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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굿바이 마왕] 단 하나의 약속, 당신의 음악을 기억하겠습니다

그의 노래에 대한 '기억'과 '의미'들을 모아보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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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왕의 노래가 음원사이트 상위권에 오르고, 라디오에서 하루 종일 그의 노래가 흘러나옵니다. 멍하니 그의 목소리를 듣고 있으면 또 다시 안타까움과 슬픔이 복받쳐 올라옵니다.

“화를 내면 진다 눈물 흘리면 진다
웃지 못하면 티를 내면 진다
백번 천번을 고쳐 말해 봐도 천번 만번 매일 져버리네
탄식으로 단을 쌓고 한숨으로 향을 피워
이제 꽃 한송이 올려 희망이라 부르며 그대를 보낸다”
- 신해철 「Goodbye Mr.Trouble」

 

마왕의 노래가 음원사이트 상위권에 오르고, 라디오에서 하루 종일 그의 노래가 흘러나옵니다. 멍하니 그의 목소리를 듣고 있으면 또 다시 안타까움과 슬픔이 복받쳐 올라옵니다. 그의 음악을 하나하나 돌이켜 보니 가사 한 줄도 쉽게 보이지 않고 걸어온 발자국 하나도 스쳐 지나기 힘듭니다. 이제는 없는 그를 조금이나마 더 오래 간직하고 싶어 그의 노래에 대한 '기억'과 '의미'들을 모아봤습니다.

 

 


「그대에게」


1989 무한궤도 < 우리 앞의 생이 끝나갈 때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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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가 사랑한 그 모든 것을
다 잃는다 해도 그대를 포기할 수 없어요
이 세상 어느 곳에서도
나는 그대 숨결을 느낄 수 있어요”

 

패기 넘치는 관악의 도입부는 지금도 많은 사람들의 가슴을 뛰게 한다. 사랑하는 그대에게 보내는 당당한 선포에서 신해철의 젊은 시절을 짐작할 수 있다. 신해철이 무한궤도라는 밴드를 통해 자신의 이름을 처음 알렸던 곡으로 1988년 대학가요제 대상을 차지했다. 생전 신해철의 모습처럼 「그대에게」는 비범한 일화가 많다. 작곡을 할 줄 몰랐던 신해철이 멜로디언으로 주먹구구식으로 곡을 썼고, 공연직전까지 신디사이저가 작동하지 않아 애를 먹었다. 무한궤도는 신해철뿐만 아니라 공일오비의 정석원도 몸을 담아 한국 대중가요를 풍요롭게 만드는 튼튼한 기반이 되었다.

 

이기선(tomatoapple@naver.com)

 

 


「슬픈 표정하지 말아요」


1990 신해철 1집 < 슬픈 표정하지 말아요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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무한궤도 해체 후 솔로로 데뷔한 첫 싱글. 개인적으로는 그가 위독하다는 소식을 들었을 때 가장 처음으로 머리를 스친 노래다. 모르긴 몰라도 그가 이별을 준비할 시간이 있었다면, 팬들에게 이 노래를 들려주고 싶어 하지 않았을까.

 

“그런 슬픈 표정 하지 말아요 난 포기 하지 않아요
그대도 우리들의 만남에 후횐 없겠죠
어렵고 또 험한 길을 걸어도 나는 그대를 사랑해요”

 

슬픈 표정 하지 말라면서. 포기하지 않는다면서. 아프지 말라면서. 그는 그렇게 떠났다. 그래서 이 노래와 마주할 때면 앞으로도 지금의 먹먹함이 다시 떠오를 것 같다.

여인협(lunarianih@naver.com)

 


「재즈카페」


1991 신해철 2집 < Myself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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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운드에서도 충분한 매력을 발산하나 외로운 도시인들을 묘사한 관조적인 가사가 시선을 잡아끈다. 묵직하게 끊어 읊는 첫 머리에서의 “위스키 브랜디, 블루진 하이힐, 콜라 핏자 발렌타인데이”는 잊으려야 잊을 수 없는 곡의 또 다른 포인트. 이 멋과 이 깔끔함을 보라. 이 얼마나 도회적인 단어들의 나열이란 말인가. (그리고 얼마 전 신해철이 게스트로 출연했던 코미디 프로그램에서 '상대의 손발을 오그라들게 할 피니시 블로우'로 위 구절이 활용됐다. 지금이야 그렇다.)

