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강수돌 교수 “농촌에서 아이를 키워야 하는 이유”

『잘 산다는 것』 저자 강수돌 교수 무너진 농촌 공동체 바로세워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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강수돌 교수는 돈벌이 경제가 아니라 살림살이 경제를 생각해야 한다고 강조한다. 그는 예전부터 대기업 위주의 수출 주도 경제를 비판하고 부자와 빈자가 함께 잘 살 수 있는 살림살이 경제를 주장했다. 『잘 산다는 것』은 청소년의 눈에 맞춰 쓴 경제 입문서다.

에릭 홉스봄은 20세기를 ‘극단의 시대’라고 정의했다. 세계적으로 절차적 민주주의가 확대되고 부가 늘어난 것처럼 보였지만 양차 세계대전을 비롯해 전쟁은 끊이지 않았고 빈국과 부국의 격차 또한 확대되었다. 밝은 면과 어두운 면이 공존한 20세기의 모습은 지금도 이어지고 있다.

 

한국사회 역시 극단의 시대 속에 있다. 식민지로 전락하기도 했고, 전 국토가 전쟁으로 초토화되었지만 빠르게 회복했다. 경제 규모로 10위 권, 1인당 국민소득 기준으로 30위 권으로 먹고사는 데는 문제가 없는 사회로 탈바꿈했다. 동시에 노동시간이 가장 긴 사회, 자살률이 가장 높은 사회 등의 불명예스러운 타이틀도 함께 얻었다.

 

빠르게 근대화와 도시화, 경제성장을 이루면서 한국사회가 잃어버린 건 무엇일까. 강수돌 교수는 이를 치열하게 고민해온 학자다. 경제학자인 그는 문제를 이론적으로만 고찰하는 데 그치지 않고 직접 실천했다. 돈의 경영이 아닌 삶의 경영을, 화폐 경제가 아니라 살림 경제를 주장해온 강수돌 교수는 신안1리 마을 이장으로 고층 아파트 반대 운동과 마을 공동체 운동에 앞장서기도 했다. 지금도 시골에서 귀틀집을 짓고 텃밭을 가꾸면서 살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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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장으로서 마을 공동체 지키기 운동한 게 기억에 남아


『잘 산다는 것』아 어린이, 청소년을 대상으로 쓴 책입니다. 책을 쓰면서 특별히 염두에 둔 점이 있을까요?

 

크게 두 가지 점을 염두에 두었죠. 하나는 우리가 ‘경제’를 생각할 때 좀 어렵다는 생각이 들기 때문에 청소년들이 경제를 쉽게 이해하도록 써야겠다는 것이고요. 또 다른 하나는 ‘경제’라 하면 부자 되는 것에 초점을 맞추는 경향이 있는데, 제대로 잘 사는 것, 즉 행복한 살림살이라는 시각에서 경제를 보는 눈을 길러주어야 하지 않을까, 이런 생각이었습니다.
 
이장님으로도 유명하잖아요. 5년간 이장을 하면서 가장 기억에 남는 일은 무엇이었나요?

 

책에도 자세히 써 놓았지만, 시골 마을 어르신들과 함께 마을 공동체를 지키고자 희로애락을 함께 나눴던 일이 가장 기억에 남죠. 대개 시골 어르신들은 농사만 짓거나 개발 비리 같은 것을 잘 모르시잖아요? 혹시 그런 걸 알더라도 ‘내가 나서서 무슨 소용이 있나? 그냥 참고 말지.’ 뭐 이런 식으로 생각하기 쉽거든요. 그런데 제가 나서서 ‘우리 마을에 1,000 가구 가까운 아파트 사업이 진행되고 있는데, 주민들이 아무도 모르게, 그것도 가짜 서류를 만들어 토지 용도까지 바꿔서 아파트를 지으려 한다. 우리가 나서서 막아야 아름다운 자연환경을 비롯해 마을 공동체가 제대로 유지된다.’는 취지의 말씀을 드리니 마을 분들이 ‘그렇다면 당신이 이장이 되어 같이 싸워 보자.’고 하셨거든요. 그렇게 나서서 군청과 도청을 오가며 시위도 하고 도지사 면담도 하고 시가행진도 하는 등 온갖 집단행동을 다 했죠. 우리가 원하는 결과는 얻지 못했지만, 건설사와 당국의 온갖 탄압을 받아가면서도 시골 어르신들이 저를 믿고 따르며 함께 마을 공동체 지키기 운동을 한 것 자체가 제 인생에 아주 소중한 기억으로 남아 있어요.

