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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띠인력거’는 어떻게 즐겁게 일하는가!

『즐거워야 내 일이다』 이인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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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띠인력거를 타고 만난 북촌의 골목골목은 좋았다. 그리고 반성했다. 북촌을 너무 좁게 생각했기 때문이다. 한옥마을이 다가 아니었다.

“안녕하세요~” “Hello~”

 

북촌을 누비는 인력거가 길을 걷는 사람들에게 인사를 건넨다. 인력거가 누비는 풍경이 낯설면서도 신기한 듯 눈길도 건네고 인사도 받아준다. ‘골목을 누비는 라이더를 위한 안내서’가 있다면 이런 풍경은 꼭 들어가야 한다. 서울의 도심 한복판에서 인력거라니 흥미롭다. 그 인력거를 타고 바라본 세상은 다르다. 차를 타고 바라볼 때와는 다른 풍경이 펼쳐진다. 온전하게 두 발의 힘으로만 가는 인력거는, 과장하자면 인간의 품격을 보여주는 것 같다. 인력거의 뒷자리에서 느껴지는 한 인간의 몸짓이 세상을 지탱하는 느낌을 주기 때문이다. 
 
지난 11월 22일, 아띠인력거를 타고 새로운 세상을 만났다. 『즐거워야 내 일이다』(이인재 지음/슬로비 펴냄)를 펴낸 이인재 아띠인력거 대표와 동료들을 만났다. 높은 경쟁을 뚫고 저자와의 만남에 초대된 독자들이 서울 계동 현대사옥에서 아띠인력거를 타고 북촌을 누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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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띠인력거를 타고 만난 북촌의 골목골목은 좋았다. 그리고 반성했다. 북촌을 너무 좁게 생각했기 때문이다. 한옥마을이 다가 아니었다. 옛날집들이 옹기종기 모인 골목의 풍경이 북촌을 새롭게 만들었다. 익선동의 골목 사잇길로 보인 스카이라인은 더 짙고 푸르렀다. 큰 규모의 한옥들이 있는 가회동 일대의 북촌과는 달랐다. 집은 더 작고, 골목은 더 친근했다. ‘부산집’이라는 가게 앞에는 칼국수와 만둣국 3천원이라는 오래된 현수막이 붙어 있다.

 

다만 익선동의 명물이었던 서울시 음식점 1호 업소로 등록됐었던 오진암은 이제 없다. 과거 삼청각, 대원각과 함께 요정 정치가 이뤄졌던 곳이다. 지금 오진암이 없어진 자리에는 비즈니스호텔이 들어서 있다. 대신 익선동에는 과거에 없던 인력거가 돌아다니고 있으니 ‘퉁’ 치자. 말하자면 ‘새로운 과거’다. 

 

“사람들이 많이 아는 북촌에서 불과 한 블록인데도 이곳을 잘 모른다. 이곳에는 점을 보는 집이 많아서 대권을 바라보는 정치인들도 많이 산다.”

 

이인재 대표는 정말 즐거운 듯 두런두런 이야기를 꺼낸다. “정말 하고 싶었다.” 책에 가장 먼저 나온 문장이 실감난다. 정말 하고 싶은 일을 하는 사람의 표정과 몸짓, 그리고 말투가 고스란히 묻어난다. 외국계 증권사를 그만두고 인력거 회사를 차린 사람의 표정은 저럴 것이라는 생각. 30여 분가량의 라이딩을 끝내고 독자들이 카페에 모였다. 이인재 저자와 아띠인력거의 동료 잭슨(심재훈)과 헉(김학송)이 독자들과 함께 이야기를 도란도란 나눴다.

 

“하고 싶은 일을 했을 뿐인데 여러 사람을 만나면서 우리가 하는 일의 사회적?생태적 가치를 깨닫게 되었다. 그건 더 열심히 일할 수 있는 원동력이 되었고 지속성에 대한 희망을 주었다. 만약 우리 곁에 수호신 같은 사람들이 없었더라면 ‘내가 할 수 있는 건 다 했어. 충분히 노력했고 가능성도 인정받았으니 여기까지, 끝!’ 했을지도 모르겠다.” (108쪽)

 

