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산드라 블록, 허블 망원경 그리고 노새 몰이꾼

아마추어가 프로페셔널보다 잘 할 때도 있다 영화 <그래비티, Gravity>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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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런 발견으로 말미암아 우주에 대한 우리의 생각은 크게 변하게 되었다. 그런데 그 주인공은 학력도 없는 아마추어 천문학자 수준인 휴메이슨이었다. 놀랍지 않은가. 이 두 사람의 이름은 지금도 남아있다. 허블의 이름은 위에서 본 허블우주망원경에 붙여졌으며, 휴메이슨의 이름은 1961년에 발견된 혜성에 붙여졌다. 아마추어도 때로는 프로보다 잘할 수 있다.

영화 <그래비티>의 첫 장면에서 스톤 박사(산드라 블록 분)는 지구로부터 600킬로미터 떨어진 우주 공간에서 임무를 수행하고 있다. 그녀의 임무는 바로 ‘허블 우주 망원경(Hubble Space Telescope)’을 수리하고 부품을 교체하는 일이었다. 허블 우주 망원경은 미항공우주국(NASA)이 1990년 우주왕복선(Space Shuttle)을 이용해 지구 궤도에 올려놓은 망원경이다.

망원경에 자신의 이름을 남겨놓은 에드윈 허블은 우주에 대한 인간의 생각을 바꾸어 놓은 사람이다. 허블은 우주에는 우리 태양계를 포함한 은하 외에도 다른 은하가 존재한다는 사실을 관찰을 통해 알아내고 또 우주가 팽창하고 있음을 밝힌 유명한 천문학자다. 허블 우주망원경의 길이는 13.2미터고, 무게는 11.1톤이다. 망원경의 구경은 2.4미터, 그동안 여러 차례 부품을 업그레이드하거나 수리했다.


스톤박사가 타고 온 우주왕복선을 허블 우주먕원경에 고정시켜 놓고 작업하고 있다.
오른쪽은 우주왕복선 비행사인 매트(조지 크루니 분)


매트가 스톤 박사의 작업을 돕고 있는 모습


허블 우주망원경이 촬영한 걸작 중 하나인 독수리 성운(Eagle nebula)의 모습
별이 탄생하는 순간을 관측할 수 있다.

허블 우주망원경은 지구에서 관측하는 것보다 더 먼 우주를 볼 수 있다. 천문학자 이석영은 그의 책 『빅뱅 우주론 강의』(사이언스북스, 2009)에서 이렇게 말한다. “우주로 간 망원경은 우리에게 별이 어떻게 태어났는지를 적나라하게 알려줄 것이다.” 위의 사진은 별의 탄생 모습을 보여주고 있다.


죽음의 그림자, 산드라 블록을 덮치다 그리고 우주전쟁

영화이야기로 다시 가보자. 스톤 박사가 허블 우주 망원경을 수리하는 중에 러시아가 오래된 위성을 파괴하면서 문제가 생긴다. 파괴된 인공위성의 잔해가 빠른 속도로 그들이 작업하는 장소로 다가오고 있었다. 본부(휴스턴)에서는 스톤 박사 팀에게 피신하라고 경고한다. 곧이어 휴스턴과의 통신도 끊어지고, 잔해는 우주왕복선과 허블 우주망원경과 부딪쳐 모두 부서지고 만다. 우주왕복선에 있던 대원들도 모두 사망한다. 스톤박사와 매트만이 우주 공간에 남게 되는데.

이 대목에서 한 번 생각해보자. 과연 우주에서 인공위성을 파괴하고 이 잔해로 인해 피해를 입을 수 있는지를 말이다. 이 부분을 알기 위해서는 『미래전쟁』(영림카디널, 2013)에 수록된 내용을 살펴볼 필요가 있다. 영화에서도 보듯이 자신이 타고 온 우주왕복선이 파괴되자, 스톤 박사는 먼저 국제우주정거장(ISS, International Space Station, 미국과 러시아가 공동으로 사용하는 우주정거장)으로 피신하나, 이곳도 파괴된다. 마지막에는 중국우주정거장으로 피한다.

2009년 2월 10일 시베리아 북쪽 790킬로미터 상공에서 2개의 인공위성이 충돌했다. 미국과 러시아의 인공위성이었다. 이 충돌로 말미암아 두 인공위성은 600여 개의 파편으로 분해 되었다. 지구궤도에 인접한 우주 공간은 현재 거대한 쓰레기장이 되었다. 지구 주위의 우주공간에 떠도는 1센티미터 이상의 우주쓰레기가 60만 개에 달하는 것으로 추정된다. 이 쓰레기의 대부분은 우주개발이 시작된 이래 우주로 발사한 4,500여 개의 인공위성 파편이다. 인공위성은 평균 15년이 지나면 수명을 다해 기능을 멈춘다. 영화에서는 이렇게 기능이 멈춘 인공위성을 파괴한 것이다.

