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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연애의 발견>, 당신의 연애는 안녕하십니까

이들은 어떤 로맨스가 제시하는 주인공보다 현실적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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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줍고 창피당하고 자존심을 버리더라도 손을 내밀 필요가 있다. 그들이 부딪치고 깨지며 얻게 될 연애의 교훈들은 그래서 더욱 기대를 부른다. 교훈들은 한 장 한 장 모여 우리에게 좋은 연애 지침서가 되어 줄 테니까.

tvN <로맨스가 필요해>가 3시즌을 거치며 여성들에게 전폭적인 지지를 얻었던 이유는 간단하다. ‘오만한 남자와 편견 가득한 여자’ 내지는 ‘테리우스와 캔디’의 구도에서 벗어나지 못했던 전형적 로맨스 드라마에서 벗어나, 연인 간의 사소한 갈등과 이별, 사랑의 시작을 섬세하고 톡톡 튀는 터치로 그려냈기 때문이다. 재벌도 신데렐라도 존재하지 않지만, <로맨스가 필요해>는 연애할 때만 느낄 수 있는 온갖 시시하고 자질구레한 고민을 탁월하게 재현했다. <로맨스가 필요해>의 작가 정현정이 새롭게 들고 온 작품, KBS2 <연애의 발견>은 그래서 기대를 자아낸다.


5년의 연애를 마치고도 5년이 더 지난 현재, 여름(정유미)은 옛 연인 강태하(에릭)과 다시 만난다. 그는 아직 여름을 잊지 못했지만 여름은 현재 하진(성준)과 달콤한 연애를 하는 중. 소위 말하는 스펙도 보탤 것 없이 완벽하고 언제나 제게 헌신적인 하진은 여름이 꿈꾸던 연인이다. 얼핏 태하가 끼어들 자리는 없어 보인다. 하지만 그들의 관계는 여름과 태하가 함께 일하게 되고 하진이 옛 인연 아림(윤진이)과 우연히 재회하며 심상찮은 국면을 맞는다.

 

정현정 작가의 작품 속 여주인공들은 언제나 매력적이다. 능동적이며 독립적이고, 연애건 일이건 주어진 상황에 당차고 씩씩하게 임한다. <연애의 발견> 속 한여름 역시 마찬가지다. 특히 이 캐릭터는 공교롭게도 같은 배우가 맡았던 <로맨스가 필요해 2012>의 주인공 주열매(정유미)를 떠올리게 하는 데가 있다. 여린 외모와는 달리 당돌하고, 좋아하는 남자를 얻기 위해서라면 망설이지 않고 돌진한다. 매번 사람에 상처받고 연애에 힘들어하면서도 사랑 그 자체가 나쁜 거라고 생각하진 않는다. 허나 앞뒤모르고 목표를 향해 돌진하던 주열매와 달리 한여름은 조금 더 약아졌다. 남자의 마음을 얻기 위해선 하나하나 계산해 행동하고 사랑하는 연인에게도 쉽게 지려고 하지 않는다. 관계에는 필연적으로 불균형이 존재하고 권력을 쥐는 것이 자신이 되어야 한다고 생각한다. 5년간의 연애가 그녀를 여우로 만든 셈이다.


두 남자 주인공 역시 전작의 남자 주인공을 연상시킨다. 여자 친구보다 자신이, 일이 더 중요했던 과거와 그를 후회하고 전력을 다해 구애하는 현재 태하의 모습은 <로맨스가 필요해 2012>의 윤석현(이진욱)을 떠올리게 하고, 과거의 인연을 끝끝내 잊지 못하고 여자 친구와 다른 여자 사이에서 방황하는 하진의 모습은 <로맨스가 필요해 시즌3>의 강태윤(남궁민)과 닮아있다.


쉽게 자기복제라고 말할 수는 없다. 엄밀히 말해 굳이 베낄 필요가 없는 캐릭터들이 아닌가. 등장인물들은 어느 누구도 완벽히 완성된 것처럼 보이지 않고, 꽤 괜찮은가 싶다가도 이내 형편없는 결점을 드러낸다. 대부분의 로맨스 드라마에서 완벽한 이상형을 제시하는 것에 비해 정현정 작가의 주인공―<로맨스가 필요해 2012>의 신지훈을 제외한다면―들은 부족하고 이기적이며, 터무니없이 황당한 실수를 저지르곤 한다. 속내도 안 비추고는 떠나간 옛 연인에게 제 맘을 알아주지 않는다고 거칠게 화를 내기도 하고, 말없이 잠수를 하기 일쑤고, 오래된 연인이라는 이유로 상대를 무심히 적당히 대하곤 한다.

