서요.


음, 주제에서 더 폭이 넓어질 수 있었지만 사운드 흐름에 맞지 않으면 제외를 했는데, 감상 후기를 찾아서 읽어보면 사랑얘기에만 집중되었다는 비평도 있더라고요. 또 의욕에 넘친 나머지 처음부터 끝까지 꽉 채운 건 아닌가라는 약간의 아쉬움이 들고요.

 

그래서 이후에 발매한 싱글 「Sofa」에서 담백해진 모습을 보여주려 한건가요?


네. 확실히 힘을 빼고 불렀고 안무도 최소한의 움직임으로 표현하려 했고요. 분위기를 바꿔보겠다는 의도보다 1집을 낸 뒤로 파급력을 이어가는 의미로 작업을 하게 되었어요.

 

그럼 자이언티와의 콜라보 얘기로 넘어가보죠. 어떻게 둘이 뭉치게 되었나요.


서로 동기부여를 받아요. 이후에 찢어져도 각자 열심히 하자는 취지 같고요. 자이언티 형이 '양화대교', 제가 「Sofa」 이렇게 하나씩 내고 둘이 합치면 더 효과가 나겠다는 얘기도 했죠.

 

어떻게 보면 부담에 대한 해결책으로 작업을 시작하게 된 거군요.


음, 저는 그래요. 저는 1집을 끝내고 슬럼프가 있었고, 어떻게 돌파할까 고민하는 중에 자이언티 형이랑 콜라보를 진행하게 되었고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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두 분 모두 비비드 크루이기도 하고, 아메바컬쳐에 소속되어 있어서 같이 하게 된 것도 있겠네요.


그런 점도 있죠. 그것보다 예전에 제가 자이언티 형을 만났을 때 나중에 둘이 함께 할 수 있는 상황이 되면 해보자고 약속한 적이 있었어요. 제 앨범이 나오고, 그 상황이 조금 빨라진 거죠.

 

「no more」 리믹스 녹음을 할 때도 그레이가 크러쉬의 슬럼프를 풀어주려 했다고 들었어요. 원래 여럿이서 작업하면서 과제나 고민을 해결하는 타입인가요?


그런 거 같아요. 혼자 있으면 이런 저런 생각도 많이 들고, 파트너와 얘기하다보면 자극을 받을 수 있어서 좋아요.

 

그러면 자이언티와의 콜라보 음반은 어떻게 진행하고 싶나요.


최대한 자유롭게 하려고요. 둘이 제일 잘 할 수 있는 음악적 색깔로 채우는 동시에 새로운 시도들도 넣으면서요.

 

「양화대교」에서 자이언티는 전보다 톤이 다운되었고, 크러쉬도 「Sofa」에서 은은해졌어요. 최근 이런 흐름의 변화가 콜라보 앨범에도 포함되나요?


그렇죠. 둘이 머리를 맞대고 아이디어를 짜고 있기 때문에 더 다양한 주제들이 나올 수도 있는 거고요.

 

앨범은 언제쯤 공개되나요?


1월 말이나 2월 초쯤으로 생각하고 있어요. 트랙 수는 3,4곡 정도로 생각하고 있는데, 싱글일지 미니앨범인지는 고민하고 있습니다.

 

두 분이서 얘기하면서, 우리는 2인조 팀 누구처럼 해보자 생각해둔 롤모델이 있다면요.


딱히 롤모델을 잡고 하는 건 아니지만 플라이 투 더 스카이를 얘기한 적이 있었어요.

 

되게 의외네요. 듀스나 다이나믹듀오 같은 힙합 쪽이 나올 줄 알았어요.


듀스, 다이나믹듀오 선배님들도 엄청 멋있죠. 그런데 저나 형은 플라이 투 더 스카이 되게 좋아하거든요. (웃음)

 

둘 사이의 호흡은 어때요? 슬럼프가 해결되고 있다거나 좋은 영향을 받고 있는지.


그럼요. 항상 형이랑 할 때 자극 받아요. 반대로 작업하다가 산으로 가는 경우도 많고... 한 번은 형이 편곡을 하는 도중에 갑자기 랩을 하고 싶다는 거예요. 그리고 힙합플레이야 자유녹음 게시판에 익명으로 올려서 반응을 살펴보자고.

 

(전원 웃음) 그 목소리에요?


이름은 GTA로 하자고 했어요.

 

다른 비비드 크루 식구들은 어떻게 지내나요. 얼마 전에 로꼬가 데뷔 앨범을 냈는데, 엘로의 앨범은 언제쯤 나오는지도 궁금해요.


다들 날라 다니고 바쁘죠. 엘로 형은 곧 나오지 않을까요. 요즘은 작업했을 때 말고 서로 모이기가 힘들어서요.

비비드 크루랑 같이 해보고 싶은 것이 있다면요?


단체 곡에서 우리 얘기를 해보고 싶어요. 어떻게 모이게 되었고, 앞으로 활동하고 싶은 계획 등, 한 곡에 다 담아낼 수 없다면 컴필레이션 앨범처럼 내보고 싶네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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크러쉬 2집에 대해 생각해둔 것이 있는지요.


2집은 다양한 피드백과 제가 살아가는 방식에 따라 바뀔 거 같고, 그 전에 믹스테잎을 내고 싶어요. 완전 오리지널 믹스테잎을 미디어 파이어나 사운드 클라우드에 무료로 올리려고요. 제가 쟁여놓은 것들이 많아요. (반짝이는 크러쉬의 눈빛에 전원 웃음)

 

아메바컬쳐가 허락을 해줄까요?


제 포부는 이렇지만 어느 정도 타협할 것은 해야겠죠. 특히 유통 관련해서는요.

