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후마니타스, 사회적 지식인과 함께하다

오래 읽히는 책을 만드는 게 목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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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회과학이 있는 소설, 사회과학이 있는 자연과학을 내는 후마니타스. 합정에 위치한 후마니타스 책다방으로도 친숙한 그곳에서 나온 책, 나올 책을 만나본다.

여전히 좋은 책이 뭐냐고 묻는다면 답하기가 망설여지지만, 정답 없는 질문이니까. 그럼에도 답해야 한다면, 좋은 책은 다르게 생각할 수 있는 힘을 준다고 이야기하겠다. 그런 책 중 한 권을 꼽으라면 필자는 서슴없이 『아파트 공화국』을 꼽는다. 프랑스 출신의 인류학자인 발레리 줄레조가 쓴 책으로, 세상 어디에도 대표적 주거 형태가 아닌 아파트가 유독 한국에만 유행하는 이유를 분석했다. 이 책으로 대한민국의 주거 문화와 역사를 알 수 있다. 저자는 과거와 현재를 기술하는 데 그치지 않고 노후화, 전세 등 지금 대한민국이 맞닥뜨린 부동산 문제를 미리 예견하기도 했다.

 

후마니타스는 이런 좋은 책을 내는 출판사다. 많은 사람이 당연하다 생각하는 현상을 문제로 삼으면서 새로운 관점에서 조명하고 과제를 제시하는 책. 2002년부터 책을 내기 시작한 후마니타스는 『민주화 이후의 민주주의』를 비롯하여 여러 좋은 책을 계속해서 내고 있다. 게다가 홍대 합정 주변의 북카페 문화를 선도하기도 했다. 정민용 주간으로부터 후마니타스의 이야기를 들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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후마니타스는 어떤 출판사인가.

 

2002년에 설립했다. 현재까지 190여 종이 출간되었으며, 민주주의를 중심으로 정치, 노동, 법, 보건 등을 관심 주제로 이론과 현실에 대한 책을 내고 있다. 그 외에도 『한낮의 어둠』과 같은 ‘사회과학이 있는 소설’이나, 『기생충, 우리들의 오래된 동반자』 등 ‘사회과학이 있는 자연과학’, 『거리로 나온 넷우익』 등의 르포르타주 분야에도 관심이 있다. 오래 읽힐 수 있는 책을 만들고자 한다.
 

홈페이지에 있는 출판사 소개가 멋있다. ‘출판 기업 후마니타스는 노사관계, 소유구조, 경영방식에 있어서 민주적이고자 합니다.’라고 적혀 있는데.

 

다짐 같은 것이다. 잘하려고 노력하고 있다는 말이 맞을 것이다. 비슷한 문제의식을 가진 출판사들이 주변에 많다.


후마니타스의 대표작을 꼽는다면?

 

최장집 교수의 『민주화 이후의 민주주의』이다. 출간 이후 ‘민주화 이후의 민주주의’는 한국 민주주의를 설명하는 하나의 보통명사가 되었다. 김진숙의 『소금꽃 나무』도 많은 사람들의 사랑을 받았다. 하종강 선생의 『그래도 희망은 노동운동』은 쉬운 노동 교과서인데, ‘노동운동’이라는 단어에도 불구하고 대형 오프라인 서점 매대에 오랫동안 놓여 있었다. 발레리 줄레조의 『아파트 공화국』은 한국인이 당연하게 생각하고 있는 현상을 외국인의 눈으로 새롭게 조명해 당시 신선한 충격을 주었다. 고전인 『니콜로 마키아벨리 군주론』『막스 베버 소명으로서의 정치』도 꾸준히 읽힌다.
 

기대보다 반응이 없던 책도 있나.

 

출판인들이 이 질문을 받는다면, “모든 책!”이라고 말할 것이다. (웃음) 몇 권만 꼽자면, 먼저 야스다 고이치가 일본의 넷우익인 재특회 사람들을 직접 인터뷰해 집필한 『거리로 나온 넷우익』이 있다. 그는 재특회 사람들이 자이니치들에게 놀랄 만큼 지독한 욕설을 퍼붓지만 막상 만나 보면 의외로 ‘착하고 소심한’ 사람들이라는 데 충격을 받았다고 했다. 문제의식도 날카롭고, 질문을 던지고 해답을 찾아가는 방식이 추리 소설처럼 흥미롭다. 당시에는 한국의 일베가 거리로 나오기 전이었기 때문에 반응이 기대에 미치지 못했다. 요즘 읽으면 도움이 많이 될 것이다. 『시간의 목소리』는 라틴아메리카를 대표하는 비판적 지식인이자 탁월한 이야기꾼인 에두아르도 갈레아노의 책이다. 총 333편으로 이루어져 있는데 간결하고 유쾌하다.『그들은 어떻게 최고의 정치학자가 되었나』는 동시대를 함께 산다는 것이 다행인, 우리 시대 석학들을 인터뷰한 책이다. 개인사와 문제의식, 연구 활동 등에 대한 이야기들이 진솔하게 담겨 있어 전공을 불문하고 직업으로 학문을 선택한 연구자들이라면 도움이 많이 될 것 같다.


