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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홍준 “일평생 대중과 함께 살기로 마음먹었다”

『나의 문화유산 답사기』 『명작순례-옛 그림과 글씨를 보는 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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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1월 23일, 서울 관악구청 대강당은 유홍준 교수의 강연을 듣기 위한 150여 명의 독자들로 가득 찼다. 유홍준 교수는 ″미술사의 사회적 실천을 위하여, 나는 어떻게 답사기와 순례기를 쓰게 되었나″를 주제로 대중과 소통해온 삶의 궤적을 매만지는 동시에 작품 읽기의 즐거움을 나눴다.



올해로 『나의 문화유산 답사기』 시리즈가 태어 난지 스무 해를 넘겼다. 『나의 문화유산 답사기』 는 문화유산을 다루는 인문학 분야에서 이례적으로 350만 부 넘게 팔렸고 여전히 그 온기를 이어가는 중이다. 남녀노소를 아우르는 폭넓은 독자층은 계속해서 다음 시리즈를 기다린다. 유홍준 교수는 대중들에게 ‘문화유산’의 아름다움을 이야기해주는 전도자이자, 국내 산천으로 떠나는 순례의 발걸음을 인도해주는 스타급 안내자다.

유홍준 교수는 정년을 맞이했다. 지난해 11월, 명지대학교 미술사학과 퇴임 강연에서 그는 “형식적인 정년일 뿐, 석좌교수로 남아 계속해서 연구하고 글을 쓸 예정”이라고 밝혔다. 지난해 『나의 문화유산답사기 일본 편 1 규슈』, 『나의 문화유산답사기 일본 편 2 아스카-나라』 를 집필한 후, 퇴임과 맞물려 『명작순례-옛 그림과 글씨를 보는 눈』『유홍준의 한국미술사 강의3』 를 펴냈다. 정년을 앞두고 4권을 쓴 셈이다. 그는 현재 나의 문화유산답사기 남한강편, 일본 교토 편을 준비 중이다. 유 교수는 대중들에게 최근 펴낸 책의 연장선상에서 일본에 대한 냉정한 인식과 『명작순례』 의 작품을 감상하며 안목에 대한 강의를 이어나갔다.




일본은 우리가 반드시 알아야 하는 곳

“답사문이 기행문이라고 하더라도 그것이 솔직하게 처음 느낀 것인지는 애매하다. 그냥 가서 보고 쓰는 것과 느낌을 축적해서 쓰는 것은 차이가 크다. 게다가 대상을 장악하지 않으면 쓸 수가 없다. 일본은 해묵은 역사적인 사안이 얽혀 있어 언급하기가 참 어렵다. 우리가 일본 역사를 제대로 배울 기회가 있다고 말할 수 있을까? 일본 역사 속 인물 중 나쁜 인물 둘 빼고는 솔직히 우리는 누구를 진지하게 아는가? 『문화 유산답사기 일본 편』 을 쓰기 전부터 오랜 시간 마음에 담고 있었던 문제의식이었다. 그래서 일본은 우리가 반드시 알아야 하는 곳, 나의 독자들에게 전해주고 싶은 마음에서 썼다. 나의 일본 문화유산답사기는 긴데, 실력이 없어서 길게 쓰는 것 같다. 내가 일본을 이렇게 보았고 그 문화를 이렇게 인식한다는 것, 시각을 열어준 것으로 내 임무는 끝났다고 생각한다.

기본적으로 문화유산에 대해서 이야기할 수 있는 핵심이 되는 것이 있다. 일본과 우리는 지구상에서 떨어져나간 역사가 15000년이 된다. 호수와 강줄기였다. 1만 년 전부터 신석기 시대로 들어가면서부터 달라진다. 최소 만 년 전부터 기원전 300년부터 똑같은 삶을 살며 문화를 공유한 지루한 시기가 있었다, 지루한 매너리즘 속에서 살았다. 그 안에서 살 때에는 변화가 없다. 뭐든지 강력한 충격을 받아야 새로운 삶으로 전환한다. 질그릇이 발달한 문화였다. 그릇이 굉장히 발달된 토기 문화를 갖고 있었다. 그 이유는 자연물산이 굉장히 풍부한 좋은 땅에서 살고 있었다.

