검색

내가 1차 세계대전의 기원을 연구한 까닭은?

『1차 세계대전의 기원』 저자 박상섭

  • 페이스북
  • 트위터
  • 복사

1차 세계대전은 역사의 전환점이 된 사건이었음에도 불구하고 한국에 끼친 영향이 크지 않았다는 인식 때문에, 역사학과 정치학을 아우르는 식견을 필요로 하기 때문에 상대적으로 연구자들의 관심을 받지 못했다. 1차 대전 발발 100년을 맞는 해에 뒤늦게나마 그 기원을 다룬 본격적인 연구서를 펴낸 박상섭 서울대 명예교수에게 남들이 등한히 한 연구를 하게 된 까닭을 짧게 들어본다.

2014년은 1차 대전이 발발한 지 꼭 100년이 되는 해이다. 1차 대전이 최근에 와서 다시 주목을 받게 된 것은 이 100년이라는 숫자가 중요한 몫을 한 것이 사실이지만, 그보다는 1차 대전 직전의 국제 상황에 비견할 만큼 세계 정치상의 세력 판도에 큰 변화가 감지되기 때문이다. 이 문제를 이 책에서 직접 다룬 것은 아니지만 집필 과정에서는 줄곧 염두에 두었다.

 

나의 주된 관심은 역사사회학적 맥락에서의 1차 대전의 이해에 있었다. 앞선 작업에서 나는 서양의 근대식 국민국가체제는 기본적으로 서양식 다국체제에서 일상화된 전쟁을 바탕으로 확립 및 완성되었다는 점을 말하였다. 1500년을 전후해서 시작된 서양의 이러한 역사, 즉 다국체제 때문에 불가피하게 전쟁이 ‘정상적’ 또는 ‘일상적’ 정치 과정의 일부가 되고 그 전쟁을 통해 국민국가의 국내체제와 국민국가체제로 불리는 국제체제가 완성되어가던 역사는 1차 대전으로 일단락되었다. 그리고 1차 대전을 통해 권력조직으로서 국민국가의 능력이 그 대안적 형태인 제국에 비해 훨씬 우월하다는 점이 증명되었다.

 

전쟁사의 맥락에서 볼 때 1차 대전은 총력전의 시초였다는 점에서 중요한 의미를 갖는다. 최초의 총력전으로서 1차 대전이 학술적인 주목의 대상이 되는 것은 우선 그것이 가져온 엄청난 정치적?사회적 결과 때문이다. 국가의 존망을 가르는 비상 상황에 직면하여 생존을 위해 생각될 수 있는 정치적?사회적?경제적 수단들이 총동원되었고 이 과정에서 당시까지의 모든 권위구조가 근본적으로 흔들렸다. 이를 바탕으로 정치?경제?사회 질서의 새로운 가능성이 제안되었고 일부는 현실화했다.

 

1차 대전에 대한 연구는 대체로 세 방향에서 이루어져왔다. 하나는 방금 언급한 결과의 측면에서이고, 다른 하나는 그러한 결과를 만들어낸 직접적 원인으로서 전쟁 수행 노력의 구체적 과정에 대한 연구이다. 마지막으로 왜 그러한 엄청난 사건이 터지게 되었는가에 관한 것이다. 이것들을 간단히 결과, 과정, 원인(또는 기원)으로 줄여 말할 수 있다.

 

L (9).jpg

 

이 세 가지 문제가 다 흥미로울 뿐 아니라 1차 대전의 종합적 이해를 위해서는 반드시 다루어야 할 주제이며 또한 각각 방대한 작업을 필요로 한다. 이 책에서는 이 세 문제 가운데 기원(또는 배경)에 관한 문제를 집중적으로 다룬다.

 

나머지 둘의 문제에 관한 논의가 제대로 이루어지려면 기원의 문제에 대한 이해가 반드시 선행되어야 한다고 나는 믿는다. 이 문제를 다룬 책이 국내에 출간되어 있었다면 중복 작업을 하지 않고 총력전의 측면을 바로 다루었을 것이다. 불행히도 그리고 놀랍게도 이 중요한 문제는 우리 학계에서 외면을 받아온 것으로 보인다. 국제정치학이나 서양사학에서도 이 주제를 소홀히 해왔기 때문에 나는 전쟁 발발의 기원과 배경을 제대로 이해하기 위해 상당한 시간을 들였고 이제 그 결과물을 선보이게 되었다.

