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황선미 “아이들은 어른들의 생각만큼 나약하지 않아요”

어린이독후감 특집 ⑤ 『마당을 나온 암탉』 황선미 작가를 만나다 신작 『뒤뜰에 골칫거리가 산다』 『어느 날 구두에게 생긴 일』 펴내 동화란, 삶을 표현하는 한 방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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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5년부터 열리고 있는 ‘예스24 어린이 독후감 대회’에서 가장 많은 응모작을 기록한 도서는 황선미 작가의 『마당을 나온 암탉』이다. 2000년에 출간되어 현재까지 160만부가 팔린 『마당을 나온 암탉』은 세계 25개국에 소개되는 한편, 2011년에는 애니메이션 영화로도 개봉했다. 황선미 작가의 1999년 데뷔작인 『나쁜 어린이표』는 어린이독후감 응모작 5위를 기록했다.

예스24 어린이 독자들이 11년간 가장 사랑한 동화는 무엇이었을까. 책 읽기를 좋아하는 아이들이 독후감을 쓰기 위해 가장 많이 선택한 작품은 황선미 작가의 『마당을 나온 암탉』이다. 2000년에 출간되어 현재까지 160만부가 팔린 『마당을 나온 암탉』은 세계 25개국에 소개되는 한편, 2011년에는 국내 애니메이션 영화로도 개봉한 베스트셀러다. 2012년에는 폴란드에서 ‘최고의 어린이 문학 작품’으로 선정되기도 했다.

 

『마당을 나온 암탉』의 독자는 비단 어린이뿐이 아니었다. 실직한 가장부터 대학생, 주부, 노인들의 마음까지 훔쳤다. 출판사에서 100만 부 돌파를 기념해 열었던 『마당을 나온 암탉』 독후대회에서는 10대부터 60대까지 다양한 연령층이 참여해 화제가 되기도 했다. 『마당을 나온 암탉』은 알을 품어 병아리의 탄생을 보고자 하는 암탉 ‘잎싹’의 이야기다. 양계장에서 편하게 사는 것을 포기하고 안전한 마당을 나온 잎싹은 우연히 청둥오리의 알을 품게 되면서 새로운 삶을 살게 된다. 2011년에는 애니메이션 그림책으로도 출간된 『마당을 나온 암탉』은 꿈을 가진 삶의 아름다움과 지극한 모성애를 감동적으로 그려내 독자들의 가슴을 뭉클하게 한다.

 

‘제11회 예스24 어린이 독후감 대회’를 맞아 <채널예스>가 황선미 작가를 만났다. 황선미 작가는 “『마당을 나온 암탉』이 작가적인 만족감을 준 작품이라고 한다면, 『나쁜 어린이표』는 작가의 책임감이 무엇인지에 대해 생각해보게 한 작품”이라고 말했다.


황선미

 

녀노소 모두에게 사랑 받은 동화


 

예스24 어린이 독후감 대회’에 참여한 어린이 독자 700여 명이 『마당을 나온 암탉』을 선택했습니다. 출간된 지 벌써 14년이 흘렀는데도 여전한 인기입니다. 


제 인생의 역사 가운데서도 영광이네요(웃음). 『마당을 나온 암탉』은 저에게 정말 소중한 작품이에요. 전라남도 광주에 살 때 쓴 동화인데, 책이 나오자마자 사인회를 했던 기억이 나요. 서울도서전 행사였던 것 같은데, 책 실물을 보지도 못한 상태에서 사인회를 먼저 했어요. 독자들에게 사인을 해주는 동시에 책을 막 들쳐봤던 기억이 나요. 처음 책을 봤을 때는 ‘색감이 참 예쁘다’는 느낌이 들었어요. 요즘 나오는 책들과는 다르게 좀 화려했거든요(웃음).


『마당을 나온 암탉』은 일본, 중국, 프랑스, 영국, 폴란드, 미국, 그리스, 스웨덴, 영국 등 전 세계 25개국 독자들에게 소개된 작품입니다. 하지만 처음 국내에 책이 출간됐을 때는 “어렵다”는 평가가 있을 것을 우려했다고요.


출간을 앞두고 편집자가 고민이 많았어요. 성인까지는 아니더라도, 1318 청소년 문고로 가야 한다고 하더라고요. 동화로 내기엔 내용이 어렵다고요. 그래서 제가 그랬어요. “선생님은 『어린왕자』를 몇 살 때 읽으셨어요? 어른이 돼서 읽었을 때와 어린이일 때 읽었던 것과 똑같았냐”고요. 책이라는 게 그렇게 간단하지가 않잖아요. 어른들이 느끼는 걸 아이들이 고스란히 다 느낄 수 있다고 생각하는 것도 편견이에요. 작가로서는 예쁜 그림이 들어 있는 책으로 내고 싶은 욕심도 있었어요. 


