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베르나르 베르베르의 18가지 질문, 『나무』

한국인이 사랑하는 프랑스 작가, 베르나르 베르베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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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의 목적을 ‘답을 제시하는 것이 아니라 질문을 던지는 것’이라 정의할 수 있다면, 베르나르 베르베르의 『나무』는 이러한 목적에 가장 가까이 다가간 작품이라 할 수 있다.

2014년 예스24 대학생 리포터들이 ‘10년 전 베스트셀러’라는 제목으로
2004년 큰 인기를 모았던 책들을 소개합니다. (이번 회로 막을 내립니다)

 

흔히 베르나르 베르베르는 ‘프랑스보다 한국에서 더 많은 사랑을 받는 프랑스 작가’로 알려져 있다. 실제로 작가 스스로 2013년 방한 당시 “나를 이해하는 사람들이 프랑스보다 한국에 더 많다”는 말까지 했을 정도이니, 그는 단연 ‘한국인이 사랑하는 외국 작가’ 중 한 사람이다. 책 『제 3인류』로 현재까지도 이어지고 있는 그의 이러한 인기는 어떻게 설명해야 할까. 10년 만에 다시 읽는 그의 2004년 베스트셀러 『나무』에서 답을 찾을 수 있었다.

 

초등학교 시절에 다른 아이들은 나에게 이야기를 지어 달라고 부탁하기가 일쑤였다. 그러면 나는 대개 이런 식으로 시작하는 이야기를 들려주었다. <그는 아무 생각 없이 문을 열었다가 너무 놀라서 입을 다물지 못했어…….>

세월이 흐르면서 그 이야기들은 갈수록 환상적인 것으로 변했다. 그러다가 그것들은 하나의 게임이 되었다. 사람들에게 어떤 문제를 제기하고 뜻밖의 해법을 찾아내게 하는 게임 말이다.
(『나무』 7쪽)

 

『나무』에서 베르나르 베르베르는 현대 사회 혹은 인간 본연의 문제에 대한 깊은 성찰을 그 특유의 독특한 상상력으로 이끌어내고 있다. 이전 작품에서부터 꾸준히 보여주었던 그의 ‘환상’은 책 『나무』에서 정점을 찍고 있다. 일견 황당해 보이고 끔찍하게까지 느껴지는 환상 속에서 현실과의 접점을 찾게 될 때, 독자들은 책 『나무』가 이야기이기에 앞서 ‘베르나르 베르베르가 독자에게 던지는 열여덟 가지 질문’임을 깨닫게 된다. 결국, 책 『나무』를 읽는 즐거움은 ‘우리가 학문이라 부르는 것이 사실은 인간을 한계 짓고 있지 않은가’, ‘고령화 사회의 문제점을 극단으로 몰고 갔을 때, 우리는 어떤 결론에 목도하게 될 것인가‘ 와 같은 질문에 끊임없이 대답하는 데 있다.

 

 

나무

 

 

한계 없는 상상력의 바탕은 인간과 현실에 대한 성찰


「투명 피부」는 생체를 투명하게 만드는 실험을 하던 주인공이 마지막 실험 대상을 자기 자신을 투명하게 만들면서 생기는 일종의 소동을 담았다. 사실상 더욱 ‘진실한’ 몸을 갖게 되었을 뿐이지만, 그는 사람들에게 외면을 받고 서커스의 구경거리로 살아가게 된다. 이 이야기에서 던지는 ‘투명한 몸을 바라볼 수 있는가’라는 질문은, 궁극적으로 ‘인간은 진정으로 자기 자신을 바라보고 싶어 하는가’라는 질문으로 환원된다.

 

“말하자면 나는 살가죽을 한두 꺼풀 벗기고 보면 우리 인간의 모습이 진정 어떠한지를 그들에게 일깨워 준 셈이다. 내 모습은 하나의 진실이지만, 아무도 그것을 정면으로 바라볼 준비가 되어 있지 않았다.” (『나무』 57쪽)

 

「황혼의 반란」은 고령화 시대의 여러 문제점이 심화되자 노인 배척 운동이 시작되고, 이로 인해 노인들이 CDPD(휴식.평화.안락 센터)에 강제로 끌려가게 되는 이야기를 담고 있다. 프레드와 뤼세트를 시작으로 힘을 모으게 된 노인들은 <흰여우들>을 조직한다.

 

이들은 “우리를 존중해 주십시오. 우리를 사랑해 주십시오. (……) 만일 인간이 가장 약한 자들을 죽인다면, 인간의 모듬살이는 아무 쓸모가 없습니다. 노인을 배척하는 법률들을 철폐합시다. 우리를 제거하기보다 활용할 생각을 하십시오.” (『나무』 92쪽)와 같은 전단으로 선전 활동을 전개하기도 한다. 그러나 이 황혼의 반란은, 강경하고 잔인한 정부의 대응으로 결국 실패한다. ‘고령화’라는 자명한 현실을 극단까지 끌고 간 「황혼의 반란」은, 그저 상상력이 빚어낸 환상이라고 치부하기 어려울 정도로 구석구석 현실과의 접점을 보여주고 있다. 프레드의 마지막 말(“너도 언젠가는 늙은이가 될 게다.”)에서 자유로울 수 있는 인간이 과연 있을까?

