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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덕일 “해방 이후에도 식민사관은 계속되고 있다”

『우리 안의 식민사관』 이덕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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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11월 3일, 서울 대학로 벙커1에서 『우리 안의 식민사관』 출간기념 이덕일 저자의 강연회가 열렸다.

지난 11월 3일, 서울 대학로 벙커1에서 『우리 안의 식민사관』 출간기념 이덕일 저자의 강연회가 열렸다. 책은 우리 역사를 바라보는 관점을 ‘조선총독부 관점 vs 독립 운동가 관점’로 나눠 한사군의 위치 등을 놓고 식민사관이 주류로 통용되고 있는 현실을 비판하고 있다. 이에 저자는 이날 ‘주인의 역사관과 노예의 역사관(우리 안의 식민사관)’이라는 주제로 지금의 주류 역사관을 사실로 받아들일 근거가 있는지, 그것이 잘못됐다면 누가 주입했는지 알아보자고 주장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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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이의 ‘10만 양병설’은 사실일까

 

이덕일 저자는 ‘10만 양병설’부터 꺼냈다. 임진왜란에 앞서 율곡 이이가 주장한 것으로 알려진 이것은 지금 일부 교과서에도 그렇게 나와 있다. 그러나 저자는 이이가 1만 양병도 주장한 적이 없다고 말했다.

 

“문헌을 보면, 이이가 군대 양성을 반대한 기록은 있으나 찬성한 기록은 없다. 이이를 비난하는 것이 아니다. 진짜 10만 양병을 주장했다면, 그는 국방비 증액을 말해야 했을 것이다. 그러나 이이는 복지비 증액을 말한 분이다. 국방비 증액과는 상반된 주장을 펼쳤다. 그런데 마치 10만 양병을 한 것처럼 돼 있다. 그의 제자들이 창작해서 전파한 것이다.”

 

그렇다면 없는 이야기가 왜 300년이 지난 교과서에 게재된 것일까. 그는 누가 교과서를 만들었는지 봐야 한다고 강조했다. 그의 주장에 의하면, 인조반정을 일으킨 서인이 이후 노론으로 바뀌었고, 이들 서인-노론 세력이 일제강점기는 물론 해방 이후까지 권력을 장악하면서 그들의 역사관을 주입하고 있다.

 

“이들의 역사관이 식민사관이다. 이것을 관통하는 뿌리가 사대주의다. 노론의 역사관은 중화 사대주의며, 일제 식민사관은 중국 대신 일본을 넣은 것이다. 두 사관의 공통점은 주체가 남이 되고, 남을 높이는 것이다. 남을 높이는 진짜 목적이 뭘까? 내부의 권력을 장악하기 위함이다. 이 시스템을 놓치면 안 된다.”  

 

즉 조선 후기부터 지금까지 관통하는 사관이 노론사관과 일제 식민사관이라는 것. 일본(조선총독부) 관점에서 역사를 서술하고 바라보는 식민사관이 아직 청산되지 않은 것은 물론 점점 심화되고 있다는 것이 저자의 주장이다.

 

한사군은 어디에 있었는가

 

그는 세계 어디에서도 한국 고대사만큼 현대적 분쟁의 소재가 된 적이 없었다며 한국 고대사는 늘 현대사였다고 말했다. 일본이 3세기 전 한국을 영구히 지배하기 위해 이것을 이용했고, 지금도 중국이 동북공정을 위해 이용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수천 년 전의 이야기가 문제가 되는 것은 지금의 영토 문제와 관련이 있기 때문이라는 것. 

 

“일제강점기는 영토 전쟁의 시기이면서 역사관을 가지고 치열하게 싸운 역사 전쟁의 시기였다. 영토는 외형상 찾았으나 역사관은 찾지 못했다. 우리나라가 과연 독립국가일까. 역사관이 종속된 국가가 독립국가인지 물어봐야 한다. 조선총독부 관점에서 교육 받고 있다면 진정으로 해방됐는지 물어봐야 한다.”

 

핵심은 두 가지다. 한사군의 위치와 임나일본부의 존재 여부다. 한사군은 한반도 최초의 국가라는 고조선을 멸망시킨 한나라의 행정구역 중 하나로, 이것이 사실이라면 한사군은 고대판 총독부인 셈이다. 그는 초등학생을 비롯해 우리가 이것을 왜 배워야 하는지 의문을 표했다. 한사군의 위치와 관련, 조선총독부는 한반도에 있었다고 주장하나 독립운동가들은 중국에 있었다고 주장했다.

 

“식민사학의 한일 계보를 보면, 쓰다 소키치가 식민사관의 큰 틀을 그리고, 이나바 이와기치가 세부 내용을 채웠다. 이병도 서울대 교수가 이나바 이와기치의 제자다. 여기에 맞서 독립운동가 대부분은 역사학자였다. 역사학의 관점에서 독립운동의 동기가 나온다. 독립운동가를 말할 때 식민사학자들은 자신들은 근대학문을 한 실증주의자이고, 독립운동 역사학자들은 봉건주의자라고 주장했다. 제대로 의문제기를 하지 않아서 지금까지 이것이 통용됐다.”