답사를 다니다 보면 일본의 시골이 참 예쁘다는 것을 알 수 있다. 반면 우리나라는 산천은 아름답지만 시골이 예쁘다고 보기 어렵다. 솔직한 심정으로 삶의 문화가 그것뿐이 안 된다는 것을 느낀다. 일반화하기 어렵지만, 자기 문화를 가꿔야 한다는 의지가 없는 환경에서는 좋은 문화가 있을 수 없다. 다시 돌아가서 아이누 족은 아열대성에 있어서 과일이 풍부했다. 아이누 족의 평균수명이 35세인데, 5년의 한 번씩은 굶주린 흔적이 있다. 저장이 토기에 안 될 적에 굶을 수밖에 없었던 것이다. BC 300년 야오이 토기는 동경대학교 후문에 있는 동네이름이다. 이런 그릇이 처음으로 19세기에 발견된 까닭이다. 그 이후 야오이 토기는 전국에서 발견되었다. 그 당시 그들은 600년 동안 이런 그릇을 사용하고 한반도 문화와 똑같은 문화의 내용을 갖게 된다. 그들은 꼭 한반도를 걸쳐서 대륙 문화가 왔다고 한다. 왜 직접적으로 언급할 수 없는지 아쉽다. 그게 자존심의 문제이다.”



한-일간 문화교류의 진정한 자세
제레드 다이아몬드의 『총, 균, 쇠』 에서 지혜를 찾을 수 있다


한-일 관계가 감정적으로 서로 싸워온 것은 아무도 부정할 수 없다. 대표적 원수격인 두 나라는 각기 다른 콤플렉스를 품고 공격한다. 둘의 입장을 거칠게 둘로 나누어보면 인정하지 않는 태도에 기인한다. 일본은 고대사의 부재로 인해서 끊임없이 역사를 왜곡하고, 한국은 식민의 치욕을 복기하며 일본을 인정하지 않는 것이다. 일본은 청동기 문화 하에서 공유한 한반도의 수혜를 받아들이지 않고, 한국 역시 일본이 가꾸어온 유수한 문화적인 우수성을 잘 인정하려 들지 않는다. 유홍준 교수는 한-일간의 계속되는 감정적인 소모에 문제의식을 던지며 현명한 실마리를 찾고자 한다.

“제레드 다이아몬드의 『총, 균, 쇠』 에서 저자는 한국과 일본은 “성장기를 함께 보낸 쌍둥이와도 같다”고 언급한다. 한-일 관계의 총체를 들여다보면 이건 정말 받아들일 수밖에 없는 사실이다. 두 나라는 서로의 인생을 보냈던 고대국가의 쌍생아 같은 존재가 정말 맞다. 제레드 다이아몬드는 양국이 역사적 복원을 어떻게 할 것인가에 두 나라의 미래가 달렸다고 바라보는데 그것에도 동의한다. 그 문제의식의 연장선상에서 『문화 유산답사기 일본 편』 을 썼다. 그들이 거기서 문화를 일구고 대견하게 살아온 그 총체가 일본 문화라고 생각한다. 그렇지만 그 옛날 과거를 돌아보면 한반도의 문화와 같은 부분도 많다. 쌀농사, 청동기, 영양이 좋아서 종자가 점점 좋아진다. 안 맞는 것은 일본어와 우리말이다. 1700년의 역사를 가지고서 일본어와 한국어가 이렇게 될 수는 없다. 한국어와 일본어가 비슷한 건 일부 있지만 전체적으로는 다르다.

현재 한국어는 신라어고 그때는 이미 분화되어 있었다. 고분시대의 일본 토기가 가야 사람들과 똑같다. 그 당시 왜는 가야와 백제와 친했고 원군도 보내준 전력이 있다. 가야와 가까운 이유는 철이었다. 철기문화가 300년 무렵부터 들어가고, 우리 문화를 바꾸게 된 건 철기 문화였다. 고조선이 철기문화에 망하니까 들어와 버린다. 그들은 대단한 문화흡수 능력을 가지고 있었고 문자도 들어와 사유가 발달하기 시작한다. 하지만 우리는 여전히 고구려 백제 신라는 우리 민족이고 왜는 왜라고 생각하다. 과거에 친하게 지냈어도 이민족이라는 관점으로 배척해서 역사책을 읽고 있다. 고구려 백제 신라 가야 왜 5중 합중국이었다. 그 때의 왜와 현재의 일본은 전혀 다른 존재였다. 한반도에서 일구어낸 이야기만 하고 한-일 관계의 진일보에는 지혜로운 관점을 알려주지 않는다. 우리의 삶이 어떤 방향으로 가야하는 가에 대한 감각을 알려주지 않는 것이다. 그만큼 일본이 우리에게 참 어려운 존재이다.”