독자들의 애정 고백이 줄을 잇는다. 육십 대의 독자는 이인재 저자를 존경한다고 운을 떼면서 책을 사서 학원 강사인 딸에게 선물로 줬다고 말했다. 딸은 생각의 폭을 넓혀준 책이라며 근래 본 책 가운데 가장 좋았다는 감상평을 남겼다고 한다. 그 독자는 이날 북촌을 누볐던 풍경이 무척 즐거웠나 보다. 옛날 기억도 꺼낸다. 그는 젊은 날 일본 바이어를 접대하기 위해 오진암을 갔었는데, 당시 일본 손님들에게 신라 금관 모형을 선물했었다는 이야기도 풀어냈다. 노화를 연구하는 바이올로지 학자인 독자는 논문을 쓰다가 슬럼프가 와서 만난 책이 『즐거워야 내 일이다』였다. 그는 책을 읽으면서 잠시 잊고 살았던 것을 되새기는 계기가 됐다며, 저자에게 고맙다는 말을 건넸다. 

 

 

외국계 증권회사에 있다가 아띠인력거를 했는데, 계기가 있었나?

 

이인재 : 회사를 다니면서 앞으로 뭘 하면서 살아야 하나, 생각했다. 학교 다닐 때는 취직해야 한다는 압박 때문에 깊이 있는 고민을 하지 못했다. 이 일(인력거)을 미국에서 잠깐 했었다. 여름에 대학을 졸업하고 친구가 인력거를 하고 있어서 함께 했다. 그러다가 귀국해서 회사를 다녔는데, 내가 인력거를 몰면 좋아하는 사람이 있을 거라고 생각했다. 혼자 하려다가 친구 한 명을 불렀고, 또 다른 사람이 붙을 것 같아서 회사로 만들었다. 하나의 생각, 하나의 이벤트에 의해 이것을 하게 된 것이 아니라 여러 개가 복합적으로 작용해서 이 일을 하게 됐다.

 

“미국의 인력거는 인력거의 이미지(아시아 몇몇 나라에서 고단한 삶이 연상되었던)를 단번에 바꾸어놓았다. 친환경 교통수단 내지는 신개념 관광 상품으로, 기존에 있었던 인력거라는 도구에 의미와 재미를 더했기 때문이다. 그런데 내가 경험해 보니 그게 다가 아니었다. 보스턴에는 다양한 배경을 가진 라이더들이 있었다. 거리에서 만나는 각양각색의 라이더들은 인력거라는 도구를 통해 하나가 된다.” (53쪽)

 

출발선에서 은수저 물고 난 사람도 있지만 이 책을 보니 저자는 맨땅에서 좌충우돌하면서 기업을 일구고 있더라. 공모전에도 많이 떨어졌다고 하던데, 부끄러워할 수도 있는 부분이지만 책을 보니 재밌고 흥미로워서 저자를 꼭 만나고 싶었다.

 

이인재 : 최근 서울시에서 진행하고 있는 서울혁신상에 1차로 붙었다.

 

심재훈(잭슨) : 저자와는 야구하면서 알게 된 사이다. 직장 다니면서 주말에 나와서 라이딩을 한다. 더 꾸준히 하고 싶은데, 그러지 못하는 부분도 있어서 아쉬운 점도 있다.

 

외국인들이 타면 영어로 이야기를 하나?

 

이인재 : 외국인이 미리 예약을 하기도 하는데, 영어로 하기로 하고, 안 되면 띄엄띄엄 말한다. 웃는 것으로 대화를 하기도 한다(웃음).

 

책을 보니 잭슨은 주중엔 직장을 다니고 주말에 라이딩을 하면서 직장에서 받은 스트레스를 털고 간다고 했다. 라이딩의 재미를 모르는 사람으로선 그런 것이 궁금하다.

 

잭슨 : 첫 손님을 태웠을 때 에피소드가 있다. 계동에 약간 언덕이 진 길이 있는데, 그 언덕을 오르다가 그만 퍼졌다. 손님이 내려서 쪽 팔렸다(웃음). 손님이 내게 이온음료를 주면서 열심히 하라고 하더라. 그러다 저녁 무렵이 됐는데, 모녀가 탔다. 그 분들을 태우고 내가 알고 지식을 쏟아 붓고 약간 과장도 섞어서 얘기를 나눴다. 손님을 태우고 삼십분 남짓한 시간인데, 하루를 특별히 만드는 순간이 무척 보람 있다. 다른 라이더도 비슷할 것 같다. 손님이 아띠인력거를 타고 즐거워하면 나 역시도 즐겁다. 몸은 힘들지만 에너지를 받는다. 평소의 스트레스가 그렇게 풀린다. 회사가 늘 보람차지만은 않으니까.

