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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광진, 박용준의 <더 클래식> 인터뷰

미니 앨범 < memory & a step > 을 발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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요즘 넘실대는 1990년대 복고 열풍과 복귀 시기가 맞아 떨어진다고 할까. 더 클래식의 항해에도 순풍이 분다.

인터뷰를 진행한 장소는, 같은 날 더 클래식 신보 < memory & a step > 음감회가 있었던 소격동. 서태지의 컴백 싱글 「소격동」이 가리키는 그 곳이다. 대화 도중 모두가 재밌어하던 부분이다. 요즘 넘실대는 1990년대 복고 열풍과 복귀 시기가 맞아 떨어진다고 할까. 더 클래식의 항해에도 순풍이 분다.


새 음반은 20년 전의 히트곡 「마법의 성」과 「여우야」, 「Happy hour- 꺼벙이의 일기」 등과 겹친다. 2014년의 길 위에서도 이들의 감성은 1990년대에 닿아있다. 여전하다, 그러나 여전하기에 더욱 아름답다. 솔로로서도 성공을 거둔 김광진과 작곡자, 편곡자로 자기 노선을 개척한 박용준이 간만에 만났다. 20여년 만에 돌아온 듀오는 소회가 남다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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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섯 곡이 든 미니 앨범 < memory & a step > 을 발매하셨습니다.


김광진(이하 김) : 다섯 곡이 다 재밌어요. 각각이 다른 성향을 갖고 있지만 크게 보면 일맥상통하기도 하죠. 정말 좋습니다.


왜 다섯 곡만 하셨나요.


김 : 저희가 딱히 홍보를 하진 않잖아요. 매니저도 없고 뮤직비디오도 없고, 마케팅이라 할 요소들이 하나도 없어요. 후배 뮤지션들이 그러더라고요. 대형 포털사이트 초기화면에 뮤직비디오 걸리면 몇 십만이 조회한다고. 그렇게 하기도 싫었어요. 그렇게 해서 앨범 내면 뜰 가능성보다 묻힐 확률이 더 높죠. 10곡 한꺼번에 묻히면 어떡해요. 그게 제일 싫었죠. 게다가 원래 전 곡을 써놓고 묻어둔 적이 없어요. 이번 2월에도 이미 10곡 써서 넘겼고요.


타이틀 「우리에겐」은 상당히 사운드가 풍부한 곡입니다. 편곡자 용준 씨께 여쭤봅니다. 편곡의 방향을 어떻게 정하셨는지요.


박용준(이하 박) : 결정적으로 광진이 형이 힌트를 줬어요. 이런 저런 그림을 그려주면서. 풍성하게 했으면 좋겠다고 했죠.


힌트요?


김 : 원래는 알앤비의 느낌이 나는 곡을 썼어요. 그러고 녹음실에서 용준이 버전을 보니 더 정공법스러운 방향을 택했더라고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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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광진


「Be yourself」는 어떻습니까. 정말 밝은 음악이언데요.


박 : 처음 받았을 때는 사실 되게 암담했어요. (웃음) 좀 전 음감회 때도 말씀드렸지만, 그래서 여러 방법으로 만들어 본 거에요. 이렇게 저렇게 해보고, 이런 저런 음악도 들어보고 리서치를 한참 했죠. 그래도 안 나오길래 그냥 가장 이상하지 않은 쪽으로 하나 잡아다 악보 그렸어요. 그러고 녹음실에 갔죠. 딱 주고, “매우 쳐라.”


김 : 어떻게 보면 필(feel)대로 간 거 아냐?


박 : 그렇죠. 연주자에게 맡긴 거예요. 대충 레퍼런스만 만들어서. 특히나 드럼이랑 베이스의 경우 그 레퍼런스가 굉장히 간단했어요. 더 좋은 방법을 찾아 주십사 하는 의도였죠. 계속 녹음하면서 괜찮은 방식 찾아보고요. (신)석철이도 '디스코로 해볼까요' 하면서 이리저리 바꾸고 (민)재현이 형도 맞춰서 다시 베이스 치고요. 그렇게 가니까 되게 좋더라고요. (이)성렬이가 어떻게 기타 칠지는 진작부터 알고 있었고요.


김 : 그게 재밌었죠. 사실 메트로놈 맞추기에 급급한 드러머들도 많아요. 살아있는 연주가 아니라 틀리지만 않은 연주를 만들자는 느낌이 강해요. 반면에 석철이는 20년 동안 같이 작업하면서 매번 공연 엔딩을 하는 것처럼 드럼을 쳐주더라고요. 얘가 녹음을 하는구나, 박자에 단순히 맞추는 구나 식의 생각이 안 들죠. 이건 하루아침에 되는 일이 아녜요. 긴 호흡을 갖고 소통이 되는 연주를 해주는 겁니다. 오랫동안 해온 걸 증명하는 거죠.


