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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예선 “미술이 아니라 그림에 대한 책”

『밤의 화가들』 저자와의 만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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밤은 감각이 섬세해지는 시간이다. 어둠이 내려앉은 밤을 틈타 갇혀있던 생각들이 솟아나고 상상력이 마음껏 춤춘다. 한편으로 밤은 오롯하게 삶을 돌아보는 시간이다. 인간에 대한 날카로운 성찰이 시작되기도 한다. 많은 예술가들이 밤의 감각을 더듬어 글을 쓰고, 음악을 만들었다. 화가들도 마찬가지다. 저자 최예선의 신간 『밤의 화가들』은 밤의 목소리를 들려주는 그림을 담고 있다.

『밤의 화가들』 출판기념회는 저자 최예선의 작업실에서 열렸다. 아기자기한 인테리어가 눈에 들어오는 소담한 작업실이었다. 옹기종기 모여 앉은 독자들에게 인사를 건넨 저자는 『홍차, 느리게 매혹되다』 를 쓴 작가답게 다양한 홍차를 타주었다. 처음 보는 찻잎의 향을 맡고 맛을 물어보며 어느새 독자와 작가는 한층 가까워진 것 같았다. 곧 달밤의 정취를 담은 거문고 연주가 이어졌다. 독자들은 겨울밤과 잘 어울리는 거문고 소리를 들으며 홍차를 홀짝였다. 밤의 그림이 들려줄 이야기를 기대하면서 말이다.




화가들의 밤을 자주 떠올렸다

저자는 『밤의 화가들』 이 미술이 아니라 그림에 대한 책이라고 거듭 말했다. 그녀는 미술이나 건축 같은 분야는 어려운 학문이라 말했다. 그만큼 어렵게 열심히 공부해야 알 수 있다는 뜻이었다. 하지만 그림은 달랐다. 그림은 특별히 배경지식이 없어도 한눈에 반할 수 있다. 물론 섬세하게 그림을 느끼기 위해서는 감각이 열려있어야 하고 아름다움을 알 수 있도록 끊임없이 노력해야하지만 말이다. 그런 면에서 이번 책은 어려운 미술이 아니라 누구에게나 쉽게 다가가 말을 건네는 그림 이야기다.

이 책을 쓰면서 저자 최예선은 밤을 그린 화가들의 밤을 자주 떠올렸다고 한다. 잠들지 못하고 끊임없이 고민하고 절망하는 밤, 열정을 품고 달려가는 밤. 그들의 밤을 따라가다 보니 밤이 가진 감각이 단순히 어두움이 아니라는 걸 알 수 있었다. 그 안에는 아주 다양한 감정들, 아주 다양한 색채들이 숨어있었다. 그런 부분을 미세하게 잡아내며 책을 썼는데 그 과정이 감동적이었다고 저자는 말했다.

본격적으로 책을 통해 저자가 소개하고 싶었던 화가들의 그림을 함께 보는 시간을 가졌다. 처음으로 살펴본 그림은 덴마크 화가인 빌헬름 함메르쇠이의 작품이었다. 초기에 그는 초상화와 풍경화 등을 많이 그렸지만 1890년대 후반부터는 고요하고 정적인 실내풍경을 그려냈다. 저자 최예선은 함메르쇠이의 그림에 ‘어둠이 시가 되는 순간’이라는 소제목을 붙였다. 그의 아련하고 어두운 그림은 일상적인 순간들을 포착해 훌륭하게 펼쳐놓는다.

이 점은 저자에게 큰 매력으로 다가왔다. 살아가면서 끊임없이 내가 하고 있는 일, 지루한 일사오가 다른 새로운 일을 탐내게 된다. 하지만 그 수많은 유혹에도 불구하고 꿋꿋하게 자기 주변을 그려나간 함메르쇠이의 그림을 보면 스스로를 다시 한 번 돌아보게 된다는 거였다. 함메르쇠이는 책을 보고 피아노를 치는 아내의 뒷모습, 방문과 복도가 많은 집안 풍경을 자주 그렸다. 이 일상적인 풍경은 화가를 통하며 독특한 정서를 머금는다.




휘슬러, 뭉크. 쇠라, 오키프의 작품을 보다

다음으로 살펴본 그림은 휘슬러다. 가벼운 붓질과 색채로 유명한 휘슬러는 천부적인 재능을 지녔으면서도 콤플렉스로 힘들어했다고 한다. 저자는 처음 휘슬러의 그림을 보았던 때를 회상하면 색채가 너무 아름다워 한참을 그대로 서 있었다고 말했다. 휘슬러는 밤을 단순히 검은 색으로 보지 않았다. 녹색을 많이 사용한 그림을 보며 저자는 휘슬러가 밤에 초록을 썼기 때문에 밤은 더 이상 어둡지 않다는 말이 떠올랐다고 했다.

