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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용한 “고양이의 세계를 존중해주는 나라도 있다”

고양이들의 천국을 찾아 떠난 여행 『여행하고 사랑하고 고양이하라』이용한 작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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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안녕, 고양이는 고마웠어요』의 작가 이용한이 ‘고양이들의 천국’을 찾아 떠났다. 모로코와 터키, 일본, 대만, 인도, 라오스 6개국의 고양이를 기록한 『여행하고 사랑하고 고양이하라』에는 작가가 만난 행복한 고양이들의 한때가 담겨있다. 묘한 것은, 그 위로 한국에 살고 있는 고양이들의 삶이 자꾸만 겹쳐진다는 것이다.

만나고-이용한

 

무릎냥이와 접대냥이의 나라


『안녕, 고양이는 고마웠어요』 를 시작으로 『명랑하라 고양이』 『나쁜 고양이는 없다』에 이르는 이른바 ‘안녕 고양이 시리즈’를 발표하면서 ‘고양이 작가’가 된 시인 이용한. 독자들은 그가 들려주는 길고양이의 삶과, 그 이야기들을 바탕으로 만들어진 영화 <고양이 춤>을 통해 우리 곁의 작은 존재를 ‘발견’하게 됐다. 늘 가까운 곳에 있었지만 제대로 눈맞춤조차 해본 적 없는 그들, 길고양이의 삶에 대해 생각하게 된 것이다.

 

이용한 작가는 길고양이를 대하는 우리의 태도가 크고 작은 오해에서 비롯되었음을 깨닫게 해주었다. 고양이가 음식물 쓰레기봉투를 찢는 것은 도시의 생활환경이 그들의 사냥터와 먹이를 뺏었기 때문이라는 사실도, 그 행위를 멈추기 위해서는 뚜껑이 달린 통 안에 음식물 쓰레기 봉투를 넣어두기만 하면 된다는 사실도, 작가는 친절하게 알려준 것이다. 이렇듯 길고양이들의 대변인을 자처한 작가 덕분에 우리는 비로소 바라보게 되었다. 사람들의 오해와 편견 때문에 멸시와 천대 속에서 힘겹게 생을 이어나가야 했던 수많은 생명들을.

 

각박한 현실은 언제나 ‘행복의 나라’를 꿈꾸게 한다. 이용한 시인의 ‘고양이들의 천국’을 찾아 나선 이유다. 지난해 출간된 『흐리고 가끔 고양이』 안에서 고양이가 행복하게 사는 마을을 찾아 서울에서 제주도까지, 국내의 곳곳을 누볐던 작가가 이번에는 더 먼 곳으로 여행을 떠났다. 많은 여행자들이 고양이의 천국으로 손꼽는 모로코와 터키를 비롯해서 일본, 대만, 인도, 라오스 등 6개국 30여 곳을 직접 찾아 나선 것. 그곳에서 만난 고양이들은 사람을 두려워하지 도 않았고, 그래서 도망가거나 숨을 생각도 하지 않았다. 이곳의 고양이들에게는 당연한 일이 그곳의 고양이에게는 필요 없는 일이었던 셈이다.

 

당당하게 거리를 활보하고 당연한 듯 식당 한켠에 자리를 잡는 그들과의 만남은 낯설고도 기분 좋은 시간으로 기억됐다. 그 매력에 취해 5년이라는 시간 동안 꼬박 80일을 그들 곁에 머물렀다. 『여행하고 사랑하고 고양이하라』에는 그 순간의 ‘찌르르한’ 감정들이 기록되어있다. 그것은 때로 설렘이었고, 감동이었으며, 어느 순간에는 슬픔이었다. 지구 반대편, 사람들을 두려워해야만 살아남을 수 있는 존재들에 대한 연민 때문이었다. 그들에게도 천국은 가까이에 있을까. 『여행하고 사랑하고 고양이하라』가 우리에게 묻는다.

 

갈 때마다 공원의 고양이들은 아무 곳에나 널브러져 낮잠을 자거나 장난을 치고 있었다. 옆에 사람들이 있거나 없거나 신경 쓰지도 않을뿐더러, 있다고 더 조심스럽게 행동하지도 않았다. 몇몇 고양이들은 스스럼없이 사람에게 다가와 부비부비를 하고 무릎냥이가 되어 주었다. 용감한 고양이들은 처음 보는 여행자들의 가슴에 스스럼없이 안겼다. 아무렇지 않게 여행자와 하이파이브를 시도하는 고양이도 있었다. ( 『여행하고 사랑하고 고양이하라』 116쪽)

 

‘고양이들의 천국’으로의 여행은 언제부터 계획하신 건가요?