 

2집 < Myself >의 인트로 연주곡 「The greatest beginning」에서의 그루브를 「재즈 카페」가 받아낸다. 키보드와 색소폰을 주축으로 만든 재지한 편곡이 일품. 타이틀 트랙으로서 음반을 히트시킴은 물론이고 이후 신해철의 대표곡으로서도 오랫동안 지분을 가져갔다. 곡은 1991년 겨울의 컴필레이션 음반 < 변진섭/신해철 >과 2007년 아내에게 바치는 신해철의 재즈 음반 < The Songs For The One >에 한 번씩 더 실렸다. 여러 번의 재편곡 과정을 거친만큼 신해철에게서 「재즈 카페」, 그리고 '재즈'는 각별해 보인다. 5집 < The Songs For The One >은 아예 재즈곡들로 편성을 하기도 했다. 필자도 이 앨범을 통해 「재즈 카페」를 처음 만났고, 당시 말끔하게 턱시도 입은 신해철은 지금 영정 사진 안에 있다.

 

이수호 (howard19@naver.com)

 

 


「도시인」


1992 넥스트 1집 < Home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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형이 처음 사온 '길보드 리어카 테이프' 그 첫번째 트랙이 바로 「도시인」이었다. 당시 8살이었던 나에게 신해철의 랩과 노래는 신선한 충격이었다. 정확하게 말하면 충격을 넘어 공포라고 해야 할까. 왜냐하면 그 때는 아는 노래라곤 동요밖에 없었으니까 말이다. 사실 그 때 형과의 권력 구도상 노래가 '좋다' 혹은, '나쁘다'는 기준 없이 무작정 반복해서 들어야 했다. 현기증이 날 정도로의 난잡한 사운드의 향연은 '좋은 말'로 하면 신세계였고, 뇌리에 강하게 각인되어 지금까지 이어졌다.

 

1992년 넥스트의 이런 과감한 시도는 지금의 잣대로 보자면 백화점식 장르 나열의 전형적인 '실패 사례'라고 할지도 모르겠다. 하지만 1992년 대한민국에는 이런 테크노도 없었고 랩도 없었다. 속주로 폭발하는 메탈 솔로는 더 듣기 어려웠다. 그가 떠난 오늘 다시 이어폰을 통해 「도시인」의 플레이 버튼을 눌렀다. 모든 악기 세션과 전개, 멜로디와 가사까지 20년이 지난 오늘까지도 기억 속에 선명하게 남아 있다. 그는 새로운 시도와 양식으로 수많은 사람들을 인도한 선구자였다는 걸 이제야 실감한다.

신현태 (rockershin@gmail.com)

 


「이중인격자」


1994 넥스트 2집 < The Return Of The N.EX.T Part 1 : Being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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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Home >의 키보드 사운드가 일반 대중을 포섭했다면 < The Return Of The N.EX.T Part 1 : Being >은 메탈 & 록 마니들까지 포로로 붙잡은 앨범이었다. 프로그레시브 록의 웅장함과 공격적인 메탈 사운드로 채워진 앨범은 혼란스러워하는 자아의 표상을 그려낸 한 편의 음악 드라마였다. 여기에 불후의 발라드 넘버 「날아라 병아리」까지 화룡점정, 걸작의 반열에 들게 된다. 하지만 굳이 한 곡을 꼽자면 「이중인격자」가 아닐까. 폭발하는 기타와 질주하는 드럼 사운드에 터져 나오는 신해철의 보컬은 수많은 팬들의 넋을 앗아갔다. 그의 음악에 미온적인 '중간은 없다.'

 

김도헌(zener1218@gmail.com)

 

 


「날아라 병아리」


1994 넥스트 2집 < The Return of N.EX.T PART I The Being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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비극의 발단은 바로 '병아리'였다. 어린이들의 마음을 단번에 빼앗아버리는 귀여운 병아리들은 수명이 너무나 짧았다. 그들의 죽음은 수많은 동심을 파괴하며 상심하고 상처받게 했다. 그러다보니 수많은 사람들은 「날아라 병아리」를 듣고 자신의 어린 시절을 떠올리지 않을 수 없었다. '죽음'이라는 심오한 이야기지만 가사는 순수했고 멜로디는 아름다웠다. 이 곡은 미디어 뿐 아니라 노래방에서까지 애창되며 넥스트의 대표적인 발라드 넘버로 자리를 잡았다.

