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양파와 대파의 은밀한 매력

양파와 대파로 만드는 다양한 요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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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늘은 구하기 쉽고, 날것으로 먹을 수도 있지만, 가열했을 때 특유의 향과 단맛이 살아나고 식감도 변하는 놀라운 변화를 가져오는 채소, 양파와 대파의 잘 알려지지 않은 개성과 매력을 알아보겠습니다.

오늘은 구하기 쉽고, 날것으로 먹을 수도 있지만, 가열했을 때 특유의 향과 단맛이 살아나고 식감도 변하는 놀라운 변화를 가져오는 채소, 양파와 대파의 잘 알려지지 않은 개성과 매력을 알아보겠습니다.

 

양파 소테


양파는 가열할수록 단맛이 난다는 건 다 아실 겁니다. 그런데 양파를 어떻게 얼마나 볶는지에 따라 풍미 자체가 달라져서 다양하게 활용할 수 있습니다. 양파가 곤죽이 될 때까지 천천히 오래 볶는 양파소테(saute)는 양파가 다다를 수 있는 절정의 맛이라고 할까요? 단맛부터 고소한맛까지 조미료로서 낼 수 없는 가장 진하고 특별한 맛을 드러냅니다.


얼마 전 <최강食록>이라는 방송에서 카레를 만들 때 이 양파소테를 해본 적 있는데요. 맛을 최고로 끌어올려보자는 마음에 세 시간을 볶아봤습니다. 결국 ‘오늘 해서 내일 먹는 요리’로 소개됐습니다. 그래도 해냈다는 뿌듯한 마음에 반응이 궁금해서 처음으로 방송 홈페이지에 들어가봤는데 댓글이 달려 있더군요. “저러니까 망했지.” 아, 처음 읽어본 악플이었습니다. 맛은 정말 괜찮았는데 말입니다. 아무래도 양파소테는 소중한 사람을 위해 마음 먹고 정성껏 음식을 준비할 때 (아니면 마구 화딱지가 났을 때) 하시는 게 좋겠습니다.


양파는 큰 것으로 한 개 골라 껍질을 벗기고 채칼로 곱게 채를 썹니다. 1mm로 두께를 균일하게 써는 게 중요하니 칼질에 자신이 없으시면 채칼을 활용해보시는 것도 좋겠습니다. 우선 냄비에 식용유 2큰술을 두릅니다. 양파는 뒤적이지 말고 냄비 바닥이 보이지 않도록 고르게 양파를 펼쳐놓은 다음 5분 정도 가만히 둡니다. 그러면 양파에서 수분이 빠지면서 부피가 줄어드는데, 그때 한번 뒤섞어서 다시 펼쳐 눌러줍니다. 주걱이 자주 들어가면 온도가 떨어져서 오히려 잘 안 익습니다. 생양파에서 수분이 계속 빠지므로 쉽게 타지도 않습니다.


처음에는 5분 정도 두면 되지만, 나중에는 2~3분마다 뒤적여줍니다. 볶다 보면 감이 잡히실 겁니다. 짙은 갈색이 날 때까지 볶는데, 바닥이 두껍고 성능이 좋은 냄비라면 30~40분이면 완성됩니다. 불은 시간에 따라 점점 약하게 하시면 됩니다만, 이해를 돕기 위해 가열 시간을 7분 단위로 나누어보면 그림과 같습니다. 저처럼 끝까지 가보겠다 싶으신 분들은 더 오래 도전해보셔도 좋겠습니다.

 

 

최강록


이렇게 완성된 소테는 카레나 햄버그스테이크, 또는 각종 수프나 소스로 활용하실 수 있습니다. 삼계탕에 넣어도 국물맛이 별미겠지요. 이 자체로 그냥 스테이크에 곁들여내는 경우도 있습니다. 다음을 위해 넉넉하게 만드셨다면, 그릇에 담아, 기름막이 뜬 그대로 랩을 팽팽하게 씌워 냉장보관하면 됩니다. 더 많이 해두셨다면, 한 번에 쓸 만큼 나눠서 냉동보관해도 됩니다. 저는 집에서 네 개를 한꺼번에 몇 시간 볶아본 적이 있는데, 집 안은 물론 제 겨드랑이에서도 양파 냄새가 나는 것 같았습니다.