12년째 출판사를 운영하며 고비는 없었나?
 
후마니타스뿐 아니라 출판사들은 늘 고비가 아닐까. 요즘이 출판사들에게 가장 큰 고비다. 그럼에도, 읽을 만한 책을 만들면 독자들이 찾을 것이라고 믿고 있다.


사회과학, 인문학이 독자층이 그렇게 넓지 않다. 그럼에도 이 분야를 고집하는 이유는?


한마디로 말하자면, 다른 분야는 잘 모르기 때문이다. (웃음)


북카페를 출판사 최초로 열지 않았나. 그런데 홍대 합정 쪽은 임대료가 비싸기 때문에 북카페 자체로는 이윤 내기가 어려운 걸로 안다.


아마 그 전에도 있었을 것이다. 책은 기획 단계부터 책이 나온 뒤까지 저자나 역자, 독자, 디자이너, 출판인 등 여러 사람들이 함께 만들어 가는 것이라, 대부분의 출판사들이 그런  공간을 희망한다. 일종의 베이스캠프랄까. 우리도 오랫동안 그런 공간이 있었으면 했고 우연한 기회에 결행한 셈이다. 사실 이윤은 거의 남지 않지만, 카페는 사람을 만나고 책을 만드는 즐거움을 느끼게 해주는 공간이다.
 

저자, 출판사, 독자가 모여 독서가 이뤄지는데, 저자 선택은 출판사 몫이다. 어떤 저자를 선호하나.


우리가 ‘선택’한다고 말하기는 어렵고... 돌이켜보면 후마니타스에는 처음 책을 내는 분들이 비교적 많았다. 우리가 ‘사회적 지식인’이라고 부르는 분들인데, 한 분야에서 활동하면서 전문가가 된 분들이다. 『철도의 눈물』의 저자 박흥수 선생은 현직 기관사로 철도 민영화 문제를 포함해 철도에 대한 모든 문제의 전문가이고, 『부동산 계급사회』의 손낙구 선생은 민주노총 대변인과 보좌관을 거치면서 오랫동안 주거 불평등 문제를 파고들었다. 『그래도 희망은 노동운동』의 저자 하종강 선생은 오랫동안 현장에서 노동 관련 상담을 해왔다. 『이주, 그 먼 길』은 오랫동안 이주 노동자를 상담해 온 이세기 시인의 책이다. 모든 책들이 저마다 의미가 있지만, 현장에서 길어 올린 지혜랄까, 그런 것들이 책의 꼴로 만들어지고 독자들에게 읽힐 때 많이 배우고, 보람도 느낀다.


앞으로 책은 어떻게 변할까.


내가 묻고 싶다. (웃음) 이런 질문은 ‘종이책의 위기’라는 문제의식에서 나온 것이 아닌가 싶고, 그래서 동문서답하자면 책은 다른 매체와 차별되는 특별한 힘이 있다. 책은 자신의 내면으로 떠나는 여행이며, 내가 혼자가 아니라는 걸 알게 해주는 ‘또 다른 나’이자, 현실에서 도피하고 싶을 때 가장 가까운 곳에 있는 ‘건전한 도피처’이기도 하다. 그럼에도 많은 사람들이 책을 찾지 않는다면, 그 이유는 사람들 개개인의 무관심에서가 아니라 사회에서 찾아야 하지 않을까 싶다. 단순화해서 말하자면, 책ㆍ신문잡지가 많이 읽히는 나라일수록, 상대적으로 불평등도 작고, 자살률도 낮고, 복지 수준도 높다는 연구 결과도 있다. 입시와 취직과 경쟁을 위한 공부, 가까운 미래도 계획할 수 없는 불안정한 삶, 들어올 돈보다 나갈 돈이 많은 가계부, 이 같은 ‘단기 사회’에서 책이 읽히지 않는 것을 이해하기란 그리 어렵지 않다. 그래서 책읽기 캠페인이나 전자북 제작 지원 같은 방법이 독서 인구를 늘릴 수 있을지에 대해서는 개인적으로 회의적인 편이다.


인문학은 어떻게 바뀔까. 열풍이라는 이야기도 있었는데.