 

지금은 농촌에서 살고 있습니다. 도시에서의 삶, 농촌에서의 삶은 어떤 점이 다를까요?

 

대개 농촌이 발전하면 도시가 되는 걸로 알고 있죠. 실제로 그렇게 진행이 되기도 하고요. 그런데 곰곰이 살펴보면, 도시화가 진행되면서 잃어버리는 게 너무나 많아요. 예컨대, ‘이웃사촌’이라는 개념이 사라지고 모두가 한강 변 모래알처럼 낱낱이 개인화되어버려요. 상부상조의 전통이나 마을 공동체 문화가 사라지죠. 그리고 봄이면 개나리, 진달래, 복숭아꽃, 살구꽃이 피던 아름다운 자연환경도 하나씩 사라지고 말아요. 도시화가 되면 자동차, 백화점, 높은 건물, 아파트 단지 등 온갖 편리한 것들, 화려한 것들은 많이 생기지만 사람과 사람, 사람과 자연의 관계가 나빠지는 것이죠. 그래서 필요한 것이, 자연환경이 아름다운 농촌 공동체와 인간 삶에 필요한 각종 편의 시설 등 도시적 공간이 조화롭게 결합한 ‘전원도시 공동체’ 같은 것이 많이 만들어지는 것이라 봅니다.


농촌에서 아이를 키워야 하는 이유


많은 사람이 농촌을 동경하면서도, 가장 망설이는 게 교육 문제일 텐데요. 교수님의 아이들은 농촌에서의 삶을 어떻게 보냈을까요?

 

결혼 뒤 처음엔 서울과 과천에서 살다가 다음엔 청주를 거쳐 마지막으로 조치원이라는 시골 마을로 영구히 옮겼죠. 3명의 아이가 모두 시골의 작은 학교에서 졸업했어요. 지금은 큰 아이는 대학에서 재즈 피아노 공부를 하고 있고, 둘째는 빵 만드는 기술을 배우는 전문학교에 다니고, 막내는 대학 진학을 하지 않고 유기농 농사일을 즐겁게 배우고 있어요. 모두 다 자신의 선택이었고 엄마나 아빠는 그 선택을 존중하고 힘껏 지원해주지요. 어릴 적에 시골의 작은 학교, 또, 학교를 오가는 가운데 논밭을 지나다니며 생활을 했던 우리 아이들이 모두 건강하고 활발하게 잘 큰 것을 보면, ‘아이를 제대로 키우려면 시골로 가라.’고 권하고 싶어요. 농촌이나 시골이 갖는 장점은 여러 가지죠. 