 

양파수프


양파볶음의 진수, 양파소테의 맛을 가장 잘 살리는 음식은 양파수프가 아닌가 합니다. 냄비를 가열하여 버터를 녹인 후에 양파소테를 넣고 냄비 바닥에 펼칩니다. 단맛이 나는 레드와인 1큰술과 흑초 1작은술을 넣고 알코올과 산미를 날려줍니다. 거기에 닭고기육수 400ml를 부어 양파소떼를 잘 풀어줍니다. 약불로 줄인 다음 20분을 끓이고 소금과 후추로 간을 합니다. 그릇에 수프를 담고 모차렐라치즈를 소복이 올립니다. 200도로 예열된 오븐에 넣고 10분 가열해서 노릇한 색을 냅니다. 바게트는 모차렐라치즈와 함께 올려도 되고 따로 내도 되겠지요. 프랑스 요리에 빠지지 않는 양파수프야말로 양파소테가 맛을 좌우하는 셈입니다.

 

대파구이


저는 개인적으로 대파를 좋아해서 구이나 튀김 요리에 곁들임으로 자주 활용을 합니다. 이를테면 생선구이 옆에는 겉면을 살짝 태우듯 구워서 단식촛물에 담가놓은 부드러운 대파를 함께 내는 식이지요. 그러면 피클처럼 입안을 씻어주는 역할을 하게 됩니다.


제가 오늘 소개해드릴 대파구이는 가쓰오부시 소스를 얹어 먹는 것인데, 일본식으로 표현하면 ‘안카케’라고 할 수 있습니다. 우선 대파의 흰 부분에 잔 칼집을 넣습니다. 그러지 않으면 심이 부풀어서 펑 튀어나옵니다. 겉껍질이 질기기 때문에 부드럽게 해주기 위해서이기도 하지요. 칼집 넣은 대파는 프라이팬에 기름 없이 구워 약간 탄 듯하게 색을 내서 향을 최대화합니다. 그리고 적당한 크기로 자릅니다.

 

최강록


가쓰오부시육수 9, 간장 1, 맛술 1의 비율로 만든 소스에 대파를 넣고 살짝 끓입니다. 그래서 대파를 겉부분만 익히는 것이지요. 대파를 가니시로 쓸 거면 약한 불에 속까지 익도록 천천히 구워야 합니다. 대파가 부드럽게 익으면 물전분을 풀어넣습니다. 마치 대파와 소스가 탕수육의 돼지고기와 소스처럼 됩니다. 구운 향이 나는 부드러운 대파는 청주와 잘 어울립니다. 만들어보니 또 술안주군요.

 

대파 아이스크림


파를 좋아하는 어른은 물론 아이들까지 사로잡을 수 있는 대파 아이스크림입니다. 아이스크림을 만드는 기본 원리와 같은데요. 대파의 흰부분을 두께 1mm 두께로 얇게 채를 칩니다. 냄비에 향이 없는 포도씨오일을 최소한으로 두르고 채친 대파(150g)를 넣고 볶아줍니다. 타지 않도록 약불에 볶으면서 향을 내주는 게 중요합니다. 우유 300ml, 생크림 100mg, 설탕 50g을 넣고 가열합니다. (대파 아이스크림이니 대파 맛이 작정하고 나야 하므로 달걀도 넣지 않겠습니다.) 막 끓어오르려고 하면 불을 끄고 냄비 밑바닥에 얼음물을 받쳐 완전히 식힙니다. 이 과정이 정말 중요한데, 이렇게 뜨거운 상태에서 식어가는 중에 향이 배어들기 때문입니다. 장조림도 하루 정도 두어야 맛이 좋아지는 이치와 같습니다.