중국은 2011년 실험용 우주정거장 텐궁 1호를 발사했고, 2020년에는 독자적으로 우주정거장을 운영할 계획을 가지고 있다. 게다가 중국은 달에 탐사선을 보냈으며. 앞으로 인간을 달에 착륙시킬 계획까지 가지고 있다. 중국이 이렇듯 우주개발에 많은 힘을 쏟고 있는 이유는 무엇일까? 우주를 지배하는 국가가 세계를 지배하기 때문이다. 중국은 항공모함을 진수시키는 등 해군력을 증강했고 스텔스 기능을 가진 전투기를 이미 개발했고 곧 실전 배치할 예정이다. 중국은 자신의 커진 국력과 군사력을 국제 사회에 과시하고 싶어 한다. 이는 태평양이 미국의 바다라는 통념에 반기를 든 셈이다.

현재 1천 개에 달하는 인공위성이 지구 주위를 돌면서 중요한 데이터를 지구로 전송하고 있으며, 이 중 군사적인 목적을 수행하는 위성도 많다. 정밀타격이 가능한 무기를 개발하더라도 이러한 무기는 우주에서 유도될 때만 탁월한 성능을 발휘할 수 있다. 다시 말해 인공위성의 지원 없이는 장거리 로켓이 제 기능을 발휘할 수 없다. 그렇기에 전쟁이 일어난다면 우주를 지배하는 자가 승리할 수밖에 없다. 그래서 중국이 우주개발에 속도를 내고 있다고 볼 수 있다. 중국이 초강대국으로 부상하려면 전 세계 각지로 확장되고 있는 중국의 해군이 정확한 위성정보를 받을 수 있어야만 가능하다. ‘우주를 평화적인 목적에만 이용할 수 있고, 우주 공간에 군사기지 설치나 핵실험을 금지하고 우주의 비군사화를 규정한 1967년에 체결된 ‘우주조약’은 휴지조각이 되어버릴 지경에 처해 있다.


세계 천문의 해, 갈릴레오

UN은 2009년을 ‘세계 천문의 해’로 정했다. 이는 갈릴레오의 업적 때문이었다. 1609년 갈릴레오는 인류 최초로 망원경을 사용해서 달과 목성을 관측한다. 그래서 400주년이 지난 2009년을 ’세계 천문의 해‘로 정한 것이다.

갈릴레오가 망원경을 발명한 사람은 아니다. 갈릴레오는 망원경으로 우주를 관측한 최초의 인문이다. 갈릴레오는 자신이 직접 렌즈를 연마해 망원경을 만들었으며, 이 망원경을 이용해 지구가 태양주위를 돌고 있다는 사실을 확인할 수 있었다. 또한 목성에 위성이 있다는 것도 관측할 수 있었다.

갈릴레오 이후 망원경이 점차 커졌으며, 좋아진 성능으로 말미암아 우주에 대한 지식은 더욱 풍부해질 수 있었다. 그런데 망원경의 크기가 커졌기에 우주를 관측이 좀 더 정밀해졌으나, 문제는 있었다. 지구를 둘러싸고 있는 대기가 관측을 방해한다는 점이었다. 그래서 망원경을 높은 곳으로 옮기는 일이 필요해졌다. 높은 산은 대기가 매우 건조하고 구름이 없어 연간 관측 가능 일수가 낮은 지역보다 훨씬 길다. 게다가 지구로 오는 빛이 대기에 흡수되는 것을 상당 부분 막아줌으로써 관측에 유리했다.


갈릴레오가 사용한 망원경

미국 캘리포니아에 있는 윌슨산 천문대는 1904년 건설되었다. 윌슨산 천문대에는 구경 100인치(2.54미터)짜리 망원경이 설치되었다. 해발 1,800미터 지점에 위치해 있어 도시의 불빛도 피할 수 있고, 좀 더 우주를 가까이에서 관측할 수 있게 되었다. 하와이 마우나케아산 천문대는 해발 4,180미터 높이게 건설되어, 지구상에서 가장 높은 곳에 위치해있다.


노새 몰이꾼, 밀턴 휴메이슨

윌슨산 천문대 건설 당시 이야기로 돌아가면 오늘 칼럼의 주인공을 만날 수 있다. 산 정상에 천문대를 설치하는 만큼 꼭대기까지 망원경의 장비나 각종 부품들을 옮겨야했다. 이를 위해서는 노새를 필요했다. 노새 몰이꾼은 밀턴 휴메이슨(Milton Humasion)이란 이름의 젊은이였다. 그는 망원경의 장비는 물론 과학자, 공학자, 고위 관리를 산 위로 나르는 일을 했다.


