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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형규 한국경제 논설위원이 말하는 인문학, 경제학

『경제학, 인문의 경계를 넘나들다』 저자 오형규 논설위원 한국은 영국병, 일본병의 복합증상을 겪고 있어 주류-비주류가 아니라 진짜-가짜 경제학 구분이 필요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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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제학, 하면 복잡한 통계와 수식을 떠올리지만 경제학은 인문학과 맞닿아 있었다. 경제학의 아버지라 불리는 애덤 스미스는 『국부론』과 함께 『도덕감정론』을 썼으며 『자본론』을 쓴 마르크스 역시 출발은 철학이었다. 하지만 시간이 지나면서 인문학과 경제학은 멀어졌고 둘 간 경계는 명확해졌다.

『경제학, 인문의 경계를 넘나들다』는 원래 밀접했던 인문학과 경제학의 관계를 복원하려는 시도다. 책의 저자인 오형규 논설위원도 인문학과 경제학 사이의 경계를 넘나들며 살아온 글쟁이다. 그는 대학에서 국어국문과를 전공하며 문학평론가를 꿈꾸었다. 그리고는 졸업 후 경제기자가 되었다. 현재 <한국경제> 논설위원으로 각종 경제 현상을 해설하고 있다. 저서로는 『자장면 경제학』, 『치명적인 금융위기, 왜 유독 한국인가』 등이 있다.

 

오형규 논설위원(경제학).jpg


<한국경제> 논설위원이면서, 오랫동안 경제신문 기자로 활약했습니다. 경제를 인문학과 접목해야겠다고 결심 특별한 계기가 있었나요?


저는 인문대(국어국문학과)를 나와 경제기자가 됐습니다. 기본적으로 양쪽 다 관심이 있었지만 결정적인 계기는 2006년부터 2년간 고교생 대상 경제-논술신문(한경 생글생글) 제작을 맡으면서입니다. 경제와 논술을 연결짓는 기획을 자주 했는데, 논술에서 요구하는 분석적ㆍ창의적 사고와 경제학적 사고가 잘 들어맞더군요. 인문학이 사람에 천착한다면, 경제학은 사람의 행동에 천착하거든요. 이런 관점을 확장해보면 어떨까 생각하게 됐고, 때마침 『괴짜경제학』,『경제학콘서트』와 같은 일상의 경제학이 붐을 이뤄 제 생각에 확신이 섰습니다. 첫 결실이 2010년에 쓴 『자장면 경제학』이고 이번이 두 번째라고 할 수 있습니다.


인문과 경제의 만남, 이라는 시도는 좋지만 쓰기는 쉽지 않은 소재입니다. 원고를 쓰면서 어려운 점은 없었나요?
 
사실 6개월의 집필 과정에서 정말 고생이 많았습니다. 쓰면 쓸수록 인문학과 경제학 모두 지식이 얕다는 느낌을 지울 수 없었습니다. 한 권 두 권 참고도서를 찾다보니 작년에 줄잡아 70~80권은 읽었습니다. 글을 쓰려면 쓰는 분량의 최소 10배 이상은 읽어야 한다고 생각합니다.


책에서 영국병과 일본병 그리고 한국병을 다뤘는데요. 현재 한국의 경제 상황을 어떻게 진단하나요.


식민지와 전쟁의 폐허 위에서 두 세대 만에 팔자를 고친 세계 몇 안 되는 나라가 한국입니다. 소득 2만 달러까지는 숨 가쁘게 달려왔는데 그다음 도약을 위한 힘이 부족한 것 같습니다. 더구나 저출산 고령화로, 미래를 위한 전환점을 만드는 것은 갈수록 쉽지 않습니다. 하지만 여태까지 그래왔듯 한국인은 어려울 때 힘을 발휘하는 독특한 DNA를 갖고 있습니다. 이런 힘을 한데 모을 리더십과 팔로십이 절실한 때입니다.


이 책은 경제 이론과 함께 역사, 문학, 사회학 등을 다양하게 접할 수 있다는 장점이 있습니다. 청소년이 읽기에도 부담이 없을 듯한데, 좀 더 깊게 공부하고 싶은 독자에게 추천할 만한 경제학 책을 소개한다면?