 

비극의 절정은 '신해철'이었다. 그의 비보가 들리고 생전에 몇 번 스친 일 없던 나도 몇 번이나 눈물을 훔쳤다. 나이를 빠짐없이 먹고 얼굴에 주름이 잡혀가도 '죽음'은 남의 일처럼 멀게만 느껴졌다. 그의 죽음, 그의 노래가 다시 한 번 '세상에 머무르는 건 영원할 수 없다'는 것을 뼈저리게 가르쳐 주었다. 그와 청소년 시절을 함께 한 세대에게 '신해철'은 '병아리 얄리'처럼 애틋하고 안타까운 존재가 되어버렸다. '굿바이'라는 말은 해도 해도 힘들고, '이별'은 겪어도 겪어도 아프다. 부디 정말 아픔 없는 곳에서 하늘을 날고 있기를 기도한다.

 

 

김반야 (10_ban@naver.com)


 

「힘겨워하는 연인들을 위하여」


1995 넥스트 3집 < The Return of N?EX?T...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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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사만 보면 평범한 우리네 사랑 이야기처럼 보인다. 하지만 신해철은 단순한 '사랑'의 테마로 읽힐 수도 있는 이 노래를 같은 성씨를 가진 비극의 연인들에게 바쳤다. 20여 년이 지난 지금에 와서 생각해보면 고민거리도 되지 않는다만, 당시에는 엄격하게 동성동본은 결혼을 할 수 없었다. 신해철은 가장 뜨거운 이슈를 가장 솔직하게 이야기 할 수 있는 사람이었다. 결국 이런 여론들과 세월의 힘으로 1997년 7월 16일 대한민국 헌법재판소에서는 동성동본금혼에 대해 헌법불합치 결정을 내려 효력을 중지시켰고, 2005년 3월 2일 국회에서 민법 개정안을 의결함으로써 동성동본금혼은 완전히 폐지되었다.

 

 

신현태 (rockershin@gmail.com)

 


「절망에 관하여」


1996 < 정글 스토리 OST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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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990년대 초중반 신해철의 창작력은 말 그대로 최고였다. < 바람 부는 날에는 압구정동에 가야 한다 > 후 두 번째로 맡은 영화 사운드트랙 < 정글 스토리 >에서도 그의 비범함은 빛을 발한다. 낭만적인 선율과 그만이 가진 독특한 음악 세계가 아름답게 수놓아진 이 앨범은 그의 천직인 록을 강조하며 실험적이면서도 대중적 면모를 고루 갖췄다. 그 중에서도 포효하는 보컬이 깊은 인상을 남긴 「절망에 관하여」는 신해철 표 파워 록 발라드의 전형이었다. 훗날 인터뷰에서 신해철은 이 곡에 대해 '보컬에 있어서 내 커리어 중 최고'라 평했다. 그야말로 모든 있는 것을 다 쥐어 짜내어 절망에 맞서 싸운, 당당한 사자후였다.

 

'눈물 흘리며 몸부림치며 어쨌든 사는 날까지 살고 싶어.
그러다 보면 늙고 병들어 쓰러질 날이 오겠지.
하지만 그냥 가보는 거야'

 

 

김도헌(zener1218@gmail.com)

 

 


「Here I Stand For You」


<1997 넥스트 Single>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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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례적인 싱글 포맷 발매 후 팀의 대표 발라드 넘버로 자리매김한 이 곡에서, 그의 보컬은 유난히도 처절해 보인다. 강인함 뒤에 슬며시 엿보이는 두려움과 유약함. 지금에서야 보이는 마왕의 인간적인 모습에 왜 좀 더 그를 따스하게 바라봐 주지 못했나하는 안타까움이 맴돈다.

 

실험적인 성향이 짙었던 넥스트가 대중들과의 연결점을 확고히 형성한 노래였다. 장대한 스케일의 편곡, 비장한 가사가 만들어내는 스펙터클함에 많은 이들이 압도당했고, 나 또한 어릴 적 이 노래를 녹음하기 위해 카세트 데크에 공 테이프를 넣고 숨죽여 귀를 기울이곤 했었다. 오랜 시간을 기다려 겨우내 그 소리를 담아냈지만, 긴 러닝타임 탓에 반 정도가 잘려 있어 아쉬워했었던 기억이 난다.

 

“하지만 기다림에 늙고 지쳐 쓰러지지 않게” 1절도 채 끝맺음을 하지 못하고 서서히 사라져가던 그는 내가 원할 때면 거짓말처럼 사라지던 그런 존재였다. 지금도 막상 그를 원하니 정작 마왕은 먼 길을 떠나버렸다. 이 노래를 간만에 들으니 어릴 적 잘려 듣지 못했던 부분이 더욱 아리게 들린다. '어서 나타나줘'라는 한마디. 고통 어린 절규를 눈치 채지 못했던 나의 둔함에 앞으로 얼마간은 후회하고 또 후회할 것만 같다. 한 뮤지션의 음악을 즐겨 듣고도 그에 대한 애정을 간과했던 어린 시절을 말이다.