밀턴 휴메이슨(1881~1972)

씹는 담배를 즐기고 노름과 당구에 도가 튼 인물이었던 휴메이슨은 여자깨나 후리고 다닐 성싶은 사나이였다, 학력이라고는 초등학교 8학년까지 다녔을 뿐인 휴메이슨이었지만 머리가 총명하고 호기심이 많아 자신이 산 정상으로 옮기고 있는 각종 기계에 대해 주위 사람에게 이것저것 열심히 묻기도 했다. 천문대가 완공되고는 그는 천문대에서 전기공 보조, 건물 관리, 망원경이 설치된 돔의 걸레질 등 닥치는 대로 일을 했다.

어느 날 관측 보조원이 병이 나서 출근할 수 없게 되자, 천문대에서는 휴메이슨에게 이 일을 대신해줄 수 있는지를 물어본다. 그날 밤 그는 망원경을 능숙하게 다룰 줄 아는 능력을 과시할 수 있었다. 천문대장은 이런 휴메이슨을 보고 정식직원으로 채용한다. 휴메이슨은 에드윈 허블의 조수로 일을 하게 된다. 두 사람은 은하의 분광사진을 찍고 이를 분석하는 일을 했다. ‘분광’이란 별 빛을 스펙트럼으로 측정, 해석하는 일을 말한다. 일을 시작한지 얼마 지나지 않아 양질의 스펙트럼을 얻는데 있어서 휴메이슨의 탁월한 능력이 빛을 발한다.

은하 하나에서 오는 빛은 그 은하를 이루고 있는 수십억 개의 별들이 방출하는 빛의 총합이다. 이런 빛을 파장 길이에 따라 구분할 수 있다. 이런 과정을 통해 별의 화학적 성분을 분석할 수 있다. 허블과 휴메이슨은 이 과정에서 놀라운 사실을 밝혀낸다. 먼 은하들의 스펙트럼이 모두 적색이동을 보인다는 점이었다. 더욱 더 놀라운 부분은 적색이동의 정도가 은하까지의 거리에 비례해서 증가한다는 것이었다. 이를 허블 법칙이라고 부른다.

휴메이슨과 허블은 관측을 통해, 멀리 있는 은하들에서는 도플러 효과에 따른 빛의 적색편이가 나타난다는 것을 알게 되었다. 소리의 경우를 생각해보자. 기차가 나에게로 다가올 때 기차의 기적 소리가 높은 소리로 들리고, 멀어질 경우에는 기적 소리가 낮게 들린다. 이를 도플러 효과라 부르는데, 빛의 경우도 마찬가지 현상이 나타난다. 빛이 내게로 다가오면 빛의 파장이 짧아져서 청색으로 변하게 되고, 반대로 멀어질 경우 파장이 길어져 적색으로 변한다.

적색편이가 나타난다면 은하들이 모두 우리 지구에서 멀어짐 의미한다. 이를 통해 우주가 팽창한다는 결론을 내리게 된다. 과거로 시간을 돌리면 은하의 간격이 지금보다 훨씬 더 가까웠을 것이고, 아주 오랜 과거로 간다면 우주는 한 점에서 시작되었다고 추론할 수 있다. 즉 두 사람은 빅뱅이 우주의 기원이었음을 알아낸 것이다.

이런 발견으로 말미암아 우주에 대한 우리의 생각은 크게 변하게 되었다. 그런데 그 주인공은 학력도 없는 아마추어 천문학자 수준인 휴메이슨이었다. 놀랍지 않은가. 이 두 사람의 이름은 지금도 남아있다. 허블의 이름은 위에서 본 허블우주망원경에 붙여졌으며, 휴메이슨의 이름은 1961년에 발견된 혜성에 붙여졌다. 아마추어도 때로는 프로보다 잘할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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글 | 이동환 <친절한 과학책> 저자

북칼럼니스트. 1년에 100권 이상, 10년 넘게 읽었다. 새로운 사실을 알아나가는 것이 너무 즐거워서 멈출 수가 없었다. 과학을 알면서 인문학과 문학을 바라보는 눈이 더욱 깊어졌다. 어느새 사람들은 그를 ‘과학 전문 북 칼럼니스트’라고 부르고 있었다. 2010년부터는 직장을 그만두고 아예 책을 소개하는 일을 업으로 삼았다. EBS, KBS, YTN 등의 책 관련 프로그램과 코너에 고정 출연하기 시작했다. 북 콘서트의 진행자로 무대에도 여러 번 섰다. 대학교와 도서관에서 강연 요청이 쇄도했다. 그로서는 전혀 계획해 본 적 없는 새로운 삶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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