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멀쩡한 사람들, 왜 점집을 찾아다닐까

『나의 점집 문화 답사기』를 편집한 유진 웅진지식하우스 선임에디터 한동원 작가, 한국의 빌 브라이슨 아닐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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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의 점집 문화 답사기』는 영화평론가 한동원이 2012년부터 1년여 동안 <한겨레>의 ‘매거진 esc'에 연재된 칼럼을 묶은 책이다. 저자가 점집을 즐겨 찾아서가 아닌, 멀쩡한 사람들이 점집을 가는 까닭이 궁금해 시작된 칼럼이다.

 

모든 책에는 첫 번째 독자가 있습니다. ‘책의 또 다른 작가’로 불리는 편집자가 바로 그 행운의 주인공입니다. 저자의 좋은 글을 발견하고 엮어 독자에게 소개하는 편집자들을 <채널예스>가 만나봅니다. 저자와의 특별한 인연, 책이 엮이기까지의 후일담이 궁금하지 않으신가요? 

전방위적 스타일리스트 한동원의 본격 점집 르포르타주 『나의 점집 문화 답사기』. 위와 같은 타이틀에 호기심이 일지 않을 독자들은 많지 않을 것이다. 하물며, 지금까지 점을 단 한 번도 보지 않은, 완벽히 불신하는 필자마저 궁금증이 생겼다. 저자 한동원은 말한다. “이 책에 실린 이야기는 모두 실화입니다. 특정 인물, 조직, 업체 등과 아주 관계가 많습니다. 제가 복채와 전화번호를 들고 직접 찾아 나섰기 때문입니다.”

 

‘내가 방문한 점집에 대한 지엽적이고 근시안적인 답사기’. 한동원 저자가 분석한 책의 정의다. 저자는 프롤로그를 빌어, “만에 하나, 이 책이 너의 점집 문화에 대해 조금이라도 깊이 있고도 거시적이고도 포괄적이고도 문화인류학적인 통찰, 뭐 이런 걸 하려 들면 즉각 가까운 군부대나 파출소에 신고하라”고 조언한다. 더더욱 이 책이 흥미진진하게 느껴지는 대목이다. 김어준 딴지일보 총수는 “이런 문제를 이런 접근과 센스와 문체와 유머로 풀 사람은 한동원밖에 없다는 걸 애저녁에 알고 있었다”고 추천사를 썼다.

 

『나의 점집 문화 답사기』를 쓰기 위해, 저자 한동원은 다양한 변칙 플레이를 하며 유명한 점집을 찾았다. 성형수술자를 데리고 관상가를 찾아가기도 하고, 기혼을 미혼으로 속여 성명점집 앞에 앉기도 했다. 놀랄 만큼 뛰어난 적중률에 감탄하기도, 엉터리 점술가를 만나 실망하기도 했다. 수십 개의 점집을 순례하면서, 그가 세운 원칙은 ‘선입견을 버리는 일’이었다. 최대한 냉철하게, 그러나 유머를 잃지 않고 점집 문화를 들여다보았다. 한동원 저자는 결국 점을 믿게 됐을까? 부정하게 됐을까? 책의 시작과 끝을 함께한 유진 웅진지식하우스 에디터에게 뒷이야기를 청했다.

 

한동원

『나의 점집 문화 답사기』 저자 한동원


 

독특한 스타일과 입담, 날카로운 관점의 평론가

 

『나의 점집 문화 답사기』의 개고(改稿)를 시작한 건 1년 전, 실제 편집은 지난해 11월부터 시작됐다. 유진 웅진지식하우스 에디터는 <한겨레> esc에 ‘나의 점집 문화 답사기’가 연재될 때부터 칼럼을 눈여겨보았다. 일찌감치 책으로 펴내도 좋을 것 같다는 생각을 했고, 저자에게 연락을 했다.

 

“한동원 작가의 독특한 스타일과 입담, 날카로운 관점이 눈에 띄었어요. 처음에는 다른 동료가 맡아서 진행하고 저는 서포트 하는 역할이었는데, 동료의 사정으로 제가 인수인계를 받아 진행하게 됐죠. 애초부터 욕심을 내던 타이틀인 만큼, 즐거운 마음으로 책을 만들었어요. 특히 ‘프롤로그’에서 팀 오브라이이언이라는 미국 작가가 인용되는데, 제가 무척 좋아하는 작가임에도 알아주는 사람이 별로 없던 터에 동지를 만난 듯 반가웠던 기억이 납니다(웃음). 그 순간 아, 이분과는 정말 재미있는 책을 만들 수 있을 것 같다, 란 예감이 들었죠.”

