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뮤지컬 <캣츠>의 히로인, 에린 코넬

“한국 관객들은 세계에서 가장 열광적이에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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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번 <캣츠>는 매우 특별한 제작사와 함께 하는 멋진 작품이에요. 여러분에게 재미와 감동을 드리고 싶고, 관객들도 무대에서 희망을 발견하셨으면 좋겠어요.”

요즘 공연을 보면서 사람의 상상력과 그것을 무대화한 연출력에 새삼 놀라곤 합니다. 그 메커니즘을 발견하면 관객으로서도 훨씬 풍성하게 무대를 즐길 수 있죠. 그렇게 새로운 재미를 발견한 작품이 바로 뮤지컬 <캣츠>입니다. T.S.엘리엇의 우화집 『지혜로운 고양이가 되기 위한 지침서』를 토대로 만든 <캣츠>는 고양이들의 이야기입니다.

 

무대가 열리고 쓰레기로 뒤덮인 놀이터 한 구석에서 젤리클 고양이들이 한 바탕 난장을 벌이고 나면 어디선가 커다란 신발 한 짝이 투척되죠. 저는 그 순간 이른바 빵 터졌습니다. 길고양이들의 날카롭고 희한한 울음소리에 무언가 집어던지고 싶었던 적이 한 번쯤은 있지 않나요? 이제 포커스를 집어던진 사람이 아니라 그 신발에 화들짝 놀란 고양이들에게 맞추는 겁니다. 이 고양이들은 1년에 한 번씩 축제를 여는데, 사람처럼 다양한 성격에 다채로운 직업, 그만큼이나 파란만장한 삶의 경험을 지니고 있습니다. 축제에서 서로 만나 이런저런 얘기들을 하는데, 바로 이때 관객들에게도 상상력이 필요합니다. 여기는 고양이 세상, 저들은 바로 고양이라고요!  

 

에린코넬-그리자벨라

 

“한국 관객들은 정말 달라요. 세계 어느 나라 관객들보다 열광적이고 호응이 좋죠. 배우로서 관객들에게 무언가를 드리기 위해 무대에 오르는데, 오히려 매일 밤 한국 관객들을 통해 색다른 경험을 하고 있어요(웃음).

 

공연을 앞두고 분장실에서 그리자벨라 역의 에린 코넬 씨를 만났습니다. 호주 출신인 그녀는 호주는 물론 일본(<위키드> 엘파바 역)과 영국 등에서 활발하게 활동하고 있는데요. 한국 관객들의 환호에 배우로서 보람과 행복을 느끼는 모습입니다. 하지만 환경과 문화가 전혀 다른 곳에서 공연하는 것이 힘들 법도 합니다. 벌써 공연 한 달째인데 쉬는 날에는 뭘 하는지, 좋아하는 한국 음식이 있는지도 궁금하네요.


“기획사 측에서 편의를 잘 봐줘서 전혀 불편하지 않아요. 그리고 제가 만난 한국인들은 모두 친절했어요. 쉬는 날에는 배우들끼리 모여서 숙소 근처 카페에서 브런치를 먹고 얘기를 나눠요. 쇼핑을 하거나 영화를 볼 때도 있지만, <캣츠>는 노래가 많고 몸을 많이 쓰는 작품이라서 좋은 공연을 위해서는 관리를 잘 해야 하거든요. 그래서 공연이 끝나면 충분히 쉬면서 규칙적으로 생활하는 편이에요. 한국 음식 중에서는 불고기를 좋아해요. 그런데 매운 걸 못 먹는 편이라 김치는 너무 매웠어요(웃음).”

 

고양이 의상이 무척 더워 보입니다.


“그렇게 덥지는 않아요. 저는 오프닝 때 함께 춤을 춘 뒤에 그리자벨라 옷으로 다시 갈아입는데, 그때부터 혼자 무대에 서는 건 3~4번 정도거든요. 다른 고양이들은 계속 춤을 추니까 덥고 냄새도 나고(웃음) 땀이 말라서 소금기가 나올 정도지만요. 하지만 매일 공연을 하다 보면 의상도 내 일부처럼 느껴져요.” 

