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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학은 생각하기 좋은 공부”

『처음 수학』 박병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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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12월 16일, 서울 동대문에서 ‘내 아이 수학, 어떻게 시작할까? : 내 아이 속에 꿈틀대는 수학 본능 깨우기’라는 제목의 특별 강연이 열렸다.

지난 12월 16일, 서울 동대문에서 ‘내 아이 수학, 어떻게 시작할까? : 내 아이 속에 꿈틀대는 수학 본능 깨우기’라는 제목의 특별 강연이 열렸다. 『처음 수학』의 저자 박병하가 아이와 즐겁게 수학 활동을 하고 싶은 부모와 교사를 위해 ‘유아 수학 방법론’을 제시했다. 책은 만 4세 이상 아이들과 할 수 있는 수학 활동 안내서로 유아의 개념 인지 방식의 특성에서부터 유아들과 함께할 수 있는 수학 활동법과 교육철학까지 폭넓게 다루고 있다. 특히 「부모편」과 「활동편」으로 나눠 각각 구체적인 수학 활동을 하기 위한 이론 해설과 구체적인 수업 안내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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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학은 생각이자 추론

 

저자는 이날 강연의 핵심은 이것이라고 선언했다. 가르치려 하지 말고 무엇을 할 것인가를 생각해보자. 그는 수학은 생각하고 추론하고 말하는 것이 중요하다고 말했다. 그동안 ‘정답(맞추기)’에만 눌려 있던 것에서 탈피해야 한다는 것.
 
“수학은 삶과 놀이에서 탄생했고 추론하는 즐거움 덕분에 발전한 학문이다. 활동과 추론 없는 수학은 수학이 아니다. 어린이가 수학을 할 때도 수학은 수학다워야 한다. 어린이는 놀면서 세상을 파악하고 추론하며 재미를 느낀다. 어린이의 본능과 수학의 본성은 잘 어울린다. 이 둘을 연결하는 것이 대화다. 어른의 참여가 필요한 이유도 바로 여기에 있다. 어린이와 수학 사이에 어른이 있게 되는 것이다.” (4쪽)

 

그는 이어 책이 탄생한 배경을 설명하면서 『내 아이와 함께한 수학 일기』의 저자 알렉산더 즈본킨(Alexander Zvonkin)의 이야기부터 꺼냈다. 1980년, 러시아의 석유산업연구원의 수학자로 재직하고 있던 즈본킨은 만 4살 난 아들 지마와 또래 친구들과 4년을, 딸 줴냐와 또래 친구들과 2년을 함께 수학을 공부하면서 기록을 남겼다. 이것이 『내 아이와 함께한 수학 일기』였다. 7년여에 걸친 이 기록은 단순히 수학 문제만이 아닌, 아이들의 반응, 옥신각신 싸웠던 논쟁, 아이들이 이해한 것과 이해하지 못한 것, 아빠의 열정과 실패담을 생생하게 담았다. 

 

저자는 모스크바 국립대학에서 수학하면서 수학박사 학위를 받았는데, 이 과정에서 즈본킨을 만났다. 그러면서 ‘내가 처음부터 이렇게 배웠더라면 좋았을 수학’을 생각하게 됐고, 그 과정에서 심리학자이자 인식론자인 장 피아제를 비롯해 현대 발달심리학의 거목인 레프 브이고츠끼, 수학자이자 1960년대 영재학교를 만든 쁘리바 등을 접했다. 저자에 의하면, 장 삐아제는 ‘인간은 어떻게 지식을 습득할까’를 연구했다. 삐아제의 핵심은 ‘아는 것을 말할 때에야 비로소 안다’였다. 삐아제를 그것을 연구하면서 유아 발달 심리에 대해 다른 『어린이의 수 개념 발달』을 내놓기도 했다.

 

이런 학자들의 이론을 공부하면서 만난 즈본킨의 책은 놀라웠다. 저자는 이 책을 처음 접하고선 ‘와, 이런 책이 있다니. 여기에 답이 있다’고 생각했었다. 이 책을 한국에 소개하고 싶었던 저자는 2012년 번역본을 내놨다. 그러나 주변에서 즈본킨의 책이 어렵다는 사람들이 있었고, 그들을 위해 해설서를 쓰겠다는 마음으로 『처음 수학』을 쓰기 시작했다. 그러면서 그는 이런 믿음을 갖게 됐다. 어린이는 수학 본능을 갖고 있다! 수학을 잘 할 수 있다!

 

“중요한 것은 헤아려 보려는 호기심과 헤아릴 때 즐거움을 느끼는 것이다. 아이를 가르쳐야겠다는 생각으로 억압하지만 않는다면 아이는 스스로 논리적으로 헤아려보려는 노력을 한다. 아이가 흥미를 느끼면 제대로 공부하게 되고 제대로 공부하면 흥미롭다.”

 

삐아제도 같은 맥락의 말을 했다. “하고 싶은 것을 하면서 열등감으로 감정을 억제하지 않는다면 모든 아이들은 누구나 뛰어나 수학 추론을 할 수 있다.”

 

왜 우리는 수학을 공부할까?

 

저자가 보기에 우리가 수학을 공부하는 이유는 생각하기 위해서다. 수학은 생각하기 좋은 공부라는 것. 수학은 옳고 그름이 있고 프로세스가 있고, 잘못 생각하면 오답이 나오는 구조다. 수학은 삶과 놀이에서 탄생했고 추론하는 즐거움 덕분에 발전한 학문이다. 따라서 저자는 활동과 추론 없는 수학은 수학이 아니라고 단정 짓는다.