독자층을 고교생부터 대학생, 그리고 경제학을 전공하지 않은 일반인으로 잡았습니다. 독자들이 이 책을 계기로 스스로 더 공부하고 싶다고 느낀다면 더할 나위 없을 것입니다. 경제학 쪽으로는 토드 부크홀츠의 『죽은 경제학자의 살아있는 아이디어』를 추천합니다. 쉬운 책으로는 『경제학 콘서트』나 행동경제학에 관한 『충동의 경제학』을 권합니다. 국내 저자로는 연세대 한순구 교수의 『경제학 비타민』이 우리나라 사례가 나와 쉽게 읽힙니다. 제대로 된 교양을 얻으려면 역사적, 사회적, 경제적 관점에서 씨줄과 날줄이 촘촘한 책을 읽을 필요가 있습니다. 매트 리들리의 『이성적 낙관주의자』는 제가 집필하는 과정에서 큰 영향을 미쳤습니다. 


인문학 쪽에는 어떤 책이 있나요?


인문학 자체가 워낙 방대하기 때문에 특정 도서를 추천하는 것이 좀 외람된 점이 없지 않습니다. 시중에 다양한 인문학 입문서가 있지만 과연 인문학을 제대로 안내하는 것인지 의문인 경우가 많습니다. 심지어 인문학도 학원에서 가르칠 수 있다는 식이어서 아연실색하게 됩니다.


적어도 대학생 수준이라면 우선 다독(多讀)을 권합니다. 이리저리 엮어놓은 해설서가 아니라 고전을 정독하는 것이 가장 좋습니다. 철학과 신화에선 『철학이야기』 『그리스로마 신화』로 시작하고, 역사는 『로마인 이야기』를 꼭 읽기 바랍니다. 역사를 보는 안목을 넓힐 수 있습니다. 서울대 주경철 교수의 『히스토리아』 등 다양한 저작들도 역사의 진면목을 이해하는 데 큰 도움이 됩니다. 문학 쪽에서는 동서양의 고전을 가급적 많이 읽기 바랍니다. 고전이 그냥 고전이 된 게 아닙니다. 문학평론가식으로 표현한다면 “반드시 주목에 값할 것입니다.”


주로 하이예크를 비롯한 주류 경제학의 이론을 소개했습니다. 비주류 경제학에 대해서는 어떻게 보나요.


경제학을 주류-비주류로 나누는 것은 이제 별 의미가 없다고 봅니다. 주류도 한때는 비주류였고, 비주류가 주류가 되기도 합니다. 그때그때 시대의 맥락에 따라 달라집니다. 역사에 남은 경제학자나 경제이론은 경제학이라는 큰 강의 지류와도 같은 역할을 했습니다. 마르크스도 당시 주류 경제학과 각을 세웠지만 그의 자본주의 분석은(비록 결론이 잘못됐지만) 누구보다 탁월했습니다. 요즘 각광받는 행동경제학은 주류 경제학에서 불편해하지만, 머지않아 주류 자리를 꿰찰 수도 있습니다. 


경제학은 주류-비주류 구분보다는 진짜와 가짜를 가려내는 것이 중요하다고 봅니다. 가짜 경제학은 경제학을 가장한 정치 또는 종말론적인 사고방식을 가리킵니다. 세상이 끊임없이 나빠지고 있다고 주장할수록 이익을 보는 사람들이 있습니다. 이런 가짜 경제학자들은 현상과 운동의 내밀한(보이지 않는) 법칙을 제대로 인식하지 못한 채, 눈에 보이는 것만을 전부인 것처럼 주장합니다. 이를테면 한때 인구폭발, 자원고갈론은 1970년대만 해도 주류 이론이었습니다. 40여 년이 지난 지금 그것이 틀렸음이 드러났어도 그 영향력은 여전히 가지 않고 있습니다. 불완전한 인식과 착시에 따른 오류를 경제학으로 부를 수는 없습니다.     


경제민주화와 관련하여 여러 가지 논의가 사회를 뜨겁게 달궜는데요. 저마다 목소리도 다르고, 상황이 매우 혼란스러운 듯합니다. 오랫동안 언론계에 종사하면서, 고급 정보를 많이 접했을 텐데, 이번 정부에서 추진하려는 경제 정책을 어떻게 받아들이나요?


사실 요즘은 가치 혼돈의 시대입니다. 보수 정당이라는 새누리당은 좌클릭하며 빨간점퍼로 바꿔입고, 중도진보 정당이라는 민주당은 거꾸로 우클릭하며 파란색을 씁니다. 정치가 정당의 이념과 가치를 지향하는 것이 아니라, 무엇이 표에 도움이 되는지만 따지는 정치공학이 난무하기 때문입니다. 그런 점에서 경제민주화도 혼란스럽고, 이를 보는 관점도 천차만별입니다. 기회의 균등에서의 경제민주화라면 환영하지만 결과의 평등을 경제민주화로 여긴다면 경제에도 복지에도 별 도움이 되지 않습니다. 현 정부의 경제민주화 정책을 보면 타당한 것도 있지만 겉보기엔 그럴싸한데 심각한 부작용이 걱정되는 것도 뒤섞여 있습니다. 온갖 규제정책을 경제민주화라는 라벨을 붙여 밀어붙인다면 유감스럽게도 의도와는 정반대 결과가 나올 것입니다. 