첫째, 자연은 최고의 교과서이죠. 개구리 소리, 새 소리, 지렁이, 나비, 벌, 꽃, 나무, 심지어 흙냄새까지도 모두 살아 있는 것이고 이것이 아이들에게 호기심도 자극하고 뭔가 다양한 체험을 하게 도와주죠. 둘째, 도시처럼 인공적인 것이 적다 보니 아이들이 창의적으로 놀이를 만들어서 놀아요. 학원 다니는 친구들도 별로 없으니 서로 놀기에도 더욱 좋고요. 같이 어울려 서로 재미있게 놀다 보면 가끔 싸우기도 하지만 서서히 협동심도 생기고 사회성도 커지죠. 물론, 요즘은 시골도 많이 변했지만요. 셋째, 여러 학자도 얘기하지만, 아이들이 어릴 적부터 학교와 학원을 오가며 공부에만 시달리면 자신의 꿈도 키울 수 없고 나중엔 꿈이 뭔지도 모른 채 부모나 사회가 가라는 곳에만 가기 쉬워요. 왜 가야 하는지도 모르면서 말이죠. 그런데 아이들이 실컷 놀다 보면 나중엔 자연스럽게 스스로 하고 싶은 것도 찾게 되고 일단 목표나 꿈이 정해지면 누가 말려도 스스로 열심히 해요. 삶의 주도성이나 자율성이 생기는 것이죠. 삶의 자율성은 협동심과 더불어 사람이 사람답게 사는 데 꼭 필요한 두 요소이죠. 이런 점들만 보아도 아이들이 시골에서 자유롭게 뛰어놀면서 잘 크는 것이 교육에도 도움이 된다고 보아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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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래전부터 돈이 아니라 살림이 중요하다고 강조했습니다. 돈의 경제학과 살림의 경제학은 어떤 점에서 차이가 있을까요?

 

보통 우리가 알고 있는 개념이 돈의 경제학이죠. 경제는 곧 돈벌이라는 시각입니다. 예컨대, 기업이 수익을 높이고 나라가 수출을 많이 해 외화를 많이 벌고 개인도 월급을 많이 받으면 경제가 잘 돌아간다고 말하죠. 주식시장이 활발하고 주가가 올라가면 경제가 호황이라 하죠. 나라 전체적으로는 GNP나 GDP가 올라가면 경제가 성장한다며 좋아하지요. 그런데 이런 돈벌이 경제가 놓치고 있는 게 있어요. 그것은 돈벌이 경제가 잘 돌아가려면 정리해고가 많이 일어나고 비정규직이 늘어나며 살아남은 자들의 노동시간이나 노동 강도가 올라가야 한다는 사실이죠. 실제로, 어느 기업에서 비용절감과 수익증대를 위해 정리해고를 한다고 발표하면 그 기업의 주가가 폭등하는 데서도 알 수 있듯이, 돈벌이 경제와 살림살이 경제는 완전 딴판이죠. 뿐만 아니라 돈벌이 때문에 가정과 직장의 균형도 무너지고 산재 사고나 일중독과 같은 것도 확산되며, 갈수록 (학생이나 직장인이나) 사람들끼리의 경쟁도 치열해지죠. 더 장기적으로는 산과 강물, 바다와 땅, 공기 등 모든 삶의 토대인 자연 생태계마저 파괴되기 일쑤입니다. 바로 이런 부분이 살림살이 경제인데, 돈벌이 경제로 말미암아 이것이 심각하게 훼손되고 있어요.


원래 경제라는 말도 경세제민, 즉 세상을 잘 다스려 백성을 구제한다, 백성이 잘 먹고 살도록 돕는다, 이런 뜻이 있지 않습니까? 서양말의 이코노미(economy) 역시 마찬가지죠. 이코노미란 말 자체가 원래 오이코스(가정, 살림)와 노모스(경영, 관리)에서 온 말이거든요. 동양의 경세제민이나 서양말 이코노미가 모두 ‘살림살이’란 뜻이 있는 셈이죠. 이런 뜻에서 저는 살림살이 경제가 원래의 모습인데, 자본주의 사회가 발전하면서 오로지 돈벌이 경제만 강조되다 보니, 우리가 오늘날 아주 왜곡되고 잘못된 경제관념을 갖게 되었다고 봅니다.