좋은 안목을 기르는 것, 명작 앞에서 깊은 감동을 느끼기 위함

『나의 문화유산 답사기』 는 대중들에게 “아는 만큼 느낄 수 있고 느낀 만큼 보인다.”의 근간을 심어준 시리즈이다. 좋은 감상이란 앎을 채우고 아름다움을 찬미할 수 있을 때 진정한 안목이 길러진다는 것이다. 유홍준 교수는 『명작순례-옛 그림과 글씨를 보는 눈』 에서 좋은 안목을 기르는 길로 인도한다. 좋은 안목이란 그저 많이 알고 보는 것이 아님을 강조하며, 시각을 넓히고 다양한 감동을 느끼는데 그 의의가 있다고 말한다. 책 속에서 하나의 명작이 탄생하는데 뒷받침 되어준 사회, 문화적인 배경을 투명하게 제시하고 그것을 취하는 손길은 독자의 예술적인 가치판단에 맡긴다.

명작의 또 다른 조건은 작품의 객관적 아름다움이다. 미술사가들은 이를 규명하기 위하여 다양한 각도에서 양식적 분석을 가한다. 그것은 미술사가들의 전문적인 일이지만 그 내용을 숙지한다면 명작 감상에 여간 도움이 되는 것이 아니다. 미술사적 지식을 알고 난초 그림을 보는 것과 아닌 것과의 차이는 곧 안목의 차이로 직결된다. 경우에 따라서는 여기에 동의하지 않을 수도 있지만 독자들은 그런 다양한 시각을 추체험함으로써 옛 그림과 글씨에 함축된 다양한 감동을 간접 경험하게 된다. 그럼으로써 독자들의 안목은 넓어지고, 또 높아질 것이다. (p.5, 『명작순례-옛 그림과 글씨를 보는 눈』)

“명작은 문화 능력의 소산으로 전성기에 몰려나온다. 최고의 장인 정신, 기술이 하나라도 빠지지 않는다. 명작은 시공을 초월하는 아름다움이 있다. 명작은 뭐가 달라도 다르다. 언제나 초월적인 면을 갖는다. 시대와 분야를 떠나 모든 명작에서 내가 느끼는 공통점은 '디테일이 아름답다'는 것이다. 여기서 모든 작품을 다룰 수는 없지만 짧게라도 몇몇 작품들을 감상해보면, 김홍도는 특별한 대상이 아니라 아무렇지도 않은 자연을 그렸다. 그 속에는 달밤의 모임, 한국인의 시정, 흐드러진 멋. 선적인 것이 다 들어있다.

김정희는 고고한 이지적 갈필에 의한 붓맛이 느껴진다. 북산 김수철 얼마나 감각적인지 모른다. 환상적이다. 사임당의 초충도를 보면 정서를 얼마나 해맑게 표현했는지 느낄 수 있다. 조희룡의 작품을 보면 붓과 먹과 색감이 파편화 되서 화면을 앵포르멜로 만들어버린다. 북산 김수철이 그린 밤송이를 보면 굉장히 감각적이고 에로틱하다. 19세기에 저런 구도가 나올 수 있는지 참 신기하다. 지금 본 몇몇 명작에서 보았듯이 본능적으로 느껴지는 감탄이 있다. 우리가 갖고 있는 인식의 경험을 축적하다보면 명작을 보는데 정말 행복해진다. 가능한 많은 것을 보고 쌓아가며 바라보다보면 더 큰 감동을 느낄 수 있다. 좋아하는 문장인 “사랑하면 알게 되고, 알면 보이나니, 그때 보이는 것은 전과 같지 않으리라”처럼 그 길의 아름다움을 먼저 걸어간 사람으로서 차근히 전해주고 싶다.”


강연 말미 유홍준 교수는 강연 주제를 곱씹으며, 미술사적 지식을 대중에게 나누는 것이 생애 가장 중요한 업이며 사회적인 실천이라고 강조했다. 일평생 대중과 함께 살기로 마음먹었다는 말도 잊지 않았다. 앞으로 쓰게 될 『나의 문화 유산답사기 답사기』 남한강 편, 일본 교토 편, 화인열전, 한국미술사강의 시리즈 속에서 친절한 안내자로 또 만나기를 기다려본다.


(※ 이미지는 2010년 9월 28일 인터뷰 사진으로 본 강연과 관계 없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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글 | 권지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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