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할머니가 된 이를 위하여

그림책 <엠마>는 일흔 두 살에 붓을 들기 시작해 수백 점 그림을 남긴 독일 화가 엠마 스턴의 이야기를 담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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웬디 케셀만이 쓴 ‘엠마 스턴’ 이야기를 생생하게 구현한 바바라 쿠니는 장면 곳곳에 걸린 화가의 그림 또한 원본 그대로 살려 그렸다. 일흔 두 살에 붓을 들어 아흔 두 살에 세상을 떠나기까지 수백 점을 남긴 이 독일 할머니 화가에 대해, ‘할머니’가 ‘시작’이 된 이야기에, 누구보다도 감동했기 때문일 것이다.

 손주 얻은 친구들이 하나 둘 늘어나는 터에 농담처럼 주고받게 되는 담화인즉슨, ‘어떤 할머니가 될까?’라는 것이다. ‘한가하게 책 읽고 뜨개질하는 할머니가 되리라’는 친구들이 대다수이고, 특별하게는 ‘노인복지관을 웃음바다로 만드는 개그 할머니로 거듭나리’라는 유쾌한 꿈의 소유자도 있다. 가장 내 마음에 들기로는 ‘한 해의 절반은 일하고, 나머지 절반은 캠핑카에 책을 그득히 싣고 마음 가는 대로 떠도는 할머니’이다. 이 멀지 않은 미래의 원대한 꿈은 얼마만큼이나 이루어질까. 억대 실버타운 입주를 바라지 않는데도 현실은 ‘고즈넉이 홀로 자족하는 노년을 구가하기’라는 것에조차 너그럽지 않은 듯하다. 


 요컨대 할머니 할아버지 시대로 진입하는 시점에도 격려와 응원의 선물이 필요하다는 말이다. ‘엠마 스턴Emma Stern' 이야기라면 어떨까? 그림책엠마』는 일흔 두 살에 붓을 들기 시작해 수백 점 그림을 남긴 독일 화가 엠마 스턴의 이야기를 담고 있다.

 

  엠마 할머니에게는 아들 딸이 네 명, 손자가 일곱 명, 증손자가 열네 명 있었어요.
 가족이 찾아오면 할머니는 행복했어요.
 푸딩과 초콜릿 크림 파이를 굽고 집안 곳곳에 꽃도 꽂아 놓았지요.
 할머니의 가족은 선물을 많이 가져왔지만 오래 머물지는 않았어요.
 할머니는 혼자 지낼 때가 많았지요.
 그래서 가끔씩은 무척 외로왔어요.

 

 그렇게 엠마 할머니는 총 스물 다섯 명의 피붙이들이 잠깐씩 다녀가는 텅 빈 집에서 하나뿐인 고양이 친구 호박씨와 함께 지낸다. 호박씨와 나란히 햇볕 쬐고, 호박씨와 나란히 딱따구리 소리 들으며, 또는 호박씨와 나란히 눈이 현관 문턱까지 쌓이는 것을 바라보며, 산 너머 작은 마을에서 지내던 옛 일을 떠올리며 쓸쓸하고 심심한 날을 보낸다. 


엠마와나무위고양이.jpg

 

 그러구러 일흔 둘이 된 엠마 할머니의 생일, 가족들은 의미심장한 그림 한 점을 선물한다. 바로 엠마 할머니가 그리워하는 산 너머 작은 마을이 담긴 그림이다. 그러나 엠마 할머니는 선물이 마음에 들지 않는다. 자기 마음이 떠올리곤 하는 마을 풍경과는 딴판이었던 것이다. 엠마 할머니는 날마다 선물 받은 그림을 들여다보며 그 ‘차이’를 곱씹던 끝에, 놀라운 실험을 시작한다. 물감이랑 붓이랑 이젤을 사들인 것이다. 자기가 그리워하는 마을을 직접 그려보기로 한 것이다.

 

엠마이젤운반.jpg

 

 그림책은 엠마 할머니가 햇빛 잘 드는 창가에 앉아 그림 그리는 장면으로 넘어간다. 왼손에 붓 둘을 쥔 채 오른손에 든 붓으로는 하얀 바탕의 차일을 그리고 있는 참이다. 입꼬리가 슬몃 올라간 그 얼굴은 틀림없는 몰입의 기쁨, 보조탁자에 늘어놓은 팔레트며 붓꽂이의 붓이며 물감튜브는 그간의 습작을 짐작케 한다. 고양이 친구 호박씨도 얌전히 앉아 그림 구경에 빠져있다. 


 엠마 할머니는 그렇게 자기가 그린 고향 마을이 비로소 마음에 든다. 그림을 걸어놓고 보고 또 보면서 흐뭇해한다. 가족이 다니러 오는 날에는 선물 받은 그림으로 바꿔 걸고, 가족이 떠나자마자 자기 그림으로 다시 바꿔 건다. 그러다 한번은 가족 모임 날에 할머니답게 ‘그림 바꿔 걸기’를 깜박 잊는다. 증손자가 그 사실을 발견하고 소리친다. “저 그림, 어디서 난 거예요? 우리가 선물한 그림이 아니잖아요!” 가족들은 그제야 자기들이 선물한 그림의 몇 배나 풍성하고 정겨운 이야기가 그득히 담긴 엠마 할머니의 작품을 들여다본다. 