그렇다고 제가 돈벌이를 아주 무시하는 건 아닙니다. 사실, 돈벌이라는 것도 살림살이를 행복하게 만들기 위해 있는 것이죠. 중요한 것은 주객을 바로 잡아야 한다는 것입니다. 살림살이 또는 삶이 목적이고, 돈이란 그것을 위한 수단에 불과하죠. 그런데 오늘날 우리는 돈이 목적이고 그 목적을 위해 삶을 수단시, 도구시하는 그런 세상에 살게 되었어요. 그러다 보니, 개인이나 사회 전체가 ‘사람 사는 맛’이 잘 나지 않고 구석구석에 ‘돈 냄새’만 풍기는 게 아니겠어요? 지난 4월 16일에 발생한 ‘세월호 참사’조차 알고 보니, (청해진해운과 언딘 회사, 해경 사이의 관계 등에서 알 수 있듯이) 결국은 ‘돈벌이 경제’ 때문에 애꿎은 302명의 소중한 생명이 우리의 눈앞에서 희생당한 것 아니겠습니까? 죽은 학생들이나 어른들을 생각하면 너무나 슬프고 안타까워 말이 잘 나오지 않습니다만, 이번 세월호 사건은 돈벌이 경제 때문에 대한민국이라는 배 자체가 거의 파산 직전임을 온몸으로 고발한 사건이 아닌가, 이런 생각이 듭니다.

 

책에서 IMF 구제금융, 세계에서 벌어지는 전쟁의 본질을 꿰뚫었습니다. 성인들도 잘  이해하지 못하는 복잡한 부분을 명쾌하게 짚었는데요. 그렇지만, 너무나 커다란 이야기라 개인은 무력감을 느낄 수밖에 없기도 합니다. 개인이 살림 경제라는 면에서 실천할 수 있는 일은 무엇이 있을까요?

 

살림살이 경제의 본질은 모든 ‘생명’을 중시하는 것입니다. 내가 살기 위해서라도 남들도 살아야 하고, 또 인간 전체가 잘살기 위해서라도 자연 생태계가 건강해야 한다는 기본 원리를 깔고 있지요. 그러니 다른 말로, ‘더불어 살자’라고 하는 공존공생의 경제가 곧 살림살이 경제라 할 수 있습니다. 이런 원리에 기초할 때, 세월호 참사 같은 일은 물론, 직접 사람을 죽이는 전쟁이란 절대 있어서는 안 되는 일이죠. IMF 구제금융은 전쟁과 성격은 다릅니다만, 이것도 결국은 세계적 차원의 돈벌이 경제를 관리하는 조직에 불과하죠. 돈 많은 선진국이 어려운 나라에 돈을 빌려주면서 이른바 ‘구조조정’이란 것을 강요하는데, 알고 보니 그것은 개방화, 탈규제화, 민영화, 유연화 같은 것을 통해 세계적 차원의 돈벌이, 특히 초국적 기업이나 세계금융자본의 돈벌이를 더욱 유리하게 만들어주는 변화들이죠. 예컨대, 세월호라는 배도 일본에서 수입된 낡은 배였는데(이미 18년 된 것), 원래 사용 연한이 20년밖에 안 되는데도 이명박 정부 시절에 친기업 정책의 일환으로 ‘탈규제화’를 한답시고 30년으로 사용기한을 늘리는 바람에 이미 사고가 나게 되어 있었던 거죠.


이런 상황에서 우리가 할 일은, 첫째로, 돈벌이 경제의 문제점을 정확히 알고 올바른 경제인 살림살이 경제를 활성화해야 한다고 신념을 갖는 것, 즉, 살림살이 경제에 관한 공부를 착실히 하는 것, 둘째로, 연필 한 자루, 종이 한 장, 물 한 방울, 전구 하나라도 절약하는 실천이 필요하고요, 셋째로, 친구나 주변 사람과 상부상조하고 좋은 것을 서로 나누며 살아야겠죠. 넷째로, ‘아나바다’ 장터 같은 것이나 생협(생활협동조합), 농민 직거래 장터, 공정무역, 착한 소비, 협동조합, 사회적 기업 등과 같은 사회적 실천 운동에 관심을 갖고 직접 참여하는 것도 좋아요. 요컨대, 돈벌이 경제보다 살림살이 경제를 활성화하는 데에 동참하는 것, 이것은 나를 살리고 이웃도 살리며 지구를 살리는 길이랍니다.