처음 계획했던 건 6년 전이에요. 고양이에게 관심을 갖게 되고 얼마 후에 아내와 라오스의 루앙프라방을 여행한 적이 있었어요. 가는 곳마다 고양이가 눈에 띄더군요. 식당 의자 앞에도 고양이가 앉아있고, 사원마다 고양이가 있고, 스님들은 고양이에게 밥을 주고 있었어요. 그때부터 사진을 찍고 기록하게 됐죠. 당시에는 책을 쓸 생각은 없었고, 여행 온 김에 이곳의 고양이를 같이 기록해보자는 생각이었어요. 그 전부터 여행가로 여행 에세이를 많이 썼지만 고양이에 대해 알지도 못했고 관심을 두지 않았었죠. 루앙프라방은 고양이에 대한 관심이 생긴 뒤에 첫 번째로 떠난 여행지였어요. 사람들에게 사랑받고, 자연스럽게 사람들 무릎 위에 올라가 있는 고양이들의 모습을 보면서 ‘우리나라가 아닌 다른 나라의 고양이 현실은 어떨까’라는 궁금증이 생겼죠.

 

『여행하고 사랑하고 고양이하라』에 소개된 6개국을 선정하는 데에는 고민이 없으셨나요?


많은 여행가들이 모로코, 터키, 그리스 3개국을 고양이 천국으로 꼽아요. 그 중에서 그리스와 터키는 분위기가 비슷한 것 같아서 저는 터키와 모로코를 가보자고 생각했고요. 대만과 일본도 마찬가지예요. 말씀드렸다시피 라오스는 고양이를 염두 해 두고 떠난 여행은 아니었죠. 인도 역시 고양이 여행을 위해서 찾은 건 아니었는데, 사람과 어울려서 살아가는 고양이의 모습을 보게 됐어요. 빈민촌 같은 곳에 살면서 하루 한 끼밖에 못 먹는 가난한 사람들이 시장에서 닭 내장을 구해 와서 고양이를 먹이고 있더라고요. 자신도 굶어가면서 말이죠. 그 모습들 보면서 감동을 받았어요. 그 이야기도 『여행하고 사랑하고 고양이하라』에 기록해 보면 좋겠다고 생각했죠.

 

‘고양이들의 천국’으로 떠나기 전에 기대한 것들이 있었을 텐데, 현실은 어땠나요?


제가 모로코에서 본 모습은 고양이가 자유롭게 길거리를 돌아다니고, 그걸 보고 해코지하는 사람이 아무도 없는 거예요. 고양이의 영역과 세계를 존중하는 거죠. 식당에서 밥 먹을 때 자기 앞에 고양이가 앉아있어도 그걸 가지고 뭐라고 하는 사람이 없어요. 그리고 자기가 먹는 걸 자연스럽게 나눠주죠. 그런 일이 일상이 되어있어요. 그 모습이 고양이의 천국 같아 보였어요. 특별히 고양이를 위하거나 고양이를 위한 특별한 대책을 세우지 않는데도요. 실제로 모로코에는 길고양이 숫자를 제한하는 대책(TNR)도 없어요. 그런데도 사람과 고양이가 행복하게 어울릴 수 있는 건 그곳에 사는 사람들이 고양이에 대해서 인정을 하기 때문이에요.

 

어떻게 보면 그냥 방치하고 있는 것일 수도 있겠죠. 고양이의 세계를 간섭하지 않는 것일 수도 있고요. 고양이를 정말 좋아하고 관리 대책에 대해서 부르짖는 사람들은 ‘그건 방임의 수준이고 천국이 아니다’라고 말할 수도 있을 거예요. 하지만 그들의 방식 하에서 고양이가 사회 문제가 된 적도 없고 사람들이 불편을 호소한 적도 없다면, 우리와 다른 세계라고 볼 수가 있다고 생각해요. 저는 그 자체가 보기 좋았고 그것이 오히려 천국다운 모습이 아닌가 싶었어요.

