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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처음부터 다시’ Toy 7집 < Da Capo >

토이 7집 < Da Capo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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토이가 7년 만에 7집으로 돌아왔습니다. 다양하고 새로운 크래딧이 흥미로운데요, 원래 하던 음악도 놓치지 않았습니다.

토이 < Da Capo >

 

유희열은 가요계 성역에 있다. '천재 뮤지션'이라는 타이틀이 주는 위용, 견고히 굳어진 '토이 감성'은 강력한 권력을 형성하는 원투 펀치다. 음악으로만 승부를 보던 고고한 이미지를 스스로 버린 후 매체 어디에든 모습을 드러내는 '만능 엔터테이너'로 속화되었어도 신기하게 찬사는 끊이질 않는다. TV 예능 프로그램에서 유려한 입담을 과시하고, 제품 광고에 출연해도 흔들리지 않는 지지다.

 


소위 이러한 '음악 식자층'이 엔터테인먼트 산업 곳곳을 장악하고 있지만 그 내실에 대해서는 고민이 필요하다. 1990년대 댄스 음악에 밀려 사라지던 '고급 가요'의 명맥을 이으며 거대한 마니아 집단을 형성했던 유희열이지만, 치열함이 사라져버린 음악은 비록 귀에는 잘 들리고 순간의 감정을 자극할 수는 있어도 정형화되었으며 휘발성이 짙다. '필살 멜로디'와 '여린 감성'을 자랑했던 과거에 비해 최근의 선율은 서로 겹치고, 명료하지 못한 채로 추억 그 자체나 분위기에 기대려는 경향을 보인다.

 

전작 < Thank You >가 그럼에도 기본 팬의 수요에서 만족을 찾았다면 7년 만의 신보는 선택의 폭을 넓히며 변화를 꾀했다. 1990년대 감성, 남자 보컬이 중심이었던 과거와 달리 < Da Capo >의 객원 보컬 범위는 익숙한 이름부터 가장 최신까지 뻗어져있다. 김연우와 김형중이 비운 자리엔 파릇한 신인 악동뮤지션 이수현과 권진아가 들어왔고, 미스틱89의 뮤즈 김예림과 강한 임팩트의 싱어송라이터 선우정아도 새 이름을 올렸다.

 

커리어 최초로 크러시, 빈지노, 다이나믹 듀오 등 힙합 뮤지션과의 협업을 진행했고, 타인이 아닌 자신의 목소리를 담은 「우리」, 「취한 밤」도 있다. 참여진의 이름값으로 매너리즘을 탈피하려는 시도다. 언젠가 이승환이 밝혔듯 장르든 분위기든 곡의 다채로움을 구사함에 있어 유희열을 따를 뮤지션은 찾기 쉽지 않다.

 

이를 통해 앨범은 무난한 '통속가 모음집'으로서의 기능을 십분 수행하지만 토이라는 이름은 더욱 희미해진다. 보컬 기용에 있어 물론 신중한 고민이 수반되었겠지만 주도적 영역은 잠시 접어놓은 상태다. 특유의 감성이나 멜로디 대신 이제는 이름값에 맞게 그에 맞는 분위기를 만들어내는 수준에 그치고 만다.

 

프라이머리를 편곡에 맡기고 크러시와 빈지노를 대동한 「U&I」의 감미로운 R&B, 선우정아의 퇴폐적 보컬이 빛을 내는 「언제나 타인」에서는 오히려 게스트에게 밀려 주도권을 상실하기도 한다. 다이나믹 듀오의 랩이 들어간 「인생은 아름다워」는 사실상 아메바 컬쳐의 노래나 다름없다. 완성도와는 별개로 구심점이 불분명하다.

 

그러다보니 가장 화제를 불러 모으는 곡이 애처롭게도 오리지널 토이의 트랙이라 할 수 있는 「세 사람」인 것이다. 허나 어느덧 10년 전의 타이틀 트랙 「좋은 사람」의 후속편은 서정적인 분위기와 감성이 있다 해도 그만큼의 명료한 멜로디가 들리지 않는다. '둘만의 비밀이 / 닮아있는 말투가 / … '의 많은 이야기는 '니가 좋으면 나도 좋아' 한 문장에 미치지 못한다. 「너의 바다에 머무네」 또한 유사한 약점으로 침전한다. 추억의 확대 재생산으로는 큰 감흥을 불러일으키기 쉽지 않은 현실이다.

 

유희열.jpg

 

오히려 주목해야 할 지점은 추억이 아닌 현재다. 페퍼톤스 신재평이 편곡을 맡아 두근거리는 속도감을 더한 「Reset」은 이적의 보컬과 함께 전에 없던 청량감을 전한다. 「뜨거운 안녕」의 1980년대 일렉트로닉 사운드를 재현한 「Goodbye sun, goodbye moon」은 깨끗한 선율을 극대화하고, 이상순의 기타 편곡과 김예림의 아련한 목소리의 「피아니시모」는 서정성을 빚는다. 피아노 선율에 웅장한 현악을 더하고, 자전적 가사를 본인의 온전한 목소리로 담아내는 「우리」에서도 포스트(Post)-토이의 모습을 찾을 수 있다. 답답하게 머무르지만은 않았다는 점이 그나마 위안이다.

 

현 대중의 니즈에 가장 적합하다 평가되는 화려한 참여진과 '토이 감성'이라는 이름값은 벌써부터 온 & 오프라인 시장을 점령하는 추세다. 1990년대 그의 감성에 익숙한 세대를 넘어, 생소한 어린 세대들에게도 어렵지 않게 자신의 이름을 알린 것이 이번 앨범의 소득이라면 '소득'일 것이다. 허나 이 과정에서 토이, 유희열이라는 타이틀이 주는 무게감은 상당히 희석되는 '손실'을 입었다.

 

단순한 유명 작곡가 이상의 의미였던 그의 위상을 생각해 봤을 때, 스스로 통속가를 택한 선택은 앞서 제기했던 '음악 권력화'의 과정 그 이상 그 이하도 아니다. 음악 작가 유희열은 더 이상 실험자가 아니다. 번뜩이는 재치와 시도가 부재하다면 그것을 대체할 새 표현력을 내놔야 하는데 이게 되지 않고 있다. 과거 세대가 그를 아티스트로 기억했다면, 현 세대는 그를 엔터테이너로 기억할 것이다.

 

 

 

 

글/ 김도헌(zener1218@gmai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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글 | 이즘

이즘(www.izm.co.kr)은 음악 평론가 임진모를 주축으로 운영되는 대중음악 웹진이다. 2001년 8월에 오픈한 이래로 매주 가요, 팝, 영화음악에 대한 리뷰를 게재해 오고 있다. 초기에는 한국의 ‘올뮤직가이드’를 목표로 데이터베이스 구축에 힘썼으나 지금은 인터뷰와 리뷰 중심의 웹진에 비중을 두고 있다. 풍부한 자료가 구비된 음악 라이브러리와 필자 개개인의 관점이 살아 있는 비평 사이트를 동시에 추구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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