: 석철이가 또 광진이 형을 되게 좋아해요. 음악도 잘하고.


「종이피아노」에서는 용준 씨가 보컬까지 하셨죠. 좋던데요.


박 : (웃으며) 아녜요


김 : 사람들이 좋아하잖아요. 예전에도 사람들이 용준이 보컬 좋아했어요.


심심한 감이 있는 곡입니다. 편곡 과정에서 무게를 줄였나요.


박 : 원래는 리버브를 넣고 싶었는데, 프로듀서 (윤)정오가 넣지 말자는 방향으로 가보자더라고요. 그냥 (윤)정오 프로듀싱 믿고 갔어요.


한편으로 광진 씨 보컬, 앳된 느낌의 목소리가 여전합니다. 개인적으로는 다른 보컬들에게서 들을 수 있는 성숙함과는 거리가 있다고 생각하는데요, 스스로도 자기 보컬에 만족하십니까. 


: 저는 제 보컬 마음에 들어요. 전 늘 음을 정확하고 똑바로 내려고 애 씁니다. 밀도 있게 부르려고 하죠. 사실 이게 그리 쉬운 일은 아니거든요. 다만 진정성의 측면에서는 그 순도가 높죠. 이건 단순히 높은 역량만으로는 가능한 게 아니에요. 굉장히 스킬이 좋아도 느낌에 있어서는 전달이 부족할 수 있거든요. 우리 음악의 스타일에서 또 제 보컬이 나온 게 아닌가 싶어요. 수려하게 넘어가고 능란하게 구사하는 소리에서 조미료가 느껴지기도 하고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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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용준


음반에서 연륜이 나옵니다.


김 : 그렇죠. 우리 스스로도 뭔가를 막 보여주려 하지 않았던 것 같아요. 자연스럽게 했던 게 음악으로도 잘 나왔어요. 평가해주시는 분들이 그런 말을 합니다. 「마법의 성」과 「편지」를 잇는데 답습은 아닌 듯하다고요. 더 클래식 음악이라고 한다면 또 고유의 것들이 있잖아요. 그런 것들이 좋아요. 굳이 「마법의 성」에서 막 벗어나려 하기도 싫고요. 그 때와 비슷한 느낌을 풀어가는 게 맘에 듭니다. 


다시 더 클래식으로 나오게 된 결정적인 계기나 심경변화가 궁금합니다.


박 : 솔직하게 말씀드리면 재미가 없을 텐데요, 그냥 갑자기 하게 됐어요. 제가 워낙 거절과 변명에 익숙하지 못 한 사람이라. 또 전에 성시경 라디오 프로그램에서 했던 말도 있고요. '더 클래식으로 다시 할 거냐'는 질문이 들어왔을 때 “기회가 되면 해보겠다”고 했거든요. 광진이 형이랑 같이 방송을 나간 상태라 더 그렇죠. 속으로는 '10만장 사줄 거냐'고 하면서요. (웃음)


더 클래식으로 나오는 것에 대한 비전이 있었는지요.


박 : 아뇨. 오히려 전 제 첫 솔로 앨범을 준비하고 있었거든요. 그게 더 클래식과는 굉장히 많이 다른 방향이라 고민을 많이 했어요. 이미지라는 측면에 있어서. 물론 두 가지 다 잘할 자신은 있었어요. 그건 그리 어려운 일은 아니니까요.


박용준 씨는 워커홀릭인가요.


박 : 그런 것 같아요. 아까도 말씀드렸다시피 거절을 잘 못 하니까요. 일 맡기시는 분들이 다 친한 분들이고 또 나 몰라라 할 수도 없는 노릇이고요. 제 음악에 대한 갈증이 생긴 것도 그래서 그런 거 같아요. 전 항상 남의 음악을 주로 하잖아요. 그러다 한 번 한두 달 정도 가만히 집에서 쉴 기회가 생겼는데 그 때 드디어 움직였어요. 그 중에서 하나는 이번 푸른곰팡이 '강(의노래) 프로젝트'에 들어갔고 피아노 연주곡 「느리게」는 이번 더 클래식 앨범에 넣었죠.


둘이 만나는 데에 어려움은 없었는지요.


