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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방 작가 “프리랜서와 회사원을 비교하자면”

한 일러스트 작가가 독일에서 보고 느낀 것 그림에 뚱뚱한 인물이 나오는 이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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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느덧 20번째 독자다. 이번에 만난 주인공은 아방 일러스트 작가. 살아오면서 ‘잘 그렸다’는 칭찬을 단 한 번도 들어본 적 없는 필자인지라 그림 그리는 사람은 무조건 선망하는 대상이다. 그런데 알고 보니 아방 작가, 프리랜서로 독립하기 전까지 제대로 그려본 적이 거의 없다고 한다. 어떻게 된 걸까.

아방, 이라는 이름으로 활동하는데요. ‘아방’은 무슨 뜻인가요?


대부분 아방가르드의 아방인줄 알지만 사실 ‘어벙하다’는 뜻으로 고등학생 시절 별명이에요.
 
근황을 말씀해 주세요.
 
2013년 여름에 5주 동안 여행을 다녀왔고요. 지금은 <대학내일>에 최민석 작가님과 연재하는 작업과, 주말에 그림수업을 하고 있습니다. <대학내일> 연재는 매주 정기연재인데, 한때 3군데에 연재를 동시에 한 적이 있어요. <타이포그래피 서울>, <씨네21>, <대학내일> 이렇게 세 곳을 하다, 일주일 단위로 돌아가는 연재가 저한테 너무 버거워서 지금은 <대학내일>에만 연재하고 있죠. 그 밖에도 단행본이나 제품에 들어가는 그림을 그리기도 하고 전시도 하고 요즘은 협업해서 할 수 있는 재밌는 기획들을 많이 만들려고 하는 중이에요.

 

 
일러스트를 그릴 때, 어떤 글이 편해요? 글이 구체적일수록 편할 것 같습니다만.
 
아니에요. 구체적인 게 그리기 더 힘들죠. 예를 들어볼게요. 영화에 관한 글이에요. 저는 보지 못한 영화에요. 공주라고 다 같은 모습은 아니잖아요. 그 영화에서 나온 공주의 모습이 있을 테니 영화에서 나온 모습을 설명해야 하잖아요. 그런데다 영화를 보지 않은 상태에서 공주를 그린다고 해 봐요. 더 어렵고 부담스러운 작업일 수 밖에 없어요. 그래서 구체적인 글이 오히려 더 작업하기 힘들고 오히려 글이 추상적이면 상상하며 그리는 과정이 재밌습니다.
 
여행은 어디 다녀오셨나요?
 
10일은 터키, 30일은 베를린에 다녀 왔어요. 홀로 카우치서핑(couchsurfing)했거든요. 카우치서핑이 말 그대로 소파에서 잠자면서 그 사람 집에서 묵는 건데요. 사전에 메일로 묵을 곳을 섭외해서 갔죠. 베를린이 문화 예술의 중심지라 그곳을 체험해 보고 싶었어요. 
 
혼자 카우치서핑이라, 재미있는 일이 많이 생겼을 것 같네요.
 
엄청 많죠. 이번 유럽 여행이 처음은 아니었는데도 문화 충격도 많이 받았고요. 공교롭게도 저를 재워준 사람이 다 남자였는데요. 의도하지 않았지만 여성 혼자서 남자 집에서 자면서 다니는 게 됐어요. 40명에게 메일을 보냈는데 20명에게 회신이 왔고, 이중 10명이 거절했어요. 시간이 안 된다는 이유, 이런 저런 이유로요. 남은 10명이 모두 남자더라고요. 
 
여행 중에 틈틈이 메모했고, 그 기록을 바탕으로 책을 쓸 계획이라고 들었는데요.
 
책을 만들기 위해서는 기획안이 필요하잖아요. 기획안을 정리 중이에요. 다른 사람 집에서 자며 여행했으니, 중심에 사람이 있고요. 사람을 중심으로 더 생각해야 하는데, 초고를 본 지인이 소제목을 붙일 때 사람을 수식하는 재미난 문구를 붙여보라고 하더라고요. 예를 들면 미래의 존 레논, 이렇게 써서 독자가 궁금하게 하래요. 쓰다 보니 인물을 꾸미려 해도 꾸밀 말이 없더라고요. 콘셉트를 바꿨죠. ‘청춘’을 주제로 각각 인물을 풀어보기로요. 요즘은 너무 많이 쓰는 말이라 ‘청춘’을 대체할 말을 찾고 있어요. 
 
유럽에서 만난 청춘은 어땠나요?
 
처음 그곳에서 소파를 빌려준 사람은 대학선배인데요. 그 언니가 공부나 일, 진학을 위해서 독일에 머무는 게 아니더라고요. 여기 왜 사느냐고 물었더니, 초록 세상이 보이는 게 좋다고 답하더군요. 나무가 많은 곳이거든요. 목표가 분명하지 않지만 행복한 삶을, 하고 싶은 걸 하는 삶을 살고 싶다는 대답인데, 한 단어로 정리하기 힘든 답변이었죠. 저는 ‘방황’이라고 붙였습니다. 방황이 나쁜 건 아니에요. 방황하는 시기를 누구나 거치지만, 길만 알고 있다면 굳이 다른 사람이 뭐라 할 필요는 없잖아요. 두번째 피터라는 사람은 기타 사진으로 프로필을 꾸며 놨기에 뮤지션인 줄 알았더니 약대생이었어요. 물론 밴드활동도 하고 있었구요. 금발 레게머리에다 방 분위기와 친구들 모두 자유분방해요. 그래도 대화에서는 전공에 대한 진지함이 느껴졌는데 동시에 여유도 느껴졌어요. 문득 제 삶을 되돌아보게 되더라고요. 프리랜서이지만, 회사만 안 다녔을 뿐 쉬지 않고 일했거든요. 피터는 여유를 즐기는 청춘이었습니다.
 