 

책에서 헉(김학송)는 산을 타는 대신 인력거를 모는데, 활력이 넘치더라. 아띠인력거 직원들 사이에선 말을 트고 닉네임으로 부른다는데 제3자로서 그런 것이 참 좋더라. 라이더가 되기 위해 면접을 보면서 어땠나?

 

김학송(헉) : 면접을 정독도서관 벤치에서 봤다. 여름이었는데, 면접관으로 3~4명의 라이더가 나왔다. 벤치에 드러누워 있는 면접관도 있었다. 처음 보는 입장에서 무례하다고 생각할 수 있는데, 아띠가 어떤 분위기이고 무엇을 지향하는지 알고 있어서 거부감은 없었다. 면접 말미에 대표에게 장미꽃을 준 기억이 난다. 라이딩을 하다보면 각양각색의 사람을 만나는데, 어제 대박 사건을 만났다. 해가 져서 사무실로 들어가는 상황이었다. 한 여성이 인력거 타는데 얼마인지 묻더라. 그 여성의 눈빛을 보는 순간, 태우지 않으면 안 되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금융연수원으로 가는 길이라며 빨리 가 달라고 하더라. 가는 와중에 분위기가 좋다며 돌아보고 싶다고 하더라. 그렇게 얘길 나누다가 아버지에게 성폭행을 당했었다는 말을 꺼냈다. 성폭행을 당한 사람들이 모인 쉼터가 있는데, 지금은 인천에 있다고 했다. 이런저런 이야기를 나눈 것이 그 여성에겐 힐링이 됐나 보더라. 무척 좋았다는 말을 남기고 밝은 표정으로 떠났다.

 

스위스 교포 모녀 이야기도 듣고 싶다. 

 

이인재 : 기억에 남는 사건이었다. 인력거를 시작한지 3~4일 돼서 한 모녀와 친구들이 탔다. 각각 6만원씩 주더라. 명함을 줬더니, 며칠 뒤 이메일이 왔다. 내일이 딸 생일이라며 몇 시에 어디로 와 달라고 예약을 했다. 생일에 맞춰 인력거를 꾸몄고, 처음으로 1시간 코스를 만들어봤다. 딸은 혼혈인데, 한국말을 잘 못했다. 생일 분위기가 났으면 좋겠다고 부탁하셔서 식당도 예약했다. 1시간을 태웠었는데, 어머니가 정말 고맙다고 지폐 한 장을 주더라. 딸의 생일을 위해 원래 리무진을 부르려고 했었다더라. 딸과 나이 차가 많이 나기도 하고 자주 싸우는데 이전에 인력거를 탔을 때 싸우지 않아서 딸 생일에 다시 탔다고 말씀하셨다. 참, 지폐는 스위스 프랑인데 우리 돈으로 120만 원 정도의 돈이었다.

 

헉 : 단순히 페달을 밟는 일인데, 인력거를 탄 사람에겐 가슴이 뚫리는 시간이 될 수도 있음을 알았다. 함께 그렇게 있어주는 것만으로 라이더도 힐링이 된다는 기분도 느꼈다. 

 

짧은 시간이었지만 소중한 시간이었다. 골목을 다니면서 과거 외할머니 집도 생각났었다. 도로에 달릴 때 옆의 차는 빨리 달리는데 나는 느리게 가는 것이 무척 좋았다.

 

이인재 : 책은 아쉬움이 있다. 더 완성도를 높이고 싶은 부분이 있었는데, 일을 하면서 책을 쓰다 보니 시간에 쫓겼다. 2쇄가 나오면 고치고 싶은 부분이 많다. 사업을 시작한지 2년 반쯤 됐는데, 기억에 남는 손님들 덕분에 지금까지 계속 할 수 있는 것 같다. 손님들과 만나는 것이 계속 이 일을 하게 해주는 에너지를 주는 것 같다. 그런 것이 신기하다.

 

헉 : 소중한 시간을 할 수 있게 장을 마련해준 것이 이인재 대표다. 나는 아띠인력거에서 상대적으로 나이가 많다 보니 처음엔 두려움도 있었다. 인력거는 육체적인 일인데, 내 나이 대는 환영을 못 받는다. 그런데도 선뜻 나를 받아주고, 이런 시간을 마련해준 것이 무척 고맙다.

