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명불허전, 20년 만에 핑크 플로이드 15집 발매

더 이상 말이 필요 없다. 핑크 플로이드 < The Endless River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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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설적인 핑크 플로이드가 열다섯 번째 정규 음반을 발매했습니다. 20년 만의 신보지만 여전히 남다른 음악과 아우라, 당황스러울 정도입니다. 마지막 앨범이기도 한 < The Endless River >, 명불허전입니다.

핑크 플로이드(Pink Floyd) < The Endless River >

 

열다섯 번째 정규 음반이자, 20년만의 신보다. 수록곡들은 핑크 플로이드의 전작 < The Division Bell >을 작업하던 1990년대 초반의 결과물들에 기초한다. 데이비드 길모어와 닉 메이슨이 당시 녹음해두었던 곡들을 꺼냄으로써 지난 2008년에 작고한 키보디스트 릭 라이트의 연주를 다시 만날 수 있게 됐다. 발매 전에도 일찍 밝혔지만, 관심사에 올랐던 전 멤버 로저 워터스의 참여는 (물론) 없었다. 1986년부터의 3인조 포메이션이 이번 작품에까지 계속되는 셈이다. 그리고 남은 두 멤버에 따르면, < The Endless River >는 핑크 플로이드의 마지막을 장식할 앨범이라고 한다. 옛 친구에게 바치는 끝없는 강으로 밴드는 자신들의 커리어에 끝을 내렸다.

 

 

 

여지없는 핑크 플로이드의 음악이다. 프로그레시브의 전개와 우주적인 사운드를 주조하는 신디사이저, 적시에 등장하는 블루지한 기타가 이를 증명한다. 여기에 전에 비해 완력이 다소 빠진 모양은 작품을 앰비언트 음악처럼 들리게 하기도 한다. 예시를 들어볼까. 큰 그림은 < Wish You Were Here >의 시작과 끝을 장식하는 「Shine on you a crazy diamond」의 확장형처럼 다가온다. 4등분한 작품 내부에 뚜렷한 서사성이 자리하기 때문이다. 그러면서도 곳곳에 핑크 플로이드의 순간순간이 보이는데, 세 번째 사이드에 있는 「Autumn '68」은 < Atom Heart Mother >의 「Summer '68」에 대응하는 듯하고 그 전후에서 기타로 치고 나오는 두 개의 「Allons-y」는 < The Wall >에서의 2, 3번 「Another brick in the wall」과도 닮았다. 더불어 「It's what we do」에서는 < Dark Side Of The Moon >을 6분 동안 만나는 듯 하며, 「Anisina」에서는 「Us and them」과 「Comfortably numb」를 밝게 섞은 느낌이 나기도 한다. 사이키델릭하게 연출한 「Skins」 또한 짚고 넘어갈 만한 트랙이다.

 

L (1).jpg

 

한 트랙을 제외한 모든 곡을 연주로만 채운 기획, 사이드마다 각기 다른 색을 구현하는 프로그레시브적 성향, 빈 공간감을 노출하는 여럿 앰비언트 풍의 사운드가 체력을 요하긴 하다마는, 고차원의 실력으로 상당한 수준의 사운드를 쏟아내는 데이비드 길모어와 닉 메이슨, 릭 라이트의 합이 이 단점을 충분히 가린다. 「Anisina」에서 보이는 감도 높은 선율, 귀를 낚아채는 「Allons-y」에서의 기타, 서서히 시선을 빼앗다가 에너지를 터뜨리는 각 사이드에서의 전개 역시 관전 포인트. 유일하게 보컬을 더한 「Louder than words」에서는 멜로디 주조에 있어서도 탁월함을 보이는 데이비드 길모어의 역량을 가까이 만날 수 있다. 한창일 무렵의 파급력은 없다 해도 여백 사이마다 보이는 밴드의 아우라는 분명 여전히 남다르다. 각자의 손끝이 현재시제로도 충분히 영예로울 수 있을 때 이들은 자신을 봉할 마침표를 찍었다. 그룹이 걸어온 행로는 장엄한 행보에 또 다른 웅장한 작품이 서있다. 멋진 결말이다.

 

 

 

 


글/ 이수호 (howard19@naver.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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글 | 이즘

이즘(www.izm.co.kr)은 음악 평론가 임진모를 주축으로 운영되는 대중음악 웹진이다. 2001년 8월에 오픈한 이래로 매주 가요, 팝, 영화음악에 대한 리뷰를 게재해 오고 있다. 초기에는 한국의 ‘올뮤직가이드’를 목표로 데이터베이스 구축에 힘썼으나 지금은 인터뷰와 리뷰 중심의 웹진에 비중을 두고 있다. 풍부한 자료가 구비된 음악 라이브러리와 필자 개개인의 관점이 살아 있는 비평 사이트를 동시에 추구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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