검색

시간이 지나도 여전히 큰 울림, 『호밀밭의 파수꾼』

불안하고 방황하는 우리 시대의 명작 『호밀밭의 파수꾼』

  • 페이스북
  • 트위터
  • 복사

2004년, 급변하는 정세 속에서 정체성에 대해 고뇌하는 젊은이들은 『호밀밭의 파수꾼』을 통해 젊음과 성장의 의미와 가치를 성찰하는 계기를 가졌다.

                               2014년 예스24 대학생 리포터들이 ‘10년 전 베스트셀러’라는 제목으로

2004년 큰 인기를 모았던 책들을 소개합니다. 매주 수요일 연재.



지난 2001년, 『호밀밭의 파수꾼』 출간 50주년을 맞이하여 민음사에서 세계문학전집 시리즈의 한 작품으로 번역본이 출간되었다. 출간된 이래로 베스트셀러 목록에 『호밀밭의 파수꾼』이 오른 것을 심심치 않게 찾아볼 수 있다. J. D. 샐린저의 『호밀밭의 파수꾼』은 10년 전 베스트셀러라는 말보다는 지난 10년 동안의 스테디셀러라는 말이 더 어울릴지 모른다. 사실, 1951년 처음 세상에 출간된 이래로 많은 청소년과 대학생들의 필독서이자 지침서로 사랑받아왔으니, 우리 시대의 고전이자 명작이라는 말이 더 정확하다고 할 수 있다. 특히 2004년은 병역 비리, 대통령 탄핵, 수도 이전으로 인한 갈등 그리고 교육제도의 변화와 같은 사회적 이슈가 끊이질 않았고 이러한 상황은 젊은이들에게 『호밀밭의 파수꾼』이 좀 더 사랑받게 되는 계기가 되었다.

 

호밀밭의 파수꾼    호밀밭의 파수꾼

 

방황하는 젊은이의 성장통을 다루다


『호밀밭의 파수꾼』은 주인공인 홀든 콜필드의 독백으로 이뤄진 성장소설이다. 네 번째 학교에서마저 퇴학당하고 집으로 돌아오는 48시간의 이야기를 책의 첫 장부터 마지막 장까지 마치 대화하는 듯 끊임없이 서술하고 있다. 그 안에는 홀든 콜필드의 저항적이고 냉소적인 시선으로 그려지는 어둡고 모순투성이인 세상에 대한 신랄한 비판과 풍자로 가득 찼다.

거칠 것 없는 언행과 반항아적 태도는 독자로 하여금 홀든 콜필드에게 대리만족을 느끼게 했고 냉소적이고 반항적인 십대들을 일컫는 ‘콜필드 신드롬’이라는 용어까지 만들어냈다. 하지만 주인공의 거칠 것 없는 언행과 반항아적 태도만이 ‘콜필드 신드롬’을 만들어 낸 것은 아니다. 만약 그랬다면 홀든 콜필드는 어설프게 어른 흉내나 내고 다니는 그저 심사가 비틀린 허세 가득한 사춘기 소년에 불과했을 것이고 신드롬보다는 거부감이 먼저 느껴졌을 것이다. 수많은 10, 20대 젊은이들이 홀든 콜필드에게 동화되고 공감하는 이유는 다름 아니라 소년과 어른 사이에서 끊임없이 방황하고 갈등하는 불안정한 심리적 상태가 아주 섬세하게 묘사되었기 때문이다. 그렇다면 이러한 불안과 방황의 기원은 어디서 나타나는 것일까? 그건 바로 “순수”를 지키려는 마음에서 시작되었다고 할 수 있다. 허례허식과 위선으로 가득 찬 어른들에 대한 반감을 가지고 있었지만 홀든 콜필드, 자신도 결국에는 어른이 되어가고 그 과정 속에서 “순수함”을 지킬 수 없다는 사실이 홀드 콜필드로 하여금 불안과 방황으로 빠지게 하는 이유가 된 것이다.


“변하는 건 아무것도 없다 유일하게 달라지는 게 있다면 우리들일 것이다. 나이를 더 먹는다거나 그래서는 아니다. 정확하게 그건 아니다. 그저 우리는 늘 변해간다.” (『호밀밭의 파수꾼』, 164쪽)


이틀 동안의 정신적인 방황 속에서 사라져가는 ‘순수함’을 지켜내려는 홀든 콜필드의 모습은 많은 젊은이들에게 세상의 모순과 불합리를 받아들이며 사회의 일원이 되어가는 과정 속에서 겪는 성장통을 떠오르게 한다. 그리고 방황의 결과, 젊은이들도 홀든 콜필드도 그렇게 어른으로 변해간다. 하지만 홀든 콜필드는 ‘순수함’을 포기 하지 못했다. 자신의 동생인 앨비에게 순수함을 보호하고 지켜주는 호밀밭의 파수꾼이 되겠다는 소망을 말하는 것에서 알 수 있다.