그런데 반응이 정말 뜨거웠어요. 매달 재판을 찍을 정도였는데요.


어린이 독자뿐만 아니라 실직한 가장부터 경찰, 주부, 할머니들까지 『마당을 나온 암탉』을 읽어주셨어요. 당시, 출판사에서 연 독후대회에서 1등을 한 독자가 60대 할머니셨는데, 기억에 많이 남아요. 


작가님은 어린 시절, 어떤 책을 주로 읽으셨나요?


제가 어렸을 때는 책을 접할 기회가 거의 없었어요. 집에는 교과서 밖에 없었고요. 어쩌다 부잣집 애들이 금성, 삼성출판사에서 나온 문학전집을 가지고 있었죠. 경기도 평택에 있는 초등학교를 졸업했는데 학교 도서관도 없었어요. 『나쁜 어린이표』 서문에 쓴 것처럼, 1학년 3반 교실에 있는 책장 하나가 우리에겐 도서실의 의미였어요.


작가님의 첫 발표작 『나쁜 어린이표』도 역대 ‘예스24 어린이독후감 대회’ 응모작 5위를 기록했어요. 이 책 또한 작가님에게 의미 있는 작품이라고 들었는데요.


큰 아이가 4학년 때 실제 경험했던 이야기를 토대로 쓴 작품이라서요. 아이 이야기니까 제가 좀 불안했죠. 그걸 보고 기분이 나쁘면 어떡하나? 걱정도 됐고요. 자기가 억울한 입장인 건데, 책을 다 읽고는 “선생님도 그렇게 나쁘지 않네”라고 하더라고요. 평소에 새 동화를 쓰면 아이들에게 먼저 보여줄 때가 많아요. ‘엄마가 이런 이야기를 상상했는데 어때?’라고 물어보면 아이들 나름의 반응을 해줘요. 이제 벌써 20대가 됐는데 “『마당을 나온 암탉』은 엄마 책 중에 제일 괜찮은 역작이지”라고도 말해주고 그래요(웃음).







아이들이 어른들의 생각만큼 나약하지 않아요

요즘 아이들은 책을 읽고 싶어도 읽을 시간이 없다고 하잖아요. 학원 숙제, 선행 학습을 하느라고요. 책을 쓰는 작가의 입장에서 어떤 생각이 드시나요?

책을 신나게 부담 없이 읽는 아이들이 점점 줄어드는 것 같아요. 아무래도 공부를 많이 힘들어 하다 보니까 책을 읽더라도 학습과 관계되는 책들을 주로 읽잖아요. 예전에 제가 데뷔할 때만해도 어린이문화운동이 굉장히 활발할 때가 있었어요. 적극적으로 참여를 하지 않더라도 아이들의 독서 환경에 관심을 갖는 학부모들도 많았고요. 과거에는 문예창작학을 전공한 학생들이 쉽게 취직하는 곳이 논술학원 강사, 독서지도사 등이었는데 요즘은 과목 자체가 바뀌었더라고요. 역사논술과 같이 학습하고 연관이 되지 않으면 안 되는 현상이 생기고 있어요. 

종종 강연회에서 독자들을 만나실 텐데, 자주 듣는 질문은 무엇인가요?

‘어떤 책이 좋은 책인가’, ‘어떻게 해서 이 동화를 쓰게 됐냐’ 같은 질문을 많이 하세요. 작가 강연회 같은 곳은 책을 정말 좋아하는 사람들이 모이는 공간이잖아요. 어제는 관악구에서 강연을 했는데, 저녁 7시였는데도 사람들이 빼곡히 앉아 계시더라고요. 드라마도 보고 저녁도 먹을 시간인데 많이들 오셔서 깜짝 놀랐어요. 독자 분들의 질문을 들으면 알아요. ‘저 사람이 글을 쓰는 사람이구나’, ‘글을 쓰고 싶은데 잘 안 풀리는 사람이구나’. 

스마트폰 시대가 되면서 아이들이 책을 점점 멀리하는 경향이 눈에 띄게 늘어나고 있어요. 그렇다고 부모나 교사들이 필독서를 지정해서 아이들에게 읽힌다고 해결될 문제도 아닌데요. 

