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목소리를 낼 수 없는 아이들의 목소리를 담아내다 『밀레니얼 칠드런』

『밀레니얼 칠드런』 장은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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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8회 ‘블루픽션상’의 수상작으로 장은선 작가의 『밀레니얼 칠드런』이 선정됐다. 지난 25일, 장은선 작가는 기자간담회를 통해 입을 빼앗긴 십대들과 그 시절의 자신을 위해 『밀레니얼 칠드런』의 이야기를 탄생시켰다고 밝혔다.

청소년 문학의 지평을 넓히기 위해 매년 신선한 작가와 작품을 발굴해 온 비룡소의 ‘블루픽션상’이 올해의 주인공으로 장은선 작가의 『밀레니얼 칠드런』을 선정했다. 가까운 미래의 학교를 배경으로 펼쳐지는 이야기 속에서 발견하게 되는 것은 지금 우리 아이들이 처한 현실의 문제들이다. 그러한 이유로 『밀레니얼 칠드런』은 “자본주의 사회의 비인간성, 기술과 윤리의 문제 등 현재 존재하는 또는 앞으로 존재할 수 있는 여러 사회적 문제와의 고리를 놓치지 않는 문제의식을 보여 주었다”는 평을 받았다. 아울러 ‘블루픽션상’의 심사위원들은 『밀레니얼 칠드런』이 “긴장감 있는 이야기 전개와 매력적인 캐릭터 설정, 공감을 이끌어 내는 심리묘사”로써 ‘뻔한 전개와 예상되는 결말’이라는 위험을 떨어 버렸다고 덧붙였다.

 

장은선 작가는 『밀레니얼 칠드런』 안에서 유토피아와 디스토피아가 묘하게 공존하는 미래를 그리고 있다. 평균 수명이 늘어나고 사망률이 낮아지면서 오래도록 건강하게 살 수 있는 유토피아가 도래했지만, 그로 인해 인구가 급격히 증가하는 문제가 발생하게 된 것. 이에 정부는 산아 제한정책의 일환으로 ‘자식세’를 신설하게 된다. 경제적 능력을 가진 자만이 아이를 낳아 기를 수 있게 되고, 반대로 자식세를 낼 능력이 없는 이들은 아이를 몰래 기르거나 낳자마자 버리게 되면서 디스토피아는 시작된다. 부모와 세상으로부터 버림받은 아이들은 ‘학교’에서 길러지게 되고 성인능력시험을 통과해야 성년이 될 자격을 얻게 된다. 시험에서 우수한 성적을 받지 못하면 교육, 선거, 결혼 등 모든 것에서 권리를 누리지 못하는 ‘비성년자’로 살아가야 하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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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금도 세대갈등이 큰 문제가 되고 있는데 저 역시 ‘왜 젊은 층은 항상 가난한 걸까’라는 의문이 들었어요. 젊은 층에 비해 중장년층은 훨씬 오래 노동을 해왔으니까 당연한 결과라고 생각됐죠. 그러다가 문득 ‘그들이 영원히 죽지 않는다면 어떻게 되는 걸까’하는 생각이 들었어요. 그 과정에서 『밀레니얼 칠드런』의 세계관을 구상하게 된 거죠.”

 

『밀레니얼 칠드런』의 주인공인 ‘새벽’은 자식세를 납부할 수 있었던 부모님 덕분에 ‘등록아동’으로 살아왔지만 갑자기 부모님을 잃게 되면서 학교에 수용된다. 그곳에서 새벽이 만난 아이들은 시험 성적이라는 단 하나의 기준으로 평가받고 있었다. 숙소는 물론 급식의 수준, 다른 아이들에게 지시를 내릴 수 있는 권한까지도 자신이 속한 등급에 의해 정해진다. 이렇듯 철저한 계급사회로 전락한 학교에서 ‘이오’는 전교 1등으로서 최상위의 권력을 누린다. 성인능력시험을 통과해서 인간적인 삶, 평범한 권리를 누릴 수 있을 거라는 기대에 차있다. 그러나 이오는 새벽과의 만남을 계기로 자신이 태생적으로 넘어설 수 없는 격차가 존재함을 알게 된다. 그 절망감은 이오를 벼랑 끝으로 내몰고, 그의 죽음을 보며 새벽은 현실에 눈뜨게 된다.

 

“새벽이와 만난 후 이오가 절망하는 부분이 현실과 다르지 않다고 생각해요. 저도 강남의 명문고로 진학하게 되면서 서로 다른 출발선이 있다는 걸 알게 되었거든요. 중학교 때까지는 시골에서 자랐는데 강남으로 와보니까 경제력, 학습수준, 정보력에 있어서 차이를 체감하게 되더라고요. 그야말로 문화충격이었죠. ‘모두가 똑같은 선에서 출발한다고 볼 수는 없지 않나’라는 생각이 들었어요.”