 

연애의발견

출처_ KBS


공통점은 하나다. 이들은 어떤 로맨스가 제시하는 주인공보다 현실적이다. 시청자들은 이기적으로 생각하고 결과 하나하나를 계산하며 행동하는 주인공의 모습을 보며 눈살을 찌푸리지만, 한편으로 그들의 모습에서 자신을 본다. 불편할 정도로 낱낱이 묘사하는 탓에 민망할 뿐이지 그들의 모습은 우리와 똑 닮았다. 연애를 하며 말 한 마디 행동 하나하나를 고민하고 어떻게 하면 자신에게 ‘유리한’ 결과를 이끌어낼 수 있을지 고민하는 모습이 그렇다. 연인 사이 주도권 싸움은 심심찮게 나오는 화제고, 사소한 일에 상처받고 후회하는 모습은 말할 것도 없다. 판타지보다 공감에 주력하는 드라마는 우리의 모습을 그대로 담아낸다. 온몸을 던지고 싶어도 그러기 쉽지 않은 것이 30대의 연애라, 그들의 사랑은 수번의 연애와 실연에 지친 30대 시청자들에게 큰 공감을 산다.


게다가 <연애의 발견>은 단순히 시청자들에게 공감을 안겨주는 데서 자신의 역할을 그치지 않는다. 드라마는 한편으로 타산지석이 된다. 우리는 장면마다 지나간 연애에서 우리가 저지른 잘못을 발견한다. 무심히 내뱉은 말이 상대를 상처 입히는 모습도, 배려 없는 행동이 불러온 이별도. 나도 저랬지, 공감 뒤에는 후회와 반성이 따른다. 드라마는 작은 오해와 실수가 불러오는 파국을 꼼꼼히 그려내고, 우리는 장면마다 가슴이 철렁 내려앉는다. 연애 초반에는 모두 귀엽고 예뻤던 행동들이 짜증나고 한심하게 보일 때, 연인보다 일과 내 취미가, 지인들이 더 소중하게 느껴질 때, 연인과 함께하는 시간이 더 이상 즐겁지 않을 때 우리는 위기를 맞는다.


드라마에는 이 위기를 현명하게 헤쳐 나가는 인물들은 등장하지 않지만, 어떤 행동을 하지 않아야 할지는 알 수 있다. 이들처럼 행동하지 말라고 말하고 있으니까. 드라마는 공감을 사는 한편 우리의 연애에 직접 조언하는 두 가지 역할을 모두 해낸다. 과거의 연애를 돌이켜 짚고 앞으로 다가올 연애를 준비하도록 다독이는 것은 결코 쉬운 일이 아님에도 불구하고. <로맨스가 필요해> 시리즈와 <연애의 발견>이 시청자들의 마음을 산 이유는 그래서가 아닐까.

 

<로맨스가 필요해> 시리즈와 <연애의 발견>에는 항상 테이블이 등장한다. 집이거나, 회사거나. 등장인물들은 테이블 앞에 모여 제각기 자신의 고민을 털어놓고, 친구들은 나름의 조언을 한다. 테이블이 언제나 대화의 장이 되는 것이다. 그런데 정작 연인들은 마주앉아 자신의 속내를 털어놓지 않는다. 묘하게 현실적이며 한편으로 의미심장하다. 친구들에게 그러하듯이 연인에게 허심탄회하게 속내를 털어놓는 것은 불가능한 일이라고 말하는 것 같다. 하지만 이것은 다른 한편으로 연인 간의 모든 문제가 소통의 부재에서 발생한다는 것을 명확히 짚는 장면이기도 하다. 당신이 무심코 숨긴 대수롭지 않은 진실이 오해와 불신의 뿌리가 되고 갈등과 이별을 불러올 수 있다는 사실을, 드라마가 직접 보여주는 셈이다.


여름이 강태하와 남하진 중 누구를 선택하건 결과는 중요치 않다. 여름과 태하와 하진, 세 명은 모두 한 번씩 소통에 실패했다. 문제는 어떻게 이 단절을 뛰어넘는가이다. 수줍고 창피당하고 자존심을 버리더라도 손을 내밀 필요가 있다. 그들이 부딪치고 깨지며 얻게 될 연애의 교훈들은 그래서 더욱 기대를 부른다. 교훈들은 한 장 한 장 모여 우리에게 좋은 연애 지침서가 되어 줄 테니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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글 | 김지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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