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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곳에서 한 달, 둘만의 작은 식탁을 차리다

일상 같기도 하고 일상과는 전혀 다른 여행 같기도 한, 이 특별한 여행이야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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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루 이틀 머무는 여행자들은 꿈도 꾸지 못할 알차고 별난 여행 가이드를 차곡차곡 쌓아 돌아왔다.

소리 나는 책

 

▶ 자기 앞의 생

 

오늘 소리 나는 책에서는 2주간 다뤘던 기 앞의 생』의 진한 문장들을 들려드릴까 합니다. 먼저 읽어드릴 부분은 이 소설 도입부입니다. 주인공 모모의 캐릭터와 작품이 나아가고자 하는 방향을 엿볼 수 있는 부분이기도 하고, 굉장히 중요한 질문을 남기는 부분이기도 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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먼저 말해두어야 할 것은 우리가 엘리베이터도 없는 건물의 칠층에 살고 있었다는 사실이다. 로자 아줌마는 육중한 몸뚱이를 오로지 두 다리로 지탱하여 매일 칠층까지 오르내려야 했다. 그녀는 유태인이라서 다른 것들에 대해서는 불평할 처지가 못 되지만, 그래도 칠층을 오르내리는 일만은 정말 힘에 부친다고 하소연하곤 했다. 그녀는 다른 일들로 심신이 괴로운데다가 건강도 별로 좋지 않았다. 또 하나 미리 말해두고 싶은 것은, 그녀가 엘리베이터 하나쯤은 갖추어진 아파트에서 살 만한 자격이 있는 여자라는 점이다.

 

 내가 로자 아줌마를 맨 처음 본 것은 아마도 세 살 때였던 것 같다. 그 이전의 일은 기억이 없다. 세 살 이전에는 누구나 아무 생각 없이 사는 법이니까. 어쨌든 내가 기억을 하기 시작한 것은 서너 살 무렵부터의 일이다. 그나마도 어렴풋한 것들이다.

 

 우리가 살고 있던 벨빌 에는 그녀 말고도 다른 유태인과 아랍인, 흑인들이 많이 살았지만, 칠층을 걸어서 오르내려야 했던 사람은 오직 로자 아줌마뿐이었다. “아무 때고 난 이놈의 층계에서 죽고 말 거야”라고 그녀가 한탄하면, 아이들은 일제히 울음을 터뜨렸다. 로자 아줌마 집에는 아이들이 보통 예닐곱 명쯤 우글거리고 있었다. 때로는 그보다 더 많을 때도 있었다.

 

 처음에 나는 로자 아줌마가 매월 말 받는 우편환 때문에 나를 돌보고 있다는 사실을 몰랐었다. 여섯 살인가 일곱 살 때쯤에 그 사실을 처음 알았다. 누군가가 나를 위해 돈을 지불하고 있다는 사실에 나는 적잖이 충격을 받았다. 나는 로자 아줌마가 그저 나를 사랑하기 때문에 돌봐주는 줄로만 알았고, 또 우리가 서로에게 꼭 필요한 존재라고 생각했던 것이다. 나는 밤이 새도록 울고 E ㅗ울었다. 그것은 내 생애 최초의 커다란 슬픔이었다.

 

- 자기 앞의 생』 (에밀 아자르/문학동네) 中에서

 

에디터 통신

  

 

▶ 『피렌체 테이블』

 

그곳에서 한 달, 둘만의 작은 식탁을 차리다

 