 

이슬람 사회에서 고양이에 대한 사랑은 신앙의 일부와도 같다. (중략) 심지어 이런 우스갯소리도 있다. “여기선 사람도 아무 때나 모스크에 출입할 수가 없어요. 하지만 고양이만큼은 언제든지 모스크를 드나들 수 있죠.” 모로코에 와서 더욱 놀랐던 점은 이것이다. 현대식 체인형 호텔이 아닌 모로코식 전통 호텔의 경우 상당수가 반려동물과 동반 입실이 가능하다는 사실이다. 모로코에서는 반려동물의 절대다수가 고양이인 만큼, 이는 곧 고양이와 함께 숙박할 수 있다는 걸 의미하는 거였다. 모로코를 여행한 외국 여행자들이 입을 모아 모로코를 ‘고양이의 천국’이라 부르는 이유에는 바로 그런 여러 가지 요인들이 숨어 있었다. ( 『여행하고 사랑하고 고양이하라』 26~28쪽)

 

터키에 오는 여행자들 중에는 저처럼 고양이 여행을 온 사람들이 더러 있더라고요. 모로코에서는 고양이 사진을 찍는 사람을 본 적이 별로 없거든요. 그런데 이스탄불에서는 고양이 사진을 찍는 사람들이 곳곳에 있었어요. 휴대폰으로 인증샷을 찍는 사람들도 정말 많고요. 고양이가 많은 술탄 아흐메트 공원에서는 일부러 먹는 걸 나눠주고 20~30마리의 고양이가 주변에 모여든 모습을 즐기는 사람도 많았어요. 그리고 터키라는 나라는 길고양이 급식소도 따로 두고 있어요. 엄청나게 많은 숫자는 아니라서 저도 여행하며 만나기 어려울 정도로 드문드문 있었지만, 어쨌든 공식적으로 운영하는 급식소가 존재해요. TNR 대책이 있다는 점도 모로코와 다른 점이고요. 사람에 따라서 모로코의 모습이 더 좋을 수도 있고 터키의 모습이 더 좋을 수도 있을 것 같은데요. 저는 모로코는 모로코 나름대로, 터키는 터키 나름대로 좋았어요. 

 

만나고-이용한

 

고양이가 꿈꾸는 천국이란…


대만의 고양이 마을과 일본의 고양이 섬 이야기도 빼놓을 수 없을 것 같습니다.


호우통의 고양이 마을은 오래 전에 광산촌이었던 곳이에요. 폐광이 되면서 사람들이 다 떠나가고 먹고 살 길이 막막해질 무렵에 ‘동네에 고양이가 많은데 어떻게 활용해볼까’ 라는 생각으로 마을 사람들이 고양이에게 집을 지어주고 사료를 먹이기 시작하면서 고양이 마을이 됐죠. 그러자 고양이를 좋아하는 사람들이 찾아와서 사진을 찍고 인터넷에 알리기 시작했어요. 지금은 주말이면 300명 넘는 관광객이 올 정도로 대만에서도 알아주는 관광지로 변모했죠. 고양이가 지역 경제를 살리는 효자 노릇을 하게 된 거예요. 그리고 단수이에 가면 고양이 거리도 있어요. 고양이가 많은 지역을 자연스럽게 고양이 거리로 지정한 곳이에요. 하지만 대만에도 서울에 비해서 고양이 숫자가 많지는 않아요. 대만에도 우리나라처럼 TNR 대책이 있어서 길고양이 개체 수를 조절해 가면서 사람과 고양이가 어우러진 풍경을 만들어가는 거죠.

 

일본에 갔을 때는 서점에 고양이 책 코너가 따로 있다는 사실에 놀랐었어요. 고양이 잡지만 하더라도 앉은 자리에서 찾은 것만 세 종류였어요. 후쿠오카뿐만 아니라 히로시마 등 고양이 섬이 굉장히 많다는 것도 놀라웠고요. 반면에 우리나라는 『흐리고 가끔 고양이』에도 썼듯이 고양이 섬이라고 부를 만한 곳이 욕지도의 한 마을 정도거든요. 그것도 저 혼자 고양이 섬이라고 이름 붙인 거고 누구도 그렇게 부르지 않아요. 우리나라는 섬 지역일수록 고양이에 대해서 못마땅하게 생각하고 오히려 더 해코지하려고 하거든요. 생선 같은 걸 말릴 때 고양이가 훔쳐가니까  피해만 준다는 생각을 가지고 있는 거죠. 그런데 일본에서는 고양이를 풍어신이나 바다의 신으로 떠받들기도 해요. 그래서 섬일수록 고양이에게 우호적이죠. 우리나라는 말 그대로 생선을 훔쳐가는 ‘도둑’ 고양이 취급을 하는 거고요. 고양이에 대한 인식이 상대적으로 안 좋은 건 그런 이유인 것 같아요.