부모가 권해서 읽는 책을 아이들이 받아들이는 건, 정말 잠깐이에요. 아이들이 책을 선택하는 원칙을 놔둬야 해요. 책으로 만들어진 모든 것은 다 가치가 있어요. 책을 만드는 사람들이 바보인가요? 가치가 있기 때문에 만드는 거잖아요. 집을 나서서 만나는 모든 것들이 배움이 되는 것처럼, 책도 안 읽어서 문제지, 읽는 모든 것에는 배움이 따라와요. 부모가 언제까지 책을 검증해서 아이들에게 줄 수 있겠어요? 아이들은 생각보다 판단력이 있어요. 안 좋은 책을 읽어도 뭔가를 느껴요. 자기 부모가 어떻게 생각할 지까지도 느끼는데, 그게 왜 배움이 아니겠어요. 스스로 판단할 때까지 좀 두는 게 옳다고 생각해요. 저는 어릴 때 닥치는 대로 읽으면서 컸어요. 그냥 눈에 띄는 거 다 읽으면서 컸는데 아무 문제 없어요. 외설스러운 거 하나 읽는다고 아이가 망가지지 않아요. 아이들은 어른들의 생각만큼 나약하지 않아요.
 
황선미

작가님께서는 자녀들의 독서 교육을 따로 하진 않으셨나요?

아이들이 책 읽는 것에 그다지 관심을 두지 않았어요. 처음에는 해보려고 애를 썼는데, 오히려 좋지 않더라고요. 그래서 안 했어요. 작은 애의 경우에는 스스로 알아서 읽더라고요. 아이들이 책 읽는 환경에 있는 게 중요하지, 책을 가지고 쌓고 놀던 상관 없어요. 즐기는 게 중요해요. 우리가 어릴 때 간섭 받기를 싫어한 것처럼 아이들도 마찬가지에요. 부모가 책을 읽지 않으면서 아이한테 이렇게 저렇게 하라고 하는 건, 소용없어요. 문제는 책이 늘 주변에 풍요롭게 있는 환경이에요

신작 소설 『뒤뜰에 골칫거리가 산다』는 오스트리아 빈에서 쓴 작품이라고 들었습니다. 

작년에 한국문학번역원에서 작가 레지던스 프로그램에 참여하면서 빈을 방문하게 됐는데, 4개월 동안 머무르면서 작품을 네 편 썼어요. 그 중에 먼저 쓰게 된 작품이 『뒤뜰에 골칫거리가 산다』인데, 2010년도에 70매 정도 써놨던 이야기에요. 제 블로그에는 굉장히 오래된 짧은 글들이 있는데, 때때마다 생각나는 것들을 기록하곤 해요. 『뒤뜰에 골칫거리가 산다』에 제가 되게 좋아하는 구절이 있는데요. 미스터 박에게 “닭 모가지를 비틀어버리라”고 하는 내용이에요. 어린이책에서는 쉽게 쓰기 어려운 말인데 제가 좋아하는 속 시원한 구절이에요. 그 생각을 계속했는데 언젠가는 책으로 써지겠지, 생각했는데 올해 완성하게 됐어요. 

“명작동화를 되돌아보는 동화를 쓰고 싶다”고 말하신 적이 있으신데요. 이번 작품에서도 오스카 와일드의 『거인의 정원』을 모티프로 삼으셨다고요.

빈에서 봤던 그림도 활용했고 노르웨이 작가의 그림책도 참고했어요. 책을 쓰기까지 받았던 여러 가지 영감을 하나씩 활용하는 편이에요. 좋은 작품은 알게 모르게 작가에게 영감을 주기 때문에 앞으로도 다양하게 쓰여질 것 같아요. 

황선미


사소한 걸 눈 여겨서 보는 편이에요

많은 독자들이 궁금해하는 질문인데요. 동화작가가 된 특별한 계기가 있었나요?

저는 책을 읽는 것과 동시에 글을 썼어요. 13살 때부터였던 것 같은데, 그 습관이 한 번도 변하지 않고 지금까지 이어졌어요. 다만 동화라는 장르를 선택하게 된 건, 특별한 계기라기보다는 아이들을 낳고 키우면서 자연스럽게 동화를 읽어주다 보니 ‘이런 식의 글을 쓰고 싶다’는 생각이 저절로 들었던 것 같아요. 어릴 때는 어린이책을 읽을 기회가 없었다 보니, 성인이 되어서는 성인도서로 바로 넘어갔잖아요. 어린이책은 아이를 키우면서 한 두 번 보는 정도였는데, 오랜만에 동화책을 다시 읽다 보니 감회가 새롭더라고요. 정보를 알려주는 책인데도 훌륭하게 느껴졌어요. ‘책을 쓴다면 이런 책을 쓰고 싶다’고 생각했죠.