무더위를 피해 휴식과 여유를 만끽하는 여름휴가 기간도 어느덧 끝나가고, 가을바람이 느껴지는 계절입니다. 여러분, 휴가 잘 다녀오셨나요? 안녕하세요, 저는 위즈덤하우스의 편집자 가정실입니다. 오늘 제가 소개할 도서는 조금 색다른 여행기 『피렌체 테이블』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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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책의 저자는 커플입니다. 연인에서 부부가 된 지 3년이 되어가는 커플. 푸드스타일리스트라는 다소 낯선 직업을 가진 여자와 평범한 회사원이던 남자가 만나 부부라는 인연을 맺고 살아가던 중, 둘은 한 달간의 모험적인 여행을 감행합니다. 이들의 여행 일정이나 과정이 모험적이라기보다는 ‘생계’를 잠시 뒤로하는 한 달간의 결단이 그러하다는 의미입니다.  남편은 사표를 쓰고, 부인은 모든 일정을 뒤로하고, 한 달간 피렌체로의 여행이라니... 한 달 여행을 감행하는 용기와 더불어 이들은 색다른 취향과 개성으로 피렌체의 한 달을 계획합니다. 유명 관광지만 둘러보는 여행이 아닌, 생활인처럼 머무는 여행을 말이죠.

 

 

에어비앤비를 통해 피렌체에 아파트를 렌트하고, 현지에서 쿠킹 스튜디오 강의를 들으며 ‘이태리 가정요리’를 배우고, 시장에서 식재료를 구입하고, 그리고 하루 한 끼는 함께 식탁을 차리고 마주보며 천천히 식사를 하는 시간. 사실 부인의 직업이 푸드스타일리스트지만, 서울에서는 함께 식사하는 시간도, 가족을 위해 식탁을 차리는 시간도 넉넉하지 못했거든요. 요리하는 것이 즐거워서 선택한 직업, 하지만 정작 자신을 위해 요리해 본 기억조차 까마득하게 된 현실. 좋아하는 일을 업으로 삼은 사람들의 비애랄까요. 이 대목에서는 저도 모르게 고개를 크게 끄덕이게 되었답니다.

 

물론 한 달간의 무모한 여행을 감행하기까지 부부 사이에 애정만 가득했던 것은 아닙니다. 수많은 갈등과 현실에 대한 불안감으로 힘든 선택의 시간도 있었습니다. 하지만 결국 부부는 가방을 꾸리고, 비행기에 올라 새로운 삶으로 발걸음을 내딛습니다. 그리고 일상 같기도 하고 일상과는 전혀 다른 여행 같기도 한, 이 특별한 여행을 통해 부부는 오히려 일상적인 삶의 의미를 배우고, 느끼고, 만끽합니다.

 

책에는 두 커플이 서로에게 또는 자신에게 조곤조곤 말을 걸 듯 써내려간 매일의 에세이 한 편씩과 한 달간 피렌체 곳곳에 차려낸 작은 식탁의 레시피를 정갈하게 담아 차려냅니다. 그뿐 아니라 식상한 관광지가 아닌 골목골목 숨어 있는 벼룩시장부터 슈퍼마켓, 시장 탐방까지, 하루 이틀 머무는 여행자들은 꿈도 꾸지 못할 알차고 별난 여행 가이드가 차곡차곡 담겨 있습니다.

 

편집자로 원고를 읽는 내내 부러움과 허기를 채울 길이 없었습니다. 지금 사랑하는 이가 곁에 있다면, 『피렌체 테이블』의 저자들처럼 긴 여행을 떠나보면 어떨까요? 낯선 곳에서 일상을 함께 보내며, 서로를 더 깊이 이해하는 시간을 갖게 될 거라 장담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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글 | 이동진

어찌어찌 하다보니 ‘신문사 기자’ 생활을 십 수년간 했고, 또 어찌어찌 하다보니 ‘영화평론가’로 불리게 됐다. 영화를 너무나 좋아했지만 한 번도 꿈꾸진 않았던 ‘영화 전문가’가 됐고, 글쓰기에 대한 절망의 끝에서 ‘글쟁이’가 됐다. 꿈이 없었다기보다는 꿈을 지탱할 만한 의지가 없었다. 그리고 이제, 삶에서 꿈이 그렇게 중요한가라고 되물으며 변명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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