 

얘기가 나와서 하는 말인데, 다른 고양이에 비해서는 그리자벨라가 덜 힘들지 않을까 생각됩니다. 안무도 적고, 고양이처럼 바닥을 기지 않아도 되니까요.


“처음에는 저도 그렇게 생각했어요. ‘메모리’를 부르는 건 제가 가진 능력으로 어렵지 않다고요(웃음). 그런데 ‘메모리’를 그냥 부르는 게 아니었어요. 그리자벨라는 드라마를 갖고 있잖아요. 다른 고양이들과 여정을 함께 하면서 그리자벨라로서 감정선을 유지하고 있어야 그녀의 유약함과 자부심, 슬픔을 담아낼 수 있고, 그래야만 관객들에게 진심을 전달할 수 있으니까요. 그리고 그리자벨라는 항상 몸을 구부리고 있고, 옆으로 걸으면서 노래를 하는데 그게 무척 힘들어요. 보통 노래할 때는 횡격막을 활용하는데, 이 무대에서는 노래하는 방법을 완전히 바꿔야 하니까 이것도 도전이었죠. 발전할 수 있는 기회이기도 했고요.”

 

쉬워 보인다는 말 취소할게요(웃음). 모든 배우들이 분장을 직접 한다고 들었습니다. 그리자벨라의 드라마를 드러내기 위해서 특별히 강조하는 부분이 있나요?


“오프닝 무대를 위해서 기본 메이크업은 해둬요. 그리자벨라 분장은 추가적인 부분이라 10분이면 끝나죠. 하지만 저에게는 하나의 의식 같아요. 립스틱을 아래로 번지게 하고, 얼굴에 눈물 자국을 남기고, 주름을 그려 넣죠. 그 순간 거울을 보며 그리자벨라가 되는 거예요.”

 

에린코넬-그리자벨라

 

배우로서 <캣츠>의 매력을 물었더니, 대뜸 저더러 뭐가 재밌었는지 말해 보랍니다. 글쎄요, 스토리가 아니라 ‘고양이’에 포커스를 맞추니 그동안 보지 못했던 색다른 재미가 느껴졌습니다. 무대연출도, 무엇보다 고양이 몸짓을 제대로 구현하고 있는 배우들이 대단해 보였어요.


“맞아요, 우리는 완벽하게 고양이가 돼야만 해요. 처음 2주 동안은 서 있는 것도 허용이 되지 않고, 노래나 춤이 아니라 기어 다니면서 고양이의 움직임을 배웠어요. 그 과정을 제대로 마치면 그때야 서서 움직일 수 있었죠. 연출가가 오랫동안 <캣츠>를 맡아 왔는데 항상 고양이의 야성을 강조했어요. 그리자벨라는 무대에 서 있지만 저도 똑같은 과정을 거쳤죠. 그리고 배우들끼리 사이가 무척 좋아요. 이 공연을 위해 여러 나라 출신 배우들이 모였는데, 다들 놀라운 실력을 갖추고 있어요. 서로 의지하고 존중하고 아껴주는 기운이 관객들에게도 영향을 미치지 않을까 생각해요.”

 

<캣츠>는 이번이 처음이라고 들었는데, 다음에 다른 고양이를 연기하고픈 생각이 있나요?


“아니요(웃음). 저는 항상 그리자벨라를 꿈꿨어요. 8살 때부터 뮤지컬 배우를 꿈꾸며 연습했는데, 어릴 때 본 비디오에서 그리자벨라를 보고 그야말로 반했거든요. ‘메모리’는 정말 아름다운 곡이잖아요. 그래서 언젠가 그리자벨라가 돼서 ‘메모리’를 부르겠다고 생각했어요. 꿈이 현실이 된 거죠. 이 작품은 고양이마다 캐릭터가 분명하고 각각의 책임이 있는데, 저는 드라마를 안고 가는 그리자벨라가 좋아요.”

 

에린 코넬 씨는 스물여덟 살. 늙고 초라해진 모습으로 과거를 떠올리는 그리자벨라를 연기하기에는 다소 어린 감도 있습니다. 인터뷰를 하는 내내 밝고 활달한데, 무대 위에서 슬픔을 안고 가기가 힘들지는 않나요?