 

“어린이는 놀면서 사회질서와 도덕성 등 세상을 파악하고 추론하며 재미를 느낀다. 러시아는 아이들은 원래 영재라고 여기면서 아이들의 영재성을 어떻게 지켜줄 것인지를 고려한다.”

 

그는 자신이 서론에 썼던 글을 꺼냈다. “어린이의 본능과 수학의 본성은 잘 어울린다. 이 둘을 연결하는 것이 대화다. 어른의 참여가 필요한 이유다. 어린이와 수학 사이에 어른이 있게 되는 것이다.” 그는 이것을 자신의 가설이라고 언급했다. 즈본킨이 그랬듯이 중요한 것은 대화라는 것.

 

그렇다면 대화를 위해 필요한 것은 무엇일까. 저자는 부모나 교사는 아이를 알아야 한다고 강조했다. 아이는 어른과 다른 눈으로 세상을 본다. 이것은 ‘틀린 것’이 아니다. 다를 뿐이다. 아이의 눈에는 그렇게 보이는 것이다. 같은 영화를 봐도 사람마다 다르게 해석하듯, 저마다 다르게 본다는 것에 주목했다.

 

저자는 또 아이는 조작을 하고 싶어 하고, 함께 놀고 싶어 한다는 것을 부모가 잘 알아야 한다고 언급했다. 아이는 스스로 터득할 때 기뻐하며 자기에게 의미 있었던 것, 적극적으로 했던 것을 쉽게 잊지 않는다. 아이들이 자기 세계를 만든다는 것을 부모가 인정하는 것이 중요하다. 저자는 이에 이런 가정과 원칙을 제시했다. 

 

1. 아이들은 스스로 알고 싶다. 덜 가르치고 더 묻고 더 듣기.
2. 아이들은 함께 놀고 싶다. (학원에) 덜 보내고 더 놀고 더 쉬기.
3. 아이들은 진짜 놀라고 싶다. 덜 가르치고 더 묻고 더 생각하기.

 

그렇다면 이런 것을 어떻게 하면 구현할 수 있을까?

 

“부모는 아이를 잘 알고 있다고 생각하지만 그렇지 않다. 수학을 위해 (즈본킨이 했던 것처럼) 동아리 형태를 만드는 것이 가장 좋다. 동아리를 만들면 교구를 준비하고 자르고 오리고 그리고 붙이는 활동을 하게 된다. 그런 노동을 하려면 더 단호하고 구체적인 자극이 필요하다. 대화가 필요하니 인원이 많은 것은 좋지 않다. 일기를 써 두는 것도 좋다. 기록을 남기지 않으면 다 잊는다.”

 

그는 김수영 시인의 산문 「생활의 극복」(『김수영 전집 2 산문』)에 나온 글을 인용하면서 강연을 마무리했다.

 

 “우선 새 학기부터는 아이들에게 공부해라, 공부해라, 하는 말부터 하지 않기로 하자. 이를 악물고 자식과 나 사이에 거리를 두자. 지금 나를 태우고 있는 것이 무언인가?
욕심, 욕심, 욕심. - 레트커의 시에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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Q&A

 

수학교구를 쓰는 것은 어떠한지, 어떻게 활용하면 좋을까?

 

어떤 교구를 쓰던지 중요하지 않다. 그것을 통해 어떤 질문을 던지느냐가 중요하다. 이런 교구를 쓰면 아이가 수학을 좋아하겠지, 이런 기대는 하지 않으면 좋겠다. 레고 같은 것은 수학이 될 수 없다. 수학이 되기 위해서는 추론을 할 기회가 있어야 한다.

 

초등학생을 대상으로 해도 지금 설명한 내용으로도 가능한가?

 

책은 초등학교 2학년까지는 어느 정도 적용 가능할 것이다. 그 위를 대상으로 하는 책도 쓰려고 하고 있다. 원칙은 같다고 생각한다. 수학은 우리 일상 어디에도 있다.

 

집에서 아이에게 몇 가지를 해봤는데, 스스로 깨치는 것을 강조하나 아직은 생각하는 것을 귀찮아하기도 하더라.

 

그럴 때는 하지 말아야 한다. 부모와 아이가 일대일로 있을 때, 아는 사람과 모르는 사람 사이의 갭이 너무 크고 막막하다. 반면 어른과 몇몇 아이들이 함께 있으면 또 달려져서 아이들이 새로운 생각을 할 수 있다. 동아리가 그래서 중요하다. 아이에게 혼자 생각해야 해, 이런 식으로 억압하면 좋지 않다. 아이가 흥미를 가지지 못한다면 일단 접고 아이들 심리나 자기 자신을 먼저 들여다보는 것이 좋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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처음 수학 세트박병하 저 | 양철북
아이와 즐겁게 수학 활동을 하고 싶은 부모와 교사를 위한 유아 수학 안내서. 유아의 개념 인지 방식의 특성에서부터, 유아들과 함께할 수 있는 수학 활동법과 교육철학까지 폭넓게 다루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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글 | 김이준수

커피로 세상을 사유하는,
당신 하나만을 위한 커피를 내리는 남자.

마을 공동체 꽃을 피우기 위한 이야기도 짓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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