검색

장기하와 얼굴들의 세 번째 앨범 <사람의 마음>

본격적인 밴드 사운드, 장기하와 얼굴들은 이제부터가 시작

  • 페이스북
  • 트위터
  • 복사

세 번째 정규 앨범에서야 비로소 장기하와 얼굴들은 '장기하'라는 이름 대신 '장기하와 얼굴들'이라는 프레임에 집중한다.

장기하와 얼굴들 < 사람의 마음 >

 

세 번째 정규 앨범에서야 비로소 장기하와 얼굴들은 '장기하'라는 이름 대신 '장기하와 얼굴들'이라는 프레임에 집중한다. 단번에 인디와 주류를 오가는 높은 위치에 올랐으나 너무나도 빠른 이미지의 소모는 듣는 재미보다 보는 재미를 우선으로 만들었고, 이로 인해 이들의 음악은 지속적인 매력 발산이 되지 못하며 일회성으로 소모되곤 했다. 말하자면 밴드 자체보다는 장기하라는 인물 자체에, 노래보다는 코믹한 가사와 분위기에 스포트라이트가 집중된 셈이다.


 

기존 5인조에서 객원 멤버로 참여했던 '양평이형' 하세가와 료헤이의 정식 합류로 일원화 체제의 다원화가 이루어졌다. 멤버 전원이 고르게 앨범 작업에 참여했다는 사실은 그 특정 누구의 이야기도 아닌 보편적 「사람의 마음」을 다루며 드러난다. 장기하 본인의 스토리텔링이 주가 되었던 과거에 비해 새 앨범의 주제는 보다 폭넓은 보편적 감정에 기인하고 있고, 이를 간결한 표현으로 알맞게 전달하려는 노력이 돋보인다.

 

독특한 리딩(Reading) 창법과 코믹한 이미지로 인해 간과되나 장기하는 귀에 쏙 들어오는 멜로디를 쓸 줄 아는 아티스트다. 최대한 단순한 구성 위에 기억에 남을 선율이 추가되는 것은 고질적 문제로 지적되던 '반복 청취의 부재'를 해결할 열쇠가 된다. 잔잔한 진행으로 세상 사람들에게 위안의 메시지를 건네는 「사람의 마음」, 멜로트론의 사용으로 희귀성을 확보하며 짧은 러닝 타임동안 강한 중독성을 안기는 「내 이름을 불러 주세요」 등은 확실한 흡인력을 지닌 변화의 산물이다. 한가로운 스윙과 블루스 리듬의 「구두쇠」와 사이키델릭 대곡 「착한 건 나쁜 게 아니야」 등 친숙함과 함께하는 실험적 면모도 눈에 띤다.

 

L (1).jpg

 

다만 아직까지 완전한 성취를 논하기에는 어색한 부분이 많다. 확실한 후렴구가 분명 인상적이나 그곳까지 닿는 방식에서 여전히 과거의 '스토리텔링' 창법이 발목을 잡는 탓이다. 타이틀곡으로 낙점된 「내 사람」의 경우 「그렇고 그런 사이」의 영상 매력에다 잔가지를 쳐낸, 과거와 현재가 공존하는 장기하표 싱글이지만 2분이면 될 멜로디를 굳이 4분으로 늘려놓은 느낌이다. 이는 과거 청년실업 시절 간결함으로 큰 호응을 얻었던 '기상시간은 정해져 있다'의 리마스터링 버전과 비교되며 아쉬움을 남기는 지점이다.

 

 

단순한 가사와 흥겨운 신디사이저 루프가 「풍문으로 들었소」의 복고풍 분위기를 조성하는 「좋다 말았네」는 힘 있는 후렴이 인상적임에 반해 절정까지 닿는 길의 심심함이 재미를 반감시킨다. 「알 수 없는 사람」, 「잊혀지지 않네」 등 후반부로 갈수록 과거의 애매한 모습이 짙어지는 부분도 마찬가지다. 어정쩡한 싱잉과 멜로디 간의 타협이 앞서서의 흡인력과 대비를 이루며 갈수록 힘이 부친다.

