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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는 내리막이 다가오고 있음을 무엇으로 자각 할 수 있을까?

04. 타락천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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외모가 변하는 것은 일차원적인 문제다. 예전 같지 않은 체력으로 자각할 수도 있지만, 의외로 그런 것들에는 쉽게 순응하고 충격적으로 반응하지 않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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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린 옷깃이 너무 많이 스쳐 해질 지경이었지만

계속 아무 일도 없었다.

- 왕가위, 영화 <타락천사> 


  필자는 인터넷 포탈사이트에 가끔 필자의 이름을 검색해보곤 한다. 모든 인터넷 검색 사이트에 일반명사든 대명사든 검색어를 입력하면 연관검색어가 나오는데, 오늘 필자의 이름을 검색해보고는 한동안 멍하다가 앙천대소仰天大笑하고 말았다. 대개 필자의 책이나 출연한 방송 프로그램 이름이 연관검색어였는데, 재미난 단어 하나가 추가된 것이다. 그것은 바로 ‘정력 강화 운동’이었다.


  이전 필자의 저서에는 ‘실전’이라는 하나의 단어가 두 가지 의미로 혼용되곤 했다. 하나는 ‘스포츠 퍼포먼스’라는 의미이고, 또 하나가 바로 ‘정력’이라는 의미이다. 사실 따지고 보면 스포츠 퍼포먼스와 같은 인위적인 실전보다는 인류의 본능적인 행위에서 위력을 발휘하는 ‘정력’이야말로 퍼포먼스의 궁극이 아닌가 한다. 스포츠 퍼포먼스에는 균형 잡힌 운동 제반의 수행능력이 필요하다. 심폐와 근력이 포함된 지구력은 물론이고 유연성과 밸런스, 순발력도 매우 중요하다. 이러한 제반 운동능력들이 서로 조화롭게 협응(coordination)할 때 스포츠는 퍼포먼스로 완성된다. 이것은 끝이 없는 상승의 경지로, 한계다 싶으면 한 사람의 스포츠 스타가 출현하거나 혹은 세대가 바뀌어 다음 세대의 평균적인 체격 조건이 우성 상향 조정되면서 극복되곤 했다. 그러나 시작이 있으면 끝이 있고, 정점이 있으면 필연적으로 내리막이 있는 것처럼, 궁극의 퍼포먼스로 일세를 풍미하던 스포츠 스타도, 몸 쓰는 것으로는 그저 필부匹夫에 지나지 않는 우리도 어느 순간 내리막의 초입에 서게 된다.


스포츠 스타들이야 내리막이 다가오고 있다는 것을 기록으로 또는 평생에 걸쳐 단련해온 예민한 육체로 자각할 것이다. 그렇다면 우리는 내리막이 다가오고 있음을 무엇으로 자각 할 수 있을까? 외모가 변하는 것은 일차원적인 문제다. 예전 같지 않은 체력으로 자각할 수도 있지만, 의외로 그런 것들에는 쉽게 순응하고 충격적으로 반응하지 않는다. 심지어 “그럴 수도 있지”라며 합리화하기도 한다. 하지만 성기능 저하로 생기는 은밀한 상실감은 심리적으로 위축되는 것에 머물지 않고 의식 전반에 깊이 뿌리내린다. 사회적인 존재로서가 아니라 한 개체의 동물로서 서서히 존재 가치가 떨어져 간다는 본질적인 상실감에 가깝기 때문이리라. 


이것은 비단 남성들만의 문제가 아니라 여성들의 폐경기에 오는 급격한 상실감과 우울감으로도 미루어 짐작할 수 있다. TV에서 광고하는 폐경기 여성을 위한 호르몬 개선제들을 보고 있노라면, 한편 부럽기도 하다. 폐경으로 나타나는 여러 가지 변화에 대한 배려와 관심은 ‘폐경’이라는 명확한 선이 존재하기에 약의 힘을 빌리든 클리닉의 도움을 받든 개선을 위한 방법적 장치들이 마련되어 있는 것 같기 때문이다. 남성들에게도 폐경이 있는 것은 아니지만, 분명 폐경에 못지않은 변화는 존재한다. 비뇨기과에 발기부전클리닉도 있지만, 그런 곳에 들락거리는 것은 남성들 사이에서 왠지 떳떳하지 못한 모양새다. 같은 남자들끼리지만 터놓고 말하지 못하는 고충이 있는 것은, 남성이란 동물에게는 남성성으로 존재를 과시해야 하는 태생적인 본능이 존재하기 때문이다.


지금이야 일부일처제一夫一妻制는 남녀가 부부로서 당연히 지켜야 하는, 결혼이라는 사회적 제도의 기본척도지만, 지난 세기만 하더라도 ‘능력’이 되는 남자들은 여러 명의 처첩을 거느렸다. 사극만 보더라도 왕은 궁궐 안 수많은 여성들의 유일한 남자였다. 이런 저런 관념상의 찬반을 떠나 자손을 번성시키는 능력은 남성성의 큰 부분을 차지하고 있었다는 것이다. 이것은 인간이 국가를 이루고 사회를 구성하며 규범에 따라 통제되기 훨씬 전부터 행해지던 자연스러운 것으로, 복잡한 관계 속에서 사회적 존재로 살아가는 현대 남성들에게도 유전자 깊이 남아 있는 동물적 본성임에 틀림없다. 