 가족들은 할머니의 그림 작업과 결과물들이 얼마나 근사한지, 탄성을 터뜨린다. 이제 감추지 말라고, 더 그리라고, 부추긴다. 엠마 할머니는 벽장에 감춰뒀던 자기 그림들을 꺼내 보인다.

 

엠마의작업실.jpg

 

 엠마 할머니는 이제 어떤 화가보다도 더 진정한 화가로 살아간다. 그전과 다름없이 혼자였지만 ‘날마다 창가에 앉아서 아침부터 저녁까지 그림을 그’리고 또 그리며 진정으로 살아가게 된 것이다. 


 웬디 케셀만이 쓴 ‘엠마 스턴’ 이야기를 생생하게 구현한 바바라 쿠니는 장면 곳곳에 걸린 화가의 그림 또한 원본 그대로 살려 그렸다. 일흔 두 살에 붓을 들어 아흔 두 살에 세상을 떠나기까지 수백 점을 남긴 이 독일 할머니 화가에 대해, ‘할머니’가 ‘시작’이 된 이야기에, 누구보다도 감동했기 때문일 것이다.

 

멋진 할머니를 보여주는 그림책

 

우리동네 할머니

제임스 스티븐슨,샬롯 졸로토 저/김명숙 역 | 시공주니어

직접 만든 사탕 과자나, 설탕을 입힌 조그만 케이크를 아이들에게 나눠 주고, 산책 나온 아이들에게 말 없이 손을 흔들어 주고, 아이들의 이름을 기억해 주는 한 할머니가 있다. 아이는 이 할머니가 어린 아이였을 때에 어떤 모습이었는지, 할머니도 자기처럼 어떤 할머니를 알고 있는지, 그리고 그 할머니를 사랑했는지 궁금해 한다. 아이들은 할머니한테서 사랑하는 법을 배우게 될 터이다.

 

 

 

 

 

 

 

미스 럼피우스

바버러 쿠니 저/우미경 역 | 시공주니어

한 소녀가 어른이 되면 할 일 세 가지를 할아버지와 약속한다. 이 소녀가 자라 처녀가 되고 노인이 되면서 자신의 꿈이자 약속을 잊지 않고 그것을 이루기 위해서 노력하는 과정을 그린 잔잔한 성장 그림책. 여자아이들에게 분홍 리본 꿈을 꾸기보다는 넓은 세상에 나가 많은 경험을 하고 세상을 아름답게 하는 꿈을 꾸는 일이 얼마나 더 가치있고 멋진 일인지를 회화처럼 아름다운 그림과 잔잔한 글에 담아 보여준다.

 

 

 

 

 

 

 

 

할머니가 달라졌어요!

나디아 로망 글/장 피에르 블랑팽 그림/이주희 역 | 미래아이(미래M&B)

언젠가부터 자신을 위해 아낌없이 투자하는 할머니, 젊은이의 전유물인 것처럼 되어 버린 ‘사랑’을 하고 활발해진 할머니의 모습이 낯설지만 보기 좋게 포현되고 있습니다. 이처럼 『할머니가 달라졌어요!』는 할머니를 여성도 남성도 아닌 별개의 성으로 취급해 온 우리의 오만과 통념을 깨고, 할머니 역시 한 사람의 여자이며 우리랑 다를 바 없는 감정이 있는 인간임을 유쾌하고 통쾌하게 보여 주고 있습니다. 그래서 항상 같은 내용의 동화 속 교훈이 아닌, 새로운 메세지를 던져주고 있습니다.

 

 

 


 

 

 

 

 

 

img_book_bot.jpg

엠마웬디 커셀만 글/바바라 쿠니 그림/강연숙 역 | 느림보
엠마 스턴이라는 화가의 이야기로 칼데곳상을 두 번 수상한 바바라 쿠니의 아름답고 섬세한 그림들도 엠마 스턴의 그림들을 바탕으로 하였습니다. 뒤늦게나마 자신이 하고자하는 일을 시작하여 성공한 아름다운 이야기를 만나 보세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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글 | 이상희

시인ㆍ그림책 작가, 그림책 번역가로 그림책 전문 어린이 도서관 '패랭이꽃 그림책 버스'와 그림책작가 양성코스‘이상희의 그림책워크샵’을 운영하면서, 그림책 전문 도서관 건립과 그림책도시 건설을 꿈꾸고 있다. 『소 찾는 아이』 『낳으실 제 괴로움 다 잊으시고』『은혜 갚은 꿩이야기』『봄의 여신 수로부인』등에 글을 썼고, 『심프』『바구니 달』『작은 기차』『마법 침대』등을 번역했으며, 그림책 이론서 『그림책쓰기』, 『그림책, 한국의 작가들』(공저)를 펴냈다.

  • 미스 럼피우스 <바버러 쿠니> 글그림/<우미경> 역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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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우리동네 할머니 제임스 스티븐슨,샬롯 졸로토 저/김명숙 역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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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엠마 <웬디 커셀만> 글/<바바라 쿠니> 그림/<강연숙> 역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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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할머니가 달라졌어요! <나디아 로망> 글/<장 피에르 블랑팽> 그림/<이주희> 역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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