가끔 동화를 쓰는 사람의 마음속이 궁금해지곤 합니다. 시, 소설이 아닌 동화를 만드는 사람들의 특징이 있을까요?

제가 소설을 쓰는 사람의 마음을 가져보지 않아서 모르겠지만요. 우리는 사소한 것들, 작은 것에 의미 부여를 하는 사람인 것 같아요. 시, 소설을 쓰는 사람들도 마찬가지일 거예요. 글을 쓰는 사람들은 공통적으로 사소하고 낮은 것들에 대한 관심이 많잖아요. 저도 마찬가지에요. 사소한 걸 눈 여겨서 보는 편이에요. 뭐든지 의미 없는 건 없거든요. 작가들은 그 의미에서 가치를 찾아내는 일이 습관화된 사람이 아닐까요? 동화를 쓰는 사람들 마음속에는 어린 아이가 많은 것 같아요. 유년기라고 할 수도 있는데요. 어린 시절에 겪은 일이 많은 사람들, 그 일들이 치유가 안 되었거나, 너무 큰 경험이었을 때, 작품으로 만들어지는 경우를 종종 봤어요. 

후속작을 기대하는 독자들이 많습니다.

『뒤뜰에 골칫거리가 산다』에 이어 『어느 날 구두에게 생긴 일』이 나왔어요. 창작동화인데 따돌림을 당한 아이의 이야기에요. 이 동화에 큰 사건처럼 보이는 건 나오지 않아요. 세상에는 이보다 끔찍한 일이 얼마든지 있다고 말할 사람들도 있을 거예요. 하지만 그런 문제만 중요한 게 아니에요. 드러내기 어려운 사소한 아픔도 사람을 외롭게 하고 상처받게 하고 분노를 가진 어른이 되게 하니까요. 장난으로 저지른 일이 어떤 사람에게는 잊지 못할 상처가 된다는 걸, 이런 방식으로 이야기해 보고 싶었어요. 야단치기보다 상대 입장이 어땠을지 들여다보는 기회를 만들어보고 싶었어요. 

완연한 가을입니다. 책 읽기 좋은 계절인데요. 예스24 독자, 특히 어린이, 청소년 독자들에게 하고 싶은 말씀이 있으시다면.

요즘은 지하철에 타면 열에 아홉은 스마트폰을 보고 있어요. 간혹 책을 읽는 사람들을 보면 정말 다르게 보일 정도에요. 굉장히 귀해 보여요. 책 보는 사람이 가벼운 사람일 리는 없잖아요. 분명 괜찮은 사람일 거란 말이에요. 빈에 있을 때는 지하철에서 책을 보는 사람을 많이 봤는데, 한국에 돌아오니 우리가 너무 기술적인 것에 예민하게 반응하는 건 아닐까? 싶은 생각이 들었어요. 며칠 전 키프로스에서 인터뷰 요청이 와서 답을 하는데, 한국을 “기술적으로 앞서있고 문화적으로도 고도로 발달된 나라”라고 표현하더라고요. 외부에서 볼 때는 그렇게 보이나 봐요. 어쩌면 서울의 한 장면을 사진으로 찍어서 봤을 때, 정말 기계처럼 보일 수도 있겠다 싶었어요. 꼭 책이 아니라도 개성적인 어떤 것들이 갖춰진 그런 모습들이 많았으면 하는 생각이 들어요. 자꾸만 독서시장이 학업이랑 연관되는 게 걱정이 돼요. 아이들이 책을 읽고 잠깐이라도 자유롭고 행복한 느낌을 가졌으면 좋겠고, 아이들의 개성을 살리는데 한몫을 했으면 좋겠어요. 

유년시절을 다시 한 번 겪을 수 있다면, 가장 해보고 싶은 일은 무엇인가요?

어릴 때 저에게 가장 영향을 많이 미친 건 여행서였어요. 다른 곳을 꿈꾸게 만들었거든요. 다시 어린 시절로 돌아간다면 책도 많이 읽고 싶지만, 그림을 많이 그려보고 싶어요. 그림에 대한 열망이 많았는데 두려움이 컸거든요. 물론 지금 그릴 수도 있지만, 어릴 때 못했다는 아쉬움이 지금도 남아 있는 것 같아요. 그리고 친구들하고 더 재밌게 놀았을 것 같아요(웃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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글 | 엄지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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