이렇게 식힌 것을 믹서에 넣은 후 휘릭 갑니다. 삼베에 받쳐서 막대나 젓가락을 이용해 한약을 짜듯이 대파의 진액을 완전히 짜내면 좋습니다. 이걸 다시 냄비에 넣고 끓여 살균한 다음 완전히 식히고, (‘코OO코’에서 파는) 저렴한 아이스크림머신에 돌립니다. (머신이 없으면 얼기 직전에 꺼내서 부수듯이 마구 섞어주는 과정을 여러 번 거쳐야 부드러운 아이스크림이 됩니다.) 그러면 완성. 대파의 은은한 향과 특유의 단맛에 놀라시게 될 겁니다.

 

최강록 파절이


파절이는 파를 익히는 것은 아니지만, 생파의 맛을 제대로 느낄 수 있는 일종의 파 샐러드이지요. 무엇보다 파절이는 고기의 친구. 그래서 고깃집에 가도 파절이 맛에 유독 집착하시는 분들이 있지요. 파절이는 산뜻한 입가심이 될 수 있도록 만드는 게 관건이긴 하지만, 그냥 자기 입맛대로, 자기 스타일대로 만드시면 그만입니다. 그래서 오늘 소개하는 파절이는 ‘최강 녹파 절이’가 아니고 ‘최강록 파절이’ 되겠습니다. 제가 좋아하는 스타일로 만든 파절이입니다. 저는 식감을 풍부하게 하기 위해 무채를 함께 씁니다. 그리고 고춧가루 대신 산초가루와 고추기름을 넣습니다. 이유는 특별히 없습니다. 빨간 파절이는 지겨워서 그냥 그렇게 해봤습니다.


대파는 파절이 전용 필러로 얇은 채를 냅니다. 길이가 너무 길지 않게 4cm 길이로 잘라 정돈합니다. 무채는 생선회집에서 나오는 정도로 얇게 채를 칩니다. 진간장 2큰술, 흑초 2큰술, 설탕 1/3작은술, 산초가루1/3작은술, 참기름 1작은술, 고추기름 1작은술의 자료를 볼에 넣고 설탕이 녹을 때까지 저어 섞습니다. 볼에 파채와 무채를 넣고 만들어놓은 파무침 소스를 소량만 넣어 잘 버무립니다. 1~2분쯤 되면 약간의 수분이 생기는데 그 물을 따라버린 후 소스를 넣고 버무립니다. 이게 굉장히 중요한 포인트입니다. 두 번 버무리는 것. 날것 상태의 채소가 강한 소스에 닿으면 파 자체에서 삼투압이 일어나면서 탈수가 됩니다. 파절이뿐만 아니라 날로 먹는 모든 무침은 이렇게 간을 맞추시면 됩니다. 그릇에 수북이 담은 후 온천달걀을 올려 내도 좋습니다. 온천달걀이 힘들면 앞서 말씀드린 ‘3분’짜리 달걀로 내셔도 됩니다.

 

최강록

 


필러가 없다면 굳이 길게 파채를 썰지 않아도 됩니다. 4cm 정도로 어슷 썰어서 물에 담가 매운맛을 빼는 김에 휘휘 저으면 다 분리가 됩니다. 길쭉한 파절이가 아닌 타원형의 파절이는 접시에 담았을 때도 더 소복하게 모양도 좋고 먹기도 편한 것 같습니다. 채 썰기에 자신 없으신 분은 한번 시도해보세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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글 | 최강록/ (그림)조남준

일본요리 전공. 한때 조림요정이라 불리던 <마스터셰프 코리아 2> 우승자. 지금은 은둔형 맛덕후. 집에 틀어박혀서 맛을 실험해보기를 좋아함. <최강록의 맛 공작소>에서는 부엌을 구석구석 뒤져볼 예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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