재미있는 것은 성적인 욕구가 신체적인 성기능 저하와 반드시 비례하지는 않는다는 점이다. 만약 그렇다면, 성기능 개선을 위해 클리닉에 다니지도 않을뿐더러, 소위 정력에 좋다는 고가의 보양식을 챙겨 먹지도 않을 것이다. 어떤 욕구도 생기지 않는 것은 매우 평화로운 상태이고, 평화로운 것은 개선이 필요 없는 상태이기 때문이다. 그와 같은 은밀하고 눈물겨운 노력(?)은 원하는 것과 실제 사이에 괴리가 존재한다는 뜻이다. 이상적인 상태는 원하는 어떤 것이 실제로 구현되어야 하는 것이다. 우리가 원하는 것은 소유하고 싶은 물건이 아니라, 실전적으로 실존해야 하지만 지금은 실종되었을지도 모를 바로 그것이다. 실종된 것이 반드시 되돌아온다는 보장은 없다. 그래도 포기하기에는 너무 이르다.


사고나 심리적인 충격으로 치료해야 하는 경우가 아니라면, 효율적인 개선을 위해서 현재 자신의 문제점을 찾아보아야 할 것이다. 우울감, 스트레스와 같은 심리적인 요인이나 혈압, 당뇨와 같은 신체적인 질환이라면 우선 치료에 집중해야 할 것이다. (혈압 약은 성기능을 약화시키기도 한다.) 비만과 같은 문제라면 우선 비만 상태에서 벗어나야 할 것이다. 문제는 바로 이런 요인들에 해당되지 않는 케이스들이다. 답은 명약관화明若觀火하다. 운동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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먼저 거울 앞에서 자신의 현재 상태를 점검해보자. 이른바 ‘정력근’이라는 부위들은 나이가 들면 얇아지게 마련이다. 엉덩이, 허벅지, 복근 등이 여기에 해당된다. 이곳이 탄탄하고 근육질인 남자들 중에는 이 글에서 우려하듯 존재감 상실을 걱정하는 이들은 없다. 여기에 짱짱한 척추기립근으로 화룡점정을 찍는다. 이 부위의 근육들을 단련하는 움직임에는 성장호르몬과 남성호르몬 분비를 자극하는 ‘자극적인’ 동작들로 구성된다. 바로 스콰트Squat , 데드리프트Deadlift 그리고 각종 케틀벨Kettlebell 운동들이다. 올바른 스콰트 동작과 데드리프트 동작들은 필연적으로 위에 언급한 근육군들이 동원될 뿐 아니라 심지어 강하게 자극되는 동작들이다. 케틀벨 운동들은 정력근에 해당하는 근육군들을 총동원해 지구력의 영역으로 끌고 간다. 강한 심폐와 근지구력을 요구하는 케틀벨 운동을 하다 보면 실전에서 요구되는 그것과 매우 유사하다는 것을 알 수 있다. 


본 글에서는 되도록 심리적인 부분에 대한 언급은 피하고, ‘중년’이라는 단어도 사용하지 않으려고 했다. 규정된 그 누군가의 문제라고 언급하지 않아도 충분히 알고 있으리라 생각했기 때문이다. 감성적인 부분보다는 실제로 개선할 수 있는 방법에 초점을 맞춘 것은, 개선 여부를 떠나 꾸준하게 주기화된 운동의 효과에 대해 좀더 포괄적인 의미로 어필할 수 있지 않을까 기대했기 때문이다. 


타락천사의 이름은 루시퍼이며 본뜻은 ‘빛을 내는 자’라고 한다. 모쪼록 스치는 옷깃에 아무 일도 일어나지 않는 ‘고개 숙인’ 타락천사가 아닌, 당당하게 빛을 내는 자로 거듭나시길 진심으로 바라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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강한 형님들의 진짜 운동최영민 저 | 한문화
S라인, 식스팩 등 몸매 가꾸기 수단으로 전락한 헬스클럽 운동의 불편한 진실을 파헤치며 거침없이 강펀치와 돌직구를 날렸던 《불량헬스》의 저자 최영민이 《강한 형님들의 진짜운동》에서 40대 남자들을 위한 진짜 운동을 말한다. 건강하고 멋진 몸에 대한 열망은 높지만 나이를 핑계로 한발 뒤로 물러서는 사십대 남자들에게 바치는 책이다. 불혹과 유혹 사이에서 방황하는 사십대 형제들을 강하게 일으켜줄 비밀병기 같은 운동, 심플하지만 강력하게 강인하고 오래가는 몸을 만들어줄 진짜 운동을 경험해보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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글 | 최영민

운동칼럼니스트와 기능성 운동 전문 트레이너로 활발하게 활동하고 있다. 전 국가대표 선수가 선수 출신 지도자가 아닌 저자에게 코칭을 받는 걸 보면 그의 운동 내공을 짐작할 수 있다. 2012년부터 블로그나 각종 매체에 건강과 운동에 관련된 칼럼을 기고했고, 그 인연으로 몇 권의 책을 냈다. 여전히 호기심 많은 40대로, 최근에는 오리엔탈 피트니스의 세계에 눈을 떠가고 있는 중이다. 지은 책으로 《불량헬스》《강한 것이 아름답다(공저)》가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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