 

‘고양이들의 천국’이란 어떤 곳일까요?


모로코와 터키가 적절히 조화된 모습이 이상적인 고양이 천국이겠죠. 각각의 장점이 있으니까요. 한국의 입장에서 본다면 고양이 천국은 요원한 꿈일 수도 있고, 실현 불가능한 바람일 수도 있을 거예요. 저는 모든 사람들이 고양이를 위해서 밥을 내어주고 우호적인 손길을 내밀지 않아도 좋아요. 다만 위협적인 발길질이나 몽둥이질, 돌팔매질 같은 해코지만은 하지 말아달라는 거예요. 해코지나 위해를 가하지 않는 것만으로도 천국의 모습에 가까워질 수 있다고 생각해요.

 

‘고양이들의 천국’에서 한국의 고양이들을 떠올렸을 때 착잡한 기분이 들지는 않으셨나요?


대만의 고양이 마을을 갔을 때나 일본의 고양이 섬에 갔을 때, 터키와 모로코에 갔을 때도 그랬죠. 그곳의 국가들은 전체적으로 고양이에게 우호적인 분위기인데, 우리나라에서는 불가능한 일이잖아요. 우리나라의 지자체에서도 대만의 고양이 마을을 모델로 삼을 만 하다고 생각해요. 물론 쉽지는 않겠죠. 많은 사람들이 그러한 사례가 있는지조차 알지 못하잖아요. 알려고 하지도 않는 사람들도 있고요. 그들에게는 고양이가 중요하지도 않죠. 제가 사는 동네만 하더라도 동네의 할머님들이 놓은 쥐약 때문에 해마다 길고양이들이 죽어가요.

 

도시의 현실도 다르지 않죠. 고양이가 조금의 피해만 입혀도 쥐약을 놔서 죽이거나, 해코지를 하거나, 뉴스에 나온 것처럼 잔혹하게 죽이기도 해요. 물론 그런 끔찍한 사건들은 고양이에 대해 우호적인 나라에서도 가끔 한 두 건씩 일어나요. 그런데 우리나라에서는 그 빈도가 높다는 거죠. ‘왜 이렇게 삭막하고, 못살게 굴고, 우리가 가진 건 조금도 내놓지 않으려고 하는 걸까’ 싶은 생각이 들어요. 옛날 우리 조상들을 보면 콩을 심을 때도 세 알을 심어서 한 알은 새에게 주고, 한 알은 벌레에게 주고, 나머지 한 알만 거둬들이겠다고 생각했잖아요. 까치밥을 남겨서 새에게도 먹을 것을 남겨줬고요. 그런데 왜 그 후손들은 고양이만 보면 잡아먹으려고 하고 죽이려고 하는지... 안타까워요.

 

근본적인 원인은 ‘함께 살아가는 존재에 대한 인간의 배타성과 오만함’이 아닐까요?


고양이를 좋아하는 사람 중에서도 잘못 생각하는 사람들이 의외로 많더라고요. 자신의 의지대로 다 할 수 있다고 생각하는 거죠. 예전에 TNR 대책과 관련해서 한 캣맘을 보고 충격을 받은 적이 있어요. 그 분의 말이 ‘이 도시에 있는 고양이를 다 잡아들여서 중성화수술을 시켜가지고 거리에 고양이가 한 마리도 없었으면 좋겠다’고 하더라고요. 그래서 캣맘으로 활동하면서 먹이를 주는 거예요. 계속 중성화수술을 시켜서 고양이의 씨를 말리려고요. 그건 인간의 이기주의인 거지 절대로 고양이를 위한 생각은 아니잖아요. TNR 대책도 고양이의 개체수 조절에 목적을 두어야지, 고양이의 씨를 말리는 걸 목적으로 해서는 안 되는 거죠. 고양이와 사람이 행복하게 공존하는 세상을 위해서 TNR이 필요한 거죠.