 

독립운동가들은 나라가 왜 망했는지 문제의식을 갖고 공부를 하다 보니, 중화(유학) 사대주의 때문에 망했다는 결론에 도달했다. 그들은 오랫동안 우리가 품어왔던 ‘단일민족론’이 좋은 뜻이 아님을 알았다. 조선시대 유학자들이 만든 단일민족론은 중국의 관점에서 서술됐다는 것. 중국 문헌이 우리를 동이, 동호라고 우리를 일컫는데, 이는 동쪽의 ‘오랑캐’를 뜻했다. 저자는 이를 ‘겨레 위, 겨레 호’로 바꿔야 한다고 강조했다. 숭명 사대주의에 빠진 사학자들이 우리가 중국 한족과 같은 민족이라며 단일민족을 내세웠다는 것.

 

“일본은 동아시아 학문 전통에서 변방에 있던 나라다. 그런데 메이지유신 이후 힘을 길러 대한제국을 점령하고 내친 김에 중국까지 넘본다. 그 과정에서 이론이 필요했고, 한국을 정벌하는 논리인 ‘정한론’을 만들었다. 일본의 학문 전통이 약하니 랑케라는 유럽 사학자를 끌어들여 역사를 왜곡했다. 실증주의라는 명목으로 한국사를 식민사관의 관점에서 보도록 만들었다.”

 

식민지근대화론이 지배하는 역사

 

해방 이후에도 식민사관은 바뀌지 않았다. 식민지를 벗어났음에도 한사군이 중국 하북성에 있었다는 주장은 힘을 얻지 못했다. 저자는 BC108년에 설치된 한사군의 위치를 정확하게 알기 위해서는 당대 역사서를 봐야 한다고 말했다. 우리 역사서에는 한사군의 설치 여부를 다룬 것이 없기에 중국의 역사서나 지리서를 보면, 어디에도 한사군이 한반도에 있었다고 서술돼 있지 않다고 그는 부연했다.

 

“조선총독부와 현재 한국의 식민사학자들은 한사군 낙랑군 조선현의 위치가 대동강 유역이라고 주장했다. 독립운동가들은 이와 달리 중국 하북성 노룡현에 낙랑군 조선현이 있었다고 주장했다. 더 웃긴 것은 동북아역사재단에서 하버드대학에 10억 원을 들여 6권의 영문서적을 냈는데, 1권이 고조선이 아니다. 한사군이 첫째 권이다. 총독부 관점 그대로다. 고구려?백제?신라의 삼국도 없고, 삼한이 있다. 삼국 건국도 서기 4~5세기라고 하는데, 『삼국사기』상 BC 1세기에 건국됐다는 것과 다르다.”

 

그는 동북아역사재단의 역사 서술 관점에도 문제가 있다고 지적했다. 동북아공정이나 일본 극우파의 역사왜곡에 대응하기 위해 예산을 지원받는 곳임에도 조선총독부의 관점에서 책을 낸 것에 문제를 제기한 것. 내용에서도 한사군을 다섯 군데 표기해 놨으며, 낙랑을 중국어로 표기했다. 또 낙랑군을 평양이라고 게재했는데, 이는 조선총독부의 조선사편수회 주장과 일치한다는 것.

 

“동북아역사재단은 조선총독부의 역사관을 그대로 계승한다. 조선총독부의 조작된 사진을 그대로 인용한다. 식민사학은 고조선 중심지가 이동했다고 주장한다. 결론은 항상 같다. 조선총독부 논리 그대로다. 교과서는 연나라 사람 위만이 철기를 가져왔다고 서술하고 있다. 한반도에서 자체적으로 철기를 생산하지 못하고 중국에서 가져왔다는 얘기다. 이는 거짓이다.”

 

그는 식민사관이 주장하는 한국사의 ‘정체성 논리’를 꺼냈다. 자체적으로 역사발전을 하지 못하기에 식민 지배를 받거나 해외로부터 문물과 문명을 받아야 한다는 논리다. 이는 곧 식민지 근대화론의 뿌리와 통한다.

 

“우리에게는 예부터 자발적인 역사 발전, 문화 발전의 능력이 없다는 얘기다. 지금에서도 식민사관은 점점 심화되고 있다. 임나일본부도 허구다. 일부 학자들은 4세기 후반부터 6세기 중반부터 있었다는데, 일본 유적을 조사해보면 일본은 6세기까지 철을 만들지 못했다. 철도 못 만드는데 어떻게 바다를 건너 식민지를 개척한다는 이야기인지 말이 맞지 않는다. 8세기까지도 신라에서 배를 제공하지 않으면 중국까지 가지도 못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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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 안의 식민사관이덕일 저 | 만권당
조선총독부 관점, 다른 말로 식민사관이라고 불리는 관점은 한사군의 위치가 한반도이고, 삼국사기 초기기록을 부정하고 고대에 한반도 남부를 임나일본부가 지배했다고 주장한다. 그리고 그런 설을 추종하는 사람들이 버젓이 ‘교수’ 직함을 달고 강단에 서서 그런 설을 당당하게 전파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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글ㆍ사진 | 김이준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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