한국사회가 잃어버린, 되찾아야 하는 가치


농촌, 먹거리 문제를 지적하는 부분도 인상적이었는데요. 그럼에도 여전히 대한민국은 농촌, 먹거리 문제에 둔감한 것 같습니다. 여러 복잡한 문제가 있을 텐데요. 농촌을 살리기 위해서 가장 필요한 게 무엇일까요. 예를 들어, 어떤 주체가 어떤 행동을 해야 한다든지 하는.

 

우리가 아무리 과학 기술이 발달하고 선진국이 된다 해도 배가 고프면 밥을 먹어야 하거든요. 농촌, 농민, 농사, 농업을 경시한다면 결국은 우리가 스스로 무덤을 파는 꼴이 아닐까 합니다. 현재 우리나라의 식량자급률은 25%도 안 된다고 하지요. 엣 말에 ‘곳간에서 인심 난다.’고 했는데, 나라 전체의 곳간이 든든해야 사람들의 삶의 질이나 행복도도 높아지지 않겠어요? 그런데 오늘날 돈벌이 경제는 자동차, 컴퓨터, 휴대폰 같은 것만 많이 만들어 돈을 많이 벌면 그것으로 식량 같은 건 모두 사 먹으면 된다고 생각하죠.
 

그런데 세계 곡물 시장의 가격은 부단히 올라가게 되어 있죠. 게다가 수입 농산물은 결코 건강하지 않아요. 농약(살충제), 제초제, 방부제, 환경호르몬 덩어리가 많아요. 또, 해외에서 수입하는 과정에 에너지를 많이 낭비하죠. 나아가, 설사 비싸고 해로운 것이라도 좋으니 굶어 죽지 않도록 우리에게 농산물 팔라고 해도 미국이나 중국이 ‘너희들, 우리말 잘 안 들었으니 안 팔겠다.’고 버티면 우리는 돈을 들고도 굶주릴 수가 있어요. 이게 ‘식량안보’라는 거죠. 이 모든 점을 생각해보면 우리는 돈벌이 경제에 눈이 멀어 진짜 살림살이의 근본을 잊고 있는 게 아닌가 합니다.
 

농촌을 살리려면 가장 먼저 정부가 국정과제의 1번으로 ‘식량자급률 80% 운동’ 같은 걸 해야 한다고 봅니다. 남미의 쿠바가 가장 좋은 사례죠. 1990년대 초에 소련과 관계가 끊기면서 쿠바는 굶주림의 위기에 처했어요. 이에, 대통령부터 시골 농민에 이르기까지 모두가 땅이라고 생긴 곳이 있으면 모두 일구어 유기농으로 곡식, 과일, 채소를 생산하기 시작했어요. 약 20년이 지난 지금은 쿠바의 식량자급률이 95%라고 하잖아요. 놀라운 일이죠. 우리도 못할 것은 없어요. 의지와 지혜를 모으면 얼마든지 가능합니다.
 

다음으로 중요한 것은 가정, 학교, 회사 같은 데서 보다 조직적으로 우리 농산물 생산자와 긴밀한 관계를 맺고 직거래 운동을 벌이는 것이죠. 중간에 농협 같은 조직이 다리 역할을 하면 더욱 좋죠. 게다가 학생들이나 군인들이 봄이나 가을의 농번기에 대대적으로 농촌 일손 돕기 운동 같은 것을 해도 좋을 것 같아요. 한 가정의 밥상을 엄마나 아빠가 차린다면, 온 사회의 밥상은 농민이 차리는 것이 아니겠어요? 그러니 모두가 협동하여 온 사회의 밥상을 건강하게 차리는 데 힘을 모아야겠지요?
 