그 다음에는 스테판이라는 베를린 예술대학원에서 건축을 전공하는 학생인데요. 명문 대학이라 세계에서 학생이 몰려 경쟁률이 높아요. 거기서 건축만 배우는 게 아니라 다양한 걸 배우죠. 다양한 것 중에서 뭘 살려 무슨 일을 하고 싶냐고 물었는데 대답이 충격이었어요. 생각 안 해 봤대요. 평범한 일 하면서 남는 시간에 그림 그리고 수영 하면서 살고 싶대요. 스테판을 보며 베를린 사회구조와 우리 사회구조가 다르다는 걸 느꼈어요. 독일은 한국보다 땅은 넓은데 인구가 적고, 학비가 싸잖아요. 우리나라는 학벌이 중요하고 학비도 부담스럽고 그러다 보니 배운 것에서도 본전을 뽑아야 한다고 생각하잖아요. 열정으로 가득찬 청춘도 있었어요. 다빗은 사진을 전공하는데 사진을 향한 열정이 대단해요. 대충 이렇게 콘셉트를 잡고 책에 일러스트도 넣고 하면서 쓰고 있어요. 앞서도 말했듯, 지금은 청춘이라는 말을 뭘로 바꿀지 고민이에요. 
 
프리랜서 생활은 회사 생활과 비교하면 어떤가요?
 
3가지는 회사 생활이 좋습니다. 첫째, 회사는 일이 각자 일이 정해져 있으니 세금계산서를 끊거나 홍보하거나 일 따오고 이런 건 굳이 내가 안 해도 되죠. 둘째, 정말 빡빡한 회사가 아니라면 하루 정도는 적당히 때워도 월급이 나옵니다. 셋째, 회사에 있는 집기를 쓸 수 있어요. 이 세 가지를 제외한 나머지는 프리랜서 생활이 훨씬 좋아요.
 
프리랜서 생활이 좋다고는 하지만, 만만치 않잖아요. 특히 시작이 힘들지 않나요?
 
지금은 그림을 그리지만 원래는 환경디자인을 전공했어요. 2년 전, 이 일을 처음 시작할 때만 해도 그림을 봤을 때 색연필로 그렸는지 사인펜으로 그렸는지 구분 못할 정도였어요. 그림은 낙서수준이었고 당연히 인맥도 거의 없었고요. 처음 프리랜서 선언했을 때 어머니 반대가 심했습니다. 제가 만든 수첩이 있었는데, 그 수첩을 팔아 50만 원을 벌면 어머니가 허락하기로 하고 시작했어요. 지인들과 친척들의 도움으로 100만 원을 만들었어요. 그런 자신감으로 어느 마켓에 수첩을 가지고 나갔는데 하나도 안 팔리더라고요. 제 그림이 속옷만 입은 베트맨 이런 식이었는데 고객은 가족단위였어요. 타깃을 잘못 잡았죠. 그렇게 좌절을 맛보고 회사에서 벌어놓은 돈을 조금 까 먹고, 월급도 안 돌아오니 땀이 절로 나와요. 그때 동화 일러스트 그리는 언니를 만나서 조언을 받았습니다. 책이든 제품이든 하고 싶은 게 있으면 그걸 모델링 하듯 똑같이 만들어 보라고 하더라고요. 그 이후로 하루 종일 그렸어요. 지금도 계속 발전하고 있고, 조금씩 좋아지는 게 눈에 보이니까 기분이 좋아요. 예전의 낙서같이 촌스러운 그림들을 보면 뿌듯해요.


 

알렉산더플라츠.jpg

ⓒ 아방

 
아방 작가의 일러스트에는 독특한 분위기가 있잖아요. 이런 분위기는 어떻게 형성됐나요.
 
제 그림을 보고 보통은 즐겁다고 말해요. 10명 중 1명 정도는 우울해 보인다고 이야기하고요. 둘 다 맞는 말이에요. 그림을 보면 등장인물 대부분이 무표정인데 색은 따뜻하게 썼어요. 진지하고 슬픈 내용을 슬프지 않게 표현하는 게 좋아요. 속내용은 아무도 모르겠지만 결국은 밝게 보이는 걸 원하나봐요. 또 다른 특징이라면, 인물이 약간 다 뚱뚱하고 비정상적인 몸매를 가졌어요. 요즘 사람들 마른 걸 선호하고 다 똑같이 생겼는데, 이런 현실이 싫더라고요. 약간이라도 다르면 쳐다보잖아요. 이런 시선도 싫고요. 캐릭터들을 통해 조금 달라도 나는 그림 속에서 잘 산다! 는 것을 보여주고 싶기도 해요. 
 
즐겨 읽는 책이라든지 영화, 음악을 소개해주세요.
 
요즘 책은 잘 못 읽어요. 어머니가 문장력을 키우려면 문학, 소설을 읽어야 한다고 했는데, 최근에 나온 소설은 못 읽겠어요. 박완서나 성석제 같은 좀 문학적 표현이 좋은 작가를 좋아합니다. 영화는 안 가리면서 보지만 예술 영화를 좋아해요. 예를 들면 <미래는 고양이처럼>이나, <바스키아> 같은 작품. 비유로 묘사하는 작품을 선호해요. <바스키아>는 200번 정도 봤어요. 음악은 시끄러운 댄스나 발라드는 안 듣고요. 브라질 음악, 유럽의 몽롱한 음악을 좋아해요. 브라질 여가수 마치날리아의 2012년 음반 중에서 1번 트랙을 추천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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글ㆍ사진 | 손민규(인문 MD)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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