김 : 히트한 밴드의 경우 더 그런 것 같아요. 다시 모여 하기 어려워들 하잖아요. 오래하면서 자기 역량이나 스타일, 컬러가 굳어지니까요. 흔쾌히 하기 어렵죠. 저희의 경우에는 서로를 향한 신뢰란 게 있으니까 쉽게 가능했고요. 게다가 저는 옛날부터 용준이를 형처럼 느꼈어요. 튀고 싶어 했던 게 저라면 항상 절제하고 균형 잡는 건 용준이었거든요. 제가 하늘로 올라가려하면 얘는 땅으로 내려가고요. 그 결합부터가 저희는 잘 맞죠.


이번 음반의 큰 음악적 테두리가 궁금합니다.


박 : 이런 질문에는 멋있게 대답해야하는데, 진짜 아무 생각이 없어요. 정신없이 만들었어요.. 


주류, 비주류, 반주류라고 얘기했을 때, 더 클래식의 음악은 무(無)류가 아닐까 싶습니다. 자의적으로 현실세계서 이탈한 사람들의 관조라고 할까요.


박 : 이말 가져다 써도 돼요? (웃음) 정확히 그런 거 같아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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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런 점에 있어 요즘 세대들이 전혀 경험하지 못한 1990년대의 음악을 전해줄 의무가 있다고도 생각합니다.


김 : 있죠. 요즘 트렌드에는 조급함이 있어요. 발라드도 30초 안에 다 보여주려 하잖아요. 그런 점에 있어서 저희는 다르죠. 옛날 음악을 하는 사람이다 보니 3분 30초를 두고 전개하려 했습니다. 단단하게 가지만 그 흐름을 자연스레 이어가는 게 옛날 음악이 갖고 있는 힘인 것 같아요. 최근에는 잘 안 보이는 컬러죠.


마침 당시 같이 활동했던 아티스트들이 대거 컴백하고 있어요. 좋은 분위기를 타는 것 같아요.


김 : 돌아와서 같이 하는 것만으로도 좋죠. 일단 우리가 좋더라고요. 그럼 그 다음에는,


박 : 욕심만 버리면 그 다음은 나름 또 풀리죠.


김 : 다만 주변 상황이 많이 바뀌었죠. 듣는 사람들만 해도 실제로 많이 변했어요. 1990년대만 해도, 음반이 하나 나오면 “이 노래는 뜰만해”, 아니면 하다못해 “이 트랙에는 뭐가 있어” 이렇게 말들을 했는데 요즘엔 그런 경향이 많이 줄어들었죠. 이런 생각도 했어요. '음악만 갖고 말하기엔 힘들어진 게 아닐까.' 물론 여러모로 바뀐 시대의 패턴 또한 감안해야겠죠. 하지만 저희는 우선 음악을 하는 사람이니까요. 


더 클래식으로 돌아온 소감, 듣고 싶습니다.


김 : 사실은 더 클래식 앨범이 안 나올 줄 알았어요. 5년 전부터 하겠다, 계속 얘기는 해왔지만. 이게 힘든 거니까요. 과연 나올까, 안 나올지도 모르겠다는 게 있었으니까요. 나오면 기쁠 텐데라고는 하면서도요. 막상 나오니 좋네요. 그간 용준이도 자기 음악 발표를 많이 안 했고, 저도 새로운 음악에 대한 갈증이 있었고요. 이제 작은 한 발을 내딛은 것 같습니다. 저희 앨범 제목 < memory & a step >처럼요. 앞으로 더 기대도 되고요, 이제는 마음도 편해요. 부담 갖고 만들었던 예전 2,3집 때와는 또 다르죠. 얼마든지 새 시도를 할 수 있다 생각하고 또 그런 자신감으로 죽을 때까지 살 거고요. 전 우리 음악 좋아해요.


박 : 동감해요. (웃음)



인터뷰 : 임진모, 이수호

정리 : 이수호

글/ 이수호 (howard19@naver.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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글ㆍ사진 | 이즘

이즘(www.izm.co.kr)은 음악 평론가 임진모를 주축으로 운영되는 대중음악 웹진이다. 2001년 8월에 오픈한 이래로 매주 가요, 팝, 영화음악에 대한 리뷰를 게재해 오고 있다. 초기에는 한국의 ‘올뮤직가이드’를 목표로 데이터베이스 구축에 힘썼으나 지금은 인터뷰와 리뷰 중심의 웹진에 비중을 두고 있다. 풍부한 자료가 구비된 음악 라이브러리와 필자 개개인의 관점이 살아 있는 비평 사이트를 동시에 추구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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