“평소에는 활발하고 사람들도 좋아해요. 그런데 그리자벨라를 연습하는 동안에는 슬프고 우울해졌죠. 매우 감성적인 캐릭터라서 그 슬픔에 영향을 받게 되거든요. 그래서 무대가 익숙해진 뒤에는 공연을 하는 동안에는 완벽한 그리자벨라가 되지만 쇼가 끝나고 집에 갈 때는 그리자벨라를 극장에 남겨두기로 했어요(웃음). 지금은 그런 통제를 할 수 있게 됐어요.”

 

에린코넬-그리자벨라

 

모두에게 외면 받던 그리자벨라는 다시 태어날 수 있는 기회를 얻습니다. 그녀처럼 다시 태어날 수 있다면 무언가 다른 것을 시도할 건가요?


“우주 비행사(웃음)? 배우 외에 다른 건 생각할 수 없을 것 같아요. 사실 오늘 오전에 부모님과 친척들이 출국했어요. 제가 뮤지컬 배우가 되기까지 가족들의 많은 희생이 있었어요. 오랜 시간 돈과 노력을 아끼지 않았죠. 그들은 언젠가 제가 뮤지컬 배우가 되는 걸 보기 위해서 그 모든 걸 참아냈을 거예요. 그리고 직접 한국에 와서 객석에 앉아 무대 위에서 제가 ‘메모리’를 노래하는 걸 봤죠. 우리 모두에게 무척 색다른 경험이었어요.”

 

서울 공연이 끝나면 연말까지 전국 투어 공연이 이어집니다. 앞으로 만나게 될 한국 관객들에게 짧은 인사를 부탁할게요.


“며칠 전에 무대에서 제가 부르는 ‘메모리’를 들으며 눈물 흘리는 관객을 봤다고 동료가 전해줬어요. 저는 노래할 때 하늘을 봐야 하기 때문에 객석을 볼 수 없거든요. 그 얘기를 듣고 저도 무척 감동받았죠. 이번 <캣츠>는 매우 특별한 제작사와 함께 하는 멋진 작품이에요. 여러분에게 재미와 감동을 드리고 싶고, 관객들도 무대에서 희망을 발견하셨으면 좋겠어요.”
 
뮤지컬 배우의 생각과 생활은 국적을 떠나 비슷한 것 같죠? 뮤지컬 <캣츠>는 8월 24일 서울(블루스퀘어 삼성전자홀) 공연이 끝나면 연말까지 대구, 부산, 울산, 전주, 대전 등 지방공연이 이어집니다. 세계에서 모여든 스타 고양이들이 반년 동안 우리나라 곳곳을 누비며 재미와 감동을 흩뿌리는 셈이죠. 럼 텀 터거 역의 얼 그레고리를 비롯해 주요 캐릭터들이 이미 세계 <캣츠> 무대에서 주목 받았던 만큼 배우들은 연기와 춤, 노래에서 모두 최상의 모습을 보여주고 있습니다.

 

특히 우리 관객들과 함께 호흡하기 위한 고양이들의 세심함은 놀라울 정도인데요. 객석 곳곳을 돌아다니며 짓궂은 장난을 치기고 하고(관객의 비명이 들릴 때도 있어요.), 한국어로 대사를 하는가 하면 아기 고양이 실라밥은 ‘메모리’를 한국어로 부릅니다. 무엇보다 완벽하게 고양이로 변신한 그들은 가장 큰 볼거리이죠. 유연하고 요염하고 탄성도 좋아요. 고양이 중에 세상에서 가장 오래 살고 있다는 뮤지컬 <캣츠>. 이번 기회에 한 번 제대로 만나 보시죠. 참, 상상력은 꼭 챙겨 가자고요! 

 

캣츠

 

 

 

캣츠.jpg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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글 | 윤하정

"공연 보느라 영화 볼 시간이 없다.."는 공연 칼럼니스트, 문화전문기자. 저서로는 <지금 당신의 무대는 어디입니까?>, 공연 소개하는 여자 윤하정의 <공연을 보러 떠나는 유럽> , 공연 소개하는 여자 윤하정의 <축제를 즐기러 떠나는 유럽>, 공연 소개하는 여자 윤하정의 <예술이 좋아 떠나는 유럽> 이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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