이어서 뭉크의 그림을 보았다. 뭉크, 하면 사람들은 대부분 절규나 마돈나 같이 기이한 것을 연상한다. 하지만 이날 최예선은 뭉크의 새로운 그림을 보여주었다. 뭉크가 가장 좋아했던 장소인 여름해변의 밤이 담긴 그림이었다. 이 그림은 따뜻하고 아름답다. 해변에서 만난 여인들의 모습 역시 다른 그림과 달리 어딘가 아름답고 기품 있게 느껴진다. 그림을 그리며 여러 곳을 떠돌았던 뭉크는 언제나 마음속에 이 해변을 품고 있었다고 한다.

다음으로 쇠라의 작품을 보았다. 저자가 이 작품을 선택한 이유는 점묘법 화가로 알려진 쇠라의 그림이 얼마나 아름다운지 전하고 싶은 때문이었다. 그녀는 실제로 그림을 보면 도판으로는 절대 느낄 수 있는 아름다움이 있다고 했다. 자연스럽게 그림 전체를 흘러 다니는 빛이 보인다는 거였다. 쇠라는 뜻을 다 펼치지 못하고 30대에 사망했고, 신인상파는 미술계에 오래 이름을 남기지 못한다. 하지만 그 독특한 화법과 아름다움은 다양한 화가들의 관심을 불러일으켰다. 우리가 잘 알고 있는 피사로나 고흐 같은 화가도 점묘에 관심을 가졌었다고 한다.

계속해서 저자가 특별히 좋아한다는 오키프의 그림이 등장했다. 그녀는 어떤 그림이 좋아지면 그 이유에 대해 끊임없이 생각한다고 했다. 논리적으로 설명도 해보고 공부도 하고 책도 쓴다. 물론 정확한 답을 얻지 못할 때도 많지만 저자는 평생 자신이 매혹되는 것들에 대해 생각하며 살아가는 그 자체가 좋다고 말했다. 오키프는 꽃그림으로 우리에게 유명하지만 사실 다양한 그림을 그렸다. 뉴욕에 살았을 때는 도시풍경들도 많이 그렸고 뉴멕시코로 이주한 뒤에 우리가 잘 아는 오키프의 그림들이 탄생되었다.

책의 마지막에 실린 파리 파리게이트는 끝까지 저자가 고민했던 그림이라 했다. 앞서 소개한 밤의 그림들은 감정을 그리고 아름다운 동화 속 이야기를 담고 있다. 그에 비해 이 그림은 우리 현실과 맞닿고 있다. 시위하는 노동자들이 뿔뿔이 도망가고 경찰들이 대오를 맞춰 돌격하는 모습. 그렇다면, 이 그림은 왜 밤의 시위를 담고 있는 걸가? 다시 묻자면 시위는 왜 밤에 일어났을까? 저자는 노동자들이 낮에는 일을 해야 했기 때문이라는 숨은 진실을 풀어놓는다.

밤은 이렇게 다양한 감정, 다양한 사건을 담고 있었다. 흥미로운 그림들이 차분하고 세심한 문체와 함께 어우러진 책이라 더욱 독자들의 관심을 끌었다. 자리를 마무리하며 한 독자가 질문을 던졌다. 다양한 책을 쓰는 저자가 어떻게 이 많은 관심사를 유지하는지 궁금하다는 거였다.

저자 최예선은 삶의 아름다움을 알아가는 게 중요하다는 말로 입을 열었다. 아름다운 삶을 만들어가는 과정에서 관심을 갖게 된 주제들이 결국 자신의 책이 되었다고 했다. 홍차는 그녀에게 시간이 느리게 흐르도록 돕고, 마음을 섬세하게 돌보도록 만들었다. 근대문화의 유산들은 우리 곁에 있지만 우리가 놓치고 있던 아름다움들을 발견하도록 해주었다.

그리고 이번 책은 감성들을 돌아보며, 그림 한 점 한 점과 대화하게 해주었다. 저자는 그 시간이 참 좋았고 자신이 느낀 감정을 함께 공유하고 싶어 책을 냈다고 했다. 다양한 관심들로 빚은 결과물들이 삶을 아름답게 살고자 하는 마음에서 시작되었다는 대답은 어떤 거창한 이유보다 멋지게 느껴졌다. 그녀가 공간, 차, 그림이라는 세 가지 키워드 안에서 길어낼 더 깊고 아름다운 이야기를 기대해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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밤의 화가들 최예선 저 | 모요사
명화 속에 담긴 밤의 풍경과 서정을 풀어낸 책이다. 어둠이 창밖을 검게 가리는 밤, 예술가에게 그 밤은 깊이 잠입해 있는 상상력이 한껏 춤추는 시간이다. 망상과 공상이 무궁무진하게 솟아나고 성찰과 반성이 날카로워져 삶이 더욱 또렷이 보이는 시간이다. 그렇기에 많은 화가들은 밤을 그렸고, 밤에 창작의 불꽃을 피웠다. 프랑스에서 미술사를 공부하며 루브르 박물관을 수시로 드나들었던 저자는, 그때의 경험을 떠올리며 밤의 그림들을 찾아 헤맸고, 그림 속에 담긴 영감과 그늘진 사랑 이야기를 이 책에 담아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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글 | 정연빈

북극곰이 되기를 꿈꾸며 세상을 거닐다.
어지러운 방에 돌아와 글을 씁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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