 

 

 

 

 

img_book_bot.jpg

1차 세계대전의 기원박상섭 저 | 아카넷
이 책에서 저자는 대전의 기원이 되는 국제관계와 각국의 정치 사정을 두 개의 축으로 나누어 검토하고 있으며, ‘왜 1차 대전이 일어날 수밖에 없었는지’를 설득력 있게 제시한다. 또한 사라예보 사건 직후에 전개된 열국 간의 치열한 외교전도 기술한다.


 


[추천 기사]


- 어찌 되었든 멸종은 피할 수 없다
- 간절히 원하면 꿈은 이루어진다
- 길을 떠나니 캠핑이 어느새 
- 천천히 어슬렁거리며 혼밥먹기


‘대한민국 No.1 문화웹진’ 예스24 채널예스

 


 

이 기사가 마음에 드셨다면 아래 SNS 버튼을 눌러 추천해주세요.

독자 리뷰

(4개)

  • 독자 의견 이벤트

채널예스 독자 리뷰 혜택 안내

닫기

부분 인원 혜택 (YES포인트)
댓글왕 1 30,000원
우수 댓글상 11 10,000원
노력상 12 5,000원
 등록
더보기

글 | 박상섭

박상섭 교수는 대학에서 오랜 기간 국제정치사상과 역사사회학을 연구하고 가르쳤다. 유럽 근대사에서 국가의 형성과 관련한 전쟁의 역할을 연구하여 책으로 펴낸 바 있으며(『근대국가와 전쟁』), 마키아벨리의 『군주론』을 우리말로 옮겼다.

1차 세계대전의 기원

<박상섭> 저23,750원(5% + 1%)

1차 대전은 그것이 가져온 엄청난 정치적·사회적 결과 때문에 꾸준한 학술적 주목의 대상이 되어왔다. 연구의 방향은 크게 1차 대전의 결과, 그 결과를 만들어낸 전쟁 수행의 구체적 과정, 그리고 이 대사건이 벌어진 원인의 측면에서였다. 그러나 불행히도 우리 학계에서 1차 대전 연구는 외면 받아왔다고 해도 지나치지 ..

  • 카트
  • 리스트
  • 바로구매

오늘의 책

나의 모든 것을 잃어버려도 좋을 단 하나, 사랑

임경선 작가의 신작 장편소설. 주인공의 일기를 홈쳐보듯 읽는 내내 휘몰아치는 사랑의 감정에 휩싸이게 된다. 운명적인 사랑에 빠져 자기 자신을 잃어가면서도 그 마음을 멈추지 못하는, 누구나 겪었을 뜨거운 시간을 작가 특유의 감각적인 문체로 표현해낸 소설.

매혹적인 서울 근현대 건축물

10년째 전국의 건축물을 답사해온 김예슬 저자가 서울의 집, 학교, 병원, 박물관을 걸으며 도시가 겪은 파란만장한 근현대사를 살펴본다. 이 책은 도시의 풍경이 스마트폰 화면보다 훨씬 매력적이라는 사실을 일깨우며, 당신의 시선을 세상으로 향하게 해줄 것이다.

2024 비룡소 문학상 대상

비룡소 문학상이 4년 만의 대상 수상작과 함께 돌아왔다. 새 학교에 새 반, 새 친구들까지! 두려움 반, 설렘 반으로 ‘처음’을 맞이하고 있는 1학년 어린이들의 마음을 들여다보는 섬세한 시선이 눈부신 작품. 다가오는 봄, 여전히 교실이 낯설고 어색한 친구들에게 따뜻한 격려와 응원을 전한다.

마음까지 씻고 가는 개욕탕으로 오시개!

『마음버스』 『사자마트』 로 함께 사는 세상을 따뜻한 시선으로 그린 김유X소복이 작가의 신작 그림책. 사람들이 곤히 잠든 밤, 힘들고 지친 개들의 휴식처 개욕탕이 문을 엽니다! 속상한 일, 화난 일, 슬픈 일이 있을 때, 마음까지 깨끗히 씻어 내는 개욕탕으로 오세요!


문화지원프로젝트
PYCHYESWEB01