 

 

황선업(sunup.and.down16@gmail.com)

 


「해에게서 소년에게」


1997년 넥스트 4집 < Lazenca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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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소년아, 저 모든 별들은 너보다
먼저 떠난 사람들이 흘린 눈물이란다
세상을 알게 된 두려움에 흘린
저 눈물이 이 다음에 올 사람들이 널 인도하고 있는 거지”

 

노래 속 내레이션이 유독 저릿하게 들린다. 최남선의 시에서 가져온 제목이 가사와 어우러지고, 오케스트라와 록이 만나 뿜어내는 포스가 상당하다. 1997년 만화 < 영혼기병 라젠카 >의 주제곡으로 쓰여 넥스트의 전반기를 마감한 4집에 수록되기도 했다. 이 앨범을 마지막으로 넥스트는 “국내에서는 경쟁자가 없어 더 이상 록밴드로서의 의미가 없어졌다”는 말을 남기고 해체한다.

 

아직도 당신에게 신해철은 유효한가?” 지난 6월 자신의 쇼케이스에서 그가 물었던 기억이 맴돈다. 그는 음악뿐 아니라 족적이 뚜렷한 말들을 남겼다. 미디어에 비치는 그는 까칠하고 제 멋대로인 것처럼 보였지만 누구보다 직설적이고 소신 있는 발언을 해왔다. 그래서인지 그가 만든 애니메이션 주제곡, 아마도 그가 청소년에게 전하는 메시지도 특별하다. 현실에 순응해 살아가는 지금, 움츠려 들지 말고 세상이 만든 선을 넘으라는 그의 울림이 더욱 크게 느껴진다.

 

정유나(enter_cruise@naver.com)

 


「일상으로의 초대」


1998 신해철 3집 < Crom`s Techno Works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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원래 미디에 관심이 있고 조예가 깊던 그였다. 넥스트 해체 후 얼마 지나지 않아 선보인 < Crom Techno's World >(1998)의 기조가 전자음악이었다는 점은 어떻게 보면 자연스러운 행보일 것이다. 당시 대중들이 받아들이기 쉽지 않은 성향의 작품이었음에도, 그는 자신만의 수완으로 미개척지에 다시금 새싹을 키워내고야 만다. 그 결과물이 바로 「일상으로의 초대」였다.

 

딜레이를 건 몽환적인 신스루프와 나른한 보컬이 가져다주는 의외의 편안함. 밴드 시절의 치열함은 잠시 접어두고 쉬어가듯 툭툭 던지는 단어 하나하나로 위안을 주었던 그 노래다. 이렇듯 그는 타협 없이도 음악적 주권과 대중의 관심이 함께 살아가는 환경을 구축할 줄 알았다. 독재자와 같은 카리스마에도 불구하고 남을 배척한 적 없는, 오히려 틈만 나면 누군가를 자신의 품으로 끌어들였던 이중인격의 반전남. 누구도 흉내 낼 수 없는 그의 흔적이 이제 시간에 비례한 만큼 옅어질 것이라 생각하니 아쉽고 또 두렵다. 하지만 어떻게 하겠는가. 평범한 생활 가운데 그를 잊지 않으려 노력하는 수밖에. 그렇게 하루 그리고 이틀이 지났다. 어느 샌가 그가 없는 세상의 길 위를 그렇게 걷고 있다. 생각해보면 크게 변한 건 없다. 그저 조금, 아주 조금 달라진, 또 다른 일상으로의 초대가 시작되었을 뿐이다.

 

 

2014/10 황선업(sunup.and.down16@gmail.com)

 


「니가 진짜로 원하는 게 뭐야」


1999 신해철 4집 < Monocrom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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넥스트의 해체 이후 신해철은 홀연히 영국 유학을 떠난다. 당시 발표한 두 장의 앨범들은 대중적인 인지도는 적을지 모르나 각각 테크노와 메탈음악으로의 과감한 시도를 보여주는 작품들이었다. 주다스 프리스트(Judas Priest)의 프로듀서로 유명한 크리스 상그리디(Chris Tsangarides)와 같이 한 앨범은 이후 크리스 상그리디가 신해철의 음악을 표절했다는 시비에 휘말리면서 유명세를 치르기도 한다.