끝으로, 그간 돈벌이 경제 때문에 무너져버린 농어촌 공동체를 새롭게 세우기 위해 특히 젊은 사람들의 귀농, 귀촌을 권장, 장려하는 운동을 벌일 필요도 있어요. 농어촌이 살기 좋은 곳이 되도록 각종 교육, 문화 인프라 같은 것도 많이 구축하면 더욱 도움이 되겠죠. 앞에서 말한 ‘전원도시 공동체’ 같은 것들이 많이 생겨나야죠. 물론, 난개발이나 부동산 투기, 자연 파괴 같은 것이 일어나지 않도록 극도로 조심하면서 말이죠.

 

책을 보니 현대인들이 놓치고 있는 게 많다고 느꼈습니다. 현대 한국인들이 바쁘게 살면서 놓치고 있는 가장 큰 것은 무엇일까요?

 

가장 큰 것이라고 물으시니, 딱 하나만 말씀 드리죠. 그것은 삶의 목적이 무엇인가 하는 질문입니다. 이 질문을 놓치고 산다는 것이죠. 삶의 목적이 뭘까요? 단연코 그것은 ‘행복’ 아니겠습니까? 우리가 아이나 어른이나 날마다 열심히 공부하고 열심히 일하는 것도 모두 행복하고자 그런 것이죠. 그런데 일상에 파묻히다 보면, 열심히 공부하거나 일하는 것 자체가 목적이 되어버리고 행복한 삶은 온 데 간 데 없어지기 일쑤입니다. 주객이 전도되는 거죠. 그렇게 한참 열심히 앞만 보고 달리다가 40대 정도 중년이 되면 갑자기 ‘내가 왜 이렇게 살고 있지?’라며 삶의 회의를 느끼게 되죠. 그러고도 별다른 대안을 찾지 못하면 ‘에이, 그냥 살던 대로 살자.’며 나머지 인생도 그저 그렇게 살아나가기 바쁘죠. 그렇게 해서 죽음의 시기가 오면 사람들은 대개 3가지를 후회한다고 해요. 첫째, 내가 주변 사람들에게 좀 더 잘해줄걸, 둘째, 왜 그렇게 바쁘게 살았지? 좀 여유롭게 살 걸, 셋째, 진짜 내가 하고 싶은 일을 하면서 살 걸... 이런 후회를 한다는 거죠. 그래서 인생을 준비하는 청소년 시기부터 이런 삶의 가치를 잘 정립하면 후회 없는 삶을 살 수 있지 않을까요?

 

현재 교수님은 경제/경영학을 연구하고 있습니다. 학문은 현상을 분석하고 미래를 어느 정도 예측하게 해줍니다. 그런 면에서 교수님께서 지금까지 봐 왔던 한국경제와, 가까운 미래에 한국경제는 어떤 방향으로 흘러갈까요?

 

굉장히 어려운 질문을 쉽게 해주셨네요, 하하. 지금까지의 한국 경제는 대기업 중심, 수출 중심, 부자 중심이라고 요약할 수 있겠죠. 1997년의 이른바 ‘IMF 경제 위기’는 그런 경제 구조가 한계에 왔으니 제대로 좀 고쳐야 한다는 메시지를 주었다고 봅니다.
 

그러면 어떻게 고치는 게 옳은가? 이 부분에서 서로 다른 의견들이 있겠지만, 살림살이 경제를 강조하는 저의 입장에서 보면, 대기업과 중소기업이 같이 살고, 수출 분야와 내수 분야가 같이 살며, 부자와 빈자 사이의 불평등이 줄어들고 좀 골고루 사는 사회를 만들어야 했다고 봅니다. 물론, 삼천리 금수강산이 삼천리 오염강산으로 변해버린 전 국토의 자연 생태계도 새롭게 복원하는 운동도 같이 일어나야죠.
 