 

누군가는 ‘왜 고양이인가’라고 말할 수도 있을 것 같습니다. ‘인간의 배타성과 오만함 때문에 고통 받는 존재는 고양이 말고도 많다’는 논지일 텐데요. 그런 질문을 받으면 어떤 대답을 들려줄 것 같으세요?


우리나라에서 고양이의 위치를 생각해 보면, 개나 다른 동물에 비해서 훨씬 많은 손가락질을 당하고 훨씬 많은 욕을 먹고 있어요. 인간이 공격적인 배타성을 가장 많이 드러내는 동물이 고양이인 거죠. 개는 사람들이 좋아하는 부분들을 많이 가지고 있어요. 사람에게 복종하고 심부름도 할 수 있는, 사람의 뜻대로 좌지우지할 수 있는 존재라고 생각되는 거죠. 그런데 고양이는 통제가 잘 안 되는 동물이다 보니까 ‘쟤들은 있어봤자 필요가 없다’고 생각하는 거예요. 그런 이유로 다른 동물에 비해서 더 많은 공격성이 고양이에게 몰리는 경우도 있죠. 그리고 고양이는 다른 모든 동물들에 비해서 소외된 존재잖아요. 열악한 환경에 놓여 있기도 하고요.

 

작가님께서 들려주신 고양이 이야기를 통해 독자들에게 생겨난 변화가 있다면 무엇일까요?


독자들이 가장 많이 이야기하는 건 『안녕, 고양이는 고마웠어요』예요. 영화 <고양이 춤>이 상영됐을 때도 『안녕, 고양이는 고마웠어요』를 통해서 자신이 바뀌었다고 말한 독자들이 많았고요. 그 책을 읽고 캣맘이 되었다는 독자들도 있었고, 실제로 한국고양이보호협회의 핵심 멤버 중 한 분은 그 책을 읽고 활동가의 길을 걷기 시작했어요. 광주의 한 학생은 자신의 언니가 암 투병을 하다가 눈을 감으면서 『안녕, 고양이는 고마웠어요』를 건네줬대요. 그 책을 읽고 자신도 언니처럼 캣맘으로 살고 있다고 했더라고요. 
 
『여행하고 사랑하고 고양이하라』는 어떤 반응을 이끌어낼 것으로 기대하세요?


이 책을 읽은 많은 분들이 ‘고양이의 세계를 이렇게 존중해주는 나라도 있구나, 고양이가 이렇게 자유롭게 살아가는 나라도 있구나’하고 생각하면서 우리나라의 현실을 직시해 봤으면 좋겠어요. 그 나라들에 반해서 우리나라는 어떤지, 우리가 그런 세계로 옮겨가기 위해서는 어떤 단계까지 인식을 끌어올려야 되는지, 그런 고민을 해준다면 좋을 것 같아요. 다른 나라들처럼 모범적인 모습은 아니더라도 최소한 부끄러운 모습은 보이지 않는, 고양이와 공존하는 모습을 보인다면 그걸로 족하지 않을까 생각해요.

 

만나고-이용한

 

바닷속에 사는 고양이를 만날 수 있는 곳


고양이를 만나기 전부터 다수의 여행 에세이를 써오셨는데요. 고양이가 중심에 있는 여행과 그렇지 않은 여행은 어떤 차이가 있는지 궁금합니다.


고양이를 알기 이전에 쓴 여행 책에는 고양이가 등장한 적이 없어요. 관심이 없었기 때문에 포커스를 맞추지 않았던 거죠. 그런데 고양이를 알게 되면서 관심이 생기니까, 자연스럽게 고양이에게 초점을 맞추게 되더라고요. 그래서 굳이 고양이 여행에 대한 이야기 아니더라도, 여행 에세이 중간 중간에 고양이가 등장을 하게 됐어요. 고양이를 알게 되면서는 저의 관심 주제가 자연스럽게 고양이로 옮겨온 것이 아닌가 싶어요. 예전에는 풍경과 사람과 사물이 여행의 일단락이었다면, 지금은 그 전체가 고양이와 같은 비중으로 존재하는 거죠. 그래서 지금은 여행 가서 고양이가 보이면 반드시 사진을 찍게 돼요.