정부에서 시행하는 정책이 있을 테고, 기업은 저마다의 전략으로 경제활동을 펼칠 것 같습니다. 2014년, 개인이 현명한 경제 활동을 하려면 어떻게 해야 할까요?


요즘 경제상황은 고속으로 달리던 자동차가 속도가 급격히 줄어 승객들의 불만이 고조된 상태에 비유할 수 있습니다. 같은 시속 40㎞여도 정지했다 출발할 때와, 80㎞로 달리다 감속했을 때의 느낌은 정반대일 것입니다. 2014년 경제가 다소 회복될 것이라는 게 공통된 전망입니다. 하지만 개개인이 피부로 느끼기는 쉽지 않을 것입니다. 다만, 부동산 경기가 오랜 침체를 지나 희미하게나마 회복 기미가 엿보입니다. 부동산 건설 분야는 내수의 20%를 차지하는 매우 중요한 경기의 바로미터입니다.


그런 의미에서 2008년 금융위기 이후 6년간 지키는 것이 급선무였다면, 앞으로는 지켜가면서 기회를 포착하는 것도 중요하다고 봅니다. 물론 쉽지는 않겠지만 트렌드 변화, 가까운 미래의 변화를 감지하는 안테나를 세울 필요가 있습니다. 좀 더 중장기적 관점에서는 객관적인 근거를 토대로 장래를 예측하고 미리 대처해야 합니다. 학과를 고를 때는 지금 당장이 아닌 10년 뒤 유망 업종을 염두에 두고, 창업을 한다면 저출산 고령화와 같은 거대한 사회 변화 트렌드에 촉각을 곤두세워야 합니다. 지금 좋은 것이 5년, 10년 뒤에도 좋은 경우는 드문 게 보통입니다. 그만큼 한국 사회는 변화가 빠르기 때문입니다.


책에 담은 다양한 화제를 보면서 관심이 다양하다는 사실을 느꼈습니다. 최근 관심사는 무엇인가요?


기자라는 직업은 항상 세상 모든 일이 관심사여야 합니다. 후배 기자들에게도 늘 강조하는 것이 금주의 박스오피스 1위, 베스트셀러 1위, 시청률 1위가 뭔지 정도는 알고 있으라는 것입니다. 제 관심사를 굳이 꼽는다면 우리 사회의 갈등구조와 이중성입니다. 예컨대 왜 사람들은 생각과 말이 다른지, 양극단의 이념갈등과 진영논리가 횡행하는 이유가 뭔지, 괴담이 왜 그렇게 쉽게 번지는지 등에 대해 궁금합니다.


앞으로 나올 책이 궁금합니다.
 
『경제학, 인문의 경계를 넘나들다』를 쓰면서 워낙 고생을 해서인지, 또 뭔가를 쓰겠다는 엄두가 나지 않습니다. 하지만 마라톤 마니아들이 러너스 하이(runner’s high)에 중독되듯이, 책을 쓴다는 것은 라이터스 하이(writer’s high)를 줍니다. 고생스럽지만 한 권의 책으로 결실을 맺었을 때의 쾌감이 있습니다. 그래서 다시 기회가 된다면 이 책의 시즌 2를 쓰고 싶습니다. 그러려면 상당 기간 공부와 준비를 해야 할 것입니다. 감사합니다.


* 이 인터뷰는 서면으로 진행했습니다.


[관련 기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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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제학, 인문의 경계를 넘나들다 오형규 저 | 한국문학사
개개인의 일상생활이나 실제 사회뿐만 아니라, 역사와 문학, 사회과학, 과학, 대중문화에 스며 있는 경제학의 원리를 읽어내고자 하는 책이다. 경제학은 선악의 구분이나 흑백논리를 초월해 오랜 인간 행동과 사회구조를 파악하는 데 유용하다. 특히 자본주의 사회에서 경제학은 어떤 현상의 이면을 들춰내는 수단이 된다. 그런 점에서 인간에 대한 탐구 및 성찰로서의 인문학과, 사회를 움직이는 동력으로서의 경제학은 결코 동떨어진 영역일 수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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