여기서 ‘열풍’과 ‘위기’는 같은 의미라고 생각한다. 한쪽에서는 대학의 인문학 관련 과들이 통합되거나 사라지는데, 다른 한쪽에서는 인문학 열풍이라고들 말한다. 단적으로, 많은 인문학 관련자들이 연구ㆍ창작 활동이 아니라 곳곳에 개설된 인문학 강의를 생활 방편으로 삼아야 하는 경우를 많이 본다. 예컨대, ‘작가는 책을 쓰고, 책이 읽혀 소득을 얻고, 작가는 또 책을 쓰고……,’ 이것이 바람직한 과정인데, ‘작가는 책을 써도 팔리지 않아 글쓰기 강좌를 하는 것’이 오늘의 현실이다. 인문학을 생업으로 할 수 없는 사회에서 인문학 ‘열풍’을 말할 수 있을까.
 

후마니타스에서 앞으로 나올 책은?


앞에서 말했던 주제들을 벗어나지는 않을 것이다. 특히 올해 새롭게 시작된 생활의 발견 시리즈의 하나로, 산업재해 문제를 다룬 책과, 오랫동안 준비해 온 정당론 관련 서적들, 그리고 국제정치의 입장에서 바라본 한국전쟁에 연구서 등이 준비되고 있다.

 

* 후마니타스에서 낸 책

 

민주화 이후의 민주주의

최장집 저 | 후마니타스

지난 60여 년의 현대 한국 정치를 소재로 한국 민주주의의 기원과 구조, 변화를 다루는 이 책은 크게 보아 네 부분으로 구성된다. 이 책이 다루고자 하는 문제를 정의하는 첫 번째 부분에서는 오늘의 한국 민주주의가 사회적 요구와 변화를 반영하지 못한 채 안락한 보수주의에 젖어 있는 시대 상황을 비판한다. 두 번째 부분은 한국 민주주의가 사회적 요구와 변화에 비해 보수화되고 정치 계급의 일상사로 고착된 현실의 역사적ㆍ구조적 기원을 밝히는 데 초점을 둔다.

 

 

 




가면권력

한성훈 저 | 후마니타스

국가는 왜 국민을 죽였는가. 얼마나 죽였고, 죽은 사람들은 누구이며 죽인 가해자는 또 누구인가. 죽은 그들은 왜 희생자가 되었으며, 생존자들은 60여 년이 넘도록 명예회복의 그늘 속에서 숨죽여 살아와야 했던가. 이 책은 희생자의 죽음과 피해자의 삶, 가해자의 동기를 생존자의 증언과 국가기관의 자료로 밝혀내고 현재의 관점에서 국가 폭력과 정치, 대량학살의 역사적 배경과 정치적 함의 등을 폭넓게 규명한다. 구체적인 사례로서 ‘국민보도연맹’과 ‘거창사건’을 통해서 최고위층의 명령과 정부 각 기관의 역할을 밝히고 11사단의 군 작전명령과 민간인 학살의 민낯을 복원한다.


 


소금꽃 나무

김진숙 저 | 후마니타스

이 책에 담겨 있는 글들은 모두 1980년대 이후 한국 사회의 실제 모습을 보여 주는 한 편의 역사이다. 동시에 지은이의 살아온 이야기이기도 하다. 권위주의, 민주화, 세계화로 이어지는 공식 역사의 이면에서, 고단한 노동의 현실을 당차게 감당해 낸 여성 노동자 김진숙의 삶과 투쟁이 고스란히 드러나 있다. 가장 인간적이기에 가장 감동적인 노동자의 이야기를, 우리는 그의 글 하나하나에서 만나게 된다.

 

 




아파트 공화국

발레리 줄레조 저 | 후마니타스

국제적으로 유명한 한국학 전공자 발레리 줄레조 교수가 바라본 한국의 아파트의 모습에서 볼 수 있는 한국인의 의식과 사회구조를 분석한 책이다. 한국의 아파트와 그 안에서 이루어진 한국인들의 습성 하나하나에 대한 상세한 분석을 통해 한국인의 아파트에 대한 단순한 거주공간 의미의 생각들을 분석하고 있고, 재벌 건축기업들에 의해 독식되고, 정책가들의 주택 부양 정책과의 상관 관계를 분석하며 아파트에 대한 거시적 차원의 분석도 병행하고 있다. 한국학에 정통한 제3자의 눈을 통해 본 아파트 모습을 통해 우리 사회를 보다 잘 이해할 수 있는 계기를 마련하고 있다.

 

 

 


기생충, 우리들의 오래된 동반자

정준호 저 | 후마니타스

저자는 이 책에서 기생충이라는 키워드를 통해, 생물들이 서로 기생 혹은 공생하면서 살아가는 이야기, 생존을 위해 경쟁하는 과정에서 어떻게 진화해왔는지를 이야기한다. 또 이 이야기를 바탕으로 질병개발전쟁 등의 최전선에서 기생충이 인간과 함께한 역사로 주제를 확대해 나간다. 여기에서 독자들은 기생충이 무엇인지, 기생충과 숙주의 오랜 경쟁관계와 그로 인한 진화의 과정, 기생충이 인간의 역사에 미친 영향과 현재 이루어지고 있는 기생충 질환 대책에 대한 문제점에 대해 알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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