 

시인으로 등단한 후에 처음으로 출간한 책이 『사라져가는 오지 마을을 찾아서』였어요. 그때의 관심사는 때 묻지 않은 자연 환경, 순박한 사람들, 한적한 시간, 오래된 풍물 같은 거였죠. 이후 10년 가까이 『꾼』 『장이 과 같은 이야기를 썼어요. 그러다 어느 날 갑자기 고양이를 알게 되면서 고양이 세계로 옮겨오게 된 거예요. 어떻게 보면 운명일 수도 있다는 생각이 드는데요. 만약 고양이를 만나지 않았다면 아직도 그 세계를 이야기하고 있지 않을까 싶어요. 그 세계도 나름의 의미가 있고 개인적으로 자부심과 철학도 가지고 있었지만, 그 모든 걸 고양이가 블랙홀처럼 빨아들인 측면이 있죠. 그게 고양이의 매력이라고 할 수도 있을 거예요.

 

『흐리고 가끔 고양이』에서 “사실 고양이와 아무 상관없던 내가 고양이와 함께 여기까지 오게 된 건 어떤 연민 때문이었다”고 하셨습니다. 처음 고양이에 빠져든 이유가 ‘연민’ 때문이었다면, 고양이 이야기를 계속할 수밖에 없도록 만드는 감정은 무엇일까요?


고양이를 바라보는 입장은 일단은 측은지심이에요. 거대한 도시 생태계에서 이 연약한 존재가 살아가는 방식이라는 건 쓰레기통을 뒤져서 먹고 사는 것인데, 그걸 인간은 허락해 주지 않고 오히려 해코지하고 학대하고 죽이잖아요. 그렇게 소외받고 탄압받는 밑바닥 묘생을 보면서 또 다른 어떤 의미가 함축되어 있다는 생각이 들었어요. 소외받는 사람들 같기도 하고, 핍박받으면서 항상 당하고만 사는 존재가 오버랩 되기도 하고요. 그렇게까지 생각하는 건 오버라고 말하는 사람들도 있겠지만, 그런 측면이 없지는 않다는 생각이 들어요.

 

양이에 대한 인식이 조금씩 개선되는 과정을 통해서 조금 더 나은 세상을 보고 싶은 마음이 있었던 거죠. 고양이에 대한 이야기들이 많이 출간되면서 예전보다 인식이 좋아졌다고 느끼기도 하는데, 잔인한 고양이 학대 사건이 어김없이 발생할 때는 절망스럽죠. 얼마 전에도 압구정의 한 아파트에서 지하실에 고양이를 가뒀던 사건이 있었잖아요. 그럴 때마다 아직도 멀었다는 생각이 드는데, 고양이를 이야기하는 사람들의 목소리가 모여서 그것이 거대한 힘으로 바뀌면 변화할 거라고 기대하고 있어요.

 

시를 쓸 때 작가님의 감정과 언어는 고양이 이야기를 할 때와 사뭇 다른 것 같습니다. 황인숙 시인도 칼럼을 통해 「흑산도 서브마린」( 『안녕, 후두둑 씨』에 수록)을 소개하면서 “『안녕 고양이는 고마웠어요』로 이용한을 기억하는 독자에게는 뜻밖인 어두운 정서다”라고 말했는데요. 의도적으로 차이를 두신 게 아닌가 싶습니다.


의도한 건 아니고 「흑산도 서브마린」을 쓸 때는 고양이에 대해 알지 못했던 거예요(웃음). ‘고양이 이야기를 쓸 때는 문체를 달리 해야겠다’는 계산은 없었어요. 저의 시적 정서는 전반적으로 우울하다고 할 수 있어요. 출구 없는 삶, 꽉 막힌 도시에 사는 답답한 인생에 대한 이야기가 주를 이루어서 우울하고 어두운 이야기들이 주로 나오거든요. 그런데 제가 이야기하는 문학 세계와 고양이 이야기가 같을 필요는 없다고 생각해요. 제가 가진 문학적인 감정들, 개인적인 감성들이 우울하고 절망적인 정서라고 해서 굳이 그걸 고양이 책에서 이야기할 필요는 없다는 거죠. 저의 에세이와 본격적인 문학은 사실 이분화 되어 있어요. 한 사람들은 전혀 다른 인간으로 생각하고 있죠(웃음). 그리고 시를 쓸 때의 정서를 가지고 고양이 이야기를 쓰는 일이 어렵기도 하고요. 두 얼굴의 사나이 같은 느낌이 있는 거죠(웃음).