 

완벽한 결과물은 아니다. 과거와의 부적절한 타협 지점도 보인다. 하지만 음악 자체에서의 단점을 대거 보완하여 밴드에게 정작 부족했던 사운드의 공동(空洞)화를 채워나가는 모습은 분명한 개선의 노력이다. '한국 대중음악의 오래된 미래'라는 거창한 구호보다, 장기하라는 인물의 캐릭터보다 이들에게 필요했던 것은 단순한 '사람의 마음'과 '장기하와 얼굴들'이라는 팀 음악이었다. 이제부터가 진짜 장기하와 얼굴들의 시작이다.




글/ 김도헌(zener1218@gmail.com)





[관련 기사]

- 싱어송라이터 뱅크스의 오묘한 매력
- 마룬 파이브(Maroon 5) 의 다섯 번째 앨범 < V > 발매
- 가을 타는 남성분들에게 추천한다, 화이트 바이올렛의 < Stay Lost >
- 선율만으로도 감정을 뒤흔들 줄 아는 가수, 김동률 정규 6집 발매
- 새로운 앨범을 발매한 U2, 파격적인 행보를 가지다



‘대한민국 No.1 문화웹진’ 예스24 채널예스

이 기사가 마음에 드셨다면 아래 SNS 버튼을 눌러 추천해주세요.

독자 리뷰

(1개)

  • 독자 의견 이벤트

채널예스 독자 리뷰 혜택 안내

닫기

부분 인원 혜택 (YES포인트)
댓글왕 1 30,000원
우수 댓글상 11 10,000원
노력상 12 5,000원
 등록
더보기

글 | 이즘

이즘(www.izm.co.kr)은 음악 평론가 임진모를 주축으로 운영되는 대중음악 웹진이다. 2001년 8월에 오픈한 이래로 매주 가요, 팝, 영화음악에 대한 리뷰를 게재해 오고 있다. 초기에는 한국의 ‘올뮤직가이드’를 목표로 데이터베이스 구축에 힘썼으나 지금은 인터뷰와 리뷰 중심의 웹진에 비중을 두고 있다. 풍부한 자료가 구비된 음악 라이브러리와 필자 개개인의 관점이 살아 있는 비평 사이트를 동시에 추구하고 있다.

오늘의 책

수많은 사랑의 사건들에 관하여

청춘이란 단어와 가장 가까운 시인 이병률의 일곱번째 시집. 이번 신작은 ‘생의 암호’를 풀 수 있는 유일한 방법인 사랑에 관한 단상이다. 언어화되기 전, 시제조차 결정할 수 없는 사랑의 사건을 감각적으로 풀어냈다. 아름답고 처연한 봄, 시인의 고백에 기대어 소란한 나의 마음을 살펴보시기를.

청춘의 거울, 정영욱의 단단한 위로

70만 독자의 마음을 해석해준 에세이스트 정영욱의 신작. 관계와 자존감에 대한 불안을 짚어내며 자신을 믿고 나아가는 것이 결국 현명한 선택임을 일깨운다. 청춘앓이를 겪고 있는 모든 이에게, 결국 해내면 그만이라는 마음을 전하는 작가의 문장들을 마주해보자.

내 마음을 좀먹는 질투를 날려 버려!

어린이가 지닌 마음의 힘을 믿는 유설화 작가의 <장갑 초등학교> 시리즈 신작! 장갑 초등학교에 새로 전학 온 발가락 양말! 야구 장갑은 운동을 좋아하는 발가락 양말에게 호감을 느끼지만, 호감은 곧 질투로 바뀌게 된다. 과연 야구 장갑은 질투심을 떨쳐 버리고, 발가락 양말과 친구가 될 수 있을까?

위기는 최고의 기회다!

『내일의 부』, 『부의 체인저』로 남다른 통찰과 새로운 투자 매뉴얼을 전한 조던 김장섭의 신간이다. 상승과 하락이 반복되며 찾아오는 위기와 기회를 중심으로 저자만의 새로운 투자 해법을 담았다. 위기를 극복하고 기회 삼아 부의 길로 들어서는 조던식 매뉴얼을 만나보자.


문화지원프로젝트
PYCHYESWEB03