 

잭슨 : 헉의 지원서를 보고 감명 받았다. 아띠인력거에 지원한 이유와 무엇을 하고 싶은지 물어봤었는데, 헉은 그것이 명확했다. 북촌은 오래되고 역사가 있는 나무가 많은데, 헉은 그런 것을 설명 하는 새로운 나무 투어를 만들겠다고 썼었다. 정말 나이는 중요하지 않다.

 

주말에 아띠인력거 봉사자로 라이더를 할 수 있나? 이런 경험을 많이 해야 저승에 올라가서도 할 얘기가 많을 것 아니겠나(웃음).

 

이인재 : 아띠인력거는 무료봉사 콘셉트를 좋아하지 않는다. 일에 대한 대가를 지급한다. 라이더를 하고 싶다면, 나이 제한은 없고 룰만 따라준다면 누구든 환영한다.

 

라이더가 깊이가 있지 않으면 투어가 짧게 끝날 수도 있을 것 같은데, 라이더 간에 스터디나 정보를 어떻게 공유하는지 궁금하다.

 

이인재 : 최소한의 기본 자료는 있다. 라이더는 그것을 숙지해야 하고, 그 외의 것도 자연스럽게 공유한다. 다만 우리는 역사를 설명하는 사람은 아니다. 그렇게 봐주지 않으면 좋겠다. 미국에서 인력거를 할 때는 자전거만 가르쳐주고는 끝이었다. 그냥 풀어놓는다. 그러면 알아서 잘한다. 그래서 한국에서 아띠인력거 사업을 할 때는 나만의 방식을 연구했다. 최소한의 교육 시스템을 만든 것은 손님이 물어봤을 때 대답을 할 수 있어야 하기 때문이다. 알아두면 여러모로 쓸모가 있다. 우리가 하는 일은 간단하다. 페달 돌리면서 함께 있고, 함께 노는 것이다.

 

낭만적인 일인 것 같아도 사업이잖나. 진입장벽이 낮은데 리스크 관리 등에 대해 생각하는지?

 

이인재 : 항상 한다. 예전처럼 인력거에 타는 것에만 집중할 수가 없다. 그런 것을 어떻게 하면 잘할지, 사업방향이나 계획을 어떻게 할지 고민한다. 그런 고민들 없이 인력거만 타면 편하나, 그럴 수는 없다. 다른 지역에 후발 주자도 생겼다. 책을 낸 유일한 이유라면, 아띠인력거를 보호하기 위해서였다. 아띠인력거는 보호하기 힘든 사업이니 기록을 남긴다는 의미에서 책을 썼다. 기업체로 활동한다면 경쟁은 당연한 것이고, 기업은 그래서 변해야 하며 (경쟁 업체는) 자극을 주기 때문에 좋은 점도 있다. 안주하지 않고, 우리도 변화해야 하니까. 다만 무형의 재산권이 보호됐으면 좋겠다는 생각은 있다.

 

‘아띠’라는 뜻은 무엇인가?

 

이인재 : 디자인을 하는 친구가 지어줬다. 네 개의 후보가 있었는데, 그 중에서 골랐다. ‘아름다운 띠’를 줄인 말이자, 순우리말로 ‘좋은 친구’라는 뜻도 있다고 하더라. 아저씨를 귀엽게 부르는 것 같기도 하고(웃음).

 

“이 일을 하며 참 많은 사람들을 만났고 다양한 경험을 했다. 한 가지는 확실히 말할 수 있다. 삶에 대한 성취감이 학교나 회사에 다니며 반수동적인 환경에 있을 때 맛보았던 것과는 차원이 다르다는 것.” (194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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즐거워야 내 일이다이인재 저 | 슬로비
『즐거워야 내 일이다』는 ‘내가 좋아하면 남들도 좋아할 거’라는 뚝심으로 밀고 나간 한 청년의 생생한 경험을 이야기로 전하는 창업 매뉴얼이다. 저자의 이야기는 누군가 정해놓은 가이드라인과 조건 좋아 보이는 일 따위는 별 의미 없음을, 저마다 자신의 길이 있고 그 길을 찾아 두려움 없이 실천하면 만족하는 삶을 살 수 있음을 증명해 보인다. 한 청년의 땀과 열정, 그의 취지에 공감한 각양각색의 인력거 라이더들이 털어 놓은 이야기는 자기 일을 찾는 젊은이들에게 일과 삶에 대해 새로운 시각을 제시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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글ㆍ사진 | 김이준수

커피로 세상을 사유하는,
당신 하나만을 위한 커피를 내리는 남자.

마을 공동체 꽃을 피우기 위한 이야기도 짓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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