 

만나고-이용한

 

『여행하고 사랑하고 고양이하라』에 소개된 고양이들 중에서도 유독 잊을 수 없는 아이가 있을 텐데요.


모로코에 갔을 때 탕헤르라는 도시의 항구에서 만난 고양이 한 마리가 생각나요. 회색 고양이었는데 다리 하나가 없는 고양이였어요. 다리가 하나 없다는 이유로 사람들에게 해코지를 당하고 사람만 보면 도망갈 법도 한데, 그 아이는 처음 보는 저에게도 달려와서 몸을 부비고 밥 달라고 빤히 쳐다보더라고요. ‘이 아이는 사람한테 해코지 당한 경험이 없구나’ 라는 걸 느꼈어요.

 

책에도 썼듯이 그 날 나이든 할아버지 캣대디를 만났어요. 근처에서 만난 경찰에게 얘기를 들어보니까 매일 우유 두 통을 들고 와서 고양이에게 준다고 하더라고요. 그 중에 한 통은 언제나 다리가 하나 없는 아이의 몫이라고 해요. 우유를 줘도 몸이 불편한 그 아이는 다른 고양이들에게 밀려서 먹지를 못하니까 발을 쿵쿵 굴러서 다른 아이들을 내쫓더라고요. 그러고 나서 몸이 불편한 아이부터 먹이는 거예요. 그 할아버지를 보면서 ‘저 나이 많은 할아버지가 한 마리의 고양이를 위해서 매일 우유 한 통을 들고 오는 마음은 무얼까’ 라는 생각을 많이 했어요. 저는 기껏해야 그 고양이에게 크림치즈 한 조각을 준 게 전부이지만, 아직까지도 그 고양이의 눈빛이 생각나요. 사람을 두려워하지 않는 눈빛, 사람을 믿는 눈빛. ‘너는 나에게 도움을 주고 우유를 주는 존재야’ 라는 따뜻한 눈빛. 아직까지도 그 눈빛을 잊을 수가 없어요.


그리고 일본의 히메지마라는 고양이 섬에 갔을 때 만났던 고양이들도 기억나요. 숙소와 가까운 곳에 있는 방파제에 20여 마리의 고양이가 머물고 있었는데, 그곳에 3일 동안 머물면서 반찬으로 나온 생선을 그 아이들에게 나눠줬어요. 어떤 날은 부슬비를 맞으면서 먹이를 먹는 아이들을 보는데, 슬퍼 보이기도 하고 기특해 보이기도 하고 참 낯선 느낌이 들었어요. ‘한국의 양평에서 온 고양이 작가가 내려놓은 생선 반찬을 히메지마의 고양이들이 먹는 풍경, 이건 뭘까’ 라는 생각을 하면서 고양이를 바라봤던 기억이 나요. 그 아이들은 먹이를 주는 사람이 없으면 바닷물에 발을 적셔가면서 파도에 떠밀려 오는 물고기 사체를 먹어야하거든요. 그 광경을 보면서 마음이 짠해지기도 했죠.

 

작가님께서 보셨던 그 풍경과 느끼셨던 감성을 좇아서 고양이 여행을 떠나는 독자들도 있을 것 같습니다. 추천해 주고 싶은 여행지는 어디인가요?


개인적으로는 모로코의 쉐프샤우엔을 추천하고 싶은데요. 표지 사진으로도 나왔지만 도시 전체가 파란 곳이죠. 길도 파랗고 벽도 파랗고 지붕도 파랗고. 그렇다 보니까 바닷속 같기도 하고 때로는 하늘을 걷는 것 같기도 해요. 그런 골목골목마다 고양이가 있다고 생각해 보세요. 그 자체로 그림이죠. 문제는 모로코가 너무 멀다는 거죠(웃음). 한국에서 가장 가기 쉬운 곳을 추천하자면 대만의 고양이 마을을 추천하고 싶어요. 타이페이 시내에서도 한 시간 반 정도면 갈 수 있으니까 접근하기도 쉽거든요. 고양이를 좋아하는 사람들은 고양이와 직접 대면하고 쓰다듬거나 안고 싶어 할 텐데, 그런 모든 요건을 충족시켜주는 곳이 대만의 고양이 마을이라고 할 수 있어요. 커다란 야외 고양이 카페라고 생각하면 돼요.

 

국내 여행지는 어디가 좋을까요?