장은선 작가는 “한국의 청소년들은 항의의 목소리조차 제대로 낼 수 없는 사각지대에 놓여 있다”며 그런 의미에서 가장 심각한 사회적 약자로 볼 수 있다고 했다. 그녀가 『밀레니얼 칠드런』을 통해 청소년 문제에 주목한 이유다.

 

“성인이라면 저항하는 방법을 알고 있고, 의견을 피력할 수 있는 방법들도 많아요. 하지만 그런 방식으로 청소년이 집단화된 예는 없는 것 같아요. 아마도 자신이 영원히 청소년에 머물러 있는 것은 아니라는 생각에서 나오는 특이성이 아닌가 싶어요. 저는 그 생각을 깨야 한다고 생각합니다. 성인과 동등한 대접을 받지 못한다는 자각이 있다면 변화시키려는 노력을 해야 하죠. 『밀레니얼 칠드런』에서 어른들의 목소리는 배제하고 철저하게 십대의 입장만을 얘기한 것도 같은 맥락으로 이해할 수 있을 거예요. 성인은 어떤 형태로든 자신을 변호할 있지만 아이들은 그렇지 못하니까요. 청소년의 입장에만 주목하고 싶었어요.”

 

『밀레니얼 칠드런』이 멀지 않은 미래의 디스토피아를 그리고 있는 만큼 “극단까지 이야기를 끌어나가면서 소설적인 재미를 추구할 수 있었다”고 밝혔지만 작가는 현실의 목소리를 외면하지 않았다. 직접 모교의 후배들을 만나 인터뷰하면서 현실 안의 문제를 들여다 본 것.

 

“아이들을 만나 인터뷰하면서 제가 모르는 세상을 더 잘 알고 있다는 느낌을 받았어요. 그에 반해 학교는 변하지 않았다는 생각도 들었고요. 그런데 생각이 강하고 표현도 잘하는 아이들이라도 한계를 넘어가지는 못하는 것 같더라고요. 방법론이나 언어에 있어서 성인의 것을 그대로 모방하고 있었거든요. 학교 밖 성인들의 세상을 본 적이 없기 때문에 문제의식이 없다는 것도 동시에 느꼈고요. 그래서 『밀레니얼 칠드런』에서는 이 부분을 더 강하게 지적해 보고 싶었어요. 아이들 스스로도 느낄 수 있도록 말이죠.”

 

장은선 작가는 ‘밀레니얼’이라는 단어 안에 반어적인 의미를 담아냈다고 밝혔다. 유토피아가 도래한 것 같지만 그 안의 아이들은 비참한 삶을 살고 있는 모습을 보여주려 했다는 것이다. 아울러 그녀는 『밀레니얼 칠드런』의 이야기가 곧 지금 우리 아이들의 이야기라는 사실도 강조했다. 성적에 의해 차별받고, 고압적인 어른들 앞에 굴복할 수밖에 없으며, 학교 안에서 이룬 것들로 학교 밖의 삶이 결정되는 아이들의 모습은 분명 낯설지 않은 것이다. 누구나 한 번쯤 지나온 그 시절을 아름답게만 기억할 수 있을까. 그러나 작가는 희망을 놓지 않는다. 『밀레니얼 칠드런』의 아이들이 연대하고 새로운 세계를 꿈꾸는 모습을 통해 “절망에 몰린 누군가에게 손을 내밀면 우리는 조금씩 더 나은 세상으로 나아갈 수 있다”는 메시지를 전하고 있기 때문이다. 과연 우리는 손을 내밀 수 있을 것인가. 『밀레니언 칠드런』이 독자들을 향해 묻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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밀레니얼 칠드런장은선 저 | 비룡소
노화의 원리가 규명됨으로써 자식을 갖는다는 것이 재력의 상징이 되어 버린 근미래, 등록아동이었던 ‘새벽’이 하루아침에 학교에 수용되면서 그동안 알지 못했던 충격적인 현실, 계급으로 나뉜 아이들과 조우하고, 탈출을 감행하는 모험을 그리고 있다. 무엇보다 지금 십 대가 당면한 현실과 사회적으로 고민해 봐야 할 굵직한 문제들이 담긴 의미 있는 작품으로, 그러한 주제의식을 한 편의 탈출극을 보는 듯한 흥미진진한 서사에 절묘하게 녹여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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글ㆍ사진 | 임나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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