그런데 가까운 미래를 생각하면 좀 마음이 아파요. 왜냐하면 지금의 나라 살림을 맡은 사람들이나 심지어 야당 세력조차 이런 근본적인 성찰을 하고 있지 않기 때문이죠. 바로 그 IMF 사태 이후에 변화했던 우리 경제도 결국은 대기업이나 재벌을 위한 구조조정으로 끝나고 말았죠. 지금도 진행 중이지만요. 학자들은 이걸 ‘신자유주의 구조조정’이라 하지요.
 

게다가 최근 뉴스에서도 나왔지만 우리나라 가계 부채가 1000조원이 넘었고 공공부채도 1000조 원이 넘었다고 해요. 반면에 ‘뉴스타파’에도 나왔지만, 극소수의 부자들이 해외에 숨겨 놓은 재산만 해도 약 1000조 원이어요. 한 마디로, 나라 살림살이가 엉망이라는 거죠. 대부분 돈을 번답시고 지난 50년 이상 열심히 살았지만 소수를 제외하고는 죄다 빚더미에 앉아 있는 셈이네요. 물론 그 와중에도 일부 부자들은 흥청망청 살고도 돈이 남아돈다고 해요.
 

이런 점에서 이제부터라도 대한민국이라는 커다란 배를 새롭게 이끌 정직하고 지혜로운 선장과 선원들을 잘 뽑아야 해요. 다가오는 지방 선거만이 아니라 모든 선거에서 이런 철학과 문제의식을 지닌 분들을 뽑는 게 중요하겠죠. 그러나 선거만으로는 세상이 바뀌지 않아요. 일례로, 세월호 참사와 관련한 방송을 엉터리로 하는 바람에 상처를 몇 곱절 더 받은 유가족들이 KBS에 직접 항의하러 갔더니 사장은 꼼짝도 않았죠. 그런데 그 유가족들이 청와대 앞으로 몰려가 대통령 면담을 요청하자 KBS 사장이 직접 달려왔고 보도국장도 사퇴했죠. 사람들이 뭉쳐서 움직이면 세상은 조금씩이라도 변한다는 것이죠. 나라 살림살이도 마찬가지입니다. 온 국민이 돈벌이 경제보다 살림살이 경제를 향해 작은 실천부터 큰 사회 변화까지 이뤄내고자 노력한다면 10년 뒤 한국 사회는 상당히 많이 달라질 것입니다.


지금 쓰고 있는 책이 있다면 알려주세요.
 
지금 작업 중인 책은 11년 전에 나온 『나부터 교육혁명』의 2탄입니다. 그 사이에 긴 세월이 흘렀으나 교육 현실은 크게 변하지 않았어요. 개인적, 사회적 실천이 많이 달라져야 해요. 물론, 대안학교나 혁신학교 같은 새로운 노력들, 진보 교육감, 학생 인권 조례 같은 변화도 제법 있었죠. 하지만 학생들이 경험하는 현실은 여전히 입시 중심, 경쟁 중심으로 흐르고 참된 삶의 주체로 성장하는 데 필요한 것들은 학습하지 못하고 있어요. 특히 집집마다 부모님들은 자녀 교육 걱정에 잠을 편히 주무시지 못할 정도죠. 불안과 공포, 두려움에 동요하는 부모님, 이론과 현실의 괴리에 자괴감을 느끼며 좌절하기 직전인 선생님, 그리고 삶의 좌표를 찾지 못하고 방황하는 아이들을 위해 『나부터 교육혁명』 2탄이 꼭 필요하지 않을까, 그렇게 느끼며 작업을 하고 있답니다.

 

 

* 이 인터뷰는 서면으로 진행되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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잘 산다는 것 강수돌 저 | 너머학교
『잘 산다는 것』은 강수돌 선생님이 들려주는 새로운 경제 이야기이다. 경영학을 가르치는 교수이면서 조치원 신안리 마을 이장으로 고층 아파트 반대 운동에 앞장섰던 사연으로 시작하는 이 책은 강수돌 선생님이 주창해 온 살림살이 경제의 원리와 그 실현의 모습들을 흥미롭고 설득력 있게 들려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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글 | 손민규(인문 PD)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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