 

리듬파워 < 월미도의 개들 >도 믹스테잎으로 내려했는데 회사에서 반대해서 앨범으로 하게 된 거잖아요.


음, 그럼 싸워야죠. (크러쉬의 자신만만한 표정에 전원 웃음) 앨범에 들어갈 수는 없는 Side-B 트랙들을 그냥 버리기 아깝잖아요. 알앤비가 아니더라도 클럽튠이나 완전 힙합 베이스 곡도 많아서.

 

같은 소속사 리듬파워는 팟캐스트 < 빽 스테이지 >를 하고 있고, 다이나믹 듀오는 < 인간의 조건 >을 했고요. 크러쉬도 음악 말고 다른 창구로 소통하고 싶은 마음이 있나요?


그런 기회가 있으면 좋죠. 음, 저는 방송보다 아이콘 티비 아세요? 직접 영상 올릴 수 있고 운영 가능한, 그런 독자적인 공간을 만들어서 자유롭게 하고 싶어요. 아직도 크러쉬하면 보컬리스트 이미지가 많이 강해서, 메이킹 영상으로 저도 편곡까지 다 참여한다는 것도 알려드리고 싶어요.

 

회사가 뮤지션들이 하고 싶은 활동에 호의적인 것 같아요. 개코 씨도 솔로앨범 발매했을 때 전시회를 열었잖아요. 앨범 제작할 때도 강압이 없나요?


음악적인 부분에서는 아메바컬쳐에서 아예 개입을 안 해요. 앨범 방향, 타이틀 선정도 강제가 없고, 관여를 했다면 「Give it to me」 같은 19금 트랙들은 나오지도 못했겠죠.

 

< 괜찮아 사랑이야 > OST도 스스로 흔쾌히 참여하고 싶어서 한건가요?


회사 쪽에 먼저 제안이 왔어요. 제가 노희경 작가님 팬인데, '작가 노희경, 배우 공효진, 조인성 출연' 이것만 보고 하겠다고 했어요. 그리고 저 드라마가 잘 되면 중국까지 수출될 거고. (전원 웃음)

 

그렇게 생각하니까 되게 큰 기회였네요.


그럼요. 피처링 할 때는 소모라고 생각할 수 있지만 어느 정도 입지가 생기면 이름을 알릴 수도 있고, 프리미엄이 될 수도 있는 거죠. 그런데 드라마의 인기도 있었고, 곡이 완전히 제가 즐겨하는 스타일이 아니었기 때문에 1위를 했을 때 마냥 기쁘지만은 않더라고요.

 

그럼 작업을 선택하는 기준도 명확하겠네요.


최대한 제 것을 지킬 수 있도록 해요. 하기 싫은 피처링은 거절한 경우도 많았고요.

 

토이 앨범은 어떻게 진행되었나요. 피처링을 할 때도 크러쉬는 곡, 가사를 직접 쓰니까요.


먼저 유희열 형님께서 해보고 싶은 곡이 있다고 연락해주셨어요. 무조건 하겠다고 했죠. 영광이라고. 보내주신 멜로디에 제가 가사를 만들고, 가이드 보컬도 직접 했어요. 이후에 녹음실에서 같이 얘기 나누면서 수정했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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앞으로 함께 작업해보고 싶다는 상대가 있다면요.


음, 글쎄요. 저도 평소에 계속 고민하던 건데, 누구랑 하면 좋을까요?

 

콜라보 상대는 열려 있는 거네요.


생각해 보니까 더 콰이엇 형이랑도 안 해봤네요. 어떻게 보면 이 팀들도 토이감성과 연결되는데, 제가 노리플라이, 페퍼톤즈도 좋아해요.

 

의외네요. 크러쉬는 1970년대 소울이랑 잘 어울려서요.


가요도 좋아하지만 어릴 때부터 도니 헤더웨이, 마빈 게이 같은 흑인음악을 많이 들었어요. 프린스도 좋아해요. 제가 디안젤로를 엄청 좋아했는데 디안젤로가 프린스에 영향을 받았다고 해서 찾아듣고 그랬죠.

 

그럼 크러쉬가 살아오면서 '인생 음반' 3장을 꼽는다면요.


곡 목록 좀 봐도 될까요? (자신의 플레이리스트를 넘기며) 일단 첫 번째는 도니 헤더웨이 콜렉션 앨범이에요. 아 아니다, 콜렉션 앨범은 없어 보일 수 있으니까요. (매우 신중한 크러쉬에 전원 웃음) 도니 헤더웨이의 < Everything Is Everything >, 뮤지크 소울차일드 3집 < Soulstar >, 보이즈 투 맨 < Evolution >, 이렇게요.

 

유쾌하고 솔직한 인터뷰 감사합니다. 올해 잘 보내신 것 같으세요?


네. 무엇보다 앨범이 나왔으니까요.

 

2015년 계획은 어떻게 되나요?


올해보다 일도 많이 해서 더 바쁘게 보내고 싶어요.

 

 

 

 

 

 

 


인터뷰 : 김도헌, 전민석, 정유나
사진 : 정다울
정리 : 정유나
2015/01 정유나(enter_cruise@naver.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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글ㆍ사진 | 이즘

이즘(www.izm.co.kr)은 음악 평론가 임진모를 주축으로 운영되는 대중음악 웹진이다. 2001년 8월에 오픈한 이래로 매주 가요, 팝, 영화음악에 대한 리뷰를 게재해 오고 있다. 초기에는 한국의 ‘올뮤직가이드’를 목표로 데이터베이스 구축에 힘썼으나 지금은 인터뷰와 리뷰 중심의 웹진에 비중을 두고 있다. 풍부한 자료가 구비된 음악 라이브러리와 필자 개개인의 관점이 살아 있는 비평 사이트를 동시에 추구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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