 

한동원 저자는 인터넷 영화매체에 영화평을 게재하는 것으로 글 쓰는 일을 시작, 1999년 <딴지일보>의 영화전문기자와 편집장으로 본격적으로 이름을 알렸다. 2007년에는 영화 단평인 ‘적정관람료’를 ‘발명’해내 ‘국내에서 가장 독창적인 영화평론가’라는 찬사를 받았고, 2009년에는 장편소설 『삐릿』을 펴내 작가라는 타이틀을 더했다.

 

“처음 한동원 작가를 뵈었을 때부터 한눈에 알아봤어요. 재주와 ‘끼’가 엄청 많은 분이라는 걸요.그 기에 전염되는 기분이 들었죠. 대화하는 동안에도 끊임없이 신선한 아이디어와 재미있는 에피소드들을 제공해주셔서, 처음 만난 자리임에도 밤새도록 얘기를 나눌 수 있을 것 같았어요. 편집자인 제 의견을 적극적으로 경청하고 존중하면서, 또 새로운 의견을 내시더라고요”

 

유진 에디터와 한동원 저자는 마치 핑퐁 게임을 하듯, 즐겁게 책을 만들었다. 특히, 유진 에디터는 평소 점을 거의 보지 않음에도 불구하고, 『나의 점집 문화 답사기』 2장에 등장하는 사주집을 직접 탐사하기도 했다.

 

“너무나 재미있고 매력적으로 써주셔서, ‘어디 그렇다면 나도 한번’ 이라는 마음이 절로 들더라고요. 안 가볼 수가 없었어요(웃음). 점집 탐사 결과가 궁금하다면? 책을 읽어주세요. 저도 저자와 거의 비슷한 경험을 하고, 비슷한 감정을 품고 문제의 점집을 나왔거든요.”

 

별책부록 ‘절대로 책임지지 않는 대한민국 점집’를 만든 것도 꽤 재미있는 과정이었다. 『나의 점집 문화 답사기』 부록은 온라인과 오프라인의 입소문을 통해 모은 점집 전화번호, 사이트 주소 등을 제공하는 ‘옐로 페이지’다. 일부러 본문에 등장하는 업체들은 소개하지 않았다. 유진 에디터는 부록을 만들기 위해 포털의 웬만한 점집 정보 공유 카페에 모두 가입을 했는데, 점집 마니아들의 상상초월 후기를 엿보는 색다른 경험도 했다.

 

 

나의-점집-문화답사기

 


자기 인생에 의미를 부여할 수 있는 사람, 결국 나


 ‘리얼 점집 체험기’라는 소재는 자칫 흥미 본위로 빠지기 쉽지만, 한동원 저자는 독특한 문체와 세상을 보는 따뜻한 관점으로 책의 깊이를 더했다. 쉴새 없이 능청스러운 재담가의 면모를 과시하며 폭소를 유발하다가도, 돌연 ‘매의 눈’으로 변해 점집의 안팎을 샅샅이 스캔하는 모습은 마치, 영화 속 한 장면과도 같다.

 

“작가는 허위와 불합리를 고발하는 것만큼이나, 점술가들의 개성과 점의 효력에 솔직한 찬사를 보내요. 적중률이 높았던 곳에 대한 반대 사례도 수록해 균형을 잡고, 풍부한 문학적 인용으로 읽는 재미를 더하는 동시에 수시로 강렬한 촌철살인을 던져 쾌감을 주죠. 책을 만들면서 처음에는 ‘한국의 빌 브라이슨’이라는 소개 문구를 생각하기도 했는데, 그만큼 질적으로나 양적으로나 풍성한 즐거움을 선사하는 책이에요.”

 

유진 에디터가 『나의 점집 문화 답사기』에서 가장 인상깊었던 글은 3장 ‘성명점’에 나오는 대목이다. 책의 관점을 잘 요약해서 보여주는 대목인데, “결국 점집을 다니건 뭘 하건, 자신의 인생에 어떤 의미를 부여할 수 있는 사람은 자기 자신밖에 없음”을 깨달았다.