 

모노크롬이라는 이름으로 활동했던 이 당시 앨범에 「니가 진짜로 원하는게 뭐야」가 수록되어 있었다. 메탈 그룹 '크래쉬'의 리메이크로 대중들에게 본격적으로 알려졌으며 덕분에 TV 광고에 배경음악으로 쓰이기도 했다. 무기력하게 되는대로 살아가는 청년들에게 신해철다운 일갈을 하는 곡으로 가사나 사운드 구현에 있어서도 대담하고도 획기적이다. 신해철의 직설화법이 음악과 긴밀하게 결합된 매우 신해철을 닮은 곡이기도 하다.

이기선(tomatoapple@naver.com)


「아! 개한민국」


2004년 넥스트 5집 < The Return Of N.EX.T Part III : 대한민국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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넥스트의 부활을 알린 이 노래의 제목은 대한민국이 아니다. '개'한민국이다. 6분의 러닝타임이 지나는 동안, 신해철은 이 나라의 치부를 적나라하게 후벼 파며 시쳇말로 돌직구를 날린다. 그가 생전 발표한 곡들 중 사회적 메시지가 가장 강하게 반영된 곡으로, 골수 록 팬이라면 아마 가장 후련함을 느낄 노래가 아닐까. 이 노래가 발표된 지 벌써 10년이 지났다. 그가 남긴 메시지는 2014년에도 100퍼센트 유효하다는 점이 우리를 한 번 더 절망케 한다.

 

여인협(lunarianih@naver.com)

 


「개판5분전 만취공중해적단」


2008 넥스트 6집 < 666 Trilogy Part I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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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0년대에 들어오면서 신해철이 음반을 내는 주기는 점점 길어졌다. 물론 그를 미디어나 공개석상에서 만나는 일은 어렵지 않았다. 하지만 그가 무대에 서는 모습, 그리고 노래를 하는 모습은 점점 찾아보기 힘들었다. 직설화법에 따른 여러 구설에 휘말리고 예능의 출연이 빈번해지면서 그의 반짝이던 총기도 점점 빛을 잃는 듯 보였다. 후반기의 그의 음악은 신해철의 외모만큼 큰 변화를 겪는 듯 했다. 비장한 전사는 블랙 유머를 일삼는 해적으로 바뀌었고, 일렉트로닉, 재즈 등 다양한 장르를 거쳐 도달한 곳은 로큰롤이었다. 노래는 '개판 5분전'이란 말이 암시하듯 혼란스러운 질주감, '만취'에서 나타나듯 온갖 노이즈가 판을 친다. 마치 뭔가를 놓아버린 듯한 혼란과 방황이 이 앨범에서 가장 가감없이 드러난다.

 

김반야 (10_ban@naver.com)


「A.D.D.A」


2014 < Reboot Myself Part 1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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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시 태어난 것 같았다. 6년만에 음악에 대한 설렘과 흥미를 되찾았다며 아이처럼 해맑았다. 「A.D.D.A」도 그렇게 해맑은 얼굴로 하는 '장난'같은 노래다. 1000트랙 이상을 소화한 원 맨 아카펠라, 이건 천재들이나 할 수 있는 미친 '놀이'다. 그는 공연에선 이걸 어떻게 라이브로 연주할 것인지에 들떠서 설명했다. 본인 뿐 아니라 넥스트도 막 시작해보려던 참이었다. 그는 올해 참 행복해보였다. 뮤직비디오 속 익살스러운 모습도 미워진다. 신해철은 짖궂은 소년의 모습으로 우리 곁을 떠났다.

 

전민석(lego93@naver.com)


「민물장어의 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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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독 이 노래가 주목받는 이유는 생전 그의 바람 때문이다. 뜨지 못해 아쉬운 곡으로 「민물장어의 꿈」을 꼽으며, 그는 본인이 죽으면 뜰 것이라고 말해두었다. 그의 예측대로 노래는 음원 차트에 올랐고, 현재 그의 장례식장, 아니 대한민국 전체에 울려퍼지고 있다.

 

“나 언젠가 심장이 터질 때까지 흐느껴 울고 웃으며
긴 여행을 끝내리 미련 없이
아무도 내게 말해 주지 않는
정말로 내가 누군지 알기 위해”

 

전민석(lego93@naver.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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글 | 이즘

이즘(www.izm.co.kr)은 음악 평론가 임진모를 주축으로 운영되는 대중음악 웹진이다. 2001년 8월에 오픈한 이래로 매주 가요, 팝, 영화음악에 대한 리뷰를 게재해 오고 있다. 초기에는 한국의 ‘올뮤직가이드’를 목표로 데이터베이스 구축에 힘썼으나 지금은 인터뷰와 리뷰 중심의 웹진에 비중을 두고 있다. 풍부한 자료가 구비된 음악 라이브러리와 필자 개개인의 관점이 살아 있는 비평 사이트를 동시에 추구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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