국내는 욕지도도 좋지만 제주도를 추천하고 싶네요. ‘김녕 미로공원’에는 열댓 마리의 고양이가 있는데, 제주도에서는 보기 드물게 모든 고양이들이 사람 친화적이에요. 만질 수도 있고 가까이에서 사진을 찍을 수도 있죠. 무릎에 올라오는 고양이들도 많고요. 또 한 곳을 추천하자면 애월에 가시면 ‘곤밥 보리밥’이라는 식당이 있어요. 『흐리고 가끔 고양이』에서 소개했던 곳인데요. 그곳에는 식당 주인 아주머니가 돌보시는 길고양이 20여 마리가 있어요. 몸 전체가 하얗고 꼬리 또는 귀에만 노란 점이 있는 정말 예쁜 아이들이죠. 저도 식당에 밥 먹으러 들어가다 말고 아이들이 너무 예뻐서 사진을 찍었던 기억이 나요.

 

『여행하고 사랑하고 고양이하라』에 실린 사진도 모두 직접 촬영하셨는데요. 그렇게 가까운 곳에서 절묘한 순간을 포착할 수 있는 노하우도 알려주세요.


고양이를 촬영하는 작가들도 그렇겠지만, 고양이와 오랫동안 연대감을 쌓으면 자연스러운 장면을 찍을 수 있는 것 같아요. 자신이 밥을 주는 고양이를 촬영할 때는 자연스럽게 그 관계가 형성되죠. 그런데 우리나라를 여행하는 동안에는 그런 사진을 찍기가 어려워요. 처음 만나는 사람이니까 도망가 버리거든요. 그래서 제대로 된 사진을 찍기까지 오랫동안 기다려야 되고 실패율도 높죠. 『흐리고 가끔 고양이』를 2년 반 동안 작업했던 이유도 그 때문이에요. 낯선 사람을 보면 도망가고 숨어버리니까요. 한 장소를 여러 번 찾아간 끝에 찍은 사진도 많아요. 그런데 외국의 경우에는 별 다른 촬영 노하우가 필요 없다고 말할 수 있어요. 누구든지 그곳에 가면 저보다 더 잘 찍을 수 있을 거예요. 특히 모로코나 터키에 가면 고양이의 일상을 사진찍는 데 어려움이 없다고 볼 수 있어요.

 

다음에는 또 어떤 고양이의 이야기를 들려주실지, 벌써부터 궁금해집니다.


다섯 살 난 저희 아들이 열한 마리의 고양이들과 함께 괴산의 처가에서 지내고 있어요. 처음에는 길에서 구조한 고양이 세 마리가 전부였는데 그 아이들이 새끼를 낳고, 또 다른 유기묘들을 입양하다 보니 어느덧 열한 마리가 됐죠. 저희 아들은 태어날 때부터 고양이를 봤기 때문에 지금 열한 마리의 고양이들과도 친구처럼 지내요. 같이 자라고 있는 거죠. 그 성장기를 책으로 써보려고 준비하고 있어요. 지난 2년 동안 사진으로 기록해뒀죠. 아마 내년 즈음에는 독자 분들께서 만나실 수 있을 것 같아요. 그리고 지금 아내와 제가 살고 있는 집에도 다섯 마리의 고양이가 함께 사는데요, 그 이야기는 제가 아닌 아내가 쓸 계획이에요. 관찰자의 입장에서 아내가 바라 본 저와 고양이들의 관계에 대해서 쓰게 될 것 같아요. 그 외에는, 개인적으로는 이전에 여행 작가로서 했던 작업도 계속하고 싶고요. 더 늦기 전에 세 번재 시집을 내고 싶은 소망도 있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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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행하고 사랑하고 고양이하라 이용한 저 | 북폴리오
『안녕 고양이』 시리즈와 『흐리고 가끔 고양이』를 잇는 이용한 작가의 최신 고양이 에세이. 시인이자 여행가인 저자는 세계 도시와 섬, 구석구석을 떠돌아다니며 고양이를 만난 반짝이는 순간들을 애정 어린 시선으로 담았다. 누구나 인정하는 고양이의 천국 모로코와 터키, 무심한 듯 느긋하게 공존하며 살아가는 일본의 고양이 섬, 그리고 대만, 인도, 라오스까지 고양이는 고양이라서 행복하고 사람들은 고양이가 있어 행복한 6개국 30여 곳의 묘생을 기록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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글 | 임나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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