 

“<서칭 포 슈가맨>에서 가장 멋지고 아름다운 대목은 로드리게즈가 세상이 ‘성공’이라고 부르는 것을 손에 넣은 순간이 아니다. 그가 손 안에 날아든 그 ‘성공’을 몇 차례 만져보고 음미한 다음, 그것을 다시 놓아줘 손을 비우는 순간이다. 타인들이 ‘성공’이나 ‘행복’이라는 이름을 붙인 허상을 붙들기 위해, 기꺼이 자신을 불행으로 몰아넣는 수많은 사람들과 다른 선택을 해내는 기적을 보는 순간이다. 하여 ‘로드리게즈’라는 성명은 처음부터 작명철학적 실패일 수도 작명철학적 성공일 수도 없었다. 로드리게즈에게 실패나 성공은 일반명사가 아니라 고유명사였으므로. 자신이 부여한 자신만의 의미를 가진. 하여 그 누구도 흔들거나 뒤엎을 수 없는.” (『나의 점집 문화 답사기』 152~153쪽)

 

『나의 점집 문화 답사기』는 어떤 독자가 읽으면 좋을까? 유진 에디터는 “하루하루가 너무나 무료하고 따분한 사람, 문제는 나 자신의 내부에 있는 것 같은데, 그것을 어떻게 발견해야 할지 몰라 일상의 타성에 그저 몸을 맡기는 사람이 읽으면 좋을 것 같다”고 말했다. 『나의 점집 문화 답사기』를 읽으며 때로는 빵 터지고 때로는 깊은 생각에 잠기다 보면, 스스로를 자기 자신의 눈으로 돌아볼 용기도 생길 것이라고.

 

“책에서도 이야기하는 바지만, 우리는 합리주의의 백색 빛 속에서 정작 자신의 내면을 들여다보는 시력을 상실한 것은 아닐까요? 점집이라는 다소 허술하지만 유용하고, 또 매력적인 그늘에서 잠시 쉬어가는 건 어떨까요? 스스로를 관찰하고 발견할 수 있는 여유를 회복했으면 좋겠어요.”


 



   유진 에디터가 추천한 또 다른 책


조르바를 춤추게 하는 글쓰기

조르바를 춤추게 하는 글쓰기





‘천재적인 말부림꾼’ 고 이윤기 선생의 글과 번역에 대한 생각들을 모은 책입니다. 총 39편의 에세이에 첫 문장의 설렘부터 퇴고의 고뇌까지, 그리고 1977년 등단의 두근거림부터 창작과 번역의 세계를 오가던 고민들이 모두 녹아 있습니다. 자유의 상징인 ‘그리스인 조르바’에게 생생한 입말을 입히기 위한 그의 고집 있는 투쟁, 자신이 오독하고 오역했던 실패담도 솔직하게 털어 넣는 치열한 자기반성 등 선생이 수많은 경험을 통해 얻은 지혜들이 오롯이 담겨 있어, 글을 쓰거나 옮기는 사람뿐 아니라 편집자들에게도 꼭 필요한 책입니다.



불안의 서

불안의 서





포르투갈의 국민작가로 추앙 받는 ‘페르난두 페소아’의 산문집으로, 소설가 배수아가 번역했습니다. 아름답고 시적인 문장들에 취해 페이지를 넘기다 보면 어느새 홀로 가면을 쓰고 리스본 거리를 헤매는 기분이 듭니다. 눈앞에서 일렁거리는 다양한 불안의 형태들을 좇다가 어느새 자신도 모르게 위안을 받게 되는 책입니다.





 

[추천 기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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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한민국 No.1 문화웹진’ 예스24 채널예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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글 | 엄지혜


eumji01@naver.com

나의 점집 문화 답사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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남녀, 학력, 지역, 연령을 불문하고 수많은 사람들이 으슥한 그곳의 문을 두들긴다. 왜? ★별책부록 [절대로 책임지지 않는 대한민국 점집 옐로 페이지]가 제공됩니다. 모든 것은 한 글쟁이의 호기심에서 시작되었다. 한동원. 전 〈딴지일보〉 편집장이자 소설가, 영화평론가로서 독보적 스타일리스트로 잘 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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