“나는 늘 넓은 호밀밭에서 꼬마들이 재미있게 놀고 있는 모습을 상상하곤 했어. 어린애들만 수천 명이 있을 뿐 주위에 어른이라고는 나밖에 없는 거야. 그리고 난 아득한 절벽 옆에 서있어. 내가 할 일은 아이들이 절벽으로 떨어질 것 같으면 재빨리 붙잡아주는 거야. 애들이란 앞뒤 생각 없이 마구 달리는 법이니까 말이야. 그럴 때 어딘가에서 내가 나타나서는 꼬마가 떨어지지 않도록 붙잡아 주는 거지. 온종일 그 일만 하는 거야. 말하자면 호밀밭의 파수꾼이 되고 싶다고나 할까. 바보 같은 얘기라는 건 알고 있어. 하지만 정말 내가 되고 싶은 건 그거야. 바보 같겠지만 말이야” (『호밀밭의 파수꾼』, 229~230쪽)


결국, 홀든 콜필드는 바보가 되고 만다. 절대로 사회는 순수함을 가진 어른을 호락호락하게 놔두지 않았다. 사회에 적응하지 못한 채 정신병원에서 초라하게 있는 모습으로 『호밀밭의 파수꾼』은 끝을 낸다.


“미성숙한 인간의 특징은 어떤 일을 위해 고귀한 죽음을 택하려는 경향이 있다. 반면 성숙한 인간의 특징은 동일한 상황에서 묵묵히 살아가기를 원하는 경향이 있다.” (『호밀밭의 파수꾼』, 248쪽)


10, 20대의 시기란 많은 것을 배우고 경험하는 시기이자 가치관과 정체성에 대해 크게 고민하고 올바르게 형성해 나가는 시기이다. 이러한 시기에 젊은이들은 ‘변화’를 겪게 되는 것이다. 다만 『호밀밭의 파수꾼』에서는 사회란 곳을 가치관과 정체성이 올바르게 형성하기 어렵고 혹여나 올바르게 형성되었다 하더라고 앞에서 보았듯이 그 사람을 미성숙자로 만드는 곳으로 표현하고 있다. 이러한 강요된 사회에 대한 불안감과 두려움이자 자기 방어의 표현으로 주인공은 시도 때도 없이 욕설과 반사회적 태도를 일삼는 것이다. 낯선 주변 환경에 기죽지 않기 위해 사람들이 처음에는 괜스레 으스대고 강한 태도를 보여주는 경우가 많이 볼 수 있지 않은가? 물론 홀든 콜필드가 벨 보이에게 사기를 당해 두드려 맞고 돈을 갈취당하는 것처럼 그 이후에는 웃음거리로 이어지는 경우가 대부분이지만…. 마치 계란으로 바위치기처럼 어른들의 거대한 시스템과 사회에서 어린 주인공의 세상에 대한 비아냥거림과 비난은 초라함과 공허함만 남기고 말았다.



J. D. 샐린저
『호밀밭의 파수꾼』저자 J. D. 샐린저

 

시대의 젊음을 분출시키다


세상을 향해 욕설과 냉소를 쏟아내던 홀든 콜필드는 책 속에서 결국 부적응자로 힘 없이 사라져갔지만 그의 외침은 『호밀밭의 파수꾼』을 통해 커다란 울림이 되어 수많은 사람들에게 다가갔다. 먼저, 작가인 J. D. 샐린저에게 『호밀밭의 파수꾼』은 전 세계적인 인기를 가져다 준 출세작이자 자전적 성격의 첫 장편 소설이다. 경제적 여유를 가진 집안에서 여러 학교를 전전한 어린 시절을 보낸 것이 주인공과 비슷했고, 『호밀밭의 파수꾼』이 공전의 히트를 친 이후 주인공이 『호밀밭의 파수꾼』에서 이루지 못한 호밀밭의 파수꾼이 되기 위해 운명을 다할 때까지 은둔생활에 들어간 것도 아이러니하게도 비슷하다. (향후 그의 은둔 생활은 <파인딩 포레스터(Finding Forrester)>라는 영화의 모티프가 됐다)

책을 읽은 수많은 10대들은 홀든 콜필드를 자신과 동일시하며 열광했다. 젊은이들뿐만 아니라 사이먼과 가펑클, 그린데이, 오프스프링, 빌리 조엘 등 많은 뮤지션과 예술가들이 홀든 콜필드에 대한 애착을 드러냈다. 그리고 50년대 후반에서 60년대 초반 사이에 젊은이들은 기성세대가 만들어가는 위선과 부도덕함이 점철되어가는 현대 사회에 대해 반성과 성찰하기 시작했으며 “비트 세대 (Beat Generation)”라는 새로운 세대를 등장시키고 히피 문화 만들어 내는 등 기득권에 저항하고 실제로 행동으로 세상을 바꿔나가기 시작했다.

