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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선희가 만든 음악의 나이테, Serendipity

새로운 시도에 대한 두려움을 떨쳐버린 앨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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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선희가 선사하는 < Serendipity >는 우리에게도 뜻밖의 기쁨입니다. 신보는 다양한 스타일로 꾸려졌지만 여전히 소녀 같은 그녀. 불후의 가수는 어디 가지 않았습니다.

이선희 <Serendipity>



'뜻밖의 기쁨'이란 제목이 이선희의 음악 경력을 상징한다. 1984년, < MBC 강변가요제 >에서 시작된 그의 가수 활동은 갑자기 찾아온 기쁨이자 인생의 전환점이었고, 그는 1990년대 초반까지 대한민국을 대표하는 여가수로 등극하며 우리나라 대중음악 역사의 중심에 섰다. 이선희의 15번째 앨범 < Serendipity >는 데뷔 30년을 기념하고 자축하는 작품으로 연륜과 경험으로 다양한 음악 형식을 풀어내고 끌어안으며 새로운 시도에 대한 두려움을 떨쳐버렸다.



록, 브릿 팝, 라틴, 재즈, 힙합, 알앤비, 발라드 등 여러 가지 스타일로 꾸려진 < Serendipity >는 '가장 이선희답지 않은' 작품이다. 호불호가 갈렸던 특유의 과도한 바이브레이션은 희석됐지만 오히려 강약조절을 통한 안배와 조율로 음반을 평평하고 고르게 다림질했다. 머라이어 캐리가 2005년에 공개한 < Emancipation Of Mimi >에서 과시용 보컬을 억제한 것처럼 이선희도 < Serendipity >에서는 속으로 삭이고 때로는 분출하며 앨범을 모나지 않고 편하고 둥글게 다듬었다. 고목으로 성장한 이선희는 다양한 스타일을 관조하고 포용하며 자신의 노래 속으로 감싸 안은 것이다.

프로디지와 에이미 와인하우스 등의 음반을 마스터링했던 스튜어트 혹스는 이선희의 목소리와 악기 소리를 융화시켜 영롱한 소리샘을 담아냈다. 탱고와 포크 그리고 재즈의 스캣이 어울린 「거리 구경」에서 과시하는 각 악기 소리의 황금률은 이번 음반에 많은 정성과 노력이 스며들어있음을 내비치는 핵심 트랙이다.

영국의 모던 록 밴드 스타일의 「Someday」부터 변화는 시작한다. 이단옆차기가 작곡하고 힙합 그룹 트로이의 멤버 칸토가 참여한 알앤비 넘버 「동네 한 바퀴」와 박근태가 만든 「그 중에 그대를 만나」를 통해 이선희는 '지금'이라는 현재성을 확보했고, 일렉트릭 기타가 직선적인 보컬을 보좌하는 「꿈」은 켈리 클락슨과 윤하의 중간 지점에 위치하는 로큰롤 트랙으로 발랄한 「솜사탕」과 함께 그립던 시절을 추억하며 성공적인 30년을 자축한다. 상념을 자극하는 저녁노을이 떠오르는 「나에게 주는 편지」는 브러시 드럼과 트럼펫 연주가 곡 분위기와 가사 내용을 감정이입 시키며 앨범의 중심 트랙으로 정좌한다. 반면 이적의 노래가 오버랩 되는 '나는 간다」의 후반부에 폭발하는 가창은 여전히 이선희다.

모두 11곡이 담긴 음반 중에서 9곡을 작곡한 이선희는 < Serendipity >를 통해 단순한 가수에서 곡을 만들고 노래를 부르는 싱어 송라이터의 명함을 뚜렷하게 인쇄했다. 30년이라는 물리적인 시간은 그를 작가주의 아티스트로 인도한 숙성과 발효의 기간이었다.

여전한 단발머리와 동그란 안경의 이선희가 만든 음악의 나이테에는 그가 대한민국 국가대표 여가수로 기억될 수 있는 수많은 과정과 선택이 녹아있다. 그리고 그 선택들은 언제나 이선희를 최고의 자리로 인도했다. 15번째 앨범
< Serendipity > 역시 이선희에게 음악 인생이라는 방정식에서 최고의 변수(變數)로 작용할 것이다.

글/ 소승근(gicsucks@hanmail.ne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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글 | 이즘

이즘(www.izm.co.kr)은 음악 평론가 임진모를 주축으로 운영되는 대중음악 웹진이다. 2001년 8월에 오픈한 이래로 매주 가요, 팝, 영화음악에 대한 리뷰를 게재해 오고 있다. 초기에는 한국의 ‘올뮤직가이드’를 목표로 데이터베이스 구축에 힘썼으나 지금은 인터뷰와 리뷰 중심의 웹진에 비중을 두고 있다. 풍부한 자료가 구비된 음악 라이브러리와 필자 개개인의 관점이 살아 있는 비평 사이트를 동시에 추구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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