 

나무

 

 

베르나르 베르베르가 독자에게 묻다


이 책의 프랑스 어판 제목이기도 한 「가능성의 나무」는 이 책에서 가장 직접적으로 베르나르 베르베르의 ‘질문’이 드러나는 작품이다. 그는 역사에는 순환이 있고, 때문에 이미 일어난 일에 대해 깊이 사고한다면 앞으로 일어날 사건들을 예측할 수 있다는 가정을 바탕으로 ‘가능성의 나무’를 상상한다. 다양한 분야의 전문가들이 지식과 직관을 결합하여 만든 나무 모양의 도표. 이 나무는 “미래에 지구와 인류와 인류의 의식에 일어날 수 있는 모든 일을 표시한 수형도”라고 할 수 있다.

 

“몇 수 앞을 내다보며 최선의 응수를 찾아내는 체스 프로그램의 원리를 이용하면 인류가 나아갈 최선의 길을 보여 주는 프로그램을 만드는 게 가능하리라는 생각이 들었다.” (『나무』 133쪽)

 

「수의 신비」는 베르나르 베르베르가 조카와 이야기를 나누던 중 탄생했다. 10까지 셀 줄 아는 아이들과 그보다 큰 수를 셀 줄 아는 아이들 사이에 서열이 존재한다는 조카의 말에서 시작된 이 작품은, 숫자가 모든 것의 바탕이 되는 사회를 통해 ‘진리’의 의미를 파헤친다. ‘수는 한계가 없다’는 진리를 알게 된 뱅상은, 진리로 통하는 길인 줄 알았던 학문이 한낱 감옥이었음을 깨달으며 학문과 진리에 대한 우리의 고찰을 요구한다.

 

“하지만 이제 정신의 천장이 높아지고 보니, 그 모든 지식이 한낱 감옥일 뿐이었다는 생각이 들었다. 그들이 줄을 조금씩 늘여 준 것은 고마운 일이지만, 그를 여전히 매어 두고 있는 한 그것은 어디까지나 속박일 뿐이었다. 우리는 줄에 매이지 않고도 살 수 있다. 지식을 탐구하기 위해 공인된 과학자가 될 필요는 없다. 그저 자유롭다는 것만으로 자격은 충분하다. 무릇 학문이란 자유의 행위여야 한다고 그는 생각했다. 미리 짜놓은 틀이나 숭배의 대상이나 지배자나 선입견에 속박되지 않고 스스로 생각하는 자유, 그런 자유가 보장될 때 학문은 비로소 존재하게 된다.” (『나무』 158쪽)

 

진리를 탐구하지만 오히려 이 때문에 배척당하는 뱅상을 통해 독자들은 과연 우리가 ‘알고 있다’고 믿는 것을 정말 ‘알고 있는 것’인지, 진리를 알지 못하는 것이 아니라 사실은 알기를 거부하고 있는 것은 아닌지 다시 한 번 생각해보게 된다.

 

이 밖에도 “사물은 우리가 그것에 이름을 붙일 때 비로소 존재한다”는 흔한 명제를 기묘하게 그려낸 「허깨비의 세계」, 자기중심적 사고를 극단으로 끌고 가 반전으로 완성한 「암흑」, 주객전도된 이해관계로 굴러가는 사회를 비판한 「그 주인에 그 사자」, 베르나르 베르베르 특유의 ‘인간과 다른 존재들의 시선을 빌어 인간에 관해 이야기하는’ 이른바 ‘인류에 대한 외래적 시선’의 기법이 잘 나타나 있는 「그들을 사랑하는 법을 배우자」 등 상상력의 끝을 보여주는 다양한 작품들이 이 책 『나무』에 수록되어 있다. 책의 목적을 ‘답을 제시하는 것이 아니라 질문을 던지는 것’이라 정의할 수 있다면, 베르나르 베르베르의 『나무』는 이러한 목적에 가장 가까이 다가간 작품이라 할 수 있다.

 

 

 

 

 

나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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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무 베르나르 베르베르 저/뫼비우스 그림/이세욱 역 | 열린책들
『개미』『뇌』등 국내에서 폭발적인 반응을 얻어 온 베르베르의 소설집. 이 책은 9쪽에 불과한 '사람을 찾습니다' 등 10~20쪽 분량의 짧은 단편들을 모아 두었다. 다른 행성 과학자 눈에 비친 '야생인간'의 관습을 다룬 '그들을 사랑하는 법을 배우자', 유전자 조작을 거쳐 애완용으로 거듭난 사자들을 줄에 매어 끌고 다니는 상황을 설정한 '그 주인에 그 사자' 등 다채로운 빛깔의 단편소설들이 수록되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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