서로 다른 시대를 살았어도, 서로 다른 문화에 존재하더라도 명작이라 불리는 작품은 그 당시의 현실을 살아가는 우리를 반영하는데 전혀 어색함이 없다. 1951년을 경험한 미국의 젊은이들도, 2004년을 경험한 우리나라의 젊은이들도, 2014년 지금 우리도 『호밀밭의 파수꾼』의 홀든 콜필드처럼 눈앞에 마주하고 있거나 지금 겪고 있는 성장의 관문에서 방황하고 있고 불안해하고 있다. 또한 다른 세대, 다른 문화권의 젊은이들도 『호밀밭의 파수꾼』을 읽고 정신적 성숙이라는 긍정적인 결과를 경험하며 성장해 나갔듯이 우리에게도 성장의 관문 너머에서는 장밋빛 미래를 기대하게 한다. 지금 이 순간에도 『호밀밭의 파수꾼』이 고전이자 명작이라 불리며 사랑 받는 이유다.   

 

img_book_bot.jpg

호밀밭의 파수꾼 제롬 데이비드 샐린저 저/공경희 역 | 민음사
전 세계의 청소년과 대학생들의 마음을 사로잡고 있으며 지금도 매년 30만 부가 팔리고 있는 미국 현대문학의 정수 『호밀밭의 파수꾼』이 출간 50주년을 맞아 재출간 되었다.  이 책에서는 주인공 홀든 콜필드가 학교에서 또 한번 퇴학을 당해 집에 돌아오기까지 며칠간 겪는 일들이 독백으로 진행된다. 콜필드는 정신적으로 파괴되어 가지만 그를 둘러싼 주변 사람들은 모두 아랑곳하지 않고 기존 질서에 잘 적응하고 있다. 성에 눈떠 가는 소년의 눈으로 본 세상과 인간 조건에 대한 예민한 성찰 또한 눈여겨 봄직하다.

 

 

[추천 기사]



- 마음으로 읽는 동화책 - 박완서『보시니 참 좋았다』

- 경제학을 만나는 시작, 『유시민의 경제학 카페』

- 그는 왜 『호밀밭의 파수꾼』 이 되고 싶었을까

- ‘은둔 작가’, ‘괴짜 작가’ 샐린저의 모든 것!




‘대한민국 No.1 문화웹진’ 예스24 채널예스

이 기사가 마음에 드셨다면 아래 SNS 버튼을 눌러 추천해주세요.

독자 리뷰

(2개)

  • 독자 의견 이벤트

채널예스 독자 리뷰 혜택 안내

닫기

부분 인원 혜택 (YES포인트)
댓글왕 1 30,000원
우수 댓글상 11 10,000원
노력상 12 5,000원
 등록
더보기

글 | 이용길(예스24 대학생 리포터)

There are many things that i would like to say to you but i don't know how. - Oasis, wonderwall

오늘의 책

투자하기 전 꼭 읽어야 할 책

2020년부터 증시가 호황을 맞으며 주식 투자에 나선 사람이 많아졌다. 몇몇은 성공했으나 개인이 기관이나 외국인에 비해 투자에서 실패할 확률이 높다는 건 상식이다. 이를 알면서도 왜 주식 투자에 나설까? 저자는 전업투자자들을 취재하여 질문에 대한 답을 찾아 나섰다.

게일 콜드웰, 캐럴라인 냅 우정의 연대기

퓰리처상 수상작가 게일 콜드웰과 『명랑한 은둔자』 캐럴라인 냅 두 작가가 나눈 우정과 애도의 연대기. 캐럴라인 냅이 세상을 떠나자 게일은 함께 한 7년의 시간을 기억하며 그녀를 애도한다. 함께 걷고 이야기하고 기쁨과 슬픔, 위로를 주고받으며 자라난 둘의 우정이 오래도록 마음에 남는다.

떠나고 돌아오고 살아가는 일

삶이, 사랑과 신념이 부서지는 경험을 한 이들이 현실에서 한발 물러나는 것으로 비로소 자신의 상처와 진심을 마주한다. ‘완벽할 수 없고 완벽할 필요도 없’는 생애를 우리도 그들처럼 살아낼 것이다. 떠나고 또 돌아오면서, 좌절하고 흔들리는 누군가에게 기꺼이 내어줄 방을 준비하면서.

존 클라센 데뷔 10주년 기념작

칼데콧 상, 케이트 그린어웨이 상 수상 존클라센 신작. 기발한 설정과 개성 넘치는 캐릭터, 극적인 긴장감과 짜릿한 스릴이 가득한 다섯 편의 이야기를 통해 소통과 교감, 운명에 대해 이야기 한다. 그만의 독창적인 작품의 세계를 한데 모아 놓아 놓은 듯한 뛰어난 작품성이 돋보인다.

.

주목! 투데이 